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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68화 (26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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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크하... 학...!"

버틸 수 없는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참는 것도, 지금이 한계다. 아니,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가 궁금할정도로 그라드의 일격을 먹은 배에서 통각이 엄청난 기세로 뇌에 치닫고 있었다.

흐름을 조작하는 운사. 피의 움직임을 최대한 정상화에 돌려놓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광진을 끊어보지만 신체의 데미지에 패널티의 통각까지 겹쳐 더이상 말을 꺼내기도 힘들정도의 아픔이 전신을 엄습한다.

괴롭다.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반짝, 하고 시야의 아래가 빛난다. 따뜻한 기분이 고통을 좀 먹고 서서히 통각을 줄여나갔다. 정말로 조그마한 변화라 알기 힘들었지만 지금 이런 꼴이 되니까 그만한 수준이라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바보 같이. 그런 특공을 걸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미... 안."

"아플테니까 말하지 말죠?"

능파의 호된 질책에 웃으면서 운사를 조종하는데 집중했다. 능파의 회복술과 운사의 가속과 정상화가 합쳐지자 그럭저럭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능파는 그런 나를 공주님 안기라고 불리는 형태로 안아들었다. 쬐그마한 여자아이에게 이런 모습으로 들리니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상했다. 하지만 능파가 그런 것을 알리가 없고, 안다하더라도 능파 성격상 비웃으면서 그 부분을 강조할 것이 틀림 없기에 묵묵히 있었다.

능파의 발걸음이 안정적이게 방주의 중심부로 향했다.

"메디컬 룸으로 간다면 금방 회복될거에요. 게다가... 왼팔이 또 날아갈 뻔 했구요. 이러다 유운이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왼... 팔?"

왼팔을 내려다보았다. 피투성이로 얼룩져 있지만, 그라드의 피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다. 거기에 묻어있는 것은 대부분이 내 피였다.

오식의 거인을 쓴 탓인지 몸이 견디지 못하고 안쪽에서부터 부서진 것이다. 게다가 부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왼손으로 박살을 내놓았으니 이정도는 당연한 처사다.

그라드와 기레를 저승으로 보냈다. 이만한 댓가라면 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능파야. 현재 전투는 어떻게 됬어?"

능파는 생각이 여러모로 깊은 아이다. '움직여도 된다'는 확신이 없다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아이이니, 아마도 전세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보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능파의 얼굴빛이 나빠졌다.

"잡병처리는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첫번째 방어선이 뚫리기는 했지만 라이칸스로프들과 뱀파이어의 개입으로 숫자는 어떻게든 맞췄거든요. 그래서 온 것이기도 하구요."

확실히 그런 상태라면 능파의 명령은 없어도 자기 자신의 위치만 지킨다면 될 것이다. 게다가 명령체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치더라도 그곳에는 운천이 있다. 용병부대를 다뤄오며 카타스트로피와 싸워온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전략쪽에서는 능파 못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나 능파보다도 나을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까지 말한 능파의 입이 다물린채로 열리지 않는다. 견디기가 괴로운 침묵, 능파의 입술이 오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왜... 그래?"

"할아버지가, 제 말을 듣고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면... 가르쳐 드릴께요."

이윽고 열린 능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건. 몸을 움직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눈만을 깜빡여보였다. 마침 방주에 세워진 건물을 박차고 있던 능파가 쓰게 웃으면서 입모양으로 말을 그리기 시작했다.

ㄱ과 ㅓ. 첫머리의 그것처럼 자음과 모음이 연달아 그려지고 이내 웃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거짓말쟁이'. 너무나 정확한 말이라 대답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솔직히 능파의 말이 진실이라서 웃음이 나왔다.

만약, 능파가 말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난 뛰쳐나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거짓말쟁이. 어울리는 칭호다.

능파의 떨리는 입술에서 내가 듣고자 했던 진실이 흘러나왔다.

"할아버지에게 연락을 보낸 직후, 동방삭이 나타났어요."

동방삭. 역시나 그 이름이였는가.

최악 중의 최악. 불속에 기름을 두르고 뛰어든 것만 같은 더러운 기분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치밀어오르는 불쾌감은 어쩔 수 없다.

동방삭이라는 카타스트로피의 패는, 강력하기 짝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누님이 없는 우리 팀은 이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다는 '불패급'이라고 단정했고, 우리는 그 불패의 위력을 한국에서 보았다. 그렇기에 대비책을 세워두기는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모른다. 어쩌면 전혀 효력을 보지 못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명령대로 백색아성의 방벽을 방주와 싱크로시켜서 최대한 밀어내면서 천천히 안으로 끌어들였죠. 성공은 했는데...."

내가 세운 첫번째 방법.

