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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개학한지 이틀째. 여전히 학교안은 방학 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 또한 방학 때의 분위기를 버리지 못했고.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슈가 나에게 키스했던 일이라던가, 슈의 생일이라던가. 어라?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슈와 관련된 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날 밤의 영향이 너무 컸던 탓일까. 자칫하면 요연과 호지에게 심한 추궁을 당해 그날 밤의 일(키스했던 일)을 말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상상하지 말자.
"뭘 그리 생각해?"
하여의 질문에 사고를 멈추며 고개를 퍼뜩 들었다. 시선을 하여에게 줘보니 질문의 상대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여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소화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사과주스를 빨아들이고 있다.
생각보다는 화났다는 것에 가까워보이지만 하여가 판단하기에는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소화의 대답을 기다리며 책상에 손을 튕겼다.
소화가 입을 열었다.
"별거아냐. 유운이 아직도 안오잖아. 그냥 약속을 어기고 그렇게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하지만 하여의 판단도 맞은 듯, 궁금증을 내뱉었다. 당시, 나에게 서쪽으로 계속 가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소화는 가면을 때러가서 유운이 했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애초에 유운은 듣지 못하게 할 생각이 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일이 무엇인지도 말하지 않다니. '일'이라는 것이 상당히 불건전한 듯 하다.
최소한 내가 일본에서 사람과 싸우던 수준은 되리라. 호지가 말하기를 그 정도 실력은 된다고 했었으니.
톡톡톡.
유운에대한 생각을 시작으로 오만가지의 생각이 떠올라 책상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고민에 빠졌다.
일단은 아쥴. 그녀는 너무나도 쉽사리 슈를 용서했다. 수아라는 쌍둥이 동생은 죽이려들었지만 아쥴은 정반대라고 생각 될 정도로 침착하고, 평온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슈에게 '내가 약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신경쓰지마라'라고 했다.
너무나도 이상하다. 아무리 사건의 주체는 아쥴이라도 흑막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 주변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아쥴과 같은 아량을 배풀 수 있을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몇천년을 살아온 자들의 아량? 말도 안됀다. 그렇다면 소유도 용서했어야한다. 물론, 그 시절의 일은 난 모른다. 지금보다 더욱 심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아쥴은 소유의 반응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해하는 사람이 용서했다고? 그럴리가 없어. 뭔가, 뭔가가 더...!"
"요, 무슨 소릴하는 거야?"
생각이 입밖으로 빠져나온 모양이다. 고개를 저으며 슈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어주었다. 슈는 내가 생각하는 '화'의 대상. 말해봤자 침울해질 뿐이다.
내 생각을 끊 듯, 옆으로 슈가 얼굴을 붉히며 바싹 붙었다. 적극적인 그녀의 행동에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날 밤 이후, 그녀는 이전보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해버렸다.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갑자기 물러난다거나 하는 일은 사라진 것이다. 덕분에 돌아오는 길에 호지에게 매우 심한 추궁을 겪었지만 대충 흘려말했었다. 그리고...
"떨어지십시오."
요연이 맞붙은 나놔 슈의 어깨를 떨어트리며 나에게 사납게 시선을 주었다. 바다에서 돌아올 때 같은 일을 다시 겪으며 작게 웃음을 흘렸다. 나를 보며 요연이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뭔가 놀란 듯이 물러난다. 뭐지?
"아니야.. 설마, 그렇지않아."
슈가 옆에서 요연을 쏘아봤지만 요연은 경악한 표정으로 슈의 시선을 무시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요연의 표정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 나를 일으켜세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주변의 우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요연을 바라보았다.
"세력을 키우고 오겠습니다."
그녀의 한마디에 우리들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그녀가 하고자하는 말은 마법과 관련된 일. 나만큼의 격전을 치뤄 온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나름의 정신상태는 어지간한 마법사의 수준으로 올라있다.
요연이 그 반응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번 일도 아시다시피 용들을 불러올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는 황룡의 후예, 개인행동만 해대는 그들을 한 곳으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책상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사고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우리의 개인 세력같은 것은 필요하다. 소유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간에 용들로 이루어진 세력이라면 쉽사리 경동하지는 못하리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용들이 도와 줄 것인지의 여부. 소유에게 듣기로 늙은 용은 안식과 평화를 원하고 어린용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했다. 그런 자들이 쉽사리 요연을 따라 줄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 다녀와. 그래도 무리하지는 말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쳐. 알았지?"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미소지었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저도 약하지는 않으니까요."
"바보같은 소리마. 강하고 자시고 간에 걱정이 안되면 이상한거니까."
그녀가 미소의 면적을 더더욱 늘렸다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 요연에게 다가섰다.
