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216화 (21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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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계획, 요연

데이트 계획 셋째날. 내 애정도 순위로 나는 현재 요연과 함께 사람들이 적은, 바람이 많은 거리에 나와 있었다.

거리를 휘감기는 바람은 마치 봄을 떠나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한곳에 물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고 사람 없는 거리에는 황량함이 가득해야하건만 태양의 은총으로 따스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바람과 태양의 따스함도 나의 곁에는 다가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녹음이 함께하는 바람을 보며 시 한 수.... 현실 도피는 그만 두자. 요컨대 나는 지금 어제 이상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기... 요연?"

"..."

사람없는 거리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요연을 불러보았지만 묵묵부답, 어떠한 반응도 없이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요연은 지금까지 데이트 해왔던 호지나 슈와는 다른 타입의 여자였다. 둘은 애정표현이 확실하고, 그렇기에 대화의 주제를 잡아내기가 쉬웠다. 하지만 요연은 감정표현이 서툴렀다. 나이차라는 거리감(호지나 능파는 없지만)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성격적으로도 요연은 필요한 말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요연?"

거의 30분째 이름만 부르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을 쯤, 요연이 마침내 허공에서 시선을 때서 나에게로 주었다.

"요애."

"아, 응. 뭐 하고 싶은 것 있어? 이번은 데이트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부탁하면 돼. 선택하기 힘드면...."

어제 호지에게 처참하게 찢어발겨진(심정적으로) 비장의 데이트 코스 목록을 들어올리면서 뒷말을 이으려던 나에게 요연은 짤막하게 한마디를 했다.

"조금... 걷고 싶습니다."

손에 든 비장의 목록을 꾸깃꾸깃 구겨버리곤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나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내 3시간 24분 56초(기존) + 59분 42(대代요연 전용으로 개조)초의 노력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을 볼 줄이야. 아마 내일은 능파이니 철저하게 날 꼬시려고 준비해올테니 나의 이 비장의 데이트 코스 목록을 만든 의미는 없다고 봐야 하리라.

공든 탑이 손가락 하나로 무너진 것 같은 허망함을 느끼며 절망하자 요연이 걱정스러운 듯 다가왔다.

"어디 아프십니까?"

"아, 아니. 괜찮아. 단지 조금 허망해서."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녀가 날 바라봤지만 난 대답하지 않았다. 이내 속뜻에 흥미를 잃었는지 요연이 말했던대로 사람이 없는 한산한 거리를 먼저 걸어나갔다. 거리가 조금 벌어지니까 요연 남자의 정장 비슷한 검은 옷차림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인지 평소 전투 때 쓰던 정장형 전투복은 아니었다.

나는 작게 실소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데이트라기보단 마지 못해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읏챠."

걸음을 빨리해 일언반구도 없이 요연의 손을 붙잡았다. 호지나 슈처럼 팔짱을 낄까 했지만 면역이 적은 요연에게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다.

대뜸 손을 붙잡힌 요연이 용건이라도 있냐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손잡고 걷자. 데이트잖아?"

내 말에 요연은 마주잡은 손을 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짧은 머리카락 사이로 붉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엿보였다.

"부끄러워?"

".... 기쁜겁니다."

솔직하게 대답하는 요연이었지만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는 힘든 듯,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지나치는 가로수와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 불타오르는 열기가 느껴지는 전장과 반대되는, 청량감이 느껴지는 바람. 그런 것을 즐기면서 요연의 손을 붙잡고 걷다가, 나는 이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깨달았다.

이곳은 요연에게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 곳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하지만 그곳은 데이트에 어울리는 장소가 아닐텐데?

잠시라고 하기에는 조금 긴 시간이 흐른 후, 내 예상대로 나와 요연은 빈말로도 맑다고 하기는 힘든 호수에 도착했다. 이 호수는 내 기억이 맞다면 그녀의 할아버지, 황룡이 살았던 그 호수가 분명했다.

요연은 그윽한 눈으로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요연에게서 시선을 때고 말았다.

"뭐야 이건.... 정말이지."

데이트다. 남녀간의 사이가 돈독해져야만 하는 데이트란 말이다. 그런데 장소를 이딴 곳으로 설정하면 남자로선 화가 난다.

내가... 황룡에게 밀리는 것 같아서.

"요애. 소야를 제외하면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곳입니다만, 봐주시겠습니까?"

"뭐하는덴데."

묘하게 퉁명스러운 자신의 목소리를 느낀 나는 한심함에 치를 떨었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일로 질투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이번 데이트는 내가 그녀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이런 걸로 삐져선 곤란하다.

