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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46화 (24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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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이어

빠캉!!!

날카로운 병기와 둔탁한 주먹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대기를 일그러뜨리는 검과 주먹의 만남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충의의 적색. 따로 단심검이라고도 부르는 불파(不破) 보검이 거칠게 흔들려 그 위력을 짐작케 했다.

챠이는 지금 피부가 오싹하는 것을 느꼈다. 이만한 전율을 느꼈던 때는, 폐하를 처음으로 마주했던 그 순간과 흡사했다.

압도적인 힘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전력차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지만 챠이의 뇌는 지금 굉장히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유모를 전율, 희열. 그 감각을 확장하고 덤벼든다.

핏빛을 발하는 충의의 적색이 다시금 일격필살의 의지를 가지고 뻗어나간다. 옴팔로스의 주먹이 그것에 맞대응하는 것처럼 필살의 위력을 보였다.

꽈아앙!

폭탄을 터뜨리는 것 같은 괴성, 위협적인 파공성에 둘 모두 뒤로 후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챠이의 주변을 떠다니던 몇몇의 검이 옴팔로스의 머리를 노린다.

"으랏차아!!"

부우웅!

마력을 실은 주먹이 풍압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바람은 날아오는 검들의 궤도를 틀어놓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챠이의 몸이 파고들었다.

공간을 격하고 옴팔로스의 턱 아래로 이동한 챠이의 검이 위로 솟아오른다. 마치 용의 승천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빠르기.

언젠가 폐하께서 이름 붙여주셨던 승룡섬(昇龍閃).

머리를 관통할 것 같은 일격이 옴팔로스의 뺨을 스친다. 고렘의 일종인 그에게 통각은 없을텐데도 비명을 질었다.

"우, 우아아아아! 내, 내 얼굴에!!!!"

"상처정도로 호들갑 떨지마라 옴팔로스. 아직 남았어. 사막에서의 빚도, 네놈을 향한 증오도!"

사막에서만큼 자신의 무력감을 느낀적은 없었다. 왕을 지켜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왕에게 보호 받았다.

그것은 치욕. 물론 폐하가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가 느낀 것, 적들을 마주한 그 순간의 굴욕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챠이는 훈련했다. 요연 수준으로는 부족했기에 매일 같이 유다에게 덤벼들었다. 매번 깨져 나가기는 했지만 확실히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족하다.

좀 더 강해져서 폐하의 원을 이루는 것이 자신에게 내려진 천명. 모든 것은 폐하를 위해서 돌아가야만 한다.

"이 순간에, 폐하의 정적을 베어낸다!"

가면을 썼기 때문일까, 뇌가 폭주하는 것만 같다.

피는 끓고, 힘은 넘친다. 하지만 주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가면의 힘을 제어하는 기술은 유다와의 대련에서 끊임없이 익혔다. 몸으로, 정신으로, 패배의 굴욕으로, 성장의 기쁨으로 그는 더더욱 성장했다.

거리를 벌리는 옴팔로스의 어깨로 두개의 검이 작렬했다.

아까 탑의 잔해에 파묻히기 전, 시바의 창에 의해 꿰뚫린 상처. 그곳을 다시 가격 당했기 때문인지 옴팔로스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약하다...!'

옴팔로스는 분명히 강하다. 이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할 것이다. 아마 그건 자신의 왕도 인정할 터. 하지만 그에게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었다.

경험. 그리고 그에 걸맞는 정신.

지금 옴팔로스를 보면 애나 다름 없다. 몸만 어린 인간이라면 유치원에 던져놔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 강력한 옴팔로스의 스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다행인 일, 놓칠 수는 없다.

허공을 비산하는 수많은 검을 쥘 수 있는 만큼 쥐어 그대로 옴팔로스의 거구에 던져버렸다. 딱히 표적하고 던지지도 않았음에도 검은 날카롭고 정확하게 백색의 거암을 파고들었다. 통각을 느낄리 없는 '인형'이 비통한 소리를 지르며 발광한다.

부웅, 부우웅!

그야말로 어린애의 투정 같은 몸짓에 챠이는 몸을 물렸다.

그것이 실책이었다.

피이이잉!