동방삭이 불패급의 전력을 갖게 된 것은 방주의 무한동력으로 힘을 막대하게 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 힘을 빼놓으면 괜찮겠지...하고 세운 것이 바로 첫번째. 충전식 마력을 가지고 있는 동방삭이니 이것이 통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다만, 동방삭의 강함은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능파의 얼굴빛이 저렇게 굳어있을리가 없다.

"방벽이 뚫렸어요. 한번에. 덕분에 준비해뒀던 요격장치의 반이 대파했죠."

"두번째 계책이 그 꼴이 되었나....? 빌어먹을, 동방삭이란 놈은 어떤 괴물인거야."

두번째 계책은 될 수 있으면 요격으로 계속 밖으로 밀어내면서 최대한 힘을 빼놓는다는 것. 성공만 한다면 여기서 끝이난다. 하지만 반이 날아갔다면 돌파했을테니 세번째 계책은 발동했을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설치하고, '이거면 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군'이라는 소리를 유다가 하게 만들었다.

성공했다면 데미지는 클 것이다.

가빠지는 숨을 최대한 부드럽게 쉬면서 물었다.

"세번째...는?"

"적중은 했는데... 그게, 아무런 효력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제가 볼 때까지는 그랬어요."

"그럴, 수가..!"

세번째 계책에 사용된 진식은 굉장히 많았다. 합치면 약 네자릿 수를 넘볼 정도의 방대한 양이 된다.

마법사라면 필히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금기라 불리는 것에 우리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요격기도 다수 붙였다. 게다가 그곳에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설치해둔 '징벌포좌'까지 써 두었다.

정화의 포격. 급하게 쓴 것임에도 유다가 죽는다는 것을 느끼게 할만한 기예였다. 그걸 맞고도 멀쩡했다?

있을 수 없다. 징벌포좌가 어떤 것인데. 하지만.... 일어났다면 별 수 없다. 게다가 아직 네번째 계책이 남아있었다.

"능파. 네번째는?"

"알잖아요. 그건 지속형이니까 지금 이곳으로 달려온 나는 알 수 없어요."

"그렇겠지... 능파야."

"왜요?"

"내 몸을 최대한 빨리 고칠 수 있도록 해다오. 부탁할께."

능파가 눈을 질끈 감았다. 괴로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이다. 눈꺼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 듯, 눈꺼풀 밖으로 눈물이 세어나왔다.

미안하다,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서 무슨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난 '고요이기에 그곳에 가야만 한다'. 능파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리 슬퍼하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한다.

손을 들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밀어넣자 작고 따뜻한 볼의 촉감이 느껴졌다. 약간 촉촉한 느낌, 눈물의 느낌이다.

"울어?"

"안 울어요."

"그래? 우는 아이에게는 키스를 선사......"

"울었던 것 같네요."

내 말을 자르며 찔러넣는 한마디. 내 가벼운 장난에 응수하는 능파다. 잠시의 간격을 두고 서로 피식, 웃었다. 능파의 서글픈 표정이 약간이나마 풀려가는 것이 보였다.

능파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연애감정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짧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사랑의 이유가 아니될까.

딱히 다른 아이들보다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그런 사람이 울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말이야. 난, 죽지 않아. 이번 싸움에서는 절대로."

"단언... 하시네요. 어째서죠?"

"단서가 붙어있는 직감 때문이지."

그것은 단순한 직감. 하지만 누가봐도 알 수 있을 확연한 근거가 있었다. 능파라 하더라도 인정하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근거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지 않는다고 판단 했던 것은 아니다. 이곳이 내가 죽을 곳이 아니라는 것은 마치 '운명'인 것처럼, 어째선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나에게 내려진 목숨값. 미래를 여는 나의 목숨은 이런 곳에서 스러질 곳이 아니라고, '세계'가 말하는 것이다.

운명을 뒤집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내가 말하기는 뭐 하지만, 지금만큼은 운명에 순응해야 할 때다. 미래를 열어야 할 남자가 듣도 보도 못한 게스트에게 죽는다면 지나가던 개도 비웃을거다. 영화라면 B급도 못 된다.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동방삭이 날 죽이지 못 한다는 확신이 있다. 동방삭은 바로 케이슨과 관계가 있을테니까. 운명에 순응해 '그 순간'에 죽여야 할 그가 날 죽일리 없다.

그렇다고 전선에 설 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돌파당할테니까.

그 이야기를 입에 담자 능파의 눈이 매서워진다.

"자세한 건... 나중에 물을께요. 지금은 치료가 중요하니까요."

따아앙!

능파가 딱딱한 철제 지붕을 밟고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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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드가 지고, 잠시동안은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유다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내일은 연참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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