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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44화 (24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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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요리법

지금 능파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었다. 어쩌면 세상이 뒤흔드는 것을 이러한 현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것이 진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이런 말을 들을리가 없다고, 능파는 단언해도 좋았다.

"능파. 얼굴이 썩었어. 내가 그렇게 이상한 말을 했어?"

호지의 물음에 능파는 다시 한번 오늘이 어떤 때인지 상기시켜 보았다.

자신이 계획하고 모두가 찬성한 데이트 계획의 이틀째 되는 밤이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완연하게 빛을 뿌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 모습이지만 벌여놓은 일이 워낙 크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어쩌면 내일은 해가 안뜰지도 모르겠다.

콩.

모기에라도 물린 것 같은 따끔한 통각이 이마에서 퍼져나갔다. 우우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능파가 호지를 올려보았다. 호지의 얼굴은 굉장히 부끄러운 듯, 새빨갛게 변해버려 굉장히 귀엽게 되고 말았다.

"뭐야. 내가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데..."

"경천동지, 청천벽력, 파천황. 지금 당장 생각나는 고사성어는 그것들 밖에 없네요."

하나 같이 놀라운 일이라는 것(하나는 재앙쪽)을 뜻하는 성어들. 호지는 열을 올렸지만 능파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능파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호지였다.

호지는 능파가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능파에게 식사를 일임했던 것은, 호지의 대실패에서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 연단술의 비약과 일반적인 채소와 섞다가 비율이 이상해져서 먹었던 능파의 노심이 한동안 기능을 정지했고 숨쉬는 것도 힘든 상태에 돌입했었다.

그 이후로 어지간하면 능파가 요리를 전담했지만 호지는 그런 것으로 포기할 아이가 아니었다.

가끔씩 부엌에서 재료를 빼가는 것은 예사고 능파가 아끼던 도마와 함께 싱크대를 양분했던 적도 있다. 심지어 빼간 재료들이 쓰레기가 되어 돌아왔을 때는 졸도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호지의 요리는 기상천외했다.

연단술도 할 줄 아니까 요리도 못 할 이유는 없는데도, 더럽게 못 했다.

"그건, 관심이 가는 주제입니다. 저도 참가해도 될런지요."

새롭게 끼어든 인물을 보고 능파는 더욱 미간을 좁혔다.

"요연...까지?"

여기까지 오니 이제는 탄식 밖에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 손을 얹고 천장을 보았지만 이미 하얀 벽지의 천장은 노랗게 변해버린지 오래다.

요연을 보지도 않고 능파는 말했다.

"요즘... 저에게 불만있나요? 도대체 뭐가 불만인거죠? 제가 부엌에 얼마나 공을 들여놨는지 알면서 또 부숴먹겠다고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배우러 온 겁니다. 능파의 말이 있기 전까지 절대로 아무것도 만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역시 마음에 안드는걸요."

솔직한 것이 자신의 매력이라는 것처럼 말하는 능파. 능파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엄마. 엄마는 어째서 요리가 하고 싶은 거에요?"

화제의 시선이 호지를 향하자 호지는 숨을 들이켰다. 생각외의 질문인 것일까, 솔직히 어이없을정도다.

호지는 검지 손가락을 마주대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능파를 힐끗거렸다.

"그게, 오늘 아침에 아빠랑 케잌 먹다가 아빠가 이런 케잌 한번 만들어볼까, 하고 말하길래... 그것만이라도 배우고 싶어서. 아빠는 요리에 재능이 없고."

할아버지 이상으로 엄마는 요리의 재능이 없습니다. 요리계의 디스트로이어에요 어머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능파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행동을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 그 잔인한 말을 내뱉을지도 몰랐다.

요연이 능파를 부르려는지 입을 막으려던 손을 붙잡았다.

"할아버지 이상으로 엄마에게는 요리의 재능이 없어요. 요리계의 디스트로이어가 바로 엄마... 랄까,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요!?"

요연의 개입으로 입을 막지 못했던 덕분에 호지는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서 주저앉았다. 능파가 '네 탓이야'라는 눈빛으로 쏘아보자 요연은 어리둥절해 했다.

"이거... 제 탓인겁니까."

"물론이죠. 게다가 요연은 엄마보다 더 하거든요? 최소한 요리 흉내라도 내지, 요연은...."

능파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요연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일전 할아버지의 어머니. 즉, 증조할머니께서 찾아오셨을 때 요연의 활약상은 집안팍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딱히 소문낼 생각은 없었지만 집안에 거주하는 마물들의 입소문을 타고 흘러나갔던 모양이었다.

화력이 부족하다고 주작검을 준 것이나 베이지 않는다고 청룡검(백호검이었나?)을 준 것이나, 다 상식 밖의 일이다. 호지의 경우가 오히려 정상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건 부정않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어째서?"

"그야, 저는 스승님과 함께 세계를 전전해 다니면서 서바이벌 요리를 익혔습니다. 화덕 같은 것이 없을때는 마력으로 한번에 끝내는 일이 자주 있었고, 적을 끝장낼 때 썼던 칼로 음식을 벴던 것도 그리 적은 횟수는 아니었으니까요."

뭔가 이해가 갈듯 말듯한 과거라 대답하기가 애매해진 능파는 한숨을 내쉬고 앞치마를 둘렀다.

어차피 결국 도와주게 되어 있었다. 그녀들은 상황이 이리 진행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요라를 뽐낼 것이고 부엌은 전쟁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근래에 사둔 최고급 흑돼지살이 증발할 것임은 당연한 일.

"빨리 앞치마나 둘러요. 재깍재깍 안하면 그만 둘거에요?"

"능파야.... 사랑해!"

