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203화 (203/340)

0203 / 0340 ----------------------------------------------

전쟁

광진 4식을 펼쳐 달려간 덕분에 빠르게 갈 수 있었던 나는 오른발을 크게 바닥에 내딛으며 급제동을 걸었다. 차아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얇게 터져나갔다.

"어이, 버티고 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눈 앞에 펼쳐져 있는 파괴의 참상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닥에 하얗게 페인팅 되어있던 횡단보도는 거미집처럼 갈라져 크게 가라앉아 있었고  건물들은 마치 야수가 잡아먹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가 뜯겨져 있었다. 게다가 그런 파편들 사이로 요연, 챠이, 앤트로아, 슈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후우...."

깊게 숨을 토해내고는 쓰러져 있는 나의 동료들의 중심에 있는 먼지가 묻어 누더기처럼 변해버린 흰 코트의 남자, 유다를 보았다. 그는 슈들과 전투를 치른 것이 맞기는 한지 상당히 깨끗한 모습이었다.

"네 짓이냐?"

"... 그렇다."

"죽였나?"

내 말에 유다는 날 향해 시커먼 검을 뻗어보였다.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의 빛이 유다의 검을 반짝였다.

"아니, 나의 표적은 너뿐이다."

"남정네의 러브콜이 이렇게 감사할 때는 처음이야."

장난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대꾸한 나는 숨을 고르면서 양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거칠게 요동치는 것을 느끼면서 묶여있던 정신의 끈, '살계'를 전개했다.

저 4명을 상처없이 이긴 유다니까 이길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강적을 상대하는 약자만의 방법은 사방에 널려있었다.

파아앗!

유다의 모습이 길게 잔상을 남기며 일직선으로 내가 있는 곳까지 도약했다. 그것과 동시에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길게 검격을 먹이려든다. 하지만 나는 왼쪽 아래로 중심을 내려 유다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배에 뇌신의 포격을 맞아본 적 있나?"

파지지지직!!!

내 특기인 부여의 힘으로 번개가 가미된 포의 형, 강뢰포(鋼雷砲). 전격의 다발을 한데 뭉쳐 쏘아내는 것 같은 그것은 빠르게 그의 복부를 관통한다. 그것과 동시에 나는 몸을 옆으로 뺐다. 예상한데로 그는 내 공격에 아랑곳 않고 아까 내가 있던 장소에 검을 휘둘렀다.

역시나, 유다는 내가 짐작한 스타일의 전투법을 가지고 있었다. 저 네명이 시간을 벌라고 얌전히 시간벌이만 했을리는 없다. 분명히 쓰러트릴만한, 유다조차 섬뜩해 할만한 공격을 날렸을 것은 틀림없는 일. 그리고 유다의 옷과 몸 상태, 유운이 넘져주었던 정보들.

나오는 것은 하나다.

저녀석은 아마 맞을 때마다 자신의 전투 템포를 끌어올리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나보다도 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어능력은 건재할테니 그것으로 버티면서 점차 늘려갔을 테지. 이런 타입의 대응법은 대체로 두개다.

상대방의 전력을 끌어내거나,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분쇄해버리던가.

탓, 쉬이잇!

유다의 검이 또 다시 내 목 언저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칼끝에 닿는 공기가 빠른 섬격으로 인해 타들어간다. 나는 오싹해지는 뺨을 눌렀다.

"이거 이거, 빠르잖아."

유다는 빨랐다. 광진 4식으로 행동하고 있는 나보다도 더.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패인 스피드가 밀린다는 것은 상당히 성가신 일이었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었지만.

"유다. 진심으로 나와 싸울 생각이냐?"

다리를 멈추고 그렇게 묻자 문답무용으로 공격해오던 유다의 발도 멎었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을

알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무엇 때문에 우릴 대적하는지는 짐작하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도 이미 짐작하고 있지."

"무의미하지 않다."

"개소리."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나는 뒤로 살짝 뛰었다. 내가 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빛으로 삼등분 되었다. 검격을 피해낸 나를 쳐다본 유다가 이를 갈았다.

"뭐가 왕이냐..!"

"그러게 말이야. 나도 궁금하다구?"

검의 형, 화속성 부여. 화정검(火情劒). 수백도까지 솟아오른 화염이 검의 형이라는 틀에 묶여 강력한 열검이 된다.

피이잉!

공기가 울부짖는 것과 같은 소리를 동반한 인지를 넘어선 일격. 하지만 그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피해냈다.

광진의 일부인 '살계'다. 그것은 몸을 쓰는 법이기도 했지만 직감의 개방. 심적인 것을 외적인 것으로 구현해 내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직감에 한정한다는 것이 서글프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열검으로 변모한 왼손을 그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이정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오른쪽 어깨로 내려 꽂히는 칠흑의 검을 바라보며 나는 슬며시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공격력이라면 차라리 아까의 강뢰포가 더 강하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검의 형에 있었다.

불의 폭발력을 집약시켜둔 검의 형. 그 틀을 깨부순다면 검은 그 자체로 거대한 폭탄으로 변모한다.

콰광!

강대한 폭음과 함께 유다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간다. 하지만 타격을 받지는 않은 듯, 재주를 넘으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이것으로, 승리 코드는 갖춰졌다.

"이야아... 정말로 굉장한데? 이녀석들이 당한 것도 이해가 가. 하지만...."

