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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80화 (18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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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뛰어가는 능파를 따라 들어간 산채는 생각외로 상당히 작았다.

평범한 집의 반정도 넓이 밖에 안되는 작은 공간에 나무 판자를 세워서 만든 허름한 집. 벽에 울긋불긋한 색이 초라함을 막고 있기는 했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전부 '대충 만들다 만 집'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집에서 장사가 되려나 싶은 생각을 가슴에 품고 문을 열어 들어가자 안에는 '수십명의 남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물건들을 이리 나르고, 저리 나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기이하다. 밖에서는 분명히 16평 남짓의 판잣집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무슨 성당의 세배는 될 것 같은 넓이다.

나는 효과적인 유운의 손님 몰이 방법에 감탄했다.

이러한 밖과 안의 구분이라면 누구라도 유운을 높은 도인이라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증명 따위는 지금 상황이 해주고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이쪽을 향했다. 언뜻 살기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시선에 능파가 내 앞을 막아섰다.

"어이, 왕 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멍청이. 왕은 안에 있잖아?"

"왕이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아? 우리의 왕말고."

"폐하아!!! 손님이 왔습니다~~!"

살의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숙덕거림을 발판으로 소리를 지르며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그 남자는 밖으로 나와서 우리에게 손짓했다.

"따라오쇼."

검은 양복차림과는 어울리지 않게 껄렁껄렁한 그의 분위기에 살짝 이물감을 느끼면서 그를 뒤 따랐다.

의외로 안은 괜찮게 나무복도가 길게 깔려 있었고 벽은 창호지가 발린 문들로 덧 붙어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안의 끝까지 따라간 나와 능파는 어떤 방에 도착했다. 우릴 안내한 남자는 휘적휘적 팔자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가자 어느샌가 유운이 우리의 앞에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등장한 유운이 싱긋 웃어보였다.

"어인 일로 이곳에? 점이라도 쳐드릴까요? 요라면 특별히 무료로 해줄 수 있는데. 아,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 옆의 아가씨가 원하는 궁합정도라면...."

"가볍게 해봐."

즉답하는 능파를 안아올리면서 나는 바닥에 앉았다. 다리 위에 능파를 앉히고 난 뒤, 유운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어."

"무엇을?"

국내의 유령들을 총괄하는 괴물이니 나와 아쥴의 대화를 들었을텐데도 시치미를 떼는 유운을 노려보았다. 그는 슬쩍 어깨를 으쓱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뒤에서 노인 하나와 중년에 가까운 청년이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예복을 입고 나타났다.

유운은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제 우측에. 그러니까 당신의 기준으로는 좌측에 있는 노인이 마종. 제 좌측에 있는 남자가 검제. 혈루를 포함해서 제가 다룰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들이자 가장 강력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검제와 마종은 첫 광진 사용자와 아는 사이이니 꽤 도움이 되겠지요."

"...땡큐."

왠지 어렸을 적에 많이 느껴본 감각을 무시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날린 나는 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강자 특유의 오만함이 담긴 눈빛이었지만 그것이 버릇 없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만함을 받칠 강함을 가지고 있다는 뜻.

최강이란 이름이 무색할 것만 같은 그들이, 나를 향해 먼저 말을 꺼냈다.

"호오? 이녀석이 그 뇌공(雷公)의 후예란 말이지?"

"안돼. 육왕은 뇌공의 발끝에도 못 미쳐. 인품은 물론이고, 실력도. 머리 회전은 나을지 몰라도 그녀석에게는 안돼. 후예란 말도 아깝지. 애초에 수련으로 얻은 능력도 아니라고 영감."

다짜고짜 악담을 퍼붓는 그들을 향해 능파가 으르렁 거렸지만 나는 손을 뻗어 그녀를 제지했다. 불만스런 눈초리로 날 올려다보는 능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잠시 진정되는 능파에게서 시선을 그들로 돌렸다. 그들은 여전히 악의 없는 악담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진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는 것이 있는지요?"

"물론이지. 오식까지는 어떻게든 알고 있어. 하지만, 육식은 몰라. 우린 그 전에 죽었거든."

죽은 것조차 자랑인 것처럼 웃으면서 검제는 덧붙였다.

"불사에게 말이야. 우리 군대가 한방 맞고 삽시간에 증발해버렸지. 나는 피했지만 다음 번에는 이쪽도 싹쓸이."

그가 의도한대로, 능파와 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검제는 키키키하고 경박스럽게 웃으면서,

"후회는 없어. 왕에게는 혈루가 있었고, 불사와 싸우기 위해서 뇌공과 용공(龍公)이 전력을 모으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겼고 말이지. 아, 너희들이 원하는 건 광진이지?"

의외의 사실을 들어버려 충격에 휩싸였지만 검제의 물음에는 제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항상 느껴왔던 이 기분. 그것은 존재적인 압박감이었다. 그걸 항상 누나에게 받아왔던 나로서는 누나가 누구에게 죽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압력을 내뿜는 그들이 한방에 죽었단다.

그것이 불사의 실력. 점점 더 생존확률이 떨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광진에 대해서 그녀석이 설명한 게 있었는데.... 뭐랬더라? ....'살계'. 맞아, '살계'다. 근데 그게 뭐였지?"

자신이 말해놓고 정체를 모르는 검제를 한 손으로 구석에 밀어버리고는 우리를 마주보는 방향에 마종이 앉으면서 검제의 이야기를 넘겨 받았다.

"내 기억하기로는 광진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세가지 있다고 들었다. 첫번째는 마력의 총량, 살계, 상상력. 그 중 살계는...."

살계의 의미는 몰랐지만 그 단어의 앞과 뒤에 있는 단어의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력량은 내가 항상 겪어보았고 항상 늘리려고 애쓰는 것이고, 상상력은 혈문신의 형을 밖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다른 두가지가 가진 특성을 생각해보면 살계가 가진 능력은 분명히 그것일 것이다.

나는 입을 열려는 마종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몸을 다루는 것.""

마종은 호오하고 나를 내려다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랑스러움에 슬며시 웃었다.

생각해보면 광진은 밸런스가 상당히 좋았다. 다른 무기에 광진의 힘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몸은 완벽히 강화시킨다. 그것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마력의 총량(일전에 마력량은 그저 강력함을 위해서라고 했었지만 절대는 아니다)을, 무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공격에 다양성을 주기 위한 상상력. 그리고 그것들을 얽어 최고의 상태로 꺼내놓을 살계.

마종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퉁겼다.

"넌, 이미 살계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고 있었군? 아마.... 사막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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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등장했습니다!

설정상 불패, 불사를 제외해서 최강이라고 설정된 뒤로 계속 약화시킨 캐릭터, 마종과 검제!

개인적으로 저 둘은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요. 등장은 적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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