호지가 폴짝 뛰며 능파의 등에 매달리듯 끌어안았다. 요연도 덩달아 능파를 끌어안자 능파는 당황해서 둘을 밀쳐냈다.

"뭐, 뭐 하는거에요 진짜..."

요연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능파를 슬며시 보았다.

".... 이렇게보니 능파도 꽤 귀엽군요. 지금 껏 애늙은이의 변태라고만 생각했는데."

"아, 그거 동감."

"동감하면 안되잖아요!?"

그렇게 어쩐지 능파가 당하는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들은 요리수업에 들어갔다. 애초에 호지는 손재주가 있었기 때문인지 재료만 잘 구별하고 넣자 순조롭게 요리(케잌)이 완성되어 갔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요연. 아직도 옛 버릇을 버리지 못 하고 있었다.

"지금 꼴은 뭐죠...?"

"자, 잘 안 보여서..."

예전과 달리 식칼을 제대로 쥐고 있다는 것은 성장했다는 것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욕이 나오려던 것을 능파는 간신히 참았다.

하이라이스. 딱히 목표한 음식이 없었던 요연에게는 무난한 것으로 골랐다. 가루는 남아있었고 넣을 건더기의 재료들은 데이트 하는 동안 사왔다.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특식을 만들어볼 생각이었으니까.

문제는 요연의 특출난 칼솜씨다.

요연의 칼솜씨는 솔직히 놀랄만한 수준이었다. 거의 독학했음에도 그 수준이면 종사(宗師)급. 야채를 베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요연의 칼솜씨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물에는 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간단히 말해 잘 베는 각도 같은 것이다. 요연은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며, 벨 수 있다. 하지만 요연에게 넘긴 것은 싸구려 고기. 제대로된 결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억지로 베라면 못 벨 것도 없겠지만 본능적으로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저, 저기 있는 것이라면 벨 수도 있겠지만 이건..."

요연이 강렬한 눈초리로 최고급 흑돼지살을 보았다. 능파는 그것을 가슴팍으로 끌어들여 숨겼다.

"이건 안돼! 이게 어떤 재료인데!"

요리로 천천히 할아버지를 꼬시는 작전을 수행 중이기도 한 능파에게 요리재료는 최고의 무기였다. 최고 중의 최고를 연적에게 넘겨 줄 수는 없었다.

그것도 요리의 도(道)에는 전무한 여자에게는 더더욱!

"으음...그렇다면 별 수 없죠."

풀이 죽어 얌전히 식칼을 놀렸다. 결이 엉망인 채소를 써는지라 싱싱함은 그리 보이지 않았지만 검술의 날카로움 덕분에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요연의 요리를 끝낼 쯤에는 호지의 케잌도 끝나있었다. 백색의 생크림의 위에 호두가 잘게 부서져 깔려 있는 것이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헤에, 엄마는 의외로 실력이 좋네요."

"진짜? 에헤헷. 이건 샘플이니까 먹어봐."

따로 준비한 듯, 접시에 담겨진 케잌을 들이밀었다. 그것을 곧장 먹지 않고 테이블에 내려놓은 능파는 요연이 준비한 하이라이스를 보았다.

맛깔스러운 흑색 소스에, 그럭저럭 봐줄만한 야채들. 보기만 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하자도 없다. 향도 꽤 괜찮다.

"이건 자신작, 기대해도 좋을겁니다. 재료가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능파는 샘플인지 따로 조금 차려진 하이라이스를 케잌의 옆에다가 두고 두 음식을 번갈아 보았다. 오오라라고나 할까, 그런 것은 괜찮은 것 같다. 특히 호지의 케잌은 무언가 특별한 재료라도 넣었는지 신비로운 향기가 희미하게 케잌의 냄새에 섞여들어왔다.

푹, 텁.

숟가락으로 한번 떠 먹었다. 그리고 그 즉시 하이라이스를 입에 넣었다.

숟가락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여러분, 죽고 싶죠?"

"에... 뭔가 잘못됬어?"

호지의 물음에 능파는 테이블을 내려쳤다. 분노가 섞인 일격은 지진이 되어 테이블의 내부를 부숴버렸다. 요연이 슬쩍 마력을 넣어 수복하자 능파가 입을 땠다.

"케잌에... 약넣지 말랬죠? 아니, 쓰인데로 하라구요, 쓰인데로!?"

"하지만 건강에..."

"혀 건강은 완전히 무시하나요!?"

요리사로서 봐줄 수 없는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요연!"

"으음."

"싹난 감자가 있으면 버릴 것이지 그 부분을 왜 넣어요?"

잔뜩 움츠러든 요연이 낮게 말했다.

"토, 톡쏘는 맛이 괜찮..."

"용이랑 인간은 다르거든요?"

능파의 질책에 요연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참담한 상황에 능파는 머리를 싸맸다. 이럴 때는 요리가 제격임을 아는 능파이기에 자신만의 요리에 착수했다.

지글지글.

찌개가 끓고 뒤에 서 있던 패잔병이 슬쩍 능파를 불렀다.

"저기, 이 음식... 어쩔까?"

"먹어요. 재료 아깝지 않게. 남기면 앞으로 밥 없어요."

이날 요연과 호지는 저녁을 먹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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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아이젠입니다.

오늘로 방학이 마지막. 이런 신발.

일일연재도 오늘로 끝입니다. 평소에 하던 주 2연재(보통 3연재를 했지만 그건 원래 2연재였습니다!)로 돌아가겠군요.

흑흑.

그건 그렇고, 역습편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런던이 붕괴되고, 여러가지가 있고.

써놓은 것은 꽤 되지만, 여러분들에게 선 보일 수 있을 날은 아직 멀었겠죠. 그래도 조금만 더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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