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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81화 (8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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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이른 시각, 콘도옆의 해변.

나는 그곳에서 간만의 단련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천만에 말씀. 불이라든가 물이라든가를 쏘며 수련하는 것이 아닌 광진, 마력개방을 사용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남이 봐도 들킬확률은 없었다.

"후웁..."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몸이 떨렸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 매번 마력량이 늘어났을 때마다 느끼는 커다란 긴장감이다.

광진의 위력은 총마력량에 결정된다. 마력량만 많다면 일식이 써본적도없는 오,육식의 스피드를 잡을 수도 있다. 그만큼 광진은 굉장한 능력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마력량이 심상치않다. 초능력이라는 것이 사라져버려서인지 상당량의 마력이 초능력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이만큼의 양이라면 안전권인 일, 이식이라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컨트롤의 세심함을 높여야한다.

마력이 차근차근 늘었다면 모를까, 갑작스레 늘어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광진, 일식. 발동."

입밖으로 마법명을 대며 몸안의 긴장감을 밖으로 내보냈다.

마력이 몸의 구석구석을 헤집어놓는다. 이전의 일식과는 전혀 다른, 비교조차 못할 마력의 격류가 회로를 타고 온몸을 헤집어놓는다.

시야의 색이 연해진다.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량의 색이 사라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소 2식까지는 가야 나타나는 현상이 지금부터 나타났다는 약간의 차이에 심한 울렁증이 느껴졌다.

가슴을 두드려서 울렁증을 막아내며 오른발을 크게 굴렀다. 가벼운 발걸음이 커다란 도약으로 변모했다.

시야가 빠르게 지나쳐간다. 너무 지나쳐간다는 느낌에 빠르게 왼발을 바닥에 딛었다.

펑!

모래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며 크레이터를 만들어낸다. 날아오르는 모래폭풍이 사라져가며 확보된 시계는 놀라웠다. 거의 3, 40M의 거리를 단 한번의 도약으로 넘은 것이다. 게다가 가볍게 박찬 것이 그 정도라면 이식보다 위다. 삼식보다는 아래겠지만 이정도면 경이로운 상승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곤란한걸. 이래서야 사용을 못하니까."

아직도 요동치는 몸안의 광진을 진정시켰다.

광진의 힘은 모든 것을 강화시킨다. 이것을 다루는 감각마저도 강화시키기 때문에 내가 따로 힘을 다루는 연습은 필요하지않다. 지금의 훈련도 어느정도인지 알아보기위한 실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정도로 강해졌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감각이 아닌 판단이 위험하다. 나는 적들과 대치할 때 빠른 판단을 필요로 한다. 광진은 몇번째 식을 사용할지에따라 위력과 패널티가 부여되니까. 그만큼 판단력을 높여 쓸 상황과 아닌 상황을 구별해왔다. 어느정도의 차이는 감수할 수 있을만큼. 하지만 이정도로 예상외면 쓸 수 없다.

상대방이 이전의 사식으로 상대할 정도라면 지금의 나는 지체없이 사식을 써버릴 터. 쓸데없이 병원비만 내게 된다.

이번전투에서 광진을 쓸 정도로 판단을 바꾸는 것은 힘들 터. 그렇다면...

"할아버지. 거기서 뭐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백발의 능파가 파란잠옷차림으로 해변에 발을 디딘채였다. 연금술용 천을 소환해 능파의 어깨에 걸쳐주며 등을 숙소쪽으로 밀었다.

"여자애가 그런 차림으로 밖에 나오면 납치당할지도 몰라요~."

"말돌린다."

불만스런 말투지만 손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숙소쪽으로 걸어갔다. 솔직하지 못한 손녀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의 웃음에 살짝 불쾌한 눈초리로 돌아보았지만 그게 또 무지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능파가 삐진듯 고개를 돌리며 허공에 손가락을 수직으로 내려그었다. 공간이 갈라지며 벌려진 곳에는 우리가 머무는 방의 내부가 비추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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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잘들어라. 너희들은 이제부터 떨거지 청소를 시작한다."

