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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09화 (20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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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뒤

유다와의 전투가 있은지 정확하게 사흘이 되었다. 사흘은, 세계가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전투가 부른 여파는 세계를 바꾸기 위한 시작점에 서는 것으론 충분했던 모양이었다.

유다전(戰)이 있고 이틀째 되는 날에 안 것이지만, 레플리카가 쳐들어온 곳은 우리가 있는 곳 뿐만이 아니었다.

유럽, 미국, 중동등. 우리에게 비할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마법의 존재를 알리고, 혼란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 혼란의 중심에는 표면으로 드러난 각국의 마법사의 존재도 한몫 거들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일본과 중국, 러시아는 오지 않았다. 아마 그곳에 보낼 병력들을 전부 우리나라에 보낸 것이리라.

여하튼 그런 이유들로 세계는 변했고, 각지에서는 혼란이 들끓는 모양이지만, 가장 큰 병력이 쳐들어온 우리나라는 그리 큰 혼란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신소누의 존재가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뒤를 보좌하기 위해 영왕인 유운이 직접 병력을 따로 운용한다. 그것만으로도 소누의 신자들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요, 비리로 인해 떨어진 국회의원들 이상의 발언권을 가지게 되었다.

뭐, 순기능이라고 할만한건 그렇다치고. 문제는 역기능....이랄까, 순전히 개인적인, 사적인 짜증이지만.

쿵쿵쿵.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집안의 그 누구도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젠장, 기자들은 아직도?"

내 말에 능파는 고개를 끄덕인다. 능파의 얼굴에도 짜증이 깊게 어려있었다.

나는 몰랐지만, 우리가 유다와 싸웠던 것은 전국으로 생중계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유운의 병사들이 '어차피 들킬 거 재밌게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도망다니면서 찍고 있던 카메라맨 등등의 사람들을 지키면서 자신들이 직접 기술 설명등등을 집어넣으며 중계 했다고 들었다(그녀석들은 유운에게 혼났다).

게다가 어디서 알았는지 우리집까지 모조리 까발려져서 내가 어렸을 적에 언데드 퀸이었던 것까지 알려졌다. 덕분에 때 아닌 문전성시로 우리는 곤혹을 치루고 있다는 것이다.

"폐하, 제가 가겠습니다."

챠이가 가슴을 탕탕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이 적은 곳만을 전전하던 그인지라 나처럼 짜증이 솟은 것은 아닐테니 아마 날 위한 답시고 일어난 것이리라.

"아니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챠이의 과도한 충성심을 보자면 분명히 민간인이고 뭐고 간에 일도양단할 것 같고.

"아, 혹시 쉽게 검을 꺼낼 것이라 생각하는 것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폐하. 이래뵈도 저는 '왕이 바라는 것을 행하는 자'. 폐하께서 싫어하는 일을 할리가 없죠."

당당하게 웃으면서 챠이는 아직도 시끌시끌한 문을 벌컥 열었다. 그것과 동시에 적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빛, 플래시가 시야를 가렸다.

"저....!"

가장 앞에 있는 기자의 열리려던 입이 다물어졌다. 전장이라곤 서본 적도 없는 인간 따위는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살기. 그것이 기자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이다. 덕분에 순간 안좋은 미래예상도가 그려졌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푸대접(이랄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을 받은 기자들이 악평을 해댄다고 해도 이쪽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런 쪽은 소누에게 맡겨두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짜증난다고. 이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가뜩이나 팔까지 잘려나간 마당에 밤낮으로 저러면 간장종지만한 나의 도량은 찢어진다고?

"챠이. 잠잠해질 동안만 문앞에서 생활해 줄 수 없을까?"

"폐하의 명대로."

챠이의 시선이 날카로워지자 기자들이 물러난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면서 챠이의 모습과 기자들의 모습이 가려졌다. 조용해진 문에서 시선을 때면서 나는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걸쳤다.

전투에서 쌓인 피로와 짜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번에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찰싹.

부상 덕분에 열이올랐기 때문일까. 머리와 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손의 감촉이 매우 괜찮았다. 시선을 옮겨보니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슈의 손이 내 목덜미와 이마를 누르고 있었다.

"요, 괜찮아?"

"아.. 물론이지, 슈."

그러고보니 슈도 우리집에 머물고 있었다. 슈도 유다와 싸울 때 일선에 섰으니 기자들이 집을 점령하다시피 한 것이다.

스윽.

내 몸이 슈에게서 떨어진다. 아니, 슈가 있는 곳이 아닌 반대쪽으로 내 몸이 끌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옳으리라.

내 오른편에 있는 호지가 슈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위협한다.

"캬앙."

고양이의 위협 같은 소리에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내가 앉은 소파의 등받이에 걸터 앉는 능파를 보자니 웃음은 싹 가셨다.

아직 호지는 능파가 날 좋아한다는 것을 모른다. 요연과 슈 또한 말하지 않으려고 했고, 능파 본인도 말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아마 말했을 때의 여파를 걱정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 솔직히 나도 (도깨비 군단을 투입할까봐) 무섭다.