실이 끊어지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은빛의 탄환이 솟구쳐 오르면서 챠이의 가슴에 길게 검흔을 남긴다.

위력이라면 옴팔로스보다 한참은 못 하지만 스피드만 따지면 몇배는 위인 이 공격.

그라드. 만검의 파도를 걷어낸 그가 결국 챠이의 앞에 선 것이다.

"이자식, 챠이...! 잘도 해주셨겠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는 이제 없다. 그의 얼굴은 길어져서 늑대에 걸맞고 피부를 덮는 털들은 마치 은을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것이 달빛을 받아 휘황찬란하게 빛나자 그 모습을 뚜렷이 알 수 있었다.

라이칸스로프 로드, 그라드.

쾌속의 왕이 그곳에 있었다.

"쯧.... 귀찮게 됬어...."

귀찮다?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겨우 그정도로 끝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길 수 없다. 아까 옴팔로스를 끝장냈어야만 했다. 데미지를 입기는 했겠지만 차라리 그쪽을 감수하는 편이, 그라드와 옴팔로스를 함께 상대하는 것보다 나았다.

"큭, 폐하....!"

"어딜 보는 거냐, 챠이?"

화끈, 하고 날카로움을 느낀 것도 잠깐이었다. 등이 크게 잘려나간다. 통각을 느낄 세도 없이 검을 바로 한 챠이의 안색이 나빠졌다.

폐하의 안전을 위해 아주 잠시, 찰나의 시간동안 눈을 돌린 것뿐인데 등을 베였다.

폐하의 신속(神速)과는 다른 음속(音速). 신속보다는 확연히 느리지만 몸이 따라가지 못 하고 있었다.

촤좌좌좌아악!

태세를 갖출 틈도 없다. 다시 그라드를 마주 볼 생각으로 몸을 돌리는데 시야를 꽉 메우는 칼날 같은 손톱만이 있었다.

번쩌저저적!

나뭇가지처럼 여러개로 갈라지는 번개 손톱의 대부분을 지워버린다. 강력하고 빠른 번개의 잔상이 사라지자 그라드의 팔이 날아가 버린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라드의 등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세가지의 창날.

"크, 하..! 시.... 바....!"

전뢰창 피나카. 그것이 그라드의 팔을 날린 것이다. 과연 파괴신이라는 이명답달까, 짐짝이나 다름 없는 상태의 폐하를 업고도 이만한 위력이라니 놀랄만하다.

어찌된 일이건, 이번에는 절대로 틈을 놓치지 않는다.

"크... 아, 이런...!"

그라드의 탄성,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린애처럼 발광하며 제정신이 아닌 옴팔로스의 머리에 충의의 적색이 꽂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폭주가 멈추지를 않고, 챠이도 그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허공을 부유하던 만검(萬劍)이 챠이의 손 안에 모여들어 일검(一劍)이 된다. 일반적인 검의 질량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이 자그마한 검의 형태로 압축된다.

그야말로 폭탄, 포탄. 검이라고는 볼 수 없다.

검날은 물론이고 손잡이까지 도깨비불처럼 넘실거리며 본모습은 남아있지 않다. 넘실거리는 기운이 가까스로 검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검이 휘둘러진다.

직선. 다른 조건들을 완벽히 무시하는 직선이 옴팔로스의 몸을 갈라버린다. 결 같은 기술적인 검기(劍技)가 아니라 그저 패도적인 패기(覇技).

"아아아아.....!"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 하고 무너져간다. 옴팔로스, 숭배받던 신석(神石)은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젠장, 옴팔로스가...! 챠이, 네노오옴!"

그라드가 쇄도한다. 공간을 비집고 날아드는 진공의 손톱이 챠이의 검에 잘려나간다.

가볍게 막혔지만 그라드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늘을 덮는 검들의 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검보다도 빠르게 달려드는 그라드의 움직임은 어떠한 공격이라도 피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챠이. 그는 예상했다. 이만한 속력의 돌격, 그것도 어떠한 허초도 없는 직선의 일섬을 예상 못 할리가 없다.

승룡섬. 옴팔로스의 몸을 가르느라 아래로 향했던 검을 이용하기에는 최고의 검기.

