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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71화 (27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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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콰아아아앙!

손과 검의 격돌. 날카로운 폭음이 일어나면서 땅거죽을 전복시키고 대기의 흐름이 뒤틀린다. 공간조차 비틀어놓을 것 같은 부딫힘. 서로의 의지가 만나 인세에 더 없을 괴력을 선보인다. 강맹하기 짝이 없는 서로의 공격에 뒤로 물러나고, 두번째 일격이 서로 만난다.

일격 일격이 전부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한 일격필살의 공격. 비껴 맞는 것도 위험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조차 오금이 저리게 하는 무위. 인간으로서 닿을 수 있는 한계점을 아득히 뛰어넘어서 존재하는 남자들이 그곳에서 힘을 겨루고 있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격전, 당사자들의 얼굴은 변화가 없었다.

'강하다. 굉장히 강해.'

유다의 검세는 번번히 동방삭의 손에 가로막힌다. 게다가 빠르게 그 틈을 비집고 일격을 먹이는 손, 겨우 피해내는 것이 고작.

하지만, 피할 수 있다. 버틸 수 있었다. 맞는다면 즉사겠지만 그건 동방삭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등한 싸움, 질 수는 없다. 유다는 그녀와, 절대로 지지 않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불패'와 싸워왔다.

이길 이유는 있지만, 질 이유는 없다.

"하압!"

평소에는 내지 않는 기합성과 함께 검을 수직으로 베어냈다. 허공을 가르는 일격, 발을 옆으로 뻗어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피해내는 동방삭이다.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로 움직이는 그의 움직임에 적인 유다조차도 감탄이 나왔다.

칠흑검주라는 그의 칭호에는 분명히 검(劍)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지만 유다는 사실 검에 대해서 눈물만큼도 아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검에 대해서는 그나마 견식이 있는 육왕보다도 못한 것이 유다의 검술이었다.

검을 쥔 이유도 슈드나이라 불리는 금발의 꼬마에게서 빼앗고 적당히 휘두르다보니 '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쓰게 된 것이 마왕을 계속 쓰게 된 이유. 옛날에는 그냥 적당적당히 주먹으로 패고, 이력(異力)을 굳혀서 쏘아내고 하던 것이 전부였다. 익숙함은 맨손박투쪽이 더 그의 성정에 맞았다.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동방삭의 손, 발을 차올려 손목을 강타해 걷어내고 검의 궤적을 그의 머리를 노렸다.

피이이잉!

탄환이 지나가는 듯한 감각. 동방삭의 머리카락이 몇 올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차기가 상당히 의외였던 듯, 온전히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의외...인걸. 옛날에는 검도 못 다루면서 검에 집착하는 멍청이였는데."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된거다."

그 와의 첫싸움에서는 확실히 검이 더욱 위력이 있어서 그것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결국 그랬기에 젔다. 하지만 육왕과의 싸움에서 한번 주먹을 쓰고, 불패의 차원결계에 갇혔을 때 불패를 상대하면서 주먹, 발 할 것 없이 어깨, 무릎, 머리, 몸통.... 모든 부위가 깨져나가는 것을 각오하고 덤볐다.

생각해보면, 그 때 불패는 자신을 다치게 하는 것보다 단련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아마 그녀라면 자신은 순식간에 전투불능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테니까. 그리고 그 때의 고생은 분명히 지금 도움이 되고 있었다.

카앙!

손이 육중한 기세를 타고 검을 내려찍었다. 옛날이라면 휘청거렸을 테지만 힘을 흘리는 방법을 몸으로 배워두었다. 강하게 반발하는 검에 넣던 힘을 줄이고 횡으로 돌려벤다. 동방삭의 전진이 멈추면서 뒤로 튕겨나갔다. 허공을 밟는 삭의 신형, 갑작스레 정지해버린다. 도약 하기 위해 다리를 굽히는 것이 여간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큰 것이 온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우우우우웅....

유다가 있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뛰어오르는 삭, 손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응집되어 있었다. 유다는 저것을 몇번, 본 적이 있다.

마력을 있는대로 꾹꾹 눌러담아 쏘아내는 대포. 마력포다. 백색아성의 방패를 뚫고 요격병기들을 반파시킨 괴력의 기예가 그곳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소리조차 무시된다. 푸른 섬광이 일직선으로 유다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맞지도 않았는데 몸의 반신이 떨어져나간 것과 같은 감각이 피부를 엄습했다. 사람의 정신마저 뒤흔들어놓는 마력의 유동이다. 하지만 유다는 그런 감각속에서도 침착하게 발을 내딛었다.

쌍수로 쥔 검이 앞으로 나서고, 아래에서 위로 베어올린다. 검끝에 나선형으로 이력이 굳혀지고 날아가 동방삭의 목을 노린다.

핏.

스쳤다. 그것도 어깨를. 하지만 동방삭은 그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정말로 오랜만이군. 다쳐본다는건. 많이 늘었어."

"별말씀을."

빈정대는 것 같은 스스로의 반응에 유다는 피식 웃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은 그 사람의 특기라고 할만한 것. 특허라고도 할 수 있는 비꼼이다.

