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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그 첫번째.
나는 볼을 긁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자, 우리도 뒤쫓자."
"뭐어!? 자동차에 비견가는 저 속도를?"
리토가 한손으로 금갑신장들이 달려나가는 곳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어느정도인건가 싶어서 그곳을 보았을 때는 나마저도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일단 엄폐물 용으로 우리를 가리고 있던 모래언덕은 대포알이라고 맞은 것처럼 무너져 있었고 그들이 발을 한번 내딛을 때마다 미세하게 지축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미 그들의 모습은 벌써 점이 되어가고 있다.
강하다는 것은 이것을 준 유운에게 들었지만 설마 달리는 것만으로 이정도의 여파를 남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나라의 신령 비스무리 한 것에 속하는 금갑신장. 그것들이 달리면서 내놓는 마력은 강대하기 짝이 없어 마력이 없는 자조차도 보지 않을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자그마한 소형 망원경을 눈에다가 가져간 다음에 서서히 발을 옮겨 금갑신장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무작정 걸어나갔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리토가 열을 올렸지만 하나가 나를 따라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리토도 한숨을 내쉬며 나를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어엇!"
"뭐야, 적들이 여기로 오는거냐!?"
리토는 황급히 자신의 전투장비들을 꺼내어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그런 리토에게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금갑신장이 라이칸스로프들과 격돌했어."
담담한 내 목소리에 리토는 화를 내기보다는 눈에 마력을 집중해 시야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내가 보는 것을 본 리토는 입술을 핥으면서,
"괴, 괴물이잖아!?"
"애초에 인간이 아닌걸."
나는 그의 경악에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지금 금갑신장들은 라이칸스로프들의 기지 지척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니 당연하게도 경비를 서고 있던 라이칸스로프들과 조우. 교전했다. 그리고, 라이칸스로프들은 마치 수수깡처럼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총탄들이 날아들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 조그마한 물건으로 금갑신장의 갑옷을 꿰뚫기는 역부족이었고 라이칸스로프들의 육체능력도 퇴마(頹魔)에 특화한 금갑신장의 공격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단 한번의 도끼질에 서너명의 적들이 무너지고, 전투 지휘용 깃발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총탄들은 무용으로 돌아간다.
아까까지 사이가 나빴던 것은 거짓말처럼 화려한 연계기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비나타에게서 얻은 정보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탱크 같은 강력화기다. 지금이야 딱총 같은 것들 뿐이라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화염방사기 같은 중화기류가 나오는 순간부터는 조금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걸어가면서 그들의 모습을 살폈던 탓인지 서서히 금갑신장들의 우렁찬 기합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랴아앗!!"
금장군의 도끼가 수직으로 내려꽂히면서 라이칸스로프 병사 하나를 이등분하자 주변의 병사들은 그틈을 놓치지 않고 금장군의 목에 총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금장군은 거대한 몸집과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몸을 낮추며 도끼를 풍차처럼 휘둘러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하반신과 상반신으로 나누어 버렸다. 하지만 한 병사는 몸이 아닌 무기만이 잘려나간 상태. 그는 늑대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손톱으로 금장군의 허리를 노려 찔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휘이익!
어디선가 날아온 천이 금장군을 공격하려던 병사를 묶고 저 멀리로 던져버린다. 갑장군이 가지고 있던 깃발의 천이다.
금장군은 재차 다가오는 적들을 도끼로 베어나가면서,
"느리군! 좀 더 빠르게 휘둘렀어야지!"
"시끄럽다! 적들을 베어내지 못 하는 것은 갑가가 약한 탓!"
둘은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의 뒤에 있는 적으로 각자의 무기로 부숴버리면서 적들에게 자신들
의 연계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쉬운 것은 여기까지일 것이다.
투웅!
바위산에서 튀어나온 탱크가 끼릭끼릭하는 규칙적인 기계음을 내면서 이동, 금갑신장을 향해 공격한 것이다. 아직 금갑신장의 곁에는 라이칸스로프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공격한 것이 의외였는지 금갑신장들의 반응이 조금 늦었다.
콰과과광!!!
거대한 폭음에 걸맞는 거대한 모래바람이 일면서 금갑신장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 하지만, 그 둘을 불러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직,
"으랴아아아아아아!!!"
무너지지 않는다.
번쩍! 쩌저저저저정.
모래바람이 일순간 걷히면서 사막의 태양빛을 넘어서는 섬광이 일대를 휩쓸기 시작한다. 라이칸스로프는 물론이고 상당히 거리가 있는 전차까지 휩쓸어버린 그 섬광은 금장군의 무기인 도끼가 부메랑처럼 날아다닌 것.
전차를 일거에 양단 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그 도끼는 망설임없이 허공을 부유하면서 주변을 서서히 몰살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끼는 얼마 가지 못 해 금장군의 손으로 돌아왔다. 대포알을 맞았을 때 온전히 받아낸 것이 아닌 듯 어깨가 견갑(어깨를 감싸는 갑옷)과 함께 빈 캔처럼 우그러져 있었다.
타격을 모조리 버텨낸 것이 아닌 것이리라. 게다가 오른쪽 어깨를 당한 것이라 오른손잡이인 금장군으로서는 전투력 감소를 피할 수 없을 터.
"내가 나서는 수 밖에 없나."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망원경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가볍게 몸을 풀면서 서서히 마력을 태동시켰다. 내 마력의 근본인 광진이 일식부터 사식까지 천천히 상승해갔다.
피부 위로 솟아오르는 스파크를 본 하나는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곤,
"투귀님, 설마...?"
"응. 난생처음으로 필살기를 써볼까해서."
유운을 지키는 최강의 장수 셋 중 둘이(나머지 하나는 안 보였다) 극찬했던(자신들도 만드는데 일조 했으니) 내 최종병기. 이것이라면 이만한 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
"...필살기?"
하나가 되물을 쯤 리토도 내가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깨달은 듯, 날 바라보곤 눈을 크게 떴다. 일본에서 리토도 보았으니 피부 위로 드러나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리라.
"너 또 뭔짓거릴 하려고?"
이제는 위험이고 자시고 간에 뭘 할지가 더 궁금한지 말리는 기색도 없이 묻는 리토를 보며 나는 살짝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짓."
양손을 자연스럽게 펼쳤다. 전신의 스파크가 팔을 타고 내려가 손안으로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통증이 유발되었다.
본디 광진의 통증은 사용이 끝나면 일어나는 것. 그런데 통증은 지금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 참을 수 있다. 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쓴 후의 광진과 함께 되돌아오는 패널티.
나는 애써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회복마법... 최대출력으로 준비해."
카아아아아아아!!!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내가 밟고 있는 바닥에서부터 폭풍 같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커다란 마력이 움직이는 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인위적인 바람.
부산물만으로도 이만한 위력이라니, 점점 더 기대되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영창에 들어갔다.
"너희가 누구냐, 왕을 지키는 절세의 포좌이다!!"
그것은 살고자하는 강력한 바램이 섞인 주문.
"왕이 강할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너희가 있기 때문이니!"
그것은 나의 의지.
"내 앞 길을 막는 모든 것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신뢰.
"그렇기에 왕의 길은, 고독할 수가 없느니!"
그것은 나의 현재.
펼쳐진 양손이 주먹을 쥐면서 마주쳤다.
"섬멸하라."
섬멸 될 것이다.
"징벌포좌(懲罰砲座)."
담담한 영창의 끝 마무리와 함께 뒤에서 솟아오른 강렬한 뇌전은 시야뿐만이 아니라 모든 소리를 좀 먹고 라이칸스로프들의 영역까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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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