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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자
한국의 공습. 솔직히 그 말의 진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는 되물었다.
"공습이라... 하늘에서 미사일이라도 투하하는건가?"
"비꼬는거냐. 진짜가 뭔지 모르지는 않을텐데."
리바이어던의 말대로 정말로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머리를 싸매는 것 밖에 나에게 가능한 행동은 없었다.
리바이어던이 말한 '공습'. 그것은 지금까지 날 죽이기 위해 보냈던 자객 같은 자잘한(자잘한 일은 아니었지만) 것이 아닌, 간단히 말해서 '전쟁'이다. 그것은 아마도 지금처럼 암흑에 숨겨올 수 만한 성질의 전쟁이 아니라 현실마저 서든데스처럼 잠식하는 강렬한 기류가 될 것이다.
사막에서 그 기괴한 괴물 싸울 때부터 이런 상황도 올 것이라 짐작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가까운 시기 일 줄은 짐작 못 했다.
그렇기에 농담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는데 리바이어던이 저렇게 말하자 도리어 할말이 없어진 것이다.
잠자코 있던 유운이 내가 요조숙녀처럼 조용하게 입을 다문 틈을 타 입을 열었다.
"카타스트로피의 전력은 예상외... 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레플리카란 것들을 합쳐도, 그들의 전력은 미미한 수준일텐데요."
유운의 언질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 전력은 카타스트로피에 그리 꿇리는 전력은 아니었다. 팔대간부 아래에 있는 병사와 레플리카들은 유운의 유령들이 전부 도맡아서 처리한다고 치면 남는 것은 팔대간부와 불사정도. 하지만 팔대간부는 나와 여왕인 호지, 내 검들과 컬러나이츠들이 나서면 어렵지 않을 것이고, 불사는 누님이 있다. 불사의 힘이 굉장하다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누님이 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전력만 따지면 카타스트로피와 동점. 하지만 여기에 세계에 흩어진 치우회의 마수들을 한데 모으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저번의 자비나타처럼 먼저 포섭된다면 위험하겠지만....
리바이어던이 혀를 찼다.
"사막에 보냈던 레플리카는 실험기에 불과해. 가장 약한 것들이란 말이야. 아마 무(武)에 조금 소질만 있는 인간이라면 어렵게 처리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 돌격해올 레플리카들은 저번보다 업그레이드 됬어. 게다가 숫자만해도 '수천만'. 얕볼 수준은 아니지 않나?"
리바이어던의 지적에 유운은 물론이고 나도 괴롭게 숨을 토해냈다.
강화된 것은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허수아비나 다름 없는 레플리카들의 압도적인 수다.
백만대군이란 소리는 들어봤지만 수천만의 대군이 우리나라에 공습을 감행한다. 이것은 매스컴을 막는 수준으로 감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라 치더라도 유운이 현계시킬 수 있는 유령의 수도 한도는 있을 터. 수천만이란 숫자를 혼자서 감당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일반인에게도 피해가 갈 것은 당연지사.
나무껍질처럼 거무죽죽하게 변해가는 우리의 표정에 리바이어던은 악동처럼 키득거렸다. 아쥴이 옆으로 다가와서 리바이어던의 머리통을 축구선수처럼 걷어찼다.
퍽. 절그럭. 절그럭.
외모와 다르게 터지는 위력적인 발차기에 리바이어던은 쇠사슬을 절그럭 거리면서 괴로워 했다. 그런 그를 향해 능파가 불쑥 말했다.
"레플리칸지 뭔지, 우리에게 의미는 없어요. 애초에 '들키지 않고 처리한다'는 전제를 바꾸면 그만이니까요."
나로서는 그다지 수긍하고 싶은 제안은 아니었지만 그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은 내 이성이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국내에 엄청난 지지도를 가진 이 시대의 메시아(구세주), 신소누가 있다. 그녀가 가지는 인지도라면 일반인들의 피해는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괴물들이 등장함으로서 나타나는 혼란도 메시아인 그녀가 끌어들이면 오히려 득이 될 가능성도 있다.
리바이어던은 딱히 부정하는 기색도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 전제를 바꾼다면 그리 되겠지."
너무나도 순순히 수긍하는 리바이어던을 지그시 바라보자 그는 슬며시 덧붙였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드!"
나.
"라!"
유운.
"군!... 근데 이거 꼭 해야되는건가요?"
