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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45화 (14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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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하늘은 검푸르다. 그 색은 마치 밤바다가 하늘에 비친 것만 같은 색이라서 종종 하늘은 바다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하늘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당연하겠지만 아무런 장비가 없는 인간으로는 넘을 수 없는 머리 위에 존재하는 것일 터이다. 지금도 분명 그러하다.

그렇다면 발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위에 서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모든 식물의 어머니, 땅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진리다. 인간은 애초에 땅을 밟고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내 시야에 들어오는 발 아래는 드넓은 창공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한숨인지 탄식인지 모를 어조로 말을 뱉어냈다.

"정말이지, 그녀석의 능력이 '멀리 있는 닭(먼치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었을 줄이야."

내가 지금 언급하고 있는 먼치킨의 선두주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삼왕 중 하나이며 최강의 왕인 영왕, 소유운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막을 가는 현재 우리가 탑승한 것은 그가 만들어준 '유령선'. 그것도 하늘을 부유하는 초특급 유령선이다. 그 자체로도 공격기능을 가졌고 성층권을 날고 있음에도 배안의 인간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이 배는 정말로 최강이 만든 물건이었다.

당시 우리가 재정상의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있을 무렵, 찾아온 유운은 자신이 처리해주겠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넘겨준 것이 이 유령선. 하지만 사용자와 멀리 떨어지면 지속시간이 길어지지 못하는 모양이라 공격용으로는 쓰지 못하고 이동용으로 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뭐 어떠랴. 왕복비가 굳었으니 다행이지.

처음에는 불법입국이 되니 조금 찔렸지만 여기에 정신조작계를 못 쓰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기계는 부숴버리고 사람의 머리를 조금 주물럭거리면 가벼운 범죄(불법입국에 무기반입이 결코 가벼운 범죄는 아니지만)는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후우.. 성층권이라 그런지 별이 많이 보이네."

나는 간혹 뼈(인골도 있다. 섬뜩해)로 장식된 배의 갑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작게 읊조렸다.

성층권이라 함은 구름보다 위의 대기층일 것이다. 매연과 섞인 구름보다도 위에 있으니 별이 잘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과학적으로 따지면 만사가 재미없다. 이런 것은 로맨틱하게 즐겨야 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갑판바닥과 창공을 가르는 난간에 매달렸다.

"우우우. 호지야, 어째서 이 애비맘을 몰라주니."

처음 올랐을 때는 하늘을 보며 넋이 나가 내가 안아줘도 별 반응이 없더니 정신을 차리자 부드럽게 날 밀쳐내고는 갑판 아래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야말로 절망했다. 딸 키워봤자 쓸모 없는 내 인생에 절망했어!

"아, 뭐하세요 투귀?"

술도 안 마셨는데 정신이 혼란스러운 찰나에 날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정신이 화들짝 깨버렸다.

날 투귀라 부를만한 사람은 이 배에서 두명뿐. 그 중에서 날 이리 공손히 부를 사람은 한명 밖에 없다.

"하나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저 드넓은 창공에 몸을 맡겨볼까해서."

"!?.. 그건 안돼요!"

"하하하, 농담이야. 설마 하나뿐인 목숨, 이런데 던질리가 없잖아."

내 목숨이 걸린 운명은 모조리 부순다. 설사 죽더라도 그것은 천수를 누린 다음이다. 쓰잘데기 없는 일로 몸을 헛되이 할 생각은 없다.

....물론 호지에 관한 일이 쓰잘데기 없는 일이란 것은 아니고.

나는 난간을 밀쳐내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도 돌아가 있어. 난 이만 슈와 약속이 있으니까. 좀 얻어맞을 약속이기는 하지만."

배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력 점검을 하자고 슈가 말했다. 그녀의 전력점검이라고 해봤자 그것은 대련. 상처는 금방 낫겠지만 아픈 것은 피할 수 없으리라.

하나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하세요."

"후후. 부모님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는 얼굴에 손바닥을 날린 아가씨에게 듣고 싶지는 않은걸?"

