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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54화 (15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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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림

그렇게 모두의 준비가 끝나고 빙룡성을 나오자 몰아치던 눈보라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치 쇠창살처럼 내려꽂히는 빛의 창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날씨이니만큼 함께 나온 리토는 입으로 기관총처럼 불평을 쏟아냈어야 했지만 멀쩡하게. 아니, 오히려 저번과는 다르게 밝은 얼굴로 사막을 걷고 있었다. 그 이유를 같이 나온 요연이나 슈, 내가 모를리가 없었다.

리토는 내가 하나에게 준 천을 걸치고 있었다.

"너, 그건 언제 구해 온 거야?"

나의 사나운 물음에 급기야 콧노래까지 부르며 나들이가는 기분으로 차분히 걷고 있던 리토는 눈을 깜빡였다.

리토의 성격상 빌려달라고 애걸복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온 뒤로는 프라이드도 꺾인 것 같지만 그의 프라이드는 상당히 높다. 이런저런 불평을 말해도, 리토는 이를 악물고 버텨낼 것이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그렇다면 하나가 빌려준 것일텐데 그녀는 그런 것을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니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토가 순순히 받아들였을 것 같지는 않다.

리토는 천을 부채처럼 움직이면서 땀을 식히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가 빌려줬는데? 너희 같은 괴물들이랑 다니는데 필요할 거라고. 뭐, 애초에 방어구용이라고도 했으니까."

나는 리토의 말 속에 담겨 있는 하나의 계략을 눈치채고 감탄했다.

리토의 성격상 준다고 넙죽 받아들일 위인이 아니니 그럴 듯한 핑곗거리와 함께 넘겨준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프라이드도 한풀 꺾였으니 핑계의 소재도 아주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만 감탄하면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처럼 끝도 없는 사막만이 길게 뻗어 있었다. 그 광활한 사막에 점 하나를 찍어놓은 것처럼 만들어져 있는 천으로 된 움막들이 눈에 띄었다. 시야에 쉴만한 곳으로 보이는 곳이 보이자 나는 걸음속도를 높여 다가갔다.

터억.

옛날 철봉을 하면서 단단한 파이프 부분에 가슴이 찧었던 과거가 통각과 함께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면서 내 가슴팍을 가격한 것을 보았다.

요연의 팔이다. 아마도 내가 속도를 높였던 것 덕분에 충격이 컸던 것이리라.

"잠시만, 멈추십시오."

요연은 잠시 우리의 진로를 막아, 정지 시키더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슈 또한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요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포위... 당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저기에 있는 마을이 이상합니다. 요애는 보이지 않으시...군요."

그녀는 말하다가 내가 어깨를 으쓱하는 것을 보고는 적당히 말을 끝맺었다. 슈는 그녀의 바톤을 이어받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없어. 텅 비어버린 것 같아. 게다가 오아시스도 없어."

"그건... 확실히 이상하네."

나는 사막의 생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세계사 과목에서 대략적으로 배웠고, 여기 오기 전에 나 나름의 조사도 해보아서 그럭저럭 말할 수 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석재로 된 집 같은 것들이 언뜻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머무는 곳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그런 곳을 비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니, 몇 억분의 일정도 되는 가능성이 겹쳐 일어난다고 해도 오아시스가 없는 곳에 마을 자체가 들어설리가 없다. 애초에 저 마을은 존재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리토, 수맥 같은 거 찾아볼 수 있어?"

저렇게 대놓고 이상한 곳이니 가까이 가는 것은 오히려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아보이지만 만약이란 것이 있다.

리토는 머릴 긁적이면서,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될까 모르겠다만... 일단은 해보지."

리토는 품안에서 초록빛으로 빛나는 청동의 솥과 기이한 룬이 새겨진 사파이어를 일곱 개나 꺼내들었다. 리토는 청동솥의 주변에 육망성이 되도록 사파이어를 놓은 다음, 마지막 남은 사파이어를 손으로 으깨서 솥안에 던져넣었다.

뭘 할 생각인지도, 무엇 때문에 저렇게 한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만 보석을 저렇게 날려버리다니. 저번에 하나가 들이민 돈봉투를 받아둘 걸이라며 후회했다.

"오너라! 29군단의 지배하는 공작, 42번의 악마 베파(vepar)!"

당 대의 대마법사, 솔로몬이 사역했다는 일흔 두 마신 중 하나인 베파. 인어의 모습을 가진 그 마신은 물을 다루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물을 다루는 저 마신이라면 수맥정도는 간단히 찾아낼 터. 마신의 능력은 사용자의 힘에 비례하는 것 같지만 사파이어를 일곱개나 쓴 것인데 성과가 안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솥에서 뱀처럼 꿈틀거리며 흘러나온 연기가 변신해 갖춘 베파는 이미 리토가 명령할 것을 알고 있는지 황색으로 빛나는 모래에 스스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반응이 온 것인지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던 리토가 눈을 떴다.

"...... 어라? 수맥 없는데. 전혀. 네버(never). 물이 있었던 흔적조차 없어."

"없어? 그럴리가..."

내가 자비나타에게 듣기론 이 근처에 마을은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만 몇 십년을 살았다고 했으니 확실할 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물을 조달해 올 곳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것은 금보다 물이 귀한 사막에 마을이 생길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옛날에 버려진 마을이라 해도 흔적조차 없다면 답은 마찬가지.

그런 기괴한 상황에서도 존재하는 마을을 바라보았다가 요연과 슈를 돌아봤다. 그녀들은 내가 아닌 그 이상한 마을을 보고 있었다.

"요연, 슈.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난 이런쪽으로는 경험이 없으니까. 그것은 리토도 마찬가지 일테고."

나야 일년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이었고 리토는 전형적인 마법사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가능성은 있었지만 일본은 경제대국이다. 그것은 국토가 상당히 발달했다는 뜻으로 이런 극한의 지역에서 수색해 본 경험은 전무하다 보아도 될 것이다.

리토도 내 말에는 부정하지 않는 듯, 입을 다물고 그녀들이 말하는 것을 기다렸다.

"으음... 가보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해. 여차하면 요와 함께 탈출시킬 능력은 있고,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니까."

"저도 슈의 말에 동의합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름 조사는 해보겠지만 겉보기로는 거의 안전하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딱히 별 일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이코매트리를 가진 슈와 황룡의 힘을 가진 요연이 입을 모아 진입을 요청했다. 나는 설마 그 둘의 힘조차 찾지 못하는 이상은 없을 거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진입하도록 하자. 대신,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후퇴. 알겠지?"

"알겠습니다."

"응."

내 말에 명랑하게 대답하는 둘의 양기를 만끽하며 소외된 남자의 '내 의견은?'이란 물음의 음지는 완전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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