"능파야, 능파야. 나 좀 도와줘."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지는 능파를 향해 양팔을 벌리면서 자신의 아군이 되어줄 것을 촉구했다.

능파가 검은 오라를 두른체 웃으면서 호지의 뒤에 붙는다.

"후후, 재밌을 것 같으니 좋아요."

"에헤헷, 역시 내 딸은 다르구나~."

기뻐하는 호지를 보자니 '저건 거짓미소다! 속으면 안돼 호지 일병!'이라는 말은 입 안을 맴돌았다. 그것이 비록 호지를 괴롭히는 일일지라도.

눈물 반짝.

"여, 동생. 저번에 봤을 때보다 인기가 더 좋은걸?"

"하하, 누님. 그런 말 말아요."

내 난처한 말에 누님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입가로 가져갔다. 내 난처한 모습이 퍽 보기 좋아보였다.

그럴 수 밖에. 누님과 내가 같이 있었던 시절에는 내가 이런 표정을 지었던 일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누님과 나의 사이가 그리 좋다고 보긴 무리가 있었지.

"그런데 누님."

"응? 뭐지, 내 사랑스런 동생?"

조금 부담스런 대답에 나는 손목밖에 남지 않은 팔을 이용해 습관적으로 볼을 긁었다. 손목 부근에서 짜릿, 하고 통증이 내달렸다.

"유다는.... 어떻게 됬죠?"

"뭐, 네 예상대로.... 맛이 갔어."

"역시나 그런가요..."

유다. 우리의 적이자 내가 포섭할 세번째 검. 그는 현재 누님이 만들어던 차원의 감옥에 갇혀, '발광'하고 있었다.

유다와의 싸움이 끝난 당일, 삼가의 한명인 운천 아저씨는 빈사상태가 되어 숭례문의 호위를 받으며 돌아와 내가 부탁했던 정보들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대로 최악의 결과였다.

팔대간부의 하나인 유해의 뱀이 유다가 지켜왔던 사막의 주민들을 모조리 몰살. 그리고 뒤에서 조종했다. 그 사실을 어떻게든 유다에게 납득시키자, 그는 미쳐버렸다. 혹시나해서 누님에게 가둬두라고 부탁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다간 이 도시가 날아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그가 우리(삼검주)의 리더라면, 곧 괜찮아질테지요."

누님의 뒤에서 걸어나오는 요연이 가볍게 목례해보이곤 내 앞에 마주 앉아 손목 밖에 없는 팔을 잡았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서 슬쩍 손을 뒤로 돌리곤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요연이야말로 괜찮아? 누님이... 같이 있는데. 아까도 같이 있었지?"

요연은 누님 덕분에 소중한 두 사람(이랄까, 하나는 용)을 잃었다. 그것이 이성으로는 인정할만한 이유일지라도 가슴이 아플 것은 당연한 이치. 저번에는 '잊었다'고 일축했지만 당사자가 눈 앞에 있을 때조차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요연이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 '마음을 터놓은 대화'로 조금이지만 앙금이 풀렸으니까요. 게다가 생각외의 조력도 얻었고요."

마음을 터놓은 대화라는 구절에 미묘하게 힘이 들어있었지만 덧붙이는 요연의 말에 나는 그것에서 신경을 껐다.

"그런 것보다 전 요애의 팔이 없어진 것이 더 걱정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위험해질텐데..."

"괜찮아. 이번에는 누님이 있으니까."

내 시선이 누님에게 닿자 누님은 정말로 못 미덥게 웃었다. 모두가 못 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방안으로 돌아가 갈색의 여행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누님. 이상한 건 안되요."

누님은 내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가방에서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하얀 말뚝을 꺼내들었다. 팔뚝보다 조금 짧은 그 말뚝은 드릴처럼 아랫부분이 나선형으로 꼬여있었고 손잡이에는 어딘가의 악마 같은 그림이 음각되어 있었다.

"너희들이 의심하니까 내가 이걸 동생에게 주지. 이걸로 외팔이 인생도 끝이라구?"

누님이 내미는 것을 슈는 조심스럽게 받아들더니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되물었다.

"에, 이거 혹시 가나안의 전 주신인가요?"

"오오, 잘 아는데?"

"요. 이거 빨리 쓰자."

"그게 뭔데?"

슈는 붕대가 감긴 왼팔에서 붕대를 떨어트려 놓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나안의 전 주신은 바알제불이라고 불려."

그렇게 시작한 슈의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바알제불. 일반인들에게는 벨제부브로 알려진 파리대왕(Lord of Flies)이 기독교에서 일컫는 신의 의해 타락했다는 것, 현재는 악마들의 정점인 루시퍼의 바로 밑에 존재하는 악마들의 이인자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등. 천사를 다루고 있었던 슈가 하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말들이었지만 간단히 말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니 잠자코 받아들이란 소리였다.

"조금만 참아."

붕대를 풀자 드러난 상처를 본 슈가 대뜸 그렇게 말하더니 그 말뚝을 주저없이 내 상처에 쑤셔넣었다.

강제로 집행되는 수술 속에서 나는 차츰 정신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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