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173화 (17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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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호지가 여왕이 되기 위해 떠나버리고 소유가 찾아왔을 때는, 어째서인지 유운이 유령선대(한 두 개가 아니라 수십채다)를 이끌고 온 상태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안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유령선에 올랐다.

우리가 타고 왔을 무렵의 유령선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유령선 안의 공동 같은 곳에 날 눕힌 요연은 대뜸 내 옆에 붙어 있는 챠이를 손가락질 했다.

"저것이 단심검주 입니까?"

언뜻 들으면 살의와 적의가 마블 된 것 같은 느낌의 어투에 나는 대답하지 못 하고 우물거렸다. 챠이는 요연을 바라보다가 바닥에 늘어뜨린 내 손을 잡고는 볼에 부비적거렸다.

이 행동이 챠이만의 애정표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남자가 남자에게 하는 것이니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

파직, 파지지직.

얼음이 부서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얼어붙으면서 얼음으로 된 아름다운 지팡이를 토해냈다. 허공에서 발현된 지팡이를 잡은 슈는 귀엽고 깜찍(?)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차가운 살의만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아마 슈는 챠이와 생사결을 펼쳐야만 할 것이다. 그 원인이 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상황을 막아야한다.

질투에 몸과 마음을 맡긴 슈의 손을 황급히 잡았다. 슈는 내쪽으로 시선을 떨구더니 자신의 표정이 날카롭다는 것을 눈치채고 양손으로 볼을 문질렀다.

"너무 그러지마. 아, 그러고보니."

"요, 아직 몸도 안좋은데..."

"맞습니다 아직 쉬셔야.."

잊고 있던 것이 기억난 나는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슈와 요연이 당황해서는 내 어깨를 붙잡아 다시 눕히려고 했다.

쪽. 쪽.

그 틈을 타 둘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춰주자 둘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입술로 손을 가져갔다.

"아...!"

이윽고 가벼운 탄성을 입에 담은 둘을 보면서 나는 슬쩍 웃었다.

"이래야 형평성이 맞겠지? 호지에게도 내가 직접해주었으니까."

호지가 떠나갔다는 것은 이야기했다. 여왕에 관한 것도, 팔대간부에 관한 것들도. 하지만 이 키스에 대해서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웠지만 말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날 극진히 간호하는 요연과 슈 뒤에서 이쪽을 향해서 기묘한 눈빛을 띄우고 있는 능파를 보곤 생각을 바꿨다.

호지를 좋아하고 있는 능파라면 두사람을 약올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피했던 화제를 입에 올릴 녀석이다. 차라리 이쪽이 먼저 지뢰를 밟아주는 것이 낫다.

"헤헤헤."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내게 안기는 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어깨의 옆에선 요연이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런 행복한 상황에서도 나는 조금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의 이유는, 호지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나 진짜로 한 여자로는 만족 못 하게 되는 거 아닐까...?"

문득 뇌리에 솟아오른 생각에 나는 불규칙한 웃음을 띄웠다.

"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 혼잣말에 의문을 띄우고 올려다본 슈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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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파는 사랑의 기운이 넘쳐나는 곳에서 등을 돌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 공책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할아버지가 아는 것을 적어뒀던 쪽지의 내용을 빠르게 적어나갔다. 능파의 손이 '가면' 항목에 다다르자 잠시 멈칫했다.

"열번째 가면..."

능파는 짧게 읊조리면서 우르카가 했던 말을 회상했다.

가면은 총 열개. 하지만 카타스트로피가 가지고 있던 것은 아홉개. 현재 우리가 네개를 보유, 우르카가 다섯개를 가져왔으니 하나가 남는다. 그 의문의 대답은 우르카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 했다.

"'가면'은 본디 도깨비 일족의 '감투'를 보고 흉내낸 것입니다. 하지만 감투를 쓰게 되면 거추장스러워서 가면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엄마가 집에 돌아올 때쯤에는 열번째 가면도 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도 줄어들 터. 그러면 할아버지가 힘들어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계속해서 알아낸 것을 적어가던 중, 뒤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는 사랑의 아우라를 느낀 능파는 불쾌한 눈빛을 그쪽으로 쏘아보냈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능파는 홱하고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의 시선을 피했다.

"어쩌지...."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이런 반응을 눈치채게 할만큼 어수룩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신의 고민은 스스로가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케이슨의 세뇌로 머리가 조종 당했을 때, 할아버지는 자신을 구해주었다. 겨우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댄 것에 불과하지만 광진의 부가기능인 정화가 발동, 세뇌를 해제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해제는 해제인데, 세뇌뿐만이 아니라 자궁의 마음도 한꺼번에 해제해 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그렇다고 저번처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친한 친구를 보는 수준의 감정 밖에 남지 않았다) 능파의 가슴속에서는 할아버지를 향해 확실하게 '사랑'의 감정이 싹 틔우고 있었다.

"왕자님을 보고 반한 시골처녀도 아니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죽을 것을 각오하고 뛰어들었으니(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안 반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저 연애전선에 끼어들었다간, 일단 기본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끓어오르는 감성이 멈추질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엄마도 어디로 가버렸으니 시기도 좋다.

"아이 참. 할아버지는 왜..."

'그리 멋지셔서'라고 말하려던 능파는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기계인형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앤트로아. 기계장치의 대마법사의 후예라고도 할 수 있는 기계인형이다. 후대는 공간계(아마도 할아버지의 누님의 스승님이었겠지만)에 맡긴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누님은 이쪽의 사정을 아는지 이쪽으로 보낸 것이다.

앤트로아가 입을 열었다.

"소녀, 말하지 않을 것입니까?"

기계음 섞인 말에 능파는 혀를 찼다.

진정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아를 가진 기계라서인지 사람의 마음도 읽어낼 수 있는듯 했다.

"시끄러워.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마음을 감추었다간 크게 후회합니다."

"글쎄 시끄럽데두. 나는 내 식데로 할아버지에게 접근할거야. 굳이 저 연애전선에 끼어들 생각은 없어."

위험도가 있다는 것은 깨닫고 있지만 그런 것으로 물러날 자신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자신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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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날이라 조금 이른 시간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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