"어디 아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을 요량으로 손을 뻗었다.
파악!
그녀가 손을 휘두르며 내손을 뿌리쳤다. 얼얼한 손을 붙잡으며 내 손에 타격을 가한 요연을 보았다. 주변의 분위기도 갑자기 싸해졌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지금 당장 가보도록 하죠."
요연은 그렇게 말하고 교실밖으로 도주했다. 손의 얼얼함이, 점점 왠지모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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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의 이사장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마법단련. 하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능력을 가진 두 여성이 있기 때문에 나는 솔직히 흥미가 동했다.
그들은 나나 여타 이사장실 패밀리들과 달리 마법이 아닌 사이킥커. 즉, 초능력 전문술사다. 초능력에 대해서는 나의 손(지금은 아니지만)밖에 본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갔다. 솔직히 불편한 것만 빼면 상당히 강력한 능력이니까.
수녀처럼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듯 위로 살짝 턱을 들어올린 포즈의 린에게 다가갔다. 놀려줄 요량으로 기척을 죽이고 그녀의 뒤로 파고들었다. 린을 놀래키려고 손을 들어올린 순간.
"안 놀라니까 하지마."
그녀가 그 포즈 그대로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굉장히 놀랐다. 배운지는 한달정도 밖에 안됬을텐데 나의 기척살을 읽어내다니. 놀라운 발전이다.
"발전이라기보다는 능력특성에 가까운데."
여전히 그 포즈를 풀지않으며 그렇게 말했다.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도 겸비한 모양이다. 그런데 저 자세와 그 능력이라는 것이 관련있는 것인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편한대로 하는거야. 그저, 폼이랄까. 하여가 모름지기 그러는게 좋대서."
폼생폼사는 혼자서 할 것이지 남에게 강요하냐?
나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준 뒤, 소화가 훈련하는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슈와 하여, 그리고 소화가 있었다. 슈가 소환했는지 수십체의 얼음기사가 소화의 뒤에 도열해있고 소화는 그앞에서 300의 전사들이 들법한 커다란 원형방패를 차고 두꺼운 대검을 한손으로 들고 있었다. 그리고 하여는 소화를 앞에 둔체로 청접륜으로 전투자세를 취한체다.
"간다."
하여가 그 말과 함께 달려들었다. 못본사이에 상당히 빨라졌다. 몇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박에 도약한 그녀가 오른손의 륜을 횡으로 휘둘렀다.
빠캉!!
소화가 방패를 들어올려 막아냈다. 소화도 상당히 강한지 그만한 공격을 받아냈음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막아낸 륜을 방패로 왼편으로 처내고 대검을 뻗었다. 속도만 치면 하여보다도 빠르다.
치이익!
바람을 태우는 일격이 하여의 머리위를 스쳐지나간다. 빈틈을 잡은 하여가 어깨로 소화의 배에 발차기를 먹였다. 큰 타격을 받은 듯 그녀가 컥컥거린다. 우와, 장난이 아니잖아.
하여는 륜을 문신으로 돌려버리고는 소화를 일으켜 세웠다. 소화가 마주 손을 잡아 자세를 바로하며 불평했다.
"아아~! 또 졌어. 쳇, 너무 강한거아냐?"
"우리는 한번이기는 해도 실전을 겪었으니 말이지. 격이 다르다고?"
그녀의 불편에 자랑으로 대답하자 분한듯이 신음소릴 흘린다. 슈는 소화의 뒤에서 어깨를 토닥이며 화를 풀라고 말하고 있다.
"한달정도로 이만큼이면 충분히 실력이 늘었다고? 너무 재촉하다간 제대로 된 실력을 못 기른다?"
나의 정론에 하여와 슈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뺨을 긁적였다. 정론이기는 하지만 그녀와 맞는 소리는 아닌 모양이다.
포효하는 호랑이의 오라를 띄우며 소화가 입을 열었다.
"내 능력 조건치가 큰 것 뿐이야. 조건만 더 갖춰지면 하여라도 이길 수 있어."
그렇게 자부하는 소화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여를 보았다. 딱히 분한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조건치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충족시키기 힘든 조건인 모양이다. 나도 자리에 돌아가서 누님이 주었던 단검의 개조를 마무리했다.
이러저러해서 단련시간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했다. 상당히 일찍나온편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해가 짧아진 것이다.
높은 하늘을 보며 용을 포섭하러간 요연을 생각했다.
오늘의 반응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그녀의 기세는, 누나의 이름을 부를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괜찮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요연이니까. 으자잣...!"
하늘을 향해 팔을 쭉 기지개를 펴며 집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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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소제목부터가 위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