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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폭발에 의한 먼지가 바람에 걷혀 사라지고 그 너머에 상당히 일그러진 표정의 루그로가 보였다. 눈을 까뒤집어져 흰자위만이 보였고 안면근육은 뒤틀려서 아까까지의 루그로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빠르게 좌우 손에 화염탄과 전뇌탄을 뽑아들었다.
"키히히히. 루카기머보오츄야배압빕느요덥!!!"
이상한 소릴 지르면서 무기를 뽑아든 나에게 달려들었다. 가볍게 전뇌탄을 던지고 땅을 박차 뒤로 물러났다. 강렬한 섬광에 휩싸여 루그로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섬광의 안에서, 마력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나 같이 난폭하거나 호지처럼 엄청난 양의 마력이 아니다. 세련되게 단련되어 칼날같은 느낌의 마력. 슈와 가까운 마력이다. 그것이 스파크가 튀기는 섬광을 꿰뚫고 그림자처럼 검은 창이 쏘아져 나왔다.
광진 일식을 발동시킴과 동시에 검의 형을 양손에 현현시켰다. 마력이 붉은 칼날이 되어 날아드는 칠흑의 일격을 잘라냈다.
"역시 내키지 않아... 허나, 싸우지 않을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최대한...!"
아직도 전뇌탄의 섬광에 감싸여있는 루그로를 향해 익의 형을 펼치면서 짓쳐들었다. 검의 형이 담긴 왼손이 섬광안으로 파고든 순간, 루그로의 목소리가 섬광을 뚫고 튀어나왔다.
"Light wait(광진 봉인)."
나지막한 그 목소리와 함께 전뇌탄의 전류가 손을 태우기 시작했다. 살이 튀겨지는 느낌에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빼냈다. 손은 새까맣게 타들어가 의학에 조예가 없어도 위험해보였다. 치유마법을 발동해 그나마 통각이 잦아들자 전뇌탄안의 루그로가 확실하게 보였다.
뒤틀린 얼굴은 어느샌가 원상태로 자리잡았지만 얼굴의 표정은 상냥한 그와는 거리가 먼, 피에 미친 살인귀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감각이 말한다. 지금의 그는 위험하다고. 자연스럽게 광진을 발동시켰지만, 광진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그 영창 때문인가?
"쳇, 위험하군."
혀를 차며 전신에 강화를 돌렸다. 순식간에 내부장갑을 잃었다. 강화마법은 광진의 강화량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질주하는 자동차에 스쳐도 깨지는 것이 강화의 방어다.
그렇기에 나도 그다지 훈련에 힘쓰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지금 이 순간에 발목을 잡을 줄이야.
이를 갈며 루그로를 노려봤다.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광진을 봉인할 정도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며 강화를 제외하고 광진을 대체 할 마법을 검색했다.
부여와, 운사. 그 두가지가 검색창에 올라왔다. 내가 그 두가지를 검토하기도 전에 눈앞의 대지가 터져나갔다.
"어디 넋놓고 있냐? 육왕. 그래서야 내 딸을 뺏어 갈 수 있겠어?"
말투도, 성격도, 표정도. 이전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추악한 모습으로 그가 말했다.
"오냐, 아버지의 분노냐? 그렇다면 놀아주지. 덤벼봐, 아저씨."
오른손의 화염탄이 그에게 뻗어나갔다. 그 순간, 그와 화염탄의 사이에 공간을 격하며 거대한 팔이 날아들어 화염탄을 막아냈다. 화염탄에 의해 거대한 팔의 주인, 마스크 자이언트가 두르고 있는 천이 불타올랐다. 천이 사라지고 보인 거인의 모습은. 아니, 거인의 '얼굴'에는.
백색의 가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아홉 가면들 중 하나지. 아니, 우리가 총 '다섯'개를 뺏겼으니 네개인가?"
그의 말에 머릿속에 또 다른 정보가 새겨졌다.
얻은 정보는 하나. 다섯개의 가면을 빼앗긴 것. 우리가 얻은 가면은 분명히 두개. 그런데 빼앗긴 것은 다섯개. 이해하기 힘들다.
제 삼의 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역시나 마음에 걸렸다.