나에게 달려들려고 자세를 낮추는 유다에게 덧붙였다.

"이것도 버틸 수 있어?"

슈우우우웅!!!

마치 천상의 사자가 강림하려는 것처럼. 아니, 인간이 천사가 되려고 만드는 천상으로의 길처럼 유다의 발아래에서 부드러운 흰색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강대한 힘의 격류가 유다의 몸을 감아올렸다.

내가 만든 필살기이자 포박기. 백제관이다.

"그...오오오...!"

"어때, 말하기도 힘들지? 널 대비해서 만든 특제 백제관이다. 세계 최강의 영맥인 한국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진식이니까 벗어나기는 힘들거다."

나는 마치 군대의 지휘관처럼 위엄있는 모습으로 손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손톱이 파랗게 빛나면서 내 뜻에 부응한다.

"만년뢰(萬年磊), 빙뢰옥(氷儡屋)."

수많은 얼음의 기둥들이 하늘에 나열된다. 그것은 극대의 냉기를 품고 형형한 기운을 넘실거리며 유다를 겨냥하고 있었다.

"널 위해 준비한 대책, 그 두번째. 이것으로 완벽하게 네 움직임을 끝낸다."

섬뜩한 소리를 내며 짓쳐드는 얼음 기둥이 유다를 찌르고, 가둬버린다. 강력한 냉기로 인해 몸의 행동을 제약하는 그것은 그자체로도 강력한 공격기다. 하지만, 저 강력한 녀석이 이것으로 끝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준비한 최종 대책.

"너희가 누구냐, 왕을 지키는 절세의 포좌이니라!"

나의 외침에 하늘이 수백으로 갈라지면서 원형의 포문을 만들었다.

"이 내가 가는 길에 배반자가 있나니, 그에게 가할 벌은 왕이 준비해야 한다!"

사막과는 다른 주문. 솔직히 주문은 처음과 앞부분만 같으면 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각색해보았다.

그건 그렇고, 어쩔테냐 유다?

"왕이 준비하는 것은 5천의 포문! 표적은 배반자의 전신!"

아무리 너라도 5천발이나 되는 정화의 포격을 맞으면 견딜 수 없을텐데?

"섬멸하라."

겨우 이정도냐?

"징벌포좌(懲罰砲座)."

공간에 그려진 원형의 포문에서 수천에 달하는 강력한 포격이 유다의 전방위를 점하고 짓쳐들기 시작한다.

빙뢰옥으로 인해 형성된 얼음 기둥을 징벌포좌가 뚫으려는 순간,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마치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수십에 달하는 얼음 기둥이, 수천개의 포격이 순식간에 잘려나간다.

인간의 인지. 아니, 설사 마(魔)라고 해도 알아챌 수 없는 인식의 밖에서 검격이 수십, 수백, 수천번이나 휘둘러지고 있었다.

우르르르르......

무너지는 얼음들 속에서 유다가 날카롭게 노려본다.

"젠장....!"

광진 5식, '찰나' 발동이다.

번쩍, 하고 번개가 내 혈관을 질주하는 느낌. 하지만 처음으로 요연에게 광진 4식을 썼을 때만큼 흥분되는 느낌은 없었다.

시야에 집중하자 주변은 흑백의 세계. 내 시야에 닿은 모든 것들은 마치 나와 세계는 격리된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의 중심에 유다가 평범한 인간의 도보 속도로 내쪽에 걸어오고 있었다.

난 믿기지 않는 현실에 슬쩍 뒤로 한발자국 뺐다.

광진 5식은 내가 개조한 덕에 두개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스피드를 중심으로 한 '찰나'. 두번째는 공격력을 강조한 '거인'. 그 중에 나는 찰나를 펼쳤다. 공격력이라면 4식보다도 떨어지기는 하지만 속도만 따지자면 최고다. 그런데도 유다의 모습이 저렇게 보일정도라면 아마 나와 비슷한 속도라는 것일 터.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꺼져..!"

손 끝에 마력을 집약해 아무렇게나 쏘아보냈다. 하지만 역시나랄까, 가볍게 피해낸 유다가 득달 같이 달려들어 내 손목을 잡아챘다. 강력한 아귀 힘에 정신이 송두리째 그의 손에 붙잡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걸로.... 끝났다."

칠흑의 검이 내려온다. 하지만, 인식 밖의 행동은 아니었다. 충분히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내 오른손이 번개 같이 움직이면서 왼손을 잘라내고 나는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렸다. 섬뜩한 소리를 내는 칼날이 코 앞을 지나쳐갔다.

"피...했나."

손 밖에 남지 않은 고깃덩이를 바닥에 던지고 짓밟아버리는 모습을 보자, 욕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성적인 남자라 나답게 대답했다.

"인간이지만 도마뱀처럼 말이지."

피가 흘러내리는 왼팔을 운사로 간신히 흐름을 제어해 피를 멈췄다. 하지만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탓인지 광진의 흐름이 삐뚤어졌다. 그것마저도 운사로 제어하고는 있지만 이래서는 광진 5식인 의미가 없다.

유다가 검을 들어올렸다.

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다...!

===============================

멋지게 등장해서 멋지게 공격하고 허망하게 팔을 잘린 주인공!

다음은 어찌될 것인가!?

...라고 해도 다음은 다른 사람이 등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