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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64화 (16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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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자신에게서부터 아빠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릴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차분히 되돌아보면 아빠가 쏟는 사랑은 양딸에게 하는 것치고는 너무나도 과한 면이 있었다. 아빠는 머리가 좋은 분이니까, 자신의 그런 행동도 비정상적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랑에 자신은 뺨을 때리는 것으로 답했다.

아빠는 상처 받았다. 때리고 난 뒤에. 아니, 때리는 순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호지는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움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호지는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있던 금삼비녀를 빼들어 지팡이의 형태로 변형시켰다. 세개의 비녀는 마치 꽈배기처럼 얽히면서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적이라 칭하는 자들이 나타났을 때는 오히려 기뻤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으론 자신의 마음에 위안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의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받아왔던 사랑에 대한 최대한의 보답이 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피가 덕지덕지 묻어 빛을 잃었지만 부드러움마저 잃지는 않은 머리카락을 가볍게 털어내며 자신의 피와 뱀파이어들의 피가 섞인 것들을 털어냈다.

옛날. 아빠의 누나이며, 나의 고모였던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에게만 주는 증표라면서 기묘하게 생긴 단검을 준 적이 있었다.

고모는,

"난 요의 옆에 있어선 안돼. 그러니까 네가 요의 곁에 있어주렴. 지금 요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너니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순수하게 기뻤다. 그렇기에 고모를 바라보는 눈빛이 변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감사하고 있었다.

자신의 죄를 전부 씻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티끌 같은 죄라도 씻어내기 위해서, 자신은 싸우면 되는 것이다.

"후우우우......"

호지는 폐부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켰다. 아침까지만 해도 온도가 없는 바람이었건만 자비나타가 적이란 것을 드러냈기 때문인지 공기는 살을 애는 것처럼 차가웠다.

옴팔로스가 케이슨의 몸뚱이를 들어올렸다.

"케이스으은!!! 이것이 어찌된거냐!? 분명 육왕을 잡을 수 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나!!!"

"저도 모릅니다. 분명히 공간이동계의 마법은 전부 차단해두었으니 반드시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말을 끌면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케이슨에게 옴팔로스가 주먹을 내지르려 했지만 소의 하반신, 인간의 상반신을 가진 3미터의 푸른 거인이 자신의 키와 비슷한 길이의 철퇴로 그의 주먹을 가로 막아섰다.

옴팔로스가 눈을 부라리면서,

"프리아가.... 지금 이 상황이 어찌된 일인지 모르는거냐!?"

"쓸데없이 소리지르지 마라. 불패가 개입 했을지도 모르는 일에 열을 올려봤자 무의미하다."

프리아가의 입에서 불패란 단어가 떠오르자 옴팔로스는 답지 않게 침음성을 흘리면서 케이슨을 놓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불패란 단어는 만능의 언어에 해당했다.

케이슨은 갑옷을 툭툭 털어내면서 말했다.

"그래도 방책 따위는 있습니다. 주변에 도망칠 것을 대비해서 많은 양의 '레플리카'들의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죽이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그것은 다음 방책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지요."

"오오, 과연 케이슨!"

아까 공격하려던 것은 이미 잊은 것인지 옴팔로스는 환호했다. 그런 둘을 내버려두고 프리아가 발굽을 따그닥 거리면서 호지가 있는 것으로 걸어왔다. 호지는 예상외로 강력하게 내리는 압력에 혀를 찼다.

"이 아이는 살려둘 가치가 없겠지?"

"그건 네 생각이고."

호지와 프리아가를 가로막듯, 백발을 찰랑거리는 꼬마아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 꼬마아이는 호지도 익히 알고 있는 아이였다.

"능파...? 어째서 남은거야!?"

"신경 쓰지 말아요. 엄마가 생각하는 것쯤은 이미 다 짐작하고 있었거든요."

정확히는 호지가 기묘한 단검을 꺼내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지만 그런 것을 쓸데없이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프리아가가 '어쩔까?'라는 눈빛으로 케이슨을 바라보았지만 케이슨은 싱긋 웃으며 프리아가를 뒤로 불러들였다. 케이슨의 생각은 짐작도 못 하고 있는 프리아가였지만 그는 케이슨을 믿고 뒤로 물러났다.

