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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어둑어둑해진 하늘의 아래, 아직 레플리카들의 발길이 닿지 못한 학교의 결계가 남아 있는 거리에서는 두 남녀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두 남녀가가 아니라 한 소녀가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그저 난처한 얼굴로 소녀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따라오지마. 난... 더이상 이런일에 연관되고 싶지 않아...!"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외치는 소녀, 린은 그렇게 말했다.
이사장실 패밀리 중 하나이며, 루그로가 요연에게 처참하게 갈라졌을 무렵 떠나갔던 아이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날의 참상이 머리에 말뚝처럼 깊숙히 박혀있었다.
이린은 기본적으로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아이다. 허울뿐이기는 하지만 후인계획으로 인해 초빙된 그녀는 이사장실 패밀리에 들어올 때까지만해도 기뻐했었다.
일반인들은 넘볼 수 없는 마법. 누구라도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그런 조직인 것을 알아버렸다. 구역질이 났다. 정상적인 개념이 박혀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사장실 패밀리와 모든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린이 자신의 앞에 있는 남학생에게 감정을 담아 외쳤다.
"넌 무섭지 않니? 사람을 죽였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무리 죽이려 했다고는 해도 어떻게 그런...."
"요가 들었다면 배가 불렀다고 말했을거야."
린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남학생, 세현은 요라면 어떻게 대답했을지를 입에 올리면서 그 특유의 난처한 미소를 입가에 지어올렸다.
세현은 현재 린을 스토킹(애석하게도 진실이다. 들키지는 않았고, 먼저 세현이 말을 걸었다.)하고 있었다. 그것은 요가 부탁한 일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린의 설득이다.
유운에게 듣자하니 린은 마지막 남은 예언의 대상이자 가면의 소유자, 소누의 가신 중 하나인 '천리안'이었다. 예언에 정식으로 나온 대상이라면 그녀의 힘은 막대할 터. 요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군으로 돌려놓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모두 들은 세현은 속으로 쓰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들은 지금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인외의 적들과 싸우고 있어. 네가 문제 삼는 것은 살인이...."
"그러면? 인간이 아니면 저런 괴물을 살해하는 것은 괜찮아? 그럴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내버려 둘 거야? 눈 앞에서 인간이 죽더라도?"
"그, 건..."
대답하지 못 한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세현은 가슴 속에서 시커멓고 사악한 것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또한 살인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괴물이라 하더래도 남을 살해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린처럼 융통성이 없지는 않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감정적으로는 분명히 린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성은 확실하게 요가 옳다고 말하고 있었다.
"살해를 좋아하라는 것도, 요들을 좋아하라는 것도 아니야. 아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많을 거야. 하지만 그렇기에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 지금 이런 시기는 너무 급한 감도 없는 건 아니지만...."
린이 침묵한다.
거리에는 유운이 방송국, 정부, 국회등에 손을 써서 발표한 피난령으로 인해 사람들은 집안이나 건물로 대피해서 아무도 없다.
덕분에 거리는 더더욱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어간다.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보수적인 얼굴로 린이 세현을 쏘아보지만, 정작 세현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린이 되물었다.
"넌... 상관없어? 친구가 살인자라는데?"
"거짓말으로라도 전혀..라곤 말하지 못 하겠네. 하지만 이해 할 수 있어."
"어째서...?"
린의 반문에 세현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지켜내기 위해서', 세현은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는 순간.
"비켜...!"
세현이 린에게 뛰어들어 그녀의 어깨를 밀친다. 그리고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현의 얼굴에서 피가 솟아오른다.
레플리카. 소유가 걸어둔 봉인을 깨고 그것들이 공세를 시작해 온 것이다. 눈 앞에서 공격 당하는 세현의 모습에 린은 지금까지 봉인한체 쓰는 것을 거부했던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마법이자 초능력은 '탐지와 간섭'.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전파를 잡아챈 린이 정신을 바로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듣고 있지? 대답해!"
린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변을 확인한다. 근처에 빵집 하나가 보였다.
