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52화 (15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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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본 것. 해답편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밤에 달빛을 받아 몰아치는 눈보라는 운치가 있기 그지 없었다.

눈이기는 하지만 마력으로 만들어져 있어선지 전혀 차갑지 않기 때문에 나는 발코니에서 와인(의외로 소유가 허락했다)을 음미하면서 지금 나를 보면 내일 세계가 멸망하는 것이라 착각할정도로 구슬프게 울었다.

어쩌면 소유도 내 마음을 알고 와인을 넘겨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눈물을 흘리는채로 입꼬리를 말아올리면서 와인을 목구멍 뒤로 넘겼다. 전에 슈의 아버지에게 술을 (강제로)배웠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훌쩍. 호지야...."

지겨울정도로 딸의 이름을 입에 올린 나는 얼음으로 된 난간에 몸을 맡긴체 또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비나타와의 대면 뒤부터는 괜찮았다. 그 뒤에 방을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호지가 드디어 각방을 쓰자는 소리를 한 것이다. 애초에 부인은 아니었지만, 어린 자식은 부모님과 함께 자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소소한 기쁨조차 사라지다니.

"후후후, 운명은 순리인 것이지. 카타스트로피고 뭐고 죽어버릴까..."

남이 들으면 큰 일 날 소리를 하면서 다 마셔서 비어버린 와인잔을 발코니 밖으로 투포환처럼 던져버렸다.

애초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얼음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진 것은 구워먹든 삶아먹든 상관없다고 본인 스스로가 말했으니 상관없으리라.

나는 인생의 허무함을 몸과 마음으로 만끽하며 난간 밖을 바라보았다. 마치 나의 심란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눈보라의 세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정말로 죽어버릴까. 돌아가신 할아버님의 존안도 뵐 겸."

실제로는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것은 신경 쓸 것이 안됬다.

살만큼 살아온 노인처럼 한숨을 푹 내쉬며 밖을 바라볼 때,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잡아채며 날 난간과 떨어트려 놓았다. 순식간에 살해흉기로 옷자락이 지명 될 뻔한 감각에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으아아악!!!"

"꺄아앗!!"

꽈당. 꽈당.

가벼운 소리가 두 번. 나와 날 교살하려고 했던 몰상식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반투명한 얼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던 중에 뒷덜미를 놓친 것인지 자유로워진 것인지 뒤를 보며 누구인지 샅샅히 살펴보았다.

무릎아래까지 오는 파란색의 청치마에, 위는 흰색의 소매가 긴 옷. 남자애가 아닌가 싶을정도로 짧은 금발. 마치 사파이어인 것 같은 푸른 눈.

나의 애인후보 첫번째인 슈다. 그런데 어째서 슈가 날 죽이려한거지?

"....난 요 안 죽여."

살짝 팬티가 보일 것만 같은 자세로 슈는 치마를 누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난 조금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런 기색을 완전히 숨겨버리고 입을 열었다.

"나 아무말도 안했어."

"하지만 그런 생각은 했을 것 같아서."

"..."

왠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슈에게 손을 내밀었다. 슈는 그것을 보고 무엇을 상상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보는 사람이 더 부끄러운 몸짓으로 내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슈는 일어나자마자 대뜸,

"그, 잡은 건 말하지 않아도 알지?"

"뭐... 대충은."

아마 내가 죽어버린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난간에 기대고 있었으니 현실감도 충분했을 터. 슈를 탓할 마음은 없다.

슈는 내가 난간에 팔을 올려두며 하늘을 보자 슈도 따라 난간에 기댔다. 왠지 이렇게 둘이서 하늘을 보자니 내가 슈에게 고백 받았던 그 시간이 기억났다.

"요."

"으, 응?"

그 때의 키스를 생각할 때 당사자가 부르자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슈는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내가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해보이자 그녀는 내 행동에 대해서는 묵비했다. 슈는 손을 어깨높이로 들고 손바닥을 내쪽으로 보였다.

슈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따라 하라는 것일까 싶어서 나는 슈를 비추는 거울처럼 자세를 잡았다. 슈는 그대로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저기, 슈? 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나의 추궁하는 것 같은 말에도 슈는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당겨 봐."

당기면 슈는 그대로 내 품에 뛰어들게 된다. 슈는 나랑 소위 포옹이라 불리는 행위가 하고 싶은 것인가?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접었다.

품에 안는 것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솔직히 요연은 매일 같이 내 옆에서 잠드는데 이정도는 괜찮을 터. 능파나 호지(지금도 그럴지는 의심스럽지만)는 모르겠지만 요연이라면,

"별 수 없는 일이죠.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라며 넘어갈 것이다.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맞잡은 손을 끌어당겼다. 슈가 내 품으로 몸을 기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슈는 맞잡은 손을 아래로 당겼다. 얼떨결에 자세가 낮아졌다.

쪽.

가볍게 입술이 맞닿았다. 눈보라가 내리는 소리조차 그 순간에는 멎은 것처럼 입맞춤소리만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슈는 얼이 빠진 나를 살짝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종종걸음으로 도망쳤다.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부끄러운 얼굴로 혀를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이지... 저런 걸 어디서 배운거지?"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았지만 나는 슈가 어디서 그런 짓을 배운 것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성격상 슈의 아버지도 가능성이 있었지만 요즘은 영생의 패널티로 수면기에 들어가 있으니 패스. 남는 것은 우리학교의 여학생들 밖에 없다.

나와 슈는 우리학교의 공인커플이다(실제인지는 넘어가더라도). 여학우들은 슈의 짝이 되는 내가 심히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지만 슈가 좋다니 슈에게 이상한 지식을 집어넣고 있었다. 내가 루그로에게 죽을 뻔 했을 때까지 몰랐는데 그 이상한 지식을 주입한 사람 중 하나인 경홍이 동료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알게 됬다.

아마 방금 그것도 누군가에게 배웠을 가능성이 컸다.

"걱정해 주는 건가?"

슈가 둘만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용기를 내지는 않는다. 슈라면 내가 내가 죽겠다고 한 이유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테니.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슈가 저럴정도이니 다른 사람들도, 특히 요연이 걱정이 심하리라.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고 말았다.

"이제 원상태로 돌아가야지."

내일도 이런 상태였다간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슈와 요연의 전투대응도 늦어질 터. 빨리 울적한 기분을 날려버려야 했다.

그래, 호지가 날 조금 안보게 된 것쯤은...!

"아, 조금만 울고 가자."

다시 호지에 대해 생각하자 터져나오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잠시 발코니에서 쉬고 가기로 했다.

아, 슬픈 아버지의 본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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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있었던 겁니다.

앞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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