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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45화 (24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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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이어

휘청, 하고 몸이 흔들렸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는 구역질과 통각이 오장육부를 뒤짚어놓고 있었다.

"크... 읏, 하..."

고통 어린 신음이 목소리에 섞인다. 고통 자체는 참을만한 수준이었지만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크게 상처받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존심. 소야에게 철저하게 패했던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잊고 있던 단어이건만 지금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를 요연 본인은 꽤 간단히 짐작할 수 있었다.

죽일 수 있었음에도 봐주었다. 아수라왕은 충분히 요연을 이길 수 있었는데도 승리를 버리고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적에게 동정 당했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크나큰 수치다. 물론, 요애가 본다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살아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등을 토닥여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었다.

아수라왕은 분명히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뒤집을만한 틈 또한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실패했다. 요애에게 간신히 배운 살계를 개방했음에도 타격을 입히는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하늘을 향해 물었다.

"어째서 전 이리 무력한겁니까....?"

"요연이니까."

단호하게 태클을 걸며 말한다. 요연이 뒤로 돌자 먼지가 묻은 백발을 털고 있는 능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으로 상당히 더럽게 변해버린 호지와 슈의 모습이 덩달아 보였다.

"진 모양이네요?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마... 계획이 틀어졌겠지요."

"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어요."

별 것 아니라는 능파의 말에 요연은 다른 의미로 충격 받았다.

설마 자신의 전투능력마저 의심 받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래뵈도 삼검주의 두번째인 사신검주인데.

그 마음의 소리를 능숙하게 꿰뚫어본 능파는 옷깃을 슬슬 털어내며 말했다.

"아수라들... 굉장히 까다로운 타입이더라구요. 그런 자들의 왕이니만큼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요."

"까다롭다는 건, 어떤 의미로?"

당연한 수순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오는 요연을 보며 능파는 혀를 찼다.

"불사(不死)."

짤막하게 대답하는 능파. 까다롭다는 말이 단번에 이해된 요연이었다.

불사의 능력은 크게 보면 두가지 유형이 있다.

뱀파이어나 용처럼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 불사. 그리고 어떠한 공격을 가해도 죽지않거나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것. 혹은 그 두가지 전부를 통틀어 얻은 불사능력자들(이것까지 합치면 셋이지만 종합이니까).

아수라들은 그 두번째에 속하는, 전투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적만 아니라면 정말로 괜찮은 존재. 그러나 적이니 별 수 없이 죽여야만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불사의 이능을 깨는 것. 그것에는 대표적으로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로는 불사의 이능을 발휘하는 핵을 깨는 것. 두번째는 자살하는 것. 세번째는 불사의 이능을 가진 자들을 모아서 공명시키는 것이다.

그런 방법 중에서 아수라들에게 통하는 것은 첫번째. 아수라왕이라는 핵을 부숴버리면 아수라들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고로 아수라가 죽지 않았다는 건 아수라왕의 생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요애를 구하러 가죠."

"아, 그래야지. 별로 위험할 것 같진 않지만."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기색으로 능파가 그렇게 혼잣말했다.

아수라왕이 몸을 내뺀 것만 보아도 그렇고, 팔대간부와 외주는 도망칠 계획을 짠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무슨 수를 썼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팔대간부는 압도당하고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을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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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투둑.

독(毒) 때문에 푸르게 물들었다 전해지는 시바의 피부가 찢겨나가면서 피가 떨어져내렸다. 푸른색 피에 대조되는 붉은 피가 바닥으로 떨어져갔다. 창을 쥐고 있는 시바의 두 손과 다른 기구들을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이상은 한계다. 시바는 데미지를 너무 많이 입었다.

그라드와 기레. 두 인외의 존재들이 만드는 합동 공격은 시바의 공격을 무효화시키면서 시바를 마구잡이로 난도질했다.

나 때문이다. 힘을 쓰지도 못 하는 상태의 내가 시바의 발목을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어떻게든 됬을지도 모른다.

내 실책이다. 조금만 더 궁리해서 현계 뒤의 상황도 생각하는 것이 좋았을텐데...!

"꽤나 버티는걸, 시바?"

"물론이다. 난 강하니까."

오만한 말이지만 틀리지 않은 말이다. 싸울 수 없는 나를 업고서 팔대간부 둘의 합격술을 여기까지 받아냈다. 칭찬받아 마땅한 실력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세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버티기는 했지만, 시바의 여력도 여기까지. 내 몸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원이 오지 않는다면 여기서 순살이다.

쿵... 쿠르르....

"네놈, 시바아아아아아아앗!!!!!"

돌연 밑에서 터져나온 사자후. 대기를 뒤집어놓는 외침이 주변을 휩쓸고 한껏 달아오른 전장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옴팔로스. 처음에 시바에게 당한 터라 잊고 있었다.

