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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94화 (9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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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더이상 알지 못하는 것 같은 루그로에게 다른 질문을 날렸다.

"왕에 대해서 아는 것은?"

육이라는 칭호를 왕 앞에 붙였으니 다른 왕도 있을 것이다. 유운만 해도 '영왕'이였고.

그가 톡톡 바닥을 쳤다. 대답하는 것을 피하는 것인지 화제를 갑자기 돌려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건지 애매한 표정이다. 내가 보기에 루그로는 카타스트로피의 중간직정도의 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극비라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영왕을 최대의 위험인물로 꼽고있다. 너도 알다시피 그의 현계는 무섭거든. 대를 지나올 때마다 강해지는 그 가문은 위협적이지."

역시나랄까 영왕은 최고의 위험순위인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 같은 약골보다는 최강의 왕에게 관심이 갈 것 같다. 게다가 그의 말을 들으면 영왕은 영혼과의 친분은 딱히 없어도 상관 없어보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영을 현계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육왕은 두번째다. 수많은 마법구와 광진의 고수로 자신의 몸을 가누지 않고 적에게 달려드는 과감성을 가진 왕으로 알려져있다.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앳된아이지만."

사족을 덧붙이는 그에게 혀를 잠깐 내밀어주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두번째라는 것은 왕의 숫자가 최소 둘, 최대 다섯까지로 추정할 수 있다. 나는 약하다. 솔직히 왕치고는 너무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정도로. 뭔일이 있다 싶으면 끝날때에 병원에 가기 일수. 당연히 자신에게 의심이 간다. 그런 자신이 두번째라는 것은 왕이 상당히 적은 수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왕인 여왕은 미정이다. 우리쪽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어. 너희쪽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알고 있는 것은 '은둔자들의 여왕'이라는 것 뿐인데 은둔자가 한둘이냐?"

솔직히 놀랐다. 딱히 조사했어도 별거 없을 나에 대한 정보는 칼같이 알아낸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몇가지 가설 중 가장 유력한 두 가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왕이 너무나도 강해서 잡을 수 없었거나, 여왕 자신도 여왕인지 모르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만일 후자라면 우리와 함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왕이 두명이나 한자리에 모였다. 그냥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렵다.

만약에 후자라면 누구일까 생각하면서 후보를 세워보았다. 이번에도 두명이 떠올랐다.

일단은 소누. 소누는 분명히 교주였다. 여왕의 지도력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터. 게다가 지금은 해외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은둔세력의 여왕이 되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두번째로는 슈. 그녀가 든 물건은 분명히 여왕의 증표. 그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버지가 삼대 대마법사 중 하나. 아버지를 사모하는 세력이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당신들이 아는 우리맴버를 전부 말해봐."

간략한 나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먼저 배반룡. 이 용은 두번째 때 카타스트로피를 도왔다. 덕분에 그에 대한 정보는 차고도 넘치지. 덕분에 전혀 연구를 하지 않았어. 카타스트로피에도 용은 있어서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나도 소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중에 협박이라도 해서 알아보면 될 일. 턱짓으로 다음을 말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두번째는 성녀. 이 나라에서도 상당히 유명하지 않나 교주로. 아직 본래의 힘을 각성하지 못한 모양이라 카타스트로피의 표적이 됬지만 워낙 호위가 강해서 요즘은 거의 포기한 실정이야."

나의 머리가 오차를 수정해간다. 소누가 여왕이 아니라면 여왕에 남는 사람은 슈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동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추측. 확신을 더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그건 그렇고 성녀라. 교주라는 직종이 가장 잘어울리는 걸?

"세번째는 백색아성. 절대의 방어력을 가진 자로 알려져있지만... 딱히 정보가 없다. 추정되는 마수가 몇몇있기는 하지만."