"네가 줄창 써대는 광진을 막은 것이 이거지. 일본의 청룡은 아슬아슬하게 원격으로 난동부릴 장소정하는 게 한계였고 한국의 귀수산은 애초에 건드려보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다룰 수 있게 됬다는 말이다."
루그로가 자랑스럽게 말하며 가면을 쓴 거인을 손등으로 툭툭쳤다. 그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광진은 그리 쉽사리 봉인 시킬 수 있는 성질의 마법이 아니다. 청룡을 폭주시킬만한 강대한 마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가면정도가 아니면 내 광진을 막을 수 없다는 그의 발언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당장 사용은 불가능 하지만 나를 칭찬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런데, 너는 누구냐? 루그로는 아닌 것 같고."
나의 발언에 그가 혀를 차고 고개를 흔들며 나를 비웃었다.
"나는 나. 카타스트로피의 뇌충은 인간을 이중인격으로 만드는 특이한 뇌충이지. 자신들에게 순종적인 다른 인격. 그것이 바로 나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격을 심은 것은 아니야. 인격을 '분리'해서 만든 신인격이다. 나는 전투본능과 관련된 걸 중점적으로 키워 만든거라 무진장 강하지. 못 믿겠다면 시험해봐도 좋아."
어떠한 매커니즘으로 만들어진 뇌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마법사에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서로 대치한 그 상태로 적의 동태를 살피면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혈문신을 개방해봤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 혈문신은 광진전용의 형식. 광진이 묶긴 이 상태에서 쓸 수 있을리가 없다.
뒤로 도약하면서 루그로를 향해 손에 남은 모든 폭탄들을 흩뿌렸다. 전투계획은 이미 다 잡아논 상태. 더이상 밀리지는 않을 터.
그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연성술을 익힌자로서 그런 잡상인 같은 물건을 던지고 자존심도 안 상하냐?"
그가 팔을 횡으로 그어버리자 마력이 실린 쇼크웨이브가 쏘아져나가면서 폭탄들을 부숴버리고 내 가슴에 적중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결국 바람. 풍백을 가진 나에게 상처는 입힐 수 없었다.
하지만 방금 그 바람. 사라져버리기는 했지만 상당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그 정련된 마력은 나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호문쿨루스를 끌고 왔길래 제작파일거라 생각했던 것은 수정해야 겠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방금의 마법 소멸이 그의 눈에 띄인 것 일까. 흥미로운 눈초리로 발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왔다.
"호오. 마법? 아니, 기술? 아닌데... 아니면 그외. 상당히 이질적인 힘이군. 괴물같은 능력이야. 바람에대한 절대무효화인가? 연구가치는 있겠지만 연구할 수가 없다는 게 슬프군."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소릴 내뱉으며 그가 왼팔의 손바닥을 하늘을 향하게 했다. 그의 손에서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나는 빠르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길로 도망쳤다. 저만한 상대를 광진이 묶긴 상태에서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그 생각에 빵집을 지나 대로쪽으로 나와서 학교를 향해 달리려고 했지만 내 앞을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가장 인간과 가까웠기에 내가 인간이라고 착각했던 호문쿨루스. 레테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칫, 귀찮게 하지마라!"
발을 레테의 턱을 바람처럼 차올렸다. 발꿈치에서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졌다. 광진은 없지만 강화는 했다. 어지간한 괴물은 데미지를 입으리라.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레테가 몸을 휘청거리면서 뒤로 몇발자국 물러나자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뒤. 학교 방향으로 발을 굴렀다.
파지직, 번쩍!
눈앞의 시야가 갑자기 명멸했다. 명멸했던 시야가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아이언메이든(고문기구)에 내 몸을 쳐넣은 것 같은 고통이 나를 휘감았다.
갑작스런 고통과 커다란 데미지에 앞으로 나아가던 몸이 크게 굴렀다.
"도망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 할 거야. 레테는 탐지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게다가 지원도 불가능하지. 왠 줄 알아? 이곳은 완벽한 격리공간이야. 다른 마스크 자이언트를 써서 만든 공간이거든. 도망도, 지원도 불가능해. 설사 이곳을 뚫고 가도 용족인 흑룡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걸?"
껄렁하게 손을 흔들며 뒤에서 다가오는 그의 말에 나는 코웃음 쳐줬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렇게 웃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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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씨는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