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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53화 (15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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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림

얼음으로 된 천장. 마치 네버랜드라도 온 것만 같은 주변의 기물들. 그리고 전신을 휘감는 미묘한 고양감.

눈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주변의 환경에 나는 평소보다도 훨씬 일찍 정신을 차리고 상반신을 세웠다. 아니, 세우려고 했으나 허리춤까지 어중간하게 지퍼를 잠근 침낭 덕분에 일어서지 못하고 옆으로 꼬꾸라졌다.

쿵.

"끄악. 젠장, 머리 아퍼."

머리부터 딱딱한 얼음바닥에 찧자 그나마 남아있던 졸음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 나는 부딫인 부분을 쓰다듬으면서 아침준비를 갖추기로 했다.

우사를 이용해 수분으로 대충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자 문밖에 누가 찾아온 것 같은 인기척이 났다.

"아, 요. 깼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만 같은 엷은 목소리.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슈 밖에 없다.

나는 몸통에 대충 걸려있는 옷가지들을 가지런히 하고 난 뒤, 얼음으로 된 문을 당겼다. 슈는 뭘하다 온 건지 한손에는 여러 종류의 가죽을 뜯어붙인 것만 같은 책을 한손에 들고 있었다. 내가 그것에 시선을 주자 슈는 부끄러운 듯이 등쪽으로 숨기면서,

"그게... 요연과 아침 대련을 하고 있었어. 요연을 상대할만한 건 나정도 밖에 없으니까."

그러고보니 요연은 어제 나와 함께 자지 않았다. 평소에는 같이 자지 못해서 안달이었는데 호지와 능파가 빠져나가자, 자신도 슈와 함께 자기로 한 것이다.

아마 부끄러운 것이리라. 요연은 굳건한 겉과 달리 의외로 속이 여린 편이니까. 자극에 약한 것은 슈와 비슷한 정도일테지.

나는 막 잠에 깼기 때문에 굳어있는 몸을 한손으로 적당히 주물러 풀었다. 슈는 그런 나를 보다가 빙글 돌면서 내 팔을 껴안았다. 갑자기 뭔가해서 내려다보니까 슈는 얼굴을 홍시마냥 붉힌체 고개를 숙이고 날 앞쪽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녀가 이끄는데로 따라가던 도중, 그녀의 표정 덕분에 나도 기억났다. 어젯밤에 슈가 했던 일을.

"아아아, 그, 요연은?"

덩달아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에 화제를 돌릴 요량으로 대충 나오는데로 말했다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어제 키스를 했던 여자아이다. 그런 아이 앞에서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꺼내다니.

하지만 슈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 없이. 아니, 오히려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그게 말이지... 요연이 의미가 없다면서 나 먼저 보낸거야."

"에에? 그럴리가."

슈는 강하다. 무지 강하다. 황룡의 힘을 가진 요연도 죽을 각오로 싸워야 이길 수 있는 존재다. 그것은 요연도, 능파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보고 의미가 없다니. 게다가 요연은 슈를 인정한 당사자가 아닌가?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깨달은 듯, 슈는 복잡한 심정을 담아 말했다.

"요연은 '검사로서의 경지'를 더 높이고 싶은거지 '전투능력'을 기르고 싶은 게 아니래. 그래서 혼자서 단련하고 있겠다나봐."

그건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슈는 강하지만 전형적인 마법사 스타일. 부가적인 능력으로 복싱도 익히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검사로서의 경지를 높이는데는 참고가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요연 자신의 능력도 강하니 그에 걸맞는 상대를 구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딱 한 명. 아니, 정확히는 둘이었지만 요연을 만족시킬만한 검사를 생각해냈다.

삼가 중 무(武)의 가문 수장, 유운천 아저씨와 아저씨의 제자이면서 교주의 호위이기도 한 백치지. 되도록이면 운천 아저씨가 좋겠지만 외국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아 시기가 안맞을테고 남은 사람은 치지뿐. 게다가 근래에 치지는 외국을 다녀오면서 실력도 많이 늘었을테니 '검사로서는' 요연과 붙어볼만 할지도 모른다.

"그럼 나중에 치지를 소개시켜주자. 아마 요연도 마음에 들어할거야."

"아, 확실히 그 사람이면... 하지만 쉽게 들어줄까?"

그것도 마음에 걸리는 바이긴 했지만 그녀도 무인이라면 강자와의 승부를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면 교주의 남자친구인 우를 꼬드겨서 부탁해보면 될테고.

