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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49화 (14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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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이름이 서양식이라서 그런지 자비나타는 동양룡인 소유나 능파와는 다른, 소위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린처럼 긴 목에 투명한 비늘. 거대하다 못 해 비대한 몸체에 붙어 제 역할을 제대로 할지나 궁금한 날개. 그리고 빙룡이란 이름답게 얼음처럼 몸자체가 투명하다. 얼음의 용이란 의미로 빙룡이 아니라 얼음으로 만들어진 용.

용들의 자신감을 떠나서 자비나타가 왜 배척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요연은 차라리 인간과의 혼합이지만 무생물과의 혼합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늦었다. 분명 급하다고 했을텐데."

자비나타가 배를 깔고 누운체 우리에게 으르렁 거렸다. 소유는 우리의 앞에 나서면서 그를 마주하더니,

"이쪽은 이쪽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요. 그리고 유운에게 이쯤에 온다고 소식을 받았을텐데요. 균형을 맞출정도라면 조금 오래걸려도 된다고 한 것은 그쪽이었구요."

혼합된 존재이기는 하지만 고룡이라 그런걸까, 나로서는 난생 처음 소유의 존대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소유의 존대에도 자비나타는 으르렁 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앞발로 얼음바닥을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내려쳤다.

"사정이 달라졌단 말이다, 지금은!"

듣는 사람이 어질 해 질 정도로 커다란 목청에 우리는 모두 귀를 틀어막았다. 그 소리의 파동이 점점 멎어갈 쯤에 한쪽 눈으로 힐끗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정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느냐!? 적들이 어떤 무기를 손에 넣었고, 어떻게 행동하기로 정했는지 아느냔 말이다!"

"....무기? 행동?"

소유의 중얼거림과 같은 물음에 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려는 자비나타의 말을 가로챘다.

"라이칸스로프들과 뱀파이어들이 연합했겠지. 무기는 아마 탱크...혹은 전차 같은 강력화기일테고. 아니야?"

여길 오면서 각종 쇠판들이 타들어가 흩어진 잔해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자비나타가 쓰러트린 무구들. 자비나타를 적대하고 사람들에게서나 얻을 수 있는 그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뱀파이어와 라이칸스로프. 그들은 자비나타가 얻은 상처를 전부 치료하기 전에 연합하여 먼저 쓰러트리기로 공모 했을 것이다. 무기야 인간쪽에 잠입한 애들에게서 공수해오면 될테니 어려운 점은 무기의 조달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짐작이 정확했던 것인지 자비나타는 화내는 것도 잊고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으, 음. 그렇지. 정확하다. 여하튼 그런 이유다. 그러니 한시바삐 그들의 처리를 부탁하겠다. 그러면 의뢰대금은 지불하고 카타스트로피 대응은 생각해보지."

"뭐, 지금은 이걸로 만족하는..."

한숨 나오는 소유의 말에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아당겨 뒤로 넘겨버렸다. 갑작스럽게 잡아당긴 것이라 소유는 아무런 저항 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나를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소유의 양쪽 눈을 검지와 중지로 찔러버리고 발버둥치는 소유를 뒤로한체 자비나타의 앞으로 섰다.

저렇게 한심하게 대응할거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게다가 지금 내가 나서는 편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장할 예행연습도 될 터. 여러모로 귀중한 기회였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소유를 뒤로 뺀 것이 의아한 듯, 자비나타는 그렇게 물었다. 나는 얼굴에 장난스런 미소를 띄워보였다.

"물론. 지금까지 소유가 했던 말은 모조리 잊어. 개미 발톱의 때만큼도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지금부터는 내가 소유의 의사를 대변하지."

나의 당당한 말에 자비나타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겨우 인간주제에 자신의 앞에서 말을 제대로 한다는 것이 의외였던 것일까. 미안하지만 그 호기심은 내가 분노로 바꿀지도 모르겠다.

난 숨을 크게 빨아들여 폐를 가득 채웠다. 강한 압력이 날아올 것을 예상하고 대비한 나는 내 의사를 입에 담았다.

"당신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어. 아니,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모든 마수들은 이 선택지를 직면할테지."

나의 말에 자비나타뿐만이 아니라 내 동료들조차 의아한 얼굴을 했다. 당연하게도, 지금 이 행동은 지금 막 생각난 것. 상의 따위를 한 적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두개의 손가락을 자비나타의 앞에 펼쳐보였다.

"여기서 죽겠느냐, 아니면 나와 함께 카타스트로피를 작살내겠느냐. 그 두가지지."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내 어깨를 리토가 잡아챘다.

"너 미쳤어? 상대방은 고룡이야, 용종의 극점! 우리가 덤벼도 못 이긴단 말....."

리토는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다가 니블헤임에 버금가는 싸늘한 나의 눈초리에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내 말을 받은 자비나타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 섞인 감정은 의문과 가벼운 분노. 소유나 능파와 함께 있었던 탓인지 용들의 표정은 무난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자비나타는 얼음 같은 몸매와는 달리 건조하게 웃었다.

"후후후. 목숨은 소중히 해야지. 다만 대상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가 말하는 대상이 나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물러나면 재미가 없다.

"그래. 용들에게도 배척 당하는 목숨, 가늘더라도 길게 살아야하지 않겠어?"

"...농담은 거기까지다 꼬마. 적당히 입 다무는 것이 신상에 좋아."

그의 정신적 급소를 정확히 짚어낸 건지 자비나타는 차가운 이빨사이로 살기를 섞어 으르렁 거리는 음성을 내보냈다. 자비나타가 거주하는 방이 미세하게 떨기 시작했다. 그것을 휘이 둘러보고 그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이쪽이 할 소리다. 미안하지만 너의 위협은 전혀 무섭지 않아. 왜, 무력을 행사하고 싶어? 우리와 싸우고 싶다면 이쪽도 환영이야."

".....뒤의 소유나 기타등등의 마수를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건가?"

"착각도 유분수지. 나도 남자야. 이런 소리를 배경믿고 그럴 사람은 아니야."

...라고 말은 했지만 나는 내가 한 말을 코딱지보다도 더 가볍게, 그리고 여러번 뒤집을 수 있는 남자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한 말은 진실이었다.

자비나타는 상처를 입었고 만일 이 공간을 흡수해서 힘을 늘리더라도 이곳은 사막. 힘이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물론 이것들만으로는 자비나타를 쓰러트리기에 굉장히 부족하지만 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설사 멀쩡하더래도 일격에 보내버릴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일격이 일격이 아니'니 일회라고 하는 것이 옳으려나.

나는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배경을 믿을 필요는 없어. 나라면 널 상처없이 죽일 수 있으니까. 뭣하면 시험해볼래? 아, 걱정마. 네가 죽으면 재물은 좋은데 써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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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주말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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