"도와줘! 학교 옆의 빵집에서, 머리를 다쳐서..!"
그녀는 정돈되지 않은 이야기를 멋대로 입에 올린다. 사람이 눈 앞에서 자신을 지키느라 쓰러졌는데 정상적인 언변을 발휘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행동할 수 있는 건 전에 루그로의 죽음을 보았던 이유가 컸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하던 것도 잠시, 세현을 날려보냈던 레플리카의 손톱이 자신을 겨냥하고 날아오는 모습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서걱.
레플리카의 몸이 갑자기 나타난 빛의 실선에 의해 양분되면서 바닥에 허물어졌다. 두동강나버린 시신의 뒤에는 눈을 감은 흰정장차림의 여성, 백치지가 금호도를 들고 굳건히 서 있었다.
"늦지는 않았나."
"도, 도와줘."
린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마치 앵무새처럼 그 말만을 반복했다. 도와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됬다.
차라리 그의 설득에 제대로 응해서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런 솔직한 린의 마음이 전달되기라도 한 것처럼, 치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기 위해 온 겁니다."
그녀는 적당히 대답하며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얼굴을 하얀 소매로 적당히 닦아냈다. 순백의 처녀를 더럽히는 것처럼 붉은 것은 빠르게 그녀의 소매를 타고 올라갔다.
상처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지 더이상 보이지 않는 핏방울들을 보며 얼굴을 둘러보던 치지의 시선이 '완벽하게 파괴된 왼쪽 눈'에 닿았다.
"눈 주위의 상처는 얕지만 이건..."
만지는 것조차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눈을 적당히 털어버리려던 순간, 세현의 파괴된 눈 안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느낌에 치지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녀가 가진 최대의 무기인 '심안'이다. 그것은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절세의 비기. 익히고자 해서 익힐 수 있는 그런 쉬운 것이 아니다.
점점 더 심안의 영역이 넓게 퍼져가면서 세현의 눈 안으로 파고 들어 안구가 자리하고 있던 장소의 끝자락에 닿았다. 공격의 충격으로 눈이 재기불능으로 작살나기는 했지만 안의 상태는 조금 피로한 것 외에는 멀...
"위험하군."
그녀의 심안이 닿는 영역에, 세현의 잘려나간 시신경이 보였다. 아마 방금 공격에서 다친 것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다.
레플리카의 손톱에는 독이 담겨있다. 그저 충격파로 왼쪽 눈이 날아간 것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만약에 손톱 끝이 닿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독이 시신경을 타고 바로 뇌까지 일직선이다.
"소누님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세현을 안아올린 그녀는 자신의 영웅인 소누를 향해 걸어갈 준비를 맞추곤 발을 내딛었다. 그 때, 바닥에 앉아서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던 린이 그녀의 소매를 붙잡는다. 그녀가 무슨 볼 일이라도 있냐는 듯이 내려다본다.
린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을 입에 올렸다.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그런 것은 스스로 생각하십시오."
매정하게 뿌리쳐버리고 소누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치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뒷쪽에 힘없이 주저 앉아있는 린에게 말한다.
자신의 경우를.
"너무 스스로를 옭아맨다면, 의미는 없습니다. 결과를 내고 싶다면 모두 버리십시오. 의무도, 도덕도, 윤리도. 그렇게 했을때 보인 것이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이겠지요.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린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지는 자신이 할말은 모두 끝났다는 듯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시야에서 치지가 완벽히 사라졌을 쯤, 린이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움켜쥐고 움직였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치지가 사라진 곳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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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편부터는 주인공의 등장입니다. 오오오!
뭐, 그건 그거고.
현재 제가 (모자이크)를 쓰고 있는데 그걸 쓰면서 느낀 것이,
어라, 주인공 너무 멋진데?
솔직히 이거 쓰면서 주인공이 멋지다고 느낀 부분은 극소수였는데도 말이죠. 확실히 내용상 상당한 '멋짐'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으음, 역습편에서도 이정도만 되줘도 좋을텐데요.
여하튼, 다음편에서 봅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