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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78화 (17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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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과연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마수라서일까, 힘을 잃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가볍게 간파하는 점이나(애초에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위엄은 약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감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정정한 그녀의 힘에 슬쩍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광진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본 주제를 입에 올리자 그녀는 어이가 없는지 기묘한 탄성을 질렀다.

"하아~? 광진? 미안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조언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내가 아는 것은 지식뿐이니까."

아마도 내가 수련도중에 막힌 것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그렇게 말하는 아쥴에게 나는 손을 저으며(보이지는 않겠지만 습관적으로) 부정했다.

"아니요, 광진은 요즘 많이 성장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확실히 광진은 그야말로 빛이 나아가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막에서의 위기로 한계를 넘어서는 광진 육식을 발동한 것이 시초가 된 것인지 광진 사식을 완성하고 나서는 지지부진하던 광진의 실력을 단번에 오식까지 완성시킨 것이다. 게다가 광진에 담겨있는 '무언가'도 발견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을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이유로 그렇게 대답한 나는 본론을 덧붙였다.

"광진의 역사라고나 할까요. 능력에 대해서는 아마도 사용자인 제가 더 잘 알테니 그쪽은 됬습니다. 역사나 전대 사용자. 그것에 대해서 가르쳐주세요."

"역사나 전대 사용자? 글쎄, 알고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잠시 생각 좀 해보자...."

별로 없다면서 알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은지 오랫동안 시간을 끌며 생각한 아쥴은 짝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네 가면 가지고 있냐?"

내 가면이라면 육왕의 가면을 말하는 것이리라.

내가 가슴팍에서 꺼낸 황금색으로 된 그 가면은 왕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수수한 무늬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 가면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되물었다.

"이게 뭐요?"

"그거 뭘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아, 그렇죠."

마수들이 직접 목숨과 육체를 바쳐서 만든 지고의 보물이라는 것쯤은 대충 들었다. 원전이 도깨비들의 감투라는 것도 들었고.

내 대답에 오호하고 감탄한 그녀는 물었다.

"그럼 그 마수에 대해서는 아나?"

뭔가 화제에서 많이 뒤틀린 것 같았지만 일단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가면에 관련된 마수에 대해서는 들은 기억이 없다. 지금까지 가면은 주인이 사용하면 굉장한 힘을 쥐어주고 주인이 아닌자가 사용하면 폭주시키는 기이한 보구라고만 생각했었다. 마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수화기 속에서 아쥴이 키득거렸다.

"사실, 나도 잘은 몰라."

"엑."

대뜸 이야기를 꺼내놓고 자신도 모른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살짝 열이 뻗쳤다.

이건 마치 '너 나 아니? 난 너 모르는데'하고 말하는 것과 다를바 없지 않은가? 이것은 정신적인 폭력이다.

내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가면의 마수가 광진의 창시자라는 것은 알지."

"광진의 창시자...?"

"그래. 하지만 사용자는 아니었다고 해."

창시자인데 사용자는 아니다. 뭔가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지는 않았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광진은 간단히 말해서 '강력한 마수가 인간을 위해 만든 술식'이야. 나도 전해 들은 거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튼 그렇지. 그것에 대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

잠시 숨을 고르는 것 같던 아쥴은 말을 이었다.

"옛날, 구소가 젊었던 시절에 너희가 말하는 고대문명보다도 수만년은 과거로 되감아야만 갈 수 있는 그때. 한 귀족집 아가씨가 살고 있었지. 하지만 그녀는 정략결혼으로 어느 남자의 아이를 낳고 이냥저냥 살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날, 그 여자는 가면의 마수와 사랑에 빠진거야. 아, 당시에는 마수와 인간이 서로를 인지하고 쿵짝쿵짝거리던 시대였거든."

수만년이나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니. 새로운 역사적 발견이다.

"여하튼 그랬어. 그렇게 서로를 비밀리에 만나던 둘은 결국 들켜버린거야. 남편에게 말이지. 하지만 이 남편이란 남자는 마음이 굉장히 넓었어. 아니, 애초에 정략결혼을 반대하던 남자랬던가? 어쨌든 그랬어. 그래서 그 둘의 사이를 인정했지. 하지만 일단 귀족가문 간의 결합이니까 이혼 같은 것은 할 수 없으니 그 셋만의 비밀이 되었지."

뭐랄까, 중간쯤에는 집안이 파탄나서 도망쳤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려는 줄 알았는데 중간부터 이야기가 요상하게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귀족가문의 세력이 정치적인 음모로 인해 완전히 몰락하고 모조리 즉석에서 목을 베이게 되었지. 그 마수는 개입할지 하지 않을지 갈등했어. 아, 그게 당시에는 인간사이의 일에 타종족이 끼어들지 않는다는 법칙이 있었다나? 여하튼 그랬지. 하지만 그 마수는 참지 못 하고 부부와 아들. 그렇게 세명을 구해냈어. 하지만 둘은 도망치던 도중에 힘을 다해서 죽어버리게 되지."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딱히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는터라 계속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마수는 이 아이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 하는 일념으로 그 아이를 키우게 되는데 그 때 그 아이를 위해 만든 비술이 바로 광진이야. 그리고 그 아이는 첫번째 광진의 사용자가 되지."

나보다 선배인 사람이 그렇게 비참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니 왠지 내 앞날을 예견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그녀는 내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덧붙였다.

"내가 알고 있는건 방금 말했던 것 하고 '광진의 첫번째 사용자가 죽은 후, 광진의 생성법을 적은 비술서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것 밖에 없어."

나는 잠시 입을 벌리고 천장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을 때는 기대했다. 그리고 단순히 듣는 자로서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처음에 거창하게 늘어놓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란 소리다.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일단 '광진의 생성법을 적은 비술서의 행방' 부분은 확실히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였다. 조금 비약이 심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케이슨이 언젠가 그 비술서를 손에 넣었을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 정보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 더 강하고 밀도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나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아쥴이 수화기 속에서 말했다.

"그럼 영왕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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