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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19화 (21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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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면

련택을 만나고 나와 능파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더이상 데이트를 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도 데이트를 지속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머리의 집세를 뽑아내고 있을때, 문득 능파가 데이트를 하기 전에 했던 소리를 기억해냈다.

"그런데 능파야."

"네, 할아버지."

마치 양갓집 규수처럼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능파 덕분에 등줄기를 소름이 거칠게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능파가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라 그런지 더욱 크게 반응한 것 같다. 능파 또한 그것을 노렸을 것이고. 문제는 그런 것을 알고 있음에도, 대비하고 있음에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만.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질문을 강행했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이 있댔잖아? 능파가 입을 다물정도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싶어서."

"흐, 흐응."

내 물음에 능파는 답지 않게 말을 살짝 더듬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기에 성적 방벽이 매우 높은 능파가 더듬기까지 했다. 이것은 도통 문제가 아니다. 아마 그것에 대해서는 호지들도 동감할 것이다.

데이트에 관해서는 스스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니까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난 뒤에 할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지금 당장 능파가 할 것이라 생각되는 것은 호텔로 끌고 가서 덮쳐버린다는 것이지만, 지금 향하는 곳은 우리 집까지 일직선인 곳으로 호텔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능파는 하늘을 보더니 난처한 듯 혀를 찼다.

"하늘이 조금 어둑어둑 한 것이, 곧 비가 내릴 것 같네요. 아, 할아버지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는건가요?"

어울리지 않게 날씨를 들먹이며 말을 돌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완전히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능파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능파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진 모르지만, 이것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웃음이 기분 나쁜지 능파가 내 볼을 잡곤 힘껏 늘였다.

레스토랑 안에서와는 비교도 안되는 통각이 볼에서 느껴져 단정치 못 하게도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소리를 지르다니, 남자답지 못 해요."

"너 때문이잖아!?"

"여자에게 죄를 떠 넘기다니, 최악이네요."

일방적으로 내가 당하는 문답을 계속하면서 걷자, 얼마 되지 않아서 나와 능파는 집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늘은 벌써 어둑어둑해서 곧 비가 내릴 것만 같다.

"그건 그렇고 곧 비가 오겠어."

"그러게요. 일찍 끝낸 것이 다행일지도."

내 말에 짤막하게 동조한 능파와 함께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서 붉은 그림자가 바람을 가르면서 뛰쳐나왔다. 위협적이기까지 한 그 행동에 뒤로 물러난 나의 앞에 내려선 적색의 그림자, 챠이는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 두가지가 어우러져 나에게 혼동을 부여했다.

챠이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말했다.

"죄송하옵니다, 폐하. 단심검주 챠이, 놓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단어만을 잘라먹고 대답하는 그의 말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나중에 따지기로 했다.

"무슨 소릴 하는거냐. 뭘 놓쳤다는 거야?"

챠이는 말하기 힘든 듯, 어떻게 보면 죄송해서 말하기조차 힘들다는 듯이(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입을 열었다.

"그것이... 유다가 도망쳤습니다."

"..... 별 것 아니네요. 그렇죠, 할아버지?"

급기야 눈물을 흘리는 챠이를 눈 앞에 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위급상황을 찍어누른 능파다. 챠이가 도깨비 눈을 하고 능파를 쏘아봤다.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챠이의 시선과 동시에 사자후 같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유다가 얼마나 강한지 너는 모르겠지. 하지만 싸워본 나는, 폐하는 안다! 그 강함을, 위험성을! 어디서 싸워보지도 않은 꼬맹이가...!"

챠이의 말에 한심하다는 얼굴로 능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심하긴. 유다가 둘이어도 지금 우리에게 해가 될 건 없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챠이는 믿지 않을테니 할아버지에게 의견을 구해볼까요?"

자, 말해라. 그렇게 명령하는 것만 같은 시선에 난 질려서 고개를 끄덕였다. 챠이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었다.

능파의 말대로, 유다가 집을 나가(어감이 이상하지만 하여튼) 무슨 일을 벌이 건 간에 우리나라에는 거의 피해가 없을 것이다.

실재로 유다의 무서운 점은 혼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누님과 비슷한 일인군단 같은 힘이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누님은 예외) 일은 뭐가 되던 간에 안된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쪽수에 장사 없단 소리다.

일전의 공습에서는 레플리카의 보조(랄 것도 없지만) 덕분에 그나마 버텼지만 유다 혼자라면 유운의 검제와 마종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스스로도 유다와 어깨를 견준다고 말하였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유다는 우리가 표적이 아니다. 자신의 소중한 존재였던 사막 마을 사람들을 다름 아닌 카타스트로피가 죽여버린 것을 알았으니 우리의 동료가 되면 됬지 적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검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지만 본인이 싫다면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챠이가 알고 있는 현실은 그런 사실들과 무관한 듯, 고개를 저었다.

"폐하의 말씀에 불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폐하께서 그리 생각하셨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저 같은 것이 폐하의 높은 뜻을 알리가 없으니까요."

한국에 와서, 사람을 만나서 혀를 놀리는 것이 입신의 수준에 이른 챠이.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그렇게 말해서야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그것을 아는 능파가 챠이를 찌릿 쏘아보며 물었다.

"그래서요? 뭐가 어쨌는데요."

챠이는 당장에라도 마력이 쏘아져나갈 것 같은 눈빛을 거두고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종이조각을 꺼내들었다. 그곳에는, 읽을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나는 턱을 매만졌다.

"유다가 남긴 암호인가. 해독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

".... 폐하. 황송하게도 그건 아랍어 입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 챠이를 외면하고 나는 그 글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거친 유다의 성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자아이 같은 매끄러우면서도 동글동글한 글씨체를 가진 그것.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그야, 어지간해서는 갈 일도 없는 중동계 언어를 힘 써서 배우는 사람은 외교관정도 밖에 없을텐데 하물며 나 같은 민간인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챠이는 손을 뻗었다. 그것이 내가 든 쪽지를 달라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기에 순순히 건네주자 챠이는 낭랑하게 읽어내려갔다.

"육왕에게 고한다.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끝?"

"예. 끝입니다. 제가 읽은 것 이외의 말은 아무 것도."

담담하게 대답하는 챠이의 말에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옆의 능파도 조용한 것을 보아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능파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말했다.

"역시 가보는 것이 좋겠죠? 무슨 의도인지도 궁금하고요."

"그렇겠지?"

내가 능파의 말에 동조하자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챠이가 고개를 번쩍 들며 반박해왔다.

"위험합니다 폐하!"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챠이를 찍어누르는 말을 날리는 능파. 나는 그녀의 머리를 누르듯 쓰다듬으며 챠이에게 웃어보였다.

"괜찮아. 방법이 다 있으니까."

하지만 챠이는 여전히 불안한 듯 한숨만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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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바뀌었습니다.

유다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편이로군요!

뭐, 그딴 것보다, 잘하면 일일 연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매일 같이 한편씩 찍어내는 터라 비축분에도 영향이 없거든요.

어쨌건 다음편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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