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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19화 (11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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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학교에 막 도착한 이른 아침.

간만에 전부 모이는 학교 교실에서 어머니가 집에 귀환하고 돌아가기까지의 소소한 일을 들은 우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 요의 부끄러운 비밀 같은 것을 왕창 들었겠네?"

"에, 별로 그렇지는 않아."

우의 발언에 슈는 부정했지만 그것은 그저 부끄럽다고 느끼는 핀트가 다를 뿐이었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지, 아니면 우리 집만의 특별한 부끄러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부끄러웠다. 단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난처한 미소를 지었을 뿐.

옆에서 깎아논 사과를 플라스틱 박스에 넣어온 하여가 사과조각을 하나 집어 우물거리면서 슈에 질문했다.

"그런데 슈. 하룻밤 자고 갔는데 로맨스 같은 것은 없었어?"

슈는 하여의 질문에 난처한 미소를 짓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슈가 우리집에서 자고 갔을 당시 어머니에 의해 반파 된 부엌은 그녀의 주특기인 시간역행으로 대충이나마 수리하느라 로맨스나 애로함 같은 것은 느낄 틈이 없었던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날이었음에는 말 할 것도 없다.

우리가 사소한 담화를 나누던 그 때, 교실문을 열고 경홍이 들어왔다. 우리를 발견한 그녀는 여전히 친숙하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여어~ 이사장실 패밀리. 아니, 나도 그 패밀리 중 하나지만."

경홍이 그렇게 인사하며 우리 곁으로 다가오자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있던 우리의 말소리가 전력이

나간 카세트처럼 뚝 끊겼다. 자신이 옮으로서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자 당황한 경홍은 고개를 부채마냥 부치 듯, 돌리며 우리를 좌우로 훑어봤다.

"가, 갑자기 뭐야. 무섭게시리..."

그저 새로운 인물에 개입으로 소리가 멎은 것 뿐이거늘 경홍이 너무 당황하자 오히려 이쪽도 당황해버렸다.

"응? 아, 아무것도. 그러고보니 경홍, 그 날 밤 소유는 어떻게 됬어?"

그 때 우리는 분명히 춘운 누나와 경홍, 소유를 두고 학교를 빠져 나왔었다. 남의 연애사에 참견해서 감놔라 배놔라 할 만큼 이쪽이 여유로운 연애 상태 였던 것도 아니었을 뿐.

나의 질문을 받은 경홍은 당황했던 방금 태도가 무색 할 정도로 평소와 같은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에이. 별 것 없었어. 소유의 과거사라던가 여자관계라던가를 듣기는 했지만 허용범위내였고."

그 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경홍은 아직도 소유가 좋은 모양이었다. 내가 경홍 집에서 숨어 있을 때, 춘운 누나에게 듣자하니 소유도 여자관계가 나못지 않게(아니, 나 이상이다. 아마 대여섯명...) 문란하던데.

"소유라..."

소유에 대한 과거사가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면서 여러가지 사념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엉켜들었다.

그 환룡에 관한 이야기는 대충이나마 춘운(근래의 과거)과 유운(아득히 머나먼 과거)에게 들었다. 그것으로 알게 된 소유는 인간에게 호의적인 마수라는 것정도. 둘에게 들어서 그의 행동반경 같은 것은 예상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역시 확답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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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설렁설렁 보낸 방과후의 이사장실가는 지하식당로. 우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잠시 학교를 쉬었던 담임 선생님과 함께 이사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선생님의 부재 때 있었던 일도 가는 도중에 남김없이 설명했다. 그것을 설명한 뒤, 선생님은 잠시 고개를 까딱이며 생각하는가 싶더니.

쾅.

내 정수리에 정확하게 주먹을 내려쳤다.

"왜 멋대로 민간인을 끌어들인거야."

"그것은 우연이었는데요. 개미 발톱의 때만큼 커다란 우연."

커다란지는 모르겠지만 경홍을 끌어들인 것은 우연이다. 우연일 것이다. 설마하니 이번일도 유운이 언급했던 예언(육왕, 영왕, 여왕을 예언했던)에 관련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복잡한 생각을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아까까지 생각하고 있던 생각을 머릿속의 구석에 쳐박아뒀다.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런 것까지 꼬투리를 잡다간 불안해서 살지도 못 할 것이다.

나는 잡념을 털어버릴 겸해서 다른 질문을 선생님께 날렸다.

"그런데 선생님. '컬러나이츠'가 뭐에요? 그 때는 물어볼 상황이 아닌지라 묻지 못했거든요."

실제로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여하튼 선생님으로서는 말하기 힘든 일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은 의외로 망설임없이 술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후인계획의 너희 선배. 그리고 내 동기. 내 무기인 적룡창 같은 문신무구를 가진 사람은 전부 컬러나이츠지. 그러고보니 이걸로 성녀의 가신은 모조리 모인건가."

역시나 그런가. 컬러나이츠란 소릴 처음 들었을 때도 가장 먼저 연상된 것이 선생님이 갖고 있던 적룡창과 하여의 청접륜이었다. 아마도 춘운누나가 들고 있는 그 주황색 활도 문신무구 중 하나일 터. 춘운 누님에게 듣자하니 동기는 자신을 제외하고 전부 9명이라고 했으니 컬러나이츠는 총 열두 명.

선생님은 내 생각을 부정하는 것처럼 혼잣말로 내 생각을 부정했다.

"열 명 밖에 안되는 컬러나이츠를 모을 때가 된건가?"

얼굴이 굳는다. 그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나는 앞서 나가는 선생님의 등을 쳐다봤다.

내가 설마 덧셈을 실패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열명. 그것의 진의를 물을 요량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선..."

"선생님. 그럼 저도 컬러나이츠인가요? 이 청접륜이 저에게 있으니."

하지만 나의 질문은 하여의 질문에 가로막혀 무위로 돌아가버렸다.

그래도 뭐, 상관은 없으리라. 전대의 선배들 중 누구 둘이 죽었든,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실의 발목을 붙잡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지. 컬러나이츠란 것은 내가 갖고 있던 문신무구의 소유자를 지칭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능숙히 대답해낸 선생님은 어느샌가 도착한 이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평소처럼 거짓된 이사장실의 모습에서 공동으로 되돌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공동이었다. 나는 왜 그런지 의아했지만 이사장실 안에 있는 인간들을 보고는 깨달았다.

반이 다른 유운과 소화는 물론이고 이곳에 있을리가 없는 호지와 능파. 그리고 무고경주의 후인, 운이 집결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중심에 거대한 은빛 몸체를 똬리 틀고 앉아(맞나?)있는 소유가 고개를 크게 상하롤 움직이며 인사했다.

"잘왔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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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2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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