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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198화 (19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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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촤라라라락!

기괴한 형태로 뻗어나가는 칼날이 수십에 달하는 레플리카들을 꼬치처럼 꿰어버리곤 외팔이 사내의 하나 밖에 없는 팔의 손잡이로 돌아온다.

기묘한 검의 주인, 유운이 손잡이의 끝부분으로 턱을 긁었다. 하여나 다른 누구처럼 무도의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생각하지 못할 버릇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인과는 태생부터가 거리가 먼, '왕족'. 그런 것에 전혀 꺼리낌이 없다.

유운은 레플리카들이 없는 건물 틈세로 들어갔다.

"빨리 못 오나?"

유운이 슬쩍 뒤로 시선을 주면서 그렇게 말하자 뒤에서 헉헉거리던 남녀는 질렸다는 얼굴로 유운을 쏘아봤다.

"이쪽은 너희처럼 괴물이 아니거든? 아니, 지금의 너도 도망치고 있는 중이잖아?"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캐쥬얼차림의 남자, 리토가 그렇게 비꼬았다. 뒤의 하나가 어깨를 잡으면서 말렸지만 영왕으로서의 전력이 레플리카들을 섬멸하느라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지 리토는 계속해서 심한 말을 이어나갔다.

"잘나신 한국의 마법사님도, 이런 상황에서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이겠지."

리토의 말에 유운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오른팔에 들린 검으로 눈 앞의 적을 베어냈다. 하지만 죽였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떨쳐냈다고 하는 수준의 상황이었다.

사실, 영왕의 힘은 무한에 필적하는 '인간'들을 소환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강력해보이는 능력이지만 그것에는 크나 큰 약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그것 밖에 없는 것'이다. 영왕에게 주어진 능력은 단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과거 영령들의 소환. 그외의 능력은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그나마 지금은 창고 구석에서 가져온 쓸만한 물건 덕분에 버티고는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기 때문에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하지. 하지만 더이상 그렇게 예의 없이 지껄였다간 네놈의 머리통에 칼끝이 향할거다."

"... 당신, 정말로 관련없는 자들에게는 차갑군."

리토는 간간히 유운과 요들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의 유운은 살갑다 못해 무슨 종노릇을 하고 있는 것 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리토에게는 어느쪽이 본 모습인지 헷갈릴 것이다.

"뭐, 그거야 그렇다고 칠까. 내가 정말로 화가 나는 것은 다른 거니까."

유운의 경고를 듣지 못하기라도 한 것처럼 리토는 유운에게로 손가락을 뻗었다.

"본 실력을 감추고 도망이나 다니지 말고, 싸워주지? 너희나라잖아?"

".... 눈썰미가 좋군."

"이래뵈도 일본 제일의 기재니까."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리토를 보며 하나가 난처한 얼굴로 볼을 긁는다.

리토가 일본 제일의 기재이기는 하지만, 요즘들어 그녀는 요라던가, 마수들이라던가, 지금 습격당하는 상황을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에 저런 자랑이 전혀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다.

유운은 적이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너의 말은 사실이다. 힘을 숨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되도록이면 쓰지 않을 생각이다. 자칫 잘못 써서 죽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죽는 것의 대상이 유운 스스로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나라의 누군가가 죽더라도?"

리토의 짧은 반문에 유운은 실소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건, 내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야."

"너무하는군. 그래도 같은 인간인데."

리토가 말 버릇이 없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인정은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잔혹한 마법사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동양에서만큼은 유교사상 덕분에 여타 지역에 비해 잔혹하다고 할만한 부분은 적었다.

유운은 혀를 찼다.

"무르다. 그러다간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없어. 무른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은 운이 있는 자만이다. 운이 있었다면... 나도 왼팔이 있었을테지."

그의 왼팔은 스스로가 오만 했고, 물렀기에 떨어져 나간 것. 그 때가 되서야, 가신의 하나를 잃을 뻔해서야 유운은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사뭇 심각한 분위기로 유운이 침묵하자 리토는 흥이 깨진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런 침묵의 순간에 유운의 귀에 있는 통신기가 치지직, 하고 기묘한 소리를 토해냈다.

"음?"

유운의 되묻는 것 같은 단순한 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통신기에서 비통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있지? 대답...!]

통신사정이 나쁜 것은 아닐텐데도, 들리는 소리는 너무나도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그러짐도 서서히 잦아들자 곧 확실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도와줘! 학교 옆의 빵집에서, 머리를 다쳐서..!]

뚝.

유운이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통신이 끊어져버렸다. 통신기를 툭툭 손으로 건드리던 유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옆의 빵집이면... 소화네 집이잖아. 이거 참, 가뜩이나 미움 샀는데 사람이 죽으면 끝장이겠군."

소화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빵집의 근처에서 여럿 사건이 발생(요연과의 만남, 루그로 습격등)했던 전투의 요지(?)로 그런 사건들로 인해 요즘 사정이 안좋아지고 있었다. 유운이 유령들을 강제로 현계시켜서 어떻게든 충당하고는 있지만... 먹는 사람은 전부 유운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애정이 들어가도 그렇지, 한계는 있다.

"여기서 가만히 있어봤자 별 일 없을테니 우리는 학교 쪽으로 간다. 불만은?"

"없..."

"있다."

하나의 말을 잘라먹으며 리토는 당당하게 유운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의견의 반목이라 유운은 분노보다는 호기심이 솟았다.

"어째서지?"

"당연하잖아. 보아하니 아는 사이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함정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의 너는 끝장이지 않아?"

"그럴테지."

일말의 부정도 없는 긍정에 리토는 도리어 고개를 갸웃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이미 적들의 전력은 조사해 두었어. 놈들에게 그럴만한 지능을 가진 것은 유다뿐. 허나 그런 힘을 가진 유다는 네사람이 전력으로 시간을 벌어주고 있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적은 아닐거다. 아마 통신기를 보급받지 못한 비주류 마수가 통신에 끼어들어서 보낸 신호겠지."

여전히 탐탁치 못한 듯, 리토가 반문한다.

"조사가 빗나 갈 수도 있지 않아?"

"없다."

단호한 부정.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가 조사 했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힘, 유령들에 대한 믿음. 그것은 '왕'이 '신하'에게 보내는 믿음과도 같은 것이다.

부하를 신뢰하지 못하는 왕은, 버려지는 법이다.

유운이 등을 보이면서 건물의 틈세로 빠져나왔다.

"잔소리 말고 따라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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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을 전부 전투로 돌린 유운은, 솔직히 무기 없이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의 증명 되었습니다~!

관심은 없었겠지만서도.

솔직히 재미없는 편이었을테지만, 주역이자 재미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의 등장은 조금 늦어질 예정이오니 조금만 참아주시길.

재미와는 다르게 필요한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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