위험하다. 운사들에게 더 맡기기에는 케이슨의 힘이 보통을 넘는다. 그렇다고 이쪽이 더 상대할 수도 없다. 상대할만한 여력은 지금 이곳에 남아있지 않다.

하늘로 솟 듯이 날아오르는 옴팔로스. 분노가 섞인 움직임은 강맹하기 짝이 없어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했다.

"시바... 네놈이 그렇다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

그라드와 기레와는 다른, 자신만의 행동을 고수하며 주먹을 날렸다. 마치 대포알이 날아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위압감, 시바의 몸이 젖혀졌다.

구우웅!!!

바람이 찢어발겨진다. 전투에 대한 센스 같은 고차원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 보이는 단순한 근력만으로도 옴팔로스가 강자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더욱더 나와 시바의 얼굴에 패색이 짙어졌다.

졌다. 그렇게 끝난다고 생각했다.

"폐하아아아아아아!!!!!"

하늘이 일순 붉게 물들었다.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하늘을 빽빽하게 붉은 무언가가 덮혀가고 있었다.

피처럼 붉은 검. 검이다.

그것이 하늘을 메우면서 그라드, 기레, 옴팔로스의 몸을 파도처럼 휩쓸어버린다. 갑작스런 기습에 강력한 공격. 피할 세도 없이 속절없이 맞으면서 방어에만 전념했다.

등 뒤로 무수한 검을 다루는 거대한 존재감이 빠른 속도로 날 끌어안았다.

"폐하, 폐하! 몸은,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아아. 괜찮아. 너무 신경 쓸 것 없어 챠이."

"아니, 하지만 폐하... 팔 한쪽이 다시..... 큭."

흡사 연인이라 착각될 정도로 끌어안은 챠이가 다시금 비어버린 내 왼팔을 보고 말을 잇지 못 했다. 지금 챠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오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말해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설사 운사들을 현계시키는데 썼다해도 '그것도 저녀석들 때문이다!'라고 일축해버릴 것이다.

챠이의 왼손에 들린 충의의 적색, 단심검이 혈광을 뿜었다. 빙글빙글 검을 돌리는 모습이 쥐불놀이라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왕의 적은, 세계의 적!"

아무것도 쥐지 않은 오른손에 가면이 쥐어진다. 그것을 머리에 뒤집어쓴 챠이의 어깨, 등에서 단심검이 내뿜는 빛과 같은 빛을 뿜어냈다.

"죽여서, 말살해야 할 존재!"

살의가 바다처럼 뻗어오른다. 그가 나에게 향하는 충의는 그대로 살기로 변하여 그라드들을 연격(連擊)하는 검들의 위력으로 탈바꿈한다. 신검(臣劍)의 의지가 간부의 몸을 헤집고, 만검(萬劍)이 되어 적들을 짓밟는다.

삼검주가 갖는 칭호 중 그들 자신의 성품을 가르키는 칭호.

'왕이 원하는 것을 행하는 자.'

그것이 챠이의 이름. 설사 내가 명령하지 않더라도 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폐하. 그런데 시바는...."

만검의 조종으로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 있는 챠이의 말끝이 흐려진다. 내 발밑에 있는 시바의 존재를 상당히 껄끄러워 하고 있었다.

하긴, 적이라고 생각했던 자가 자신의 왕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적이기도 했으니 뒤에 두는 것 또한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시바의 등에 올라탔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괜찮아. 시바는 적이 아니야. 날 믿어다오."

"아니, 그런 의미로 한 것은 아닙니다 폐하. 그저 시바가 제대로 폐하를 지켜내지 못 한 것이 한심할 따름이지요."

시바의 눈이 꿈틀거린다. 가면속에서 빛나는 회색의 탁한 눈이 시바의 삼안과 맞부딫힌다. 시야가 나에게 닿지 않는 것이 분명한데도 묘한 경쟁심이 느껴졌다.

순간, 챠이의 눈이 깊어졌다. 만검의 파도 속에서 은빛의 갈기와 붉은 피, 백색의 거암이 파도를 갈라내는 것이 보였다.

팔대간부라는 이름을 증명하는 것처럼, 챠이 하나에게 당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예상은 했던 바, 챠이가 이곳에 있다면 요연들도 곧 올 것이다.

잘하면 이 자리에서 팔대간부의 대부분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

"폐하, 이곳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물러나라는 듯한 말,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바가 몸을 뒤로 물렸다.

옴팔로스의 거대한 팔이, 챠이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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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습니다만, 안녕하십니까. 아이젠입니다.

여러가지 연유로 학교를 빼먹은 작가입니다.

지금은 그동안 못썼던 글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바쁘군요. 열심히 구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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