용의 승천을 본 따서 만든 검기가 솟아오른다. 최대 속력으로 돌격하던 그라드의 상체가 뒤로 젖혀지지만 돌격하던 힘을 모조리 만회한 것은 아니었다.

죽였다.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쩍.

마치 돌이 되어버리는 것 과도 같은 감각이 전신을 옭아맸다. 승천하던 용의 기세는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너무 늦어버렸나요 그라드?"

"....환상적인 타이밍이야 기레. 덕분에 살았다."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올라오는 검은 망토의 창백한 여성, 뱀파이어의 여왕 기레. 특기인 마법의 밀도론 만검의 파도를 걷어내는데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상황의 역전이다, 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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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받은 손톱이 송곳처럼 한 곳에 집중된다. 방대한 마력량이 일점집중의 형태를 하고, 기레가 그 공격을 피하지 못 하도록 챠이의 몸을 포박한다.

"시바, 챠이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파슈타파가 쏘아졌다. 그라드의 머리를 노리는 번개의 일격. 하지만 그 번개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혀버렸다.

그라드의 후위를 맡은 기레의 팔에.

"미안하지만 당신들 상대는 이쪽이야!"

시바가 창을 회수하고 순식간에 눈앞까지 도달한 기레의 이빨을 받아냈다. 마력의 일부를 챠이의 포박에 쓰고 있는 터라 그리 강하지는 않았지만 시바의 몸은 그런 것도 받아내기 힘든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사실, 간간이 쏘아내던 창도 시바로선 꽤 무리한 것. 더이상의 조력은 바랄 수 없다.

푸우욱!

은빛의 송곳이, 심장부근을 감싼 붉은 코트를 관통한다. 심장을 여과없이 관통당한 챠이의 눈이 흐릿해져간다. 그리고,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급소를, 정통으로.

뇌가, 이해를 거부했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부정했다.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챠이가 죽었다. 간단한 한마디지만, 그만큼 현실성이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 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눈 앞에서 살해 당한 것을 보고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지라 이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아, 하악....!"

"응? 아직 살아있나. 뭐, 그래도 곧 죽겠지."

그라드의 손이 뽑힌다. 크게 젖혀져나가는 챠이의 몸, 지상으로 추락한다. 그라드의 몸이 선회하고 이쪽을 향한다. 챠이의 피가 흥건하게 묻은 팔을 파리쫓는 것처럼 털어낸다.

그라드의 일그러진 웃음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이제 두쪽 다 하나씩 죽었지?"

"....그라드으으으으으으!!!!!!!!!"

노심. 마력을 생성해내는 용의 심장.

그것이 만들어놓은 한줌의 마력을 개방했다. 아니, 개방하려는 순간. 붉은 검들이 그라드와 기레의 몸을 한꺼번에 휩쓸었다.

"무슨...!?"

"이정도...로, 리타이어할 줄... 알았...나, 그라....드?"

충의의 적색을 발판삼아 서 있는 챠이의 몸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움직이지 않아야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검의 파도에 밀려 가까워진 그라드와 기레, 챠이. 챠이의 손에 들린 검이 두개로 갈라지고 기레와 그라드의 가슴팍에 꽂힌다.

"폐...하."

작지만 그 말은 내 귀에 확실하게 들렸다. 마치 이 말이 마지막이라는 것처럼, 그 말만이 이 세상에서 강조되었다.

쉬리릭!

그가 쓰고 있던 붉은 가면이, 단심검주의 가면이 내 품으로 다가왔다.

"요 몇 달간.... 행복...한, 삶이었..습...니다."

챠이의 모습이 그라드와 기레를 끌어안은체로 지상으로 사라져간다. 주변의 건물들이 때마침 사명을 다한 것처럼 그들의 모습을 가리며 쓰러져갔다.

"챠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헛된 외침만이, 빌딩의 무너짐속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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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이가 탈락했습니다. 경사났네?

...안녕하십니까, 아이젠입니다. 슬럼프라고 할만한 시기에 접어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무섭군요. 다행히도 50편이 넘어가는 비축분의 축복으로 인해 연재가 늦어지는 일은 없겠습니다.

경사로세.

뭐, 하여튼. 비축분이 최종전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이제 스무편정도 더 쓴다면 아마 완결이라고 해야할테죠. 음,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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