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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32화 (23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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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개시!

마치 억새같이 내 팔을 붙잡고 놓지 않으며 울어버리는 호지를 간신히 달래고 나는 카타스트로피의 총단이며 마법협회의 본단인 런던에 침투했다.

하지만 실재로는 말만 침투고 실재로는 그냥 걸어들어 간 것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과 공간의 사이에 남겨둔 벽(현재 통나무집이 건설된 곳)은 본디 요정들이 수호하기로 약속된 곳이었는데 그 요정들이 우리에게 포박됬으니 침투고 뭐고 신경 쓸 것은 못 됬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히 다른 공간이건만 이곳에도 태양은 떠 있는지 습기찬 열기가 피부를 어루만진다.

이국의 땅, 공기. 어색하기 그지 없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난 이곳에서 최소 일주일은 머물 터. 내가 침투했다는 것을 그 기간동안 모를리가 없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을테지'만 난 나 나름대로 도망칠테니 그동안 익숙해져야만 한다.

안개로 인한 이 습기와, 환경, 지리에.

"그건 그렇고.... 멋진 곳이네 이곳은."

관광삼아 온 곳이었다면 이곳도 상당히 아름답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戰時). 보기좋은 광경도, 활기가 넘치는 거리도 나에게는 내 목을 노리는 날카로움을 감춘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땅바닥을 기고 있는 자욱한 안개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요정들의 술식안개 덕분에 대비해야 할 것에 지나지 않았고 주변에 세워진 근대풍의 건물들은 하나 하나가 마력으로 짜여있어 그 자체로 벙커의 역할을 해낸다.

마법사의 도시, 런던.

이미 도시자체가 병기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거 어쩐다?"

해야 할 일은 정해 놓았다. 어려운 일은 아니니 그리 신경 써서 생각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의 처신.

상대방을 어떻게 농락하느냐다.

이미 레이더나 다름없는 풍백과 유다에게 새로 얻은 철암장군으로 영맥의 위치, 사람의 숫자, 인력이 움직이는 방향.

파악은 어렵지않게 끝내놓은 상황. 하지만 위험요소는 널려 있었다.

내가 아무리 대비를 하더래도 여기는 적진. 그것도 대로 한복판이다. 도망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그런 것은 내가 바라지 않는다.

'계획'은 조금 더 심플하다.

"대응책은 준비해뒀지만.... 역시나 시작이 문제구나. 솔직히 어떤 곳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도 안잡혀. 이것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가."

경험. 그것은 나에게 압도적으로 부족한 것을 부름이다.

능파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부족한 경험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체해서 작전을 수행시킨다고. 하지만 그 상상력도 결국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경험 앞에서 상상력은 언젠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것을 나는 한번, 겪어본 적이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한자리에 모아두었던 체스대회. 내가 유일하게 자랑할만한 것이기도 했던 그것으로 어떤 자에게 패했던 대회다.

내가 그때까지 승부해왔던 것은 오로지 누님뿐(시합때는 물론 다른 사람과도 했지만). 하지만 그 사람은 많은 사람들과 승부해왔을 것이다.

결국 그날 나는 패했다. 지금도 그러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철암장군...전개. '지맥'을 찾아라."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신기의 힘이 발아래에서 현현하고, 나무줄기처럼 땅의 영역을 옭아매간다.

지맥. 땅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총 24곳으로 철암장군의 독무대가 될만한 장소들이다. 그리고 철암장군의 힘이라면 충분히 약점으로 만들 곳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다.

"좋아, 어디 한번 볼까? 카타스트로피의 대응을."

손끝을 차가운 벽돌 바닥에 가져다 댔다. 싸늘한 느낌이 이 지각의 파괴를 슬퍼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 쫓아와라, 카타스트로피!"

콰드드득. 우르릉....

지각이 변동한다. 강제로 뒤틀리고, 찢겨나간다. 신의 손에 붙잡힌 대지는 인간의 힘에 엮여있지만 한낱 인간의 힘에 묶여 있는 대지는 속절없이 무너져내린다.

문화, 무력, 역사. 그런 것을 무시하는 자연재해. 상대방(대지)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이 일으키는 것이지만 인간의 손을 벗어나는 절대적인 피해.

어스퀘이크(極大地震:극대지진). 런던이란 이름의 거대한 알껍질이 격하게 태동하는 움직임이다.

내가 기대고 있는 건물조차 흔들리는 지각앞에서 조금씩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이크, 나도 얼른 움직여볼까나."

어스퀘이크는 나쁘지 않은 기술이지만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있었다. 애초에 영역범위형의 공격이니 피아를 가리고 자시고도 없을 것이다.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대로로 나왔다. 카타스트로피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인지 당황해 어딜 가야할지 우물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허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나는 불규칙한 파도처럼 몰아치는 인파를 제치며 앞으로 전진했다.

사람들을 몇번이나 밀쳐내고 가다보니 풍백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물쩍 거리던 주변의 사람들은 이공간을 회피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오는거냐... 좋아, 어디 한번 와봐라."