요연은 내 목소리의 이상을 느끼지 못한 듯, 호수로 향하는 난간에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공간이 소용돌이치면서 기류가 뒤틀린다. 광진의 힘으로 어느정도 강해진 나조차 위협적이라 느낄만한 마력량이 동원되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 아니, 황룡이 만들고 소야가 보강한, 세계 최고의 묘지입니다. 어째선지 시신은 없지만서도."

"역시나."

"...역시?"

"아하하...."

말을 얼버무리자 요연은 흥미를 잃고 다시 그 비틀린 공간을 보았다.

황룡은 이곳에서 누님의 손에 명을 달리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요연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도 했던 의심이지만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황룡은 강하다. 설사 약해졌다 하더라도 인간의 심장을 치료할 수준은 된다. 그런데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사신검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만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신검주 같은 직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날 지키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강하기도 그쪽이 더 강할 것이다.

누님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했지만 본인은 한치의 거짓말도 없다고 시인했다. 다름 아닌 누님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은 황룡이 어째서 그래야 했는지 짐작이 가지만...

"이걸 제가 부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쉽지 않아? 누님이 보강했다고 해봤자 그냥 장소가 남도록 마력만 충당한거고."

그저 많은 양의 마력이니 내 운사로 흐름을 비틀어 놓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파괴할 수 있다. 단, 영약먹고 키운 내 마력도 휩쓸릴만큼의 충격파정도는 각오해야겠지만 요연정도면 그런 걸 꺼릴 필요 없이 그어주기만 하면 끝난다.

요연의 주변으로 기묘하게 비틀림이 일어나더니 네개의 검갑들이 장착됬다. 요연의 애병인 사신검이다.

"요연?"

"흐아아아압!!"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한 기합과 함께 요연의 백호검이 흰색 직선을 그리면서 공간의 비틀림에 꽂혔다. 마치 달걀의 껍데기를 부쉈을 때 나타나는 금처럼, 비틀림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금이 퍼져나갔다. 나는 일견 벌어진 일을 뇌로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현실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말았다.

이곳이 어디던가. 요연에게 있어서는 부모님의 무덤과 같은 곳이다. 그런 곳을, 요연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부숴버렸다. 망설일 법도 한데 요연은 괴로워하는 기색도 없이 단호하게 어렸을 적의 추억과 함께 망가뜨렸다.

무감동한 눈으로 부서지는 공간을 보는 요연의 어깨를 붙잡았다.

"요연!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여긴..."

"여긴, 어딥니까?"

"...너에게 소중한 사람의 무덤이잖아."

"예, '그랬었죠'.

그랬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아니란 소리. 어째서인지 묻기도 전에 요연은 검을 검갑에 집어넣고 현현시켰던 사신검을 지워버렸다. 그러곤 막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황룡이란 존재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본론이 나올 것만 같은 어투에 나는 침묵을 지키고 뒷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말하는데 그녀는 조금 시간을 들여 준비하곤 회한을 뱉어내는 것처럼 말했다.

"처음에는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의 호의가 거짓인가 아닌가를 알 수가 없어서, 괴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요애의 팔이 잘려나갔을때 어렴풋이 생각했습니다. 만일 황룡이 요애의 팔을 자른다면 나는 어쩔까... 하고 말입니다."

나는 이제야 요연이 황룡을 '황룡'이라고 거리감을 두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 요연의 의지를 느낀 나는 말을 잇지 못하는 요연에게 물었다.

"어쩔 생각인데?"

솔직히 말을 꺼내기 어려운 화제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요연이 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가. 그것은 내 책략과는 전혀 다른, 다른 세상의 생각이라고 보아도 좋을 생각이었다.

요연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대뜸 끌어당겼다. 마치 빙룡성에서의 슈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요연의 가슴팍에 안겼다. 적당히 큰 가슴의 감촉이 얼굴을 눌렀다.

"죽일겁니다. 설사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이건 선언입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위해, 당신의 적을 베어넘기며 살아가겠다는. 만일 당신이 죽는다면 저 또한 자결할겁니다. 그런... 선언입니다."

마치 프러포즈 같은 선언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요연의 가슴에서 얼굴을 빼냈다. 요연은 그틈을 노린 것처럼 입술을 가져왔다.

잠시 동안, 그녀의 입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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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가 아니야!?라고 소리치신 분, 맞습니다. 말만 데이트지 이건 선언, 보여주기 위한 편입죠.

여하튼, 실질적인 데이트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능파편은 어떻게 된거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능파편에선 조금 찔러넣은 것이 많아서 실질적으로는 여기서 끝이랍니다.

그리고... 비축분이 조금씩 완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비축분이 완결나면 폭연참의 시대가 올테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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