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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일본에서 여기까지 약 두 시간. 공항에서 집까지 요연의 텔레포트로 3분. 합쳐서 2시간 3분을 소요해서 집에 도착했다. 간만에 느끼는 집의 아늑함을 느끼며 소파로 뛰어들었다. 호텔의 소파보다도 싸구려지만 이 집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었다.
"아~ 역시나 집이 좋구나."
어린애처럼 몸을 말면서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나를 보며 호지가 작게 미소지었다.
"난 먼저 짐 좀 정리하고 있을께."
그렇게 말하며 방으로 돌아갔다. 요연은 비행기 탈 때부터 그림자에 들어간체 나오지 않고. 아마 나름대로 해야할 일이 있는 것이리라.
소파에서 계속 뒹굴거리다가 소파에서 떨어졌다.
쿵. 콰직.
떨어지면서 소파아래에 두었던 내 가방을 뭉개버렸다. 이상한 소릴낸 것이 심상치가 않다.
"켁, 이런..."
빠르게 지퍼를 내리며 가방안을 살펴보았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가방안은 대참사. 대구의 지하철이라던가 미국의 쌍둥이 빌딩도 저리가라 할만큼 처참하다. 물통은 우그러지면서 물을 쏟아내 옷은 다 젖어버렸고 과자는 봉지가 터지면서 물을 만나 콘후레이크가 되어버렸다.
그 참사를 보며 절망할때, 눈길을 끄는 은빛의 달걀형 물체가 보였다. 그 물체를 은빛에 홀린듯 집어들었다.
찬란한 은빛의 가면. 기이한 문양이 튀어나와있는 그것은 왠지모를 탐욕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탐욕은 참을만하다.
탐욕을 느끼며 기억났다. 이것을 가져다 주어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확히는 물어볼 사람이지만.
"호지! 나 학교 좀 다녀온다!"
"다녀오세요~."
나의 말에 귀엽게 말을 끌며 방안에서 대답한다. 내가 이래서 아빠를 한다니까.
가면을 품안에 집어넣고 집밖으로 나왔다. 학교 근처의 편의점을 지날때 비닐봉지에 무언가를 많이 담은체 백발의 꼬마아이가 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도 나는 딱히 도와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명히 나보다 힘이 더 셀테니까.
"아, 할아버지."
우리가 일본에 가있는 동안 슈의 집에 머물었다가 지금 돌아오는 모양이다. 자세히보니 비닐봉지안에는 작은 크기의 마수들이 한움큼. 투명화를 쓰기에는 귀찮은 듯 하다.
가까이에 다가온 능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 재밌게 지냈니?"
"응. 그리고 할아버지. 슈를 위로해 줘."
마법연구하다가 집이 날아가기라도 했나?
"부모님이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일이 있어서 못온데."
"끝?"
조금 어이없는 투의 내 질문에 능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오려고 했다가 못올 수도 있잖은가? 그게 그리 슬픈이유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능파가 내 사고를 읽고는 말했다.
"아빠를 좋아하나보지. 엄마처럼."
그럴 가능성도 있겠구나. 호지만큼은 아니겠지만.
몇번의 대화가 더 오간 후, 능파가 집을 향해 가버리자 나도 학교를 향해 발을 재촉했다. 학교의 이사장실 문앞에 도착하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간만에 돌아오는 학교라서 인지 기분이 묘했다.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전형적인 이사장실이 일그러지며 우리들의 수련장이자 소유의 레어로 변모했다.
지금은 방학기간이라 오전까지일텐데 아직 친우들이 남아있었다.
"여~ 간만이네."
우가 손을 들어 인사해보였다. 나도 손을 들어 대답해주고는 이사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문 옆쪽에서 해골군단을 이끌며 슈가 다가왔다.
"요 왔구나?"
어지간히도 기쁜지 내 손을 붙잡고 붕붕 흔든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기뻐해주면 조금 부끄러운데. 처다보는 녀석들도 있고.
익숙한 얼굴 중 내가 알기는 하지만 이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녀석이 낮게 웃었다.
"축 늘어저있던 사람에게 한순간에 활력을 되찾아주다니. 굉장한데요?"
유령들을 다루는 남자. 소유운이 이곳에 있었다.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체.
저녀석은 분명히 다른 고등학교일텐데.
"요, 아는 사이야?"
"뭐.. 조금. 그런데 당신이 왜 여기에?"
유운이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여자친구가 여기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저 정도의 전력이라면 환영할 일 아닌지요."
저녀석 상당히 음흉하다.
