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7 / 0340 ----------------------------------------------
그녀가 온다.
푸른 섬광의 포격. 그것을 어떻게든 한손으로 받아낸 유다는 포격의 위력에 놀라면서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에만 집중했다.
쿠구구구구구구!
바닥을 딛는 그의 발이 멈추지 않고 뒤로 계속 밀려나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맞고 이리저리 날아가기는 했어도 단 한번도 막은 적이 없는 그가 막기까지나 했는데 계속 밀리고 있었다. 솔직히 반신반의 했는데 최강전설은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유다가 잡았던 멱살을 놓은 탓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나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내 엉덩이를 털었다.
"괜찮니?"
뒤에서 오랜만에 듣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를 걱정했다.
"아아... 물론이야."
나는 내 뒤의 인물을 보지도 않고 적당히 대답했다. 보지 않아도 그곳에 누가 있는지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누나."
덧붙이는 내 말에 누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는 갈색의 여행가방을 바닥에다가 내려놓으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핫핫핫. 그래, 잘 있었어~..라고 묻고 싶지만 아닌 모양이네."
"뭐... 별 수 없지. 그래서 누나를 부른거야."
그날밤. 앤트로아에게 부탁했던 신호. 그것을 받는 당사자는 바로 누님이었다. 애초에 앤트로아에게 부탁해서 연락 보낼 것이라면 누님 밖에 없기는 했지만.
나는 피를 흘렸기 때문인지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나. 뒤는... 부탁할께."
누님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지지 않는다. 내 앞에 없을때는 불안했지만, 이제 확실해졌다. 누님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
소야는 기절해버린 요의 잘려나간 팔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것을 보곤 스승에게서 배웠던 공간계 마법을 전개했다.
그녀에게 회복마법은 없었다. 하지만 공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중력. 중력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조차도 붙잡아두는 힘이 있다. 응용하면 상처의 악화속도를 인간의 치유속도보다 아래로 둘 수 있다.
시공간을 비트는 중력이니만큼 빛조차 빨아들인 중력구는 요의 팔을 메웠다. 그런 요를 안아들어 일어서고 있는 호지에게 건넸다.
"...고모."
불안한듯 부르는 호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소야는 일어서 있는 유다와 마주섰다. 아까의 포격 때문인지 적잖게 경계하고 있는 유다가 검을 들어올렸다. 소야는 그런 유다를 무시하는 것처럼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내 동생을 건드린게 너냐?"
너무나도 평온한 어조로 물었기에 유다는 한순간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해하고 나선 상당히 불쾌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아까의 포격은 그저 '동생'이 붙들려 있었기 때문. 지금 느껴지는 적의도 그저 동생을 위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유다는 달랐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많은 자신들의 소중한 것들을 위해 싸운다. 그런데 밀린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에 불응하는 것이 된다.
유다는 화가 치솟는 것을 느끼면서 검을 고쳐쥐곤 결심했다.
저 여자는 반드시 일격으로 끝장을 낸다.
타다닷!
겨우 세번의 도약. 하지만 그의 검에는 지금까지 요들이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었다. 이것을 맞으면 설사 '그'라 하더라도 죽을 것이다.
쉬이익, 텅.
메마른 음색과 함께 퍼지는 멍한 소리에 유다는 잠시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되새겨보아야 했다.
그는 검을 휘둘러 그녀를 벴다. 그런데 그녀는 맨손을 들어 막았다. 결국 그의 일격은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 하고 실패했다.
"무... 슨....?"
"여자에게 문답무용으로 필살기라.... 버릇이 없군. 게다가 내 질문에 답하지도 않았어. 고로 넌 내 동생의 적으로 판단해도 상관없는거겠지?"
소야는 아직도 팔과 맞닿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는 유다에게 그렇게 물었다.
소야도 몰라서 그런 질문을 날린 것은 아니었다. 그가 적이라는 것은 요가 멱살 잡혀 있는 것을 보았을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물은 것은 변덕이었다. 애초에 대답은 그녀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녀의 동생을. 세계정복을 해달라면 해줄 사랑스러운 동생을 건드린 쓰레기 자식을. 그녀가 살려둘리가 없다. 유다가 무슨 말을 했던 간에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처참하게 가루로 내서 죽여버릴 것이다.
"어쨌든 네놈은 사형이다."
소야는 검을 후려쳐서 그의 손에서 떨어트려 놓은 다음, 그대로 복부에 주먹을 쑤셔넣었다. 초음파나 다름없는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커, 억...!"
유다가 날아간 검을 한손으로 불러들이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보디블로를 먹은 배를 부여잡았다. 데미지에 비해 통증이 압도적으로 컸다.
소야의 일격은 강력했다. 지금까지 요들이 먹여온 충격을 능히 견뎌내던 검은 기운을 발동도 하지 못 하게 하면서 완전히 뭉개놓은 것이다. 게다가 검은 기운의 방패가 뚫은 다음에 있는 방어책도 모조리 날아가 자신의 내장을 완벽히 뒤집어 놓았다. 업술을 기반으로 한 방패를 제외하면 일반인의 몸이나 다름 없는 그에게 이 통증은 지옥과 같았다.
