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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41화 (14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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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전세계 학생들의 2%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라면 절대로 좋아하지 않는 시험이 두번이나 지나고(정확히 기말고사는 어제 막 끝나고 성적표가 나온 날이다) 인생사가 마냥 귀찮아질 시기와 함께 자그마한 눈송이가 찾아왔다. 방학을 몇 주 앞둔 겨울날이란 소리다.

나는 교실 안에서 위로 따뜻한 숨을 후욱하고 뱉어냈다. 숨이 순식간에 흰 김으로 변하여 하늘에서 사라졌다.

인생은 허무하다. 공수레 공수거. 아아.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발버둥치는가. 어차피 얻는 것도 없이 사라질 것을.

이라고 중얼거리는 가녀린 중생을 옆에 둔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 그런 말을 이쪽에다가 해도 소용없는데."

가녀린 중생, 하여는 귀찮음이 한껏 담긴 나의 말에 반쯤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날. 아니, '우리'를 가리켰다.

"시끄럽다, 더러운 자식들! 너희들은 어떻게 성적이 그리 높은거야!? 우린 다 함께 지구의 위기를 지키려 열심히 수련했는데!"

하여의 외침에 우리{나, 슈, 우(는 화장실 갔지만), 경홍}는 뺨만을 긁었다.

지구의 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매일 이사장실에서 단련을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시험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냐고 하여는 묻는 것이다. 나는 일단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의 차이라고 말해두겠다.

나는 일단 광진이 있다. 광진은 몸뿐만이 아니라 뇌조차도 강화(위험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하는 술식. 공부에는 물론이고 시험 때 쓰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슈는 애초에 천재였다. 재능은 물론이고 자질도 있어서 공부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모르는 문제가 있더라도 그녀의 독문마법인 시간조종으로 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본다면 시험을 못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나 경홍은 가업을 이어야하니 과외정도는 했을테고.

"별 수 없잖아? 능력 탓인걸."

"크윽. 더러운 녀석들! 악마에게 혼을 판 것이 분명..."

하여는 반쯤 맛이 간 상태로 비명을 지르다가 뒤에서 자신을 붙잡는 요연을 보았다. 하여는 요연이 내미는 성적표를 보고는, 껴안았다.

"오오오! 역시 언니는 달라! 마음의 우상! 저런 배반자은 버리고 우리끼리 서로를 위안해요!"

요연은 자신의 배에 매달린 하여를 보고 슬며시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성적표를 근처에 있던 련택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성적표를 새로 꺼내 보였다.

우리들보다는 못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중상위권의 점수다. 하여는 요연의 허리춤을 붙잡은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런 하여를 내팽겨치고 요연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기댔다.

"미안하게도, 저도 이쪽입니다."

요연이 하여에게 여봐란듯이 련택과 엄지손가락을 교환하자 하여는 땅바닥을 치면서,

"캬아아앗! 이럴 수가, 믿었던 언니마저!!!!"

생각해보면 요연은 용이다. 공간계마법은 재능이 미달이라 조금만 배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두뇌가 있다.

머리가 나쁠 이유가 없다.

드르륵.

학교에서 애용하는 미닫이문이 옆으로 밀려나가면서 벽안으로 숨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끄는 그 소리에 시선을 주자, 그곳에는 외팔이의 학생이 한명 서 있었다.

"아, 다들 모여 있었군요. 다행입니다."

말의 마디마다 목적이 와서 왔다는 것이 훤히 눈에 보이는 그의 말투에 나는 언젠가 유운이 말했던 이야기가 기억났다.

빙룡 자비나타의 의뢰 일 것이다. 당시에는 예언이니 뭐니하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했었기 때문에 머리 한 켠에 처박아두고 잊었는데 방학이 다가오니까 부탁하는 것일 터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의 의뢰도 방학 때 했었고.

유운은 근처에 있는 의자 하나를 잡아서 멋대로 앉아버리고는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던... 아니, 이미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의뢰. 빙룡 자비나타의 의뢰입니다. 뭐, 요는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일단 그곳에 갈 인원이 정해졌습니다."

내가 예상대로 말을 진행시키는 유운을 보자 모두의 시선이 유운에게로 집중됬다. 유운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요, 슈, 요연, 능파, 호지, 소유 외 두명...이죠."

호지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소유 외 두명'이라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유는 솔직히 한국에 있으나마나인 녀석이기는 했다. 하지만 소유는 노마(老魔)들에게 단단히 미움을 산 상태. 듣자하니 자비나타도 고룡급인 듯 한데 가봤자 의미가 없을 터이다. 게다가 두명 더라니?

유운은 내 의문을 이해한 것인지 묻지도 않은 것을 술술 대답하기 시작했다.

"소유는 자진해서 가는 겁니다. '스스로의 죗값은 스스로가 갚아야 하는 것'..이라면서요."

소유도 그 때 자신이 했던 행동을 나름 반성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 자신만 아니었다면 지금에 와서 선생님이랑 마음놓고 붕가붕가를 즐길테니.

"나머지 두명이란 건.... 솔직히 저도 잘 모릅니다. 듣기로는 소유가 부른 지원군이라던데, 혹시 짚이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유운의 말에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다. 짚이는 것이 있기는 했으나 불가능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짐작하고 있는 사람, 마수는 둘. 아쥴과 광이다. 그 둘이라면 지원군이랍시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둘의 특성상 사막에는 절대로 갈 수 없다.

일단 아쥴은 해양생물이니 사막에서는 쥐약이고, 광은 목우사자. 즉, 나무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가기라도 하면 금방 마른 장작이 될 것이다. 게다가 사막이니 만큼 불꽃을 다룰 수 있는 놈들이 많을텐데 마른장작이 된 광이라면 한 대만 맞아도 사망이다.

"뭐... 자잘한 것은 소유가 설명한다고 했으니 따라 오십시오. 전부 올 필요는 없고 가는 사람만 데리고 오라더군요."

그 말에 외국으로 떠나게 될 우리는 남는 인원에게 작별을 고하고 교실밖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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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이미 하여들에게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는 우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요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가 이렇게까지 붙잡혀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까지 안온다는 것은 어지간히도 상황이 나쁘다는 이야기리라.

"잠시 얼굴이나 내비치고 갈까..."

시험지가 나온 날은 나가지 않는 것이 룰 이었지만 이미 습관이나 다름 없게 된 방과후 수련덕에 거부감없이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 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사장실로 걸어내려갔다.

식당으로 향하는 나무줄기의 복도를 걸어내려가던 우는 보고 말았다. 나무줄기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캐쥬얼 복장의 한 남자를. 방과후라고는 하지만 이 시간의 학생이라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매우 수상한 남자였다. 게다가... 마력도 느껴진다.

수상한 남자도 우의 마력을 읽었는지 뒤로 도약하면서 우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렸다.

"너... 뭐하는 놈이지?"

미묘하게 억양이 꼬여 있었지만 우도 잘 알고 있는 한국어였다. 그리고 우는 확신했다.

저녀석은 외국에서 쳐들어온 자객이라고.

"적한테 해줄 말은 없는데."

"쳇, 한국의 남자들은 전부 버릇이 없냐? 동방예의지국이란 명성은 개한테 줬냐?"

우의 어깨위로 하얀 옷이 걸쳐지고, 손등을 가리는 버클이 현현했다. 그것과 동시에 주위에 내뿜어지는 절세의 마력에 수상한 남자는 자세가 비틀거렸다.

우는 복서 같은 파이팅 포즈를 잡으면서,

"적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는 무력뿐이다."

"오냐. 어디, 실력 좀 보자고!"

수상한 남자와 백의의 우가 맞부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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