조금 사악한 생각이 아닌가 싶었지만 뭐 어떠랴. 있는 것을 묵혀두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이런 때 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우리가 계속해서 목적지 없이 걸어가고 있을 때, 요연도 막 연습이 끝났는지 수건을 목에 두른체 우리 앞에 마주섰다. 그녀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아직 손에 들고 있는 주작검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리는 강력한 살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면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둘이서?"

그 말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슈는 내 팔에 엉겨붙은 뒤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것 덕분에 요연의 눈에 팔짱을 끼고 걷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우리는 황급히 떨어지면서 손을 저어 얼버무리자 요연은 한숨을 내쉬며 주작검을 내려 검갑에 꽂아넣었다.

"어제 말씀하신대로 모두들 모여있습니다. 아직 시간까지는 남아있지만... 지금 가실겁니까?"

"응. 일찍 가는 것이 좋겠지. 자비나타가 태클만 안 걸었으면 좋겠는데."

어젯밤에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같이 온 동료와 자비나타를 한곳에 모아두고 오늘 아침에 할 것들을 말한다고 했다. 사실상의 작전회의 같은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잘났어도 현실을 룰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데다가 사막 같은 처음보는 지형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리가 없다. 내가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겠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며 요연이나 소유처럼 경험이 많은 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요연의 뒤를 따라 자비나타가 있는 방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도착해 있는 일행들에게 적당히 인사하고 바닥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한명 없는 사람이 있다.

"능파. 호지는 아직도 자니?"

확실히 호지가 우리 집에서 가장 늦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렇게 예정에 늦는 아이는 아니다. 제멋대로지만 사소한 약속이라도 잊을 아이는 아니다.

능파는 살짝 내 쪽을 흘겨보았다가 고개를 돌리면서,

"몰라요."

무언가 내가 잘 못 한 것이 있는 것 같지만 우선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탁상시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것의 의미는 '시간'. 지금부터 내가 내놓을 제안은 시간이 가장 관건이야. 거부할 권리는 당연히 있고, 다른 의견의 제시도 가능하지. 이의 없지?"

모두가 차례로 끄덕이는 것을 본 나는 말을 이었다.

"오늘은 버린다. 이것은 누가 제안하건 간에 같아. 이의가 있을 것 같은 자비나타.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이 있겠지?"

"물론. 오늘을 버리는 이유는 아마 정찰이겠지. 안 그런가?"

정확한 그의 말에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비나타는 얼굴을 찌푸린 얼굴을 들이밀면서 말했다.

"의미가 없다. 그쪽 지리에 관한 정보는 이쪽이 전부 가지고 있어. 그런데에 시간을 날릴 필요는 없다. 게다가 너희가 오기 사흘전에는 대대적인 전투도 있었다. 언제 또 공격해올지 몰라. 만일 너희가 빠지면 난 그대로 사망이야."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긍정했다.

확실히 그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에 지나지 않다. 가만히 있어서는 될 것도 되지 않는다.

숨을 크게 들이켜 가슴을 든든히 하곤 이야기를 이었다.

"정보는 필요해. 네가 가진 것이라곤 저들이 있는 장소정도라 주변 지형의 관찰이 부족하거든. 하지만 확실히 네 말도 옳지. 그래서 팀을 둘로 나눌거야. 이견이 있는 사람?"

슈나 요연은 내 말에 긍정하는지 가만히 듣고만 있고 가장 기대한 능파도 별 의견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자비나타 또한 팀을 둘로 나눈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럼 수색조에 나, 슈, 요연, 리토가 간다. 이곳에는 소유, 능파, 호지, 하나가 남는다. 불만은 없나?"

침묵. 그것은 긍정을 의미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는 모두에게 각자의 준비를 마치고 오란 소리를 하고 능파에게 다가갔다. 빙룡성에 남는 조인 능파는 아무 것도 할 생각이 없는지 적당히 시간 때울 거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능파에게 다가가 팔뚝정도 길이의 짧은 단창을 능파에게 쥐어주었다.

"이걸 맡아둬. 식수공급에 필요할거야."

파란색의 단창이자 삼신기 중 하나인 우사는 주변의 수분을 끌어들일 수 있다. 애초에 먹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비나타가 식수를 가지고 있을리가 만무. 그렇기에 능파에게 쥐어준 것이다. 사막을 가는 우리가 물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걸어다니는 식수대, 리토가 있다.

능파는 우사를 받아들고 메마르게 인사했다.

"잘 다녀와요. 다치지는 말구요."

나는 능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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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평소보다 조금 길군요.

재밌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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