광진 사식은 이미 전개해둔 상태. 순수하게 뇌력만을 사용하는 풍백과 철암장군을 사용하려면 그것은 필수였기 때문에 전개해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나에게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은 틀림 없었다.

마력량은 영약을 하도 먹어대서 허덕인 적이 없기는 하지만 어스퀘이크를 일으킬만큼 철암장군을 움직였고 혹시나 싶어서 마력을 집어넣어 사용했다.

평소보다는 조금 생각을 하면서 다뤄야 한다.

시이잉, 타아앙!

바람을 찢으며 날아드는 섬광과 같은 녹색의 빛. 풍백의 영역 때문에 쉽사리 피해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삐이이익!

물빛의 독수리가 내 몸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날아든다. 일종의 포획이자 공격. 이 원을 벗어나려하면 바로 저 부리가 내 몸을 쪼을 것이다.

"놀아주지!"

옷소매에서 검의 손잡이 같은 철통을 뽑아들었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시야의 깊숙히에 철통을 던져넣고는 뒤로 몸을 물렸다.

꽈아앙!

사방 5미터에 달하는 영역을 집어삼키는 폭음과 폭염. 그것은 앞을 가로막는 인파를 휩쓸고 사라져갔다.

그 폭염을 헤치고 달려드는 적의가 수십. 허나 지진으로 인해 그들의 자세는 올바르지 못 하다. 숫자는 많아서 정면으로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그렇게 무리인 것만은 아니다.

폭염을 뚫고 나오는 전사의 머리통에 발끝을 차넣었다.

솟아오르는 전가의 보도. 일격에 인간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콰득.

뒤로 튕겨나가는 마법사의 몸을 오른손으로 받아내면서 그대로 멀리 던져버렸다. 폭염 뒤에서 공격을 회피하고 있던 몇몇의 마법사들이 허둥대면서 그를 받아냈다.

"합!"

짧은 기합성을 내면서 양옆으로 돌격해오는 두사람을 향해 풍압을 압축한 공을 쏘아냈다. 삼신기의 풍백이 만들어놓은 바람. 설사 마법사라 하더라도 쉽게 막지는 못 한다.

터엉!

두명의 신형이 하늘을 날며 무너지는 건물의 파편사이로 묻혀간다. 이 기세를 타고 나는 더욱 몸을 가속시켰다.

익(翼)의 형. 몸을 가속시키는 광진의 보조식인 혈문신. 그것은 광진 사식의 속도를 더욱 가속시켰다.

키이익.

바람을 찢으며 날아드는 내 정면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하나. 손에 든 것은 최근 들어 볼 수 없어진 총검이다. 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 형태가 어떤 총인지는 남자로서(편견) 어떤 방식의 총인지는 알 수 있었다.

샷건. 애초에 근거리용 총에 단검을 달았다.

보통은 하지 못할 발상이고 쓸모도 없겠지만 상대는 마법사. 약점을 보충할만한 기예 한둘쯤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쉬익!

날카로운 검광이 정면을 허공을 격하고 목을 노린다. 대뜸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 특수부대에 있기라도 한 것 같다. 게다가 바닥을 딛고 있는 지반이 미약해졌다고는 하나 계속 흔들리고 있는데도 저 정도 실력.

요연이랑 만났다면 즐거워할만한 실력자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봐줄 수는 없는 일!"

발끝을 돌리며 수직으로 차올렸다. 발도의 기세를 머금은 발등은 막아내는 샷건의 몸체를 가르고 그의 팔을 이등분한다.

혈문신, 검(劍)의 형. 내 다리의 날카로움은 어느 보검과도 비교할 수 있을만큼 날카로운 상태였다.

"크악!"

팔이 떨어져나가며 무기를 놓친 사내가 비명을 지른다. 그대로 나는 반대편 발로 그의 얼굴을 짓뭉개며 솟아올랐다.

추(椎)의 형. 전쟁에서 쓰이는 신의 전추가 하나의 생명을 앗아갔다.

솟아오른 나를 향해 수많은 악의가 담긴 마탄들이 반대로 이쪽의 생명을 가져가기 위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두!

빗발치는 마력의 탄환들을 팔을 가슴앞에 교차시켜 온전히 몸으로 받아냈다.

혈문신의 네번째, 철(鐵)의 형. 보검과도 같은 날카로움이나 전추와 같은 묵직함은 없지만 그것은 자신을 갉아먹은 광진과 어울리지 않는, 수호의 능력. 광진 사식의 위력을 생각해보면 이정도 마탄은 우스운 수준이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굉장한 기예로 버티고 있다지만 지금은 전투. 웃을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힘들이 이곳에서 발휘되며 날 지켜주고 있다.

자신이 길러온 힘을 이렇게까지 확인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즐겁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자의 기분'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다. 점점 늘어가기만 하는 적들을 물리칠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

빠가각!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끔찍한 소리가 허공을 울린다. 그 소리를 귀가 아닌 발로 느끼면서 나는 더욱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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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돌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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