육왕. 그 남자와 같이 있었기에 옮은 것일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은 기분, 재밌을 따름이다. 이런 사소한 것이라도 그를 따라갈 수 있다는건 좋은 일이었다.

부우웅, 착.

검을 한번 돌리고 고쳐 잡았다. 고양되는 감정이 일순 진정되었다. 싸움이 길어질 수록 느껴지는 감정, 초조감과 불안, '자신감'.

싸움이 길어지면 육왕이 이곳에 당도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는 다치게 될 것이다. 몸은 더럽게 허약한 주제에 전투는 최전선에 서니까. 그것이 현재 유다에게 남아있는 초조감과 불안. 하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동방삭은 육왕의 삼천갑자 대응계책(육왕 명명)이라는 이름의 계략을 몇개나 세웠다. 동방삭 스스로도 '많이 깎였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다. 그는 약해졌다. 그리고 자신은 강해졌다. 아직 실력차는 크지만, 이길 가능성은 옛날처럼 0이 아니었다.

"흐아압!"

"읏차아!"

공간의 틈바구니를 달려온 것 같은 동방삭의 일격을 검으로 걷어낸다. 손에서 느껴지는 강한 떨림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까아앙!

두번째 공격이 서로의 급소를 노리고 교차한다. 공격과 공격이 맞부딫힘으로서 생겨나는 충격파고 둘을 밀어냈다. 유다가 검을 뒤로 빼고, 동방삭이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서로가 무슨 방법으로 공격을 할 것인지 다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 서로가 하던 행위를 중지하고 서로에게로 뛰쳐들었다.

알면서도 피하지 못 하는, 단순한 공격이 연달아 터졌다.

까가가가강!

순식간에 다섯번의 검격이 동방삭의 팔을 벴다. 허나 피부가 합금이라도 되는건지 피한방울 돋지 않는다. 무서울정도의 내구력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재밌는 걸 써보도록 할까."

뒤로 물러나는 동방삭. 아까처럼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듬성듬성 푸른 불꽃이 생겨났다. 구슬형태로 합쳐지는 마력의 전화(戰火).

산탄총. 그것을 보았을 때 생각난 단어였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그야말로 산탄총에 어울리는 마력의 구슬이 피할 수 없도록 퇴로를 점하며 쏘아져 나온다. 막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저 작은 형태라면 완전히 막지 못 한다.

'검으로는.'

촤라라라라라라락!

발아래에서 돌연 솟아오르는 검은 쇠사슬들의 다발. 그것이 물결치면서 마력포의 산탄식을 막아냈다. 고리부근에서 회전을 줄여가며 사라져가는 탄환을 보면서 동방삭은 얼이 빠졌다.

설마하니, 저 수준일 줄은 몰랐다. 막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저 힘'을 이용해서 빼낸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삭이 웃었다. 비웃음 같은 저열한 웃음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인간으로서' 기뻐하기에 흘리는 눈물. 유다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주도록 할까."

유다의 오른손에 들린 검이 필살의 의지를 가지고 삭의 목젖 앞을 지나친다. 능숙하게 피해내는 삭이지만 이번만큼은 위험했던 듯, 목을 쓰다듬는다.

"옛날 이야기는, 필요없다!"

"괜찮아. 너한테 하는 거 아니거든."

"...?"

의문을 느끼지만 유다는 계속해서 검을 뻗었다. 유다 스스로가 '검(劍)'에 대해서 점점 깨달아간다. 조금씩이지만 검술의 묘리를 품어가는 유다의 흑색 검은 계속해서 매서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방삭은 보통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한계란 그가 쌓아온 모든 것, 유다의 힘으로는 대적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동방삭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을 시작했다.

"옛날에 '신'이라 불리는 존재에게 지배받는 '진인'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 진인 중에서도 한 남자아이는 무지 약했다. 번번히 괴롭힘 받기 일쑤였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유다는 생각하면서 왼손에 들린 두번째 검으로 동방삭의 어깨를 노렸다.

채애앵!

강렬한 충격에 검이 운다. 동시에 삭의 입이 열렸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는 알게 되지. 세계의 위협이라는 것을. 자신이 놀러다니던 놀이터가 그 도피를 위한 도구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 하지만 그것을 알고 그 아이는 가짜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 도피 도구의 힘은 강력해서, 어렵지 않았지. 그 때 알게 된 거야."

다시금 부딫히는 일격. 유다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몸의 균형이 어긋나고, 바로 잡으려는 그 순간에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동방삭의 모습이 보였다.

푸우욱.

"미래에 대한 것을. 현재에 있는 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방주의 시스템을 이용해 힘을 길렀다.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어째선지는 모른다. 그렇게 괴롭힘을 받았는데도, 그 아이는 세계를 사랑했는지도 모르지."

뚝, 뚝.

피가 동방삭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인간에게 어울리는 새빨간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동방삭의 표정에 슬픔이 어렸다. 그 슬픔은 너무나도 이 상황에 어울려서 도리어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었다.

"그렇기에 넌 부서질 필요성이 있었다."

심장이 꿰뚫린 유다는 반응이 없다. 하지만 동방삭은 말을 잇는다.

"육왕의 최강검은 부러진다. 그것이 운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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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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