초등학생정도의 키를 가진 긴 흑발의 소녀가 용궁입구에서 일렬횡대로 서있는 우리(이 우리에 하여는 없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투를 회피 중)를 보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아니, 어른스럽게가 아니라 '어른'이다. 어른보다는 노인에 가깝지만.

딴생각을 하는 나의 머리위에 나무막대기가 떨어져내렸다. 역시나랄까, 눈앞의 꼬마아이다. 나를 가격한 막대기를 얼굴에 들이밀며 호통쳤다.

"정신집중! 그따위 정신상태로는 히탄 그레타리아정도의 멍청이밖에 될 수 없어. 알겠나?"

중학교 시절의 수련회 교관같은 말투로 나를 질책하는 그녀에게 나는 찍소리도 낼 수 없었다. 나만이 아니다. 호지나 요연은 별상관없는 모양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사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저 꼬마는. 아니, 저 마수는 귀수산. 아쥴 레이키아이니까.

남자 이름인데다 남성스런 말투라 깜빡 속았다. 여자아이였다. 게다가 어린아이 모습. 변신을 해도 최소한 양소유처럼 청년의 모습일 줄 알았는데.

아침과 점심을 먹고 8시쯤 주아의 인도에 따라 용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입구에 꼬마아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길래 나는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줬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어퍼컷. 주아가 쓰러진 나에게 속삭이기를(속삭였지만 누구에게나 들렸으리라) 귀수산 아쥴 레이키아라고 했었다. 덕분에 나는 상당히 나쁜인식이 세겨진 모양.

불만스런 내 시선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작전은 간단. 내가 크라켄을 저쪽으로 유인할거다. 너희들은 그사이에 대왕오징어를 처리한다. 알겠나?"

그걸 끝으로 몸을 돌려위로 시선을 주었다. 백색바탕에 푸른 불꽃무늬가 그려진 거대한 오징어, 크라켄이 열마리의 대왕오징어의 수호를 받으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크다. 크라켄은 정말로 컸다. 눈어림으로 약 16M크기. 자세히 살펴보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귀수산인 아쥴은 정말 섬만하니까.

"크아앗!!"

용궁을 박차며 아쥴이 몸을 둥굴게 말아 크라켄에게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부풀어올랐다. 내부에서 망치같은 것으로 때리는 지 부분부분 부풀어오르며 이윽고 본모습으로 변신했다.

거대한 거북이의 형태를 가진 본모습으로 돌아가 크라켄에게 돌격하던 그녀가 지느러미를 한번 휘둘러지자, 물의 흐름을 비틀렸다. 물이 비틀리면서 크라켄 주변의 오징어들이 주변 암석에 쳐박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차례. 나를 비롯한 각자가 한명씩 오징어에게 달려들어 각자의 특기공격을 쏟아부었다. 호지의 열파에 오징어 하나가 순식간에 터져나간다. 근처의 요연도 지기 싫은지 주작검을 꺼내 횡으로 휘둘러 오징어를 일격에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두마리가 사라지고 하윤과 소유가 그 틈을 타 호지와 요연 앞의 세마리를 분쇄했다. 능파는 마법으로 가볍게 오징어를 굽고 있었고 우는 생각외의 응용력으로 방어마법을 포박술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포박된 적을 얼려버리는 슈.

나는 싸우는 다른 사람을 지켜보다가 남은 세마리의 오징어에게 다가가며 손을 뻗었다.

삼신기의 두번째, 우사가 발동되었다. 평소에는 주변의 대기를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물의 양이 더 많다. 게다가.

"우사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적의 주변이 물이라는 것은."

쉬이잇!

물살을 가르며 짓쳐드는 오징어에게 뻗은 손을 움켜쥐었다. 세마리의 오징어가 정지하며 부글부글 기포를 뱉어냈다.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주며 말아쥔 손을 잡아찢듯 가로로 휘둘렀다.

뻐엉!

풍선처럼 터져나가는 오징어의 시체조각을 뒤로한체 작게 말했다.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가장 큰 패인 광진이 없어도, 나에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차고도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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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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