일본에서 비사문천왕의 충격파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쓰러지면서 순간적인 재치로 하나를 골려먹었다가 뺨을 얻어맞았다.

나는 그 당시의 일을 회상한 것인지 얼굴이 빨개지는 하나를 뒤로하며,

"일찍 자. 다음 날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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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천장이 없는 것도, 창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눈 앞에서 별빛이 아른 거리는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얼굴에서 화끈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이 이상하다. 정상적인 인간의 시선은 보통 앞을 향하기 마련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아래로 약간 향하는 정도가 보통이다. 하지만 내 시선은 도깨비불이 형광등을 대신하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바닥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뻗어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슈가 황급히 다가왔다.

"요, 괜찮아? 미안해. 설마 이렇게 쉽사리 날아갈 줄은..."

혼미한 정신속에서도 그녀의 말에 왜 이렇게 된건지 깨달았다.

슈와 했던 대련 약속 중에 얻어맞은 것이다. 나의 전투법이 가진 단점을 가르쳐주겠다길래 광진을 발동해서 덤볐다가 이리 된 것이다.

나는 억지로 멀쩡한 척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슈를 진정시켰다.

"괜찮아, 괜찮아. 이래뵈도 꽤 멀쩡해. 어찌되었든 그런 것보다, 어때? 내 힘."

마주 앉은 슈가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한숨을 내쉬면서 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정말 좋은 능력이야. 광진에 의한 신체능력의 상승은 두말할 것도 없고 부가능력으로 붙는 능력치가 굉장해. 예를 들자면 정화라던가."

"정화라면 일본의 무녀들이 쓰는?"

"...일본의 무녀들이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적인 의미에서라면 맞아."

정화는 존재했던 것을 없애는 소멸술식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소멸보다는 조금 더 고위의 술식이다.

이상을 없앤다는 결과로는 같지만 소멸은 대상의 완전한 파괴를 주고 정화는 어지럽혀졌던 것을 원상태로 되돌려놓는다. 예를 들자면 불타는 나무를 소멸시키면 둘 다 사라지지만 정화를 한다면 나무는 남는다(탄 상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소멸과는 격이 다른 것이다.

개인적으로 광진의 어디가 최고의 술식인지 의아해 왔었지만 그럭저럭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광진의 능력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사이에 슈가 우물거리면서 덧붙였다.

"그, 그런데 요가 조금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요는 광진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그, 요의 탓으로."

그것은 나도 짐작하고 있던 것이다. 슈나 요연이 가졌지만 내가 가지지 못 한 것.

슈가 단호하게 말했다.

"요는 싸움법이 부실해."

싸움법. 간단히 말하자면 무술이다. 슈나 요연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무술(요연의 무술은 정체불명이지만)이 있다.

슈에게는 복싱이, 요연에게는 검술이. 각자의 싸움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것은 없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설사 밀리더라도 그런 때를 대비해서 잔기술(연금술...)을 많이 연마해두었다.

하지만 슈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의 광진은 압도적인 신체능력의 향상을 부가해. 굉장한 능력이고,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요가 정말로 자신과 비슷한 급의 적과 싸우게 된다면 무술을 배웠고 안 배웠고의 차이는 굉장할 거야. 비유하자면..."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

"으, 응. 하, 하지만 딱히 요가 바보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을 생각해주는 것인지 횡설수설하는 슈는 무척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끌어안고 싶어졌다. 호지도 참 안아주고 싶은 아이였는데.

호지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미어지면서 과거의 찬란했던 나날이 스쳐지나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 그, 그렇게 슬펐... 미안해."

내가 갑자기 울자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는지 슈는 날 위로하려는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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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아이젠입니다.

이제 곧 개학이군요. 뭐, 비축분은 방학인 이번 달에 상당히 만들어두었으니 상관은 없지만, 역시나 괴롭습니다.

여하튼, 다음편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활동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편 자체가 주인공의 시점이 굉장히 극소하지만 말이지요.

참고로 말하자면 다음편에 나오는 사람은 sixth 스네이크에 이미 등장한 적이 있는 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름을 맞추어 보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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