유운은 전력이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내가 청룡이 말했던 두번째를 염두해두고 말하는 것일 터. 청룡이 그런 소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은 내가 알고있다는 것을 알고 떠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소유한테 이미 내가 눈치챘다는 것을 말해버렸으니까. 어쩌면 그것을 듣고 떠보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긴 하네."
적당히 대답하고나서 소유 앞까지 다가갔다. 그 때 보았던 그녀의 성격으로는 믿기지 않지만 얌전히 책을 읽으며 우릴 힐끔거리던 소화가 의문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어라? 유운, 너 저녀석이랑 아는 사이야?"
"그냥 면식만 있는 사이. 왜? 바람이라도 폈을지 궁금해?"
"안 궁금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힘찬 대답과 함께 힘찬 어퍼컷을 유운의 턱에 작렬시켰다. 뭐랄까, 옛날의 나와 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로군.
코믹한 그 장면에서 고개 돌리고 소유에게 다가갔다. 소유가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소유의 머리에 앉아서 뿔을 만지작거리는 선생님도 날 내려다 보았다.
소유가 입을 내밀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뜨거운 콧김이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용건이 있나?"
"응. 이것."
품에서 가면을 꺼내어 소유에게 보여주었다. 용으로 변신한 상태라 잘은 모르겠지만 안색이 굳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소화와 티격태격거리던 유운도 잠시 중지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소유가 침묵을 지키길래 유운이 보는 것을 막지 않았다.
갑자기 유운이 다가오자 모두들 궁금한지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슈가 이것을 가리키며 뭐라 물으려는 순간, 유운이 망설임없이 가면을 뒤집어 썼다.
"으어억!"
퍼억.
놀라서 마력개방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유운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었다. 너무 안일했다. 재미로 한번 써 보았을 경우도 생각했어야 했다. 분명히 쓰면 폭주하게 되는, 그런 가면이었는데. 그것을 먼저 경고했어야 했다.
"내 남자친구한테 뭐하는 짓이야!"
뻑!
강렬한 롱 훅. 이거, 하여와 비견될만한 펀치력이다. 아니, 그것이 중요한 게...!
"이야아아. 난데없이 주먹질이라니. 내일은 소화불량을 걱정해야 하는건가?"
맞네. 어떻게 된거지? 저 가면은 분명히 청룡조차 폭주시켰던 가면이다. 아무리 삼가의 인간이라도 견딜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설사 가능하더래도 저렇게 아무런 데미지없이?
불가능하다. 그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 의문에는 과장스레 배를 문지르던 유운이 대답했다.
"하하. 놀랄필요는 없어요. 이건 원래 우리가문의 물건이거든요. 예전에 잃어버렸죠. 아마 일본에서 되찾았나 보죠? 영왕으로서 감사드립니다."
그리 말하고 90도로 허리를 꺽으며 감사를 표했다. 우가 손을 흔들며 나 대신 대답했다.
"친구사이에 무슨 그런 감사를. 그건 그렇고, 슈. 요한테 위로받는 것이 어때?"
주제를 멋대로 돌려버린 우를 째려보았지만 오히려 우는 눈을 한번 찡긋하며 받아 넘겨버렸다. 어차피 나중에 물어도 상관없기에 한번 한숨을 내쉬고 슈를 보았다.
얼굴을 붉히며 손을 파닥파닥 흔들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창백하게 얼굴을 굳힌 표정을 보이자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능파가 말했던 아버지가 못 오신다는 것의 충격이 상당히 큰 모양이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그리 충격이 심한가?
"괜찮아? 안색이 나쁜데. 아버지가 못 오신다는 게 그렇게 슬퍼?"
"으, 응. 조금."
전혀 조금인 표정이 아닌데. 그러고보니 오른손 중지에 늘 끼고 있는 투구처럼 생긴 반지가 아버지가 준 생일선물이라고 했었다. 아마 늘 끼고 다니는 것은 아버지에대한 애정이겠지.
음. 나라도 위로해 줄까.
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 나름대로의 위로를 할 때 슈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이, 괴로움을 잊으려는 듯이 말했다.
"우음, 요. 너도 익히자."
"뭘?"
화제가 바뀐것은 알겠는데 화제의 주제를 모르겠다. 슈가 미소 지으며 내 의문에 대답했다.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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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입니다.
지금 막 바다편이 끝나고 사망편을 쓰고 있습니다. 뭐, 이 부분은 구상이 다 되어 있으니 불안감 같은 건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2부인 sixth 스네이크는 정말 진도가 안나가는 군요. 내용구상은 대충 다 되어있는데 말입니다. 아직도 두편재에 머물고 있습니다.
뭐, 이런 작가에게 추천선작코멘을 날려주시길.
이만,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