케이슨이 대뜸 호지와 능파를 향해 말했다.

"자궁을 만드는 일족, 장시상천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모종의 이유로 멸망된.. 그 일족 말입니다."

"...? 그게 뭐 어쨌는데."

능파는 최근 들어 많이 듣는 단어라고 생각하면서 가시 돋친 말투로 대답했다. 케이슨은 섬뜩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 우리가 한 겁니다."

"어쩌라는..... 설마?"

저것들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넘아가려던 도중,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어서 되물었다. 하지만 케이슨은 능파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튕기며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동지여'."

능파가 뒤돌아 호지를 바라보았다. 능파의 눈은 멍청하게 풀어져, 아까까지의 단호한 의지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호지는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 하고 능파가 내뿜는 괴기스런 눈빛에 뒷걸음질 쳤다.

케이슨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자궁이란 것은 애초에 방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보육원 같은 느낌이랄까? 보육원에 군대를 막아낼 방법 따위는 없지요."

한마디로 장시상천 일족을 습격해서 자궁만을 도려낸 다음 그곳에 담긴 마수들에게 세뇌 같은 것을 부여했다는 소리였다.

"미친...! 어떻게 같은 마수로서 그럴 수가 있지?"

호지는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같은 종족은 아닐지라도 마수들은 전부 이성을 가진 지성체였다. 두뇌의 능력에 따라 조금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서로 대화를 할만한 수준은 된다. 그런 자들을 태어나기도 전에 저런 꼴로 만들어놓다니.

케이슨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호지에게 대답했다.

"전 마수가 아니라서요. 그렇다고 인간도 아니지요. 세상 만사를 지키는 도덕은 저에게 있어서 넘어야할 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짧은 갈색머리카락을 쓸어올리더니,

"그리고, 잡담은 여기까집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능파가 손만을 용처럼 뒤바꾸어 호지에게 달려들었다. 호지는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용수(龍手)를 맞받아치지 못 하고 그저 막아낼 뿐이었다.

호지는 자신에게 각오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적이라면 친인이라도 죽일 수 있다고, 능파에게 전해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무에 대수냐고, 그렇게 대답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 와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각오가 부족했다. 그저 아빠의 딸로서 전장에 섰을 뿐, '반드시'라는 감정을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장난스럽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적들을, 아군을, 아빠를 우롱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능파의 손이 차츰 눈 앞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호지는 체념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이미 잃어버린 것. 그녀는 환영을 뿌리치며 눈을 감았다. 아니,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쉬이잇, 카가가각!!

불길하게 빛나는 초록색의 창이 옆에서 벽을 뚫고 능파의 손을 가로 막았던 탓이었다. 죽음을 각오했던 호지조차 눈을 깜빡이며 그것을 바라볼 때, 창이 시퍼렇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강력한 전류를 내보냈다.

파지지지직! 털썩.

완벽하게 능파를 겨냥한 전류는 능파의 몸을 허물어뜨려 호지를 구해냈다. 호지는 물론이고 팔대간부의 시선도 창이 날아온 곳을 향했다.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마상돌격에나 쓸법한 랜스에 무슨 고무호스처럼 달린 길쭉한 선.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은 강철로 된 거대한 소녀와, 붉은 코트를 입은 남자. 그 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둘 중 붉은 코트의 남자가 냅다 달려오더니 외쳤다.

"아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왕의 용안을 영접하는 이 때, 이 순간!! 최고로다! 아아, 오늘 이 만남은 운명지어진 것!"

뭔가 이 남자는.

모두의 얼굴에는 그런 표정만이 한가득이었다. 그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육왕을 지키는 세개의 검 중 세번째. 단심검주 우르카가 드디어 폐하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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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이젠입니다.

오늘은 일요일이군요. 본디 이번편을 올리는 날이 아닙니다(평소에 올리긴 했지만 그것은 서비스 차원).

하지만 이렇게 올리는 이유는 다음주에 제가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못 올릴 것 같다~ 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 올리는 것은 아니고... 머무는 곳에 PC방이 있다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요.

그런 그렇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부분.... 공습편은 상당히 괴로운 편입니다.

(내용상에서) 상황이 상황이라 표현하기가 힘들거든요. 스네이크도 현재 2파트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구요,

여하튼, 열심히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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