분위기상 어쨌든 했는데라며 덧붙이는 능파. 나는 능파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리바이어던의 머리통을 걷어차버렸다. 농담(설마 진짜로 드라군이 출동할리가...)을 날린 리바이어던이 장난스럽게 고개를 휘청거렸다.
요즘 마수들도 게임을 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장난이다, 장난. 하지만 드라군 이상의 조력이 레플리카들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 강화된 레플리카들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녀석이 뜬다면 정말로 전세는 뒤집힌다. 황룡의 후예가 모든 힘을 개방하더래도."
우리가 박자를 맞추어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자 리바이어던은 마치 큰 사실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짐짓 헛기침을 해보이고는 말했다.
"유다. 그가 나설거다."
유다. 먼 옛날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 중 하나로 통칭 '배반자 유다'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그를 십자가 위로 올려보내는 것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바로 그. 하지만 그건 약 2000년 전의 일이다. 챠이처럼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유다는 전투와 관련된 설화는 전혀 가지지 않으니 그리 강하지는 않을 터.
그러한 내 생각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유롭던 유운이 누가봐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도 안돼. 유다가 누군지는 알고 그런 소릴 하는겁니까?"
"마인, 마수 사냥꾼 유다. 너희가 찾는 삼검주 중 첫번째의 가장 강력한 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뿐인데?"
마인, 마수 사냥꾼. 마법사 중 상위에 도달한 인간(대표적으로는 리토. 하군 아저씨는 애초에 실력을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슈는 정점에 있으니까)과 마수의 실력차를 생각해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리바이어던은 '삼검주 중 첫번째 검'이라고도 말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삼검주 중 내 곁에 있는 것은 둘. 챠이와 요연이다. 즉, 첫번째 검도 내 아군이란 소리다. 그런 자가 적으로 등장한다고 리바이어던이 말하니 유운이라도 당황할 수 밖에.
나는 개인적으로 놀라진 않았다. 최근에 자비나타의 낚시에 월척이 된 적이 있었던지라 본 적도 없는 유다의 배신은 그리 놀랄 소재는 못 됬다.
능파도 별 감흥이 없는지 흐응하고 재미없다는 콧소리를 냈지만 유운의 외침에 금새 내 뒤로 숨어버렸다.
"그렇게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을 할 때가 아닙니다! 유다는.... 칠흑검주는 팔대간부 전원을 상대하고 쓰러트릴 수 있을 수준의 강자. 레플리카들이 없다면 모를까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거 사기 아니야? 기껏해야 인간이었을텐데."
팔대간부 전원은 챠이 정도, 혹은 그 이상미만의 실력이었을 터.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유다 한명에게 당한다고?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네요."
능파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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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습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여러모로 이번편은 기대하고 있는 편이에요. 작가로서.
뭐랄까, 공습편은 이 광진 연대기(가제. 일단 이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전부 광진을 사용할 줄 아는 점에서)의 일종의 반환점이 되니까요.
변화의 시기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저처럼 무능한 사람이 쓰고 있다는 것이죠. 잘 쓰는 사람에게 대필 시킬 수 있다면 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안해주겠지만.
여하튼 작가로서 이 공습편 이후부터는 주인공의 간지(?)를 자주 보일 수 있도록 행동할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광진 연대기의 두번째 타자인 sixth 스네이크(이하 스네이크)를 보던 중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 얘네들 약하다.'
그래서 한명 한명 비교해봤습니다. 일단 비슷한 배역이리라고 생각되는 녀석들끼리.
육아일기vs스네이크
고요 vs 주공선 (무승부.... 랄까, 주인공이 동귀어진 각오하고 6식을 쓰면)
능파 vs 소율 (율의 승. 솔직히 능파는 전투 능력이 거의 없죠.)
요연 vs 야카 이아 (요연 승.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챠이 vs 콜케 (챠이 승. 이하동문)
유다 vs 게발티 (유다 승.이하동문)
그리고 쭈우우우욱~ 육아일기 승. 물론 스네이크의 소누나 우가 뜨면 조금 뒤집히겠지만 역시나 육아일기의 압승이지요.
그런데, 설정상으로는 스네이크의 적이 더 강합니다.
물론 불사 같은 괴물딱지가 있는 것은 아닌데 육아일기에는 불패라는 대적자도 있으니까.
여튼, 재밌게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