백색아성. 그 단어에 예전에 호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히 삼가의 인간들이 누나를 찾아와서 배정이라고 했었을 때 그 단어도 같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저쪽은 모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 삼가에 배신자라고 할만한 인간은 없으리라. 게다가 백색아성은 우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당시의 말들을 살펴보면 이사장실 침입에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인데 방어력이 가장 높은 사람은 우밖에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불패가 있다. 그것은 아직 불명. 정확히는 포착은 여러번 했다는데... 전부 파괴됬다더군. 마지막으로 발견한 곳이 인도네시아의 섬인데, 그곳은 지도상에서 '지워졌다'. 이건 TV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됬으니 너도 알거라 생각한다."

불패는 이미 누나로 확정났다. 전에 누나와 삼가의 인간들이 집에 모여있을 때, 능파가 말해줬었다. 그건 그렇고, 인도네시아의 섬이 박살났던 게 누나 때문이었다고?

새삼 누나의 강력함에 놀라고는 다음 질문을 날리기로 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다 얻어야한다.

"카타스트로피의 최대간부는? 가장 고위직에 있는 자라도 상관 없어."

그가 나의 질문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즉답했다.

"가장 위에 불사가 있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그 모든 전투를 겪은 최강자지. 그 아래로는 팔대 간부가 있다. 내가 아는 건 그 중 두명. 케이슨과 베히모스다. 애석하게도 무슨 능력을 가졌고, 어떤 것이 특기인지는 몰라. 하지만 베히모스는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

물론이다. 모를리가 없다.

바다에 리바이어던이 있다면 육지에는 베히모스가 있다고 하는 신격화된 지고의 마수. 그것이 팔대간부 중 하나라면 리바이어던이 다른 간부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그로는 내 생각을 부정했다.

"혹시나 리바이어던이 팔대간부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리바이어던은 팔대간부가 아니더군. 나름 알아봤는데 옛 전투 때문에 힘을 잃고 세가 약해진 모양이야."

누구와 싸워서 그렇게 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적이 줄면 줄수록 좋은 일이니까.

문득,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질문은 위험하다. 이것은 우리가 중요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죽일 자. 이러나 저러나, 적들에게 정보가 전해지진 않을 것이다.

"첫번째는 뭐지? 두번째도 마찬가지."

"첫번째라... 불사가 일으켰던 전쟁. 두번째, 팔대간부가 일으켰던 전쟁. 세번째, 불사와 팔대간부가 일으키고 있는 전쟁. 이 이외의 정보가 더 필요한가?"

너무나 간단한 대답이라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딱히 틀린 것도 아니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수 없다.

이유. 그들이 인간을 말살하려는 이유다. 가장 감이 잡히는 것은 환경파괴지만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하다.

"팔대간부의 근원은?"

"모른다. 그것에 대해서는 알려져있지도 않고 알아볼 수도 없었어. 본인들도 모르는 눈치더군. 조사해보니 불사와 관련있는 모양이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지만 상당히 재밌는 정보를 알아냈다.

불사가 팔대간부의 근원. 그렇다면, 불사에대해 알게된다면 팔대간부를 처리하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불사는 뭐지?"

"몰라. 전혀 알 수가 없어.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고, 검은 구의 형태이기도 하고. 정해진 모습따위는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이다.

그 때, 루그로가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릿속에 뇌충이라는 게 있다더니, 그것이 발동하는 건가?

그의 발작이 심해지자 주변의 호문쿨루스들이 그와 멀찍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흐윽....흐윽. 키아아앗... 크학...!"

그의 신음소리조차 어지럽혀진다. 손으로 머리를 짓누르며 뇌충의 움직임을 최대한 막는 것 같지만 곧 뇌충이 지배권을 가져가는 것은 어렵지 않아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표정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일그러졌다.

"...!"

갑작스런 분위기의 반전에 빠르게 뒤로 도약했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터지면서 크레이터를 만든다.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뇌충이 완벽하게 뇌를 장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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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이번 편이 본 궤도로 오르겠군요.

전혀 육아가 아니지만 육아일기를 잘 봐주세요.

그리고 제발, 스네이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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