"걱정마. 몸은 멀쩡하잖아? 네 특성쯤은 보는 정도로 다 알 수 있어. 네 방벽에만 데미지를 주고 통증은 그대로 전달 시켜 줄테니 기대하라고."
재차 날리는 소야의 주먹에 어깨를 맞은 유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까까지 요들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리고 있던 그의 모습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소야가 덧붙였다.
"동생을 건드린 죗값은 죽음으로 보상해라."
뻑뻑뻑.
쓰러진체로 고통에 신음하는 유다를 계속해서 걷어찬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슈들은 넋이 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수들이 불패니 불사니 노래를 부를길래 강하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이게 뭔가? 압도적인 것을 넘어서 일방적인 폭력이지 않은가?
"아오. 패도 패도 분이 풀리지를 않네. 일단 풀릴때까지만 맞자. 네놈이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너 오늘 하늘에 계신 우리 할아버지 좀 만나고 와라."
소야가 엄청난 속도로 밟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 아래에서 신음하던 유다는 그녀의 말에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는 지킬 것이 있었다. 설사 그것이 운명에 역행하는 것일지라도, 그에게는 하늘의 순리보다 소중한 것을 택했다. 이런 곳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휘익, 탓.
"하아... 하아...앗..!"
잠시 소야가 넋놓고 생각하던 차에 빠져나온 유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비술, 업술(業術)을 전개했다.
2000년이나 지났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게 했던 자신만의 비술. 그것은 2000년 간의 전투 속에서도 그를 구해주었다.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을 터.
업술로 인해 생성되는 검은 기운이 유다의 전신에 둘러지면서 서서히 디테일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윤곽을 가지게 된 기운은 물리력까지 갖추게 된다. 그 물리력은 한 때 일검으로 군대를 몰살시켰다는 유운의 검제가 쏘아내는 일격과 맞먹는다.
이제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칠흑의 갑옷으로 둘러싸인 유다는 경건한 기사처럼 검을 수직으로 세워보였다.
"나에겐 소중한 존재들이 있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난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어."
짜증이 급격하게 솟은 소야가 뒷머릴 긁었다. 그녀는 간혹 감정의 악화를 딴 짓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었다.
"지랄한다."
난데없이 날아온 폭언. 유다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딴 소리 지껄일거면 여기 왜 있냐? 그냥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버리지."
"네년이...!"
쿠웅!
소야가 크게 발을 굴렀다. 말을 이으려던 유다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런 유다에게 소야는 다시금 폭언을 입에 담았다.
"개소리마. 소중한 게 있다? 너만 있냐? 나도 있고, 저기 있는 녀석들도 있어. 그런데 네가 뭐 잘났다고 소리치고 있냐고. 남의 소중한 것을 짓밟으면서 자신의 것은 짓밟지 못 하게 하시겠다?"
유다는 침묵했다. 할말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유다에게 소야는 위로하는 것처럼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인간이니까. 나도 솔직히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거든. 그런 고로, 힘으로 승부하자구. 세간에서 말들하잖아? 마음의 힘, 사랑의 힘. 이 얼마나 멋진 울림이냐! 그것을 몸소 증명해보자."
소야가 주먹을 들어올렸다. 유다도 두꺼운 갑옷을 착용했음에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검을 들어 응수한다.
대기가 가라앉는다. 자연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조차 사라져 이제 세상에는 두사람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으아앗!!!!!!"
유다의 기합과 검이 호선을 그리면서 소야의 어깨에서 허리를 일직선으로 잇는 참선을 노렸다.
텅.
민소매 옷의 어깨부분은 잘려나갔다. 하지만 겨우 그뿐이었다. 소야의 살은 티끌만큼도 상처입지 않은 상태였다.
"bye bye 유다."
정지해버린 검을 감는 것처럼 그녀의 팔과 유다의 팔이 십자가를 그렸다. 그 모습을 본 따서 만들어진 기술.
크로스 카운터. 그것이 작렬했다.
콰직.
유다의 갑옷은 의미가 없었다. 소야의 주먹에 닿는 것만으로도 일그러진 갑옷은 그저 대기 중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삼검주의 최강이며 마인 사냥꾼, 요들을 무참하게 쓰러트렸던 그는 동방의 불패자를 만나 쓰러졌다.
==========================================
유다 패배.
짝짝짝.
과연 최강이라는 칭호답게 가볍게 유다를 찍어눌러주신 소야님이셨습니다.
애초에 설정상에서도 그녀가 상처를 입은 적은 제로(0). 무적을 자랑하십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그녀의 강함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느낀 저는 다음편에서 그녀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보여드릴겁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런데 말이죠, 현재 굉장히 재밌는 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상상속에서만 "아~ 여기까지나 갈 수는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부분(현재 챠이등장과 유다전)을 직접 내 손끝으로 그려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그런 장면은.....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군요.
하여간, 재밌게 쓸 수 있기를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