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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77화 (27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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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이

방주의 중심, 소누와 우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아크레일에 오르려는 무렵,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아니, 방주에 지진이 일어날리는 없으니 방주자체가 흔들리고 있다해야 옳을 터. 갑자기 일어난 진동에 모두가 균형을 잃었다.

이리저리 쓰러지던 가운데 나는 겨우겨우 자세를 잡아 쓰러지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러지고 있는건지 나에게 매달리는 건지 알 수 없는 자세의 호지들을 보자니 쓰러지려던 것 같지는 않다.

"헤헷."

웃음으로 적당히 넘기려는 호지. 머리에 가볍게 주먹을 먹여주었다. 호지가 울 것처럼 비음(鼻音)을 냈지만 나는 그런 것에 넘어가지 않고 평소처럼 웃어줬다. 그것만으로도 호지는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니까.

역시나랄까, 호지가 양 뺨을 잡으면서 기뻐한다. 참으로 다루기 쉬운 아이다.

그런 사소한 것은 제쳐두고, 역시나 방주는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자세를 잡을 쯤에는 진동이 약해졌지만 아직 흔들리고 있다.

바닷가 근처의 아크레일 역에 오른 것이라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알았다. 이 있을 수 없는 지진의 실체를.

방주 크기 약 한반도의 1.5배. 그것이 공중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대지가 중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이 놀라운 상황에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방주의 힘, 뜰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재로 보니까 보통이 아니었다. 솔직히 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접보니까 또 다르다.

분명 단단한 대지를 밟고 있는데 어째 지금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 날 수 있고 없고는 의미가 없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데 그런 것이 의미가 있을리 없다. 작은 존재는 그저 보고 놀랄 수 밖에.

"괴, 굉장하군요. 놀랐습니다. 이것이 방주인가요."

혼잣말하는 요연. 황룡의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나 놀라는 걸 보아하니 내가 놀란 것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방주의 부상에 놀란 것도 잠시, 모두 아크레일에 올랐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열차가 움직이고, 몇초되지 않아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방주가 뜨는 걸 봐선 유운이 방주의 장악을 끝낸 듯 하다. 불사 대응책의 선결조건이 클리어. 이제 남은 것은 숫자를 불리는 것과 단련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지만.... 어떻게든 하는 수 밖에 없다.

[재밌는 생각을 하네요, 할아버지.]

"....능파냐. 갑자기 마음을 읽지마라."

난데없이 사념에 끼어들어오는 목소리에 허탈한 어조로 쏘듯 말했다. 하지만 능파의 목소리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상태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읽은거지? 능파가 새로운 비술을 연구했다거나 패스를 걸어놓은 것도 아닌데.

[방주가 가동되서 그런지 이곳의 기능도 올랐더라구요.]

"그런다고 멋대로 읽어도 되는거냐...."

[그런 것보다 할아버지. 일년이란 기한은, 어째서 일년인거죠?]

과연 능파답달까, 명확하게 '불분명'한 곳을 찔러들어왔다. 가슴 한복판을 송곳으로 후벼판 것 같은 느낌이 전신을 울렸다. 번개처럼 세포를 파괴해가는 것과 같은 통증이 죄책감을 부가시킨다. 차마 말하기 미안할정도다.

사실, 일년이란 기한에는 단 한가지 목적외에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 하나가 큰 조건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허장성세. 간단히 말해서 허세다. 필승의 자신감도 없으면서 이길 수 있다고 소리친 것이나 다름 없다.

일년이란 기한은 굉장히 어중간하다. 우리쪽이 전력을 대비를 한다고는 해도 부족하고, 팔대간부의 생존자들이 채력을 회복하기에는 너무 많다. 한마디로 이쪽이 너무 불리하게 싸움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노림수다.

불사에게 어지간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옛날에 꼼수를 부렸음에도 날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 그런게 통하지 않는다는건 몸으로 깨달은 상태. 대응책은 '알면서도 피하지 못할 방책'밖에는 없었다.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의외로 그건 간단하다. 방주를 중심으로 전방향에 폭뢰를 설치한다던가, 간단하지만 무식한 방법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카타스트로피 쪽에서는 반드시 레플리카의 장점인 '수'로 밀고 들어올 터. 적의 본대에 타격을 주기는 힘들다. 만약에 치사한 수라도 벌이면 이쪽이 버티지 못 한다.

[그러니까 허세...군요. 상대방이 무슨 수를 갖고 있더라도 이쪽도 뭔 수가 있다, 하는 허세.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네요.]

건곤일척. 한발만 잘못딛으면 끝장이니 그렇게 어울리는 말도 없다. 하지만 상대하기 힘든 적에게 이러한 수라도 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능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방주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문 없는 건물, 석탑에 도착했다. 처음 온 사람들을 위해 벽에 다가가 손을 댔다. 파문을 그리는 석탑의 일부가 액체가 된 것처럼 변하면서 옆으로 갈라져간다.

내가 보았던 종유동. 장악력 완전해져서 그런지 종유동굴의 모습이 더욱 디테일하게 바뀌어 있었다. 소누와 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이 있었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완전히 장악했음에도 이곳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이런 곳인 듯 했다. 우리가 왔기 때문에 우가 허공에 한번 손짓했다.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돌이 거품처럼 부피를 키워가더니 원탁의 형태로 변모한다.

우와 소누가 먼저 앉자 모두들이 따라 앉았다. 모두가 앉은 것을 보고 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사를 먼저...."

"아, 필요 없소이다. 당신들에 대한 것은 아가씨께 따로 들어두었고, 본인이 누군지는 이미 알 것 아니오? 빨리 빨리 진행하소."

"어, 그래도 되나?"

그렇게 말하는 우는 나를 본다.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친구의 말이고 놀려먹을만한 분위기도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저녀석을 구해주고 나서부터 느낀거지만 정말로 줏대없는 놈이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너무한다.

우의 옆에서 왠지 태양빛을 한군데로 묶은 듯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 시대의 메시아, 소누가 질투심이 가득한 투쟁의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목에 칼이라도 디미는 듯한 느낌에 눈을 돌렸다. 더이상 보고 있었다간 정신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탁자를 퉁퉁하고 튕겼다. 우에게 맡겨뒀다간 질투의 화신에게 목이 잘릴 것 같았다.

"우선... 아무런 상의도 없이 최종전투의 기한을 잡은 것에 대해 사죄해....."

"...도 별 수 없지. 넌 리더잖아?"

타이밍 좋게 우가 끼어든다. 고맙지만, 볼이 따갑다. 어쨌든 난 사과를 하던 분위기를 넘기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처음이니까 뭔가 이야기하기 쉬운 화제를 꺼낼 생각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일단은 전시이기에 묵직한 화제 외에는 꺼낼 것이 없었다.

"최종전투, 그것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할게. 계획에 대해서는 거의 유운이 도맡아 할거니까 우리들이 할 건 거의 없어. 스스로의 실력을 기르는 것이 전부지."

우리들이 가진 것은 노동력뿐이다. 이곳에 불사를 포함한 적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무기들을 설치하는 것도 우리가 할지 의문. 부족하면 충당하기 위해 쓰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거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병력도 9할 가까이 유운이 알아서 할 터. 나머지 1할은 기타 마수집단과 포섭해놓은 인간들이 맡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로 나는 할 일이 없는데, 그것이 사실. 할 일을 굳이 따지자면 방주의 기능 탐색정도. 그마저도 소누들이 해준다면 정말로 일이 없다.

미안한 말이지만 힘의 성장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게는 일년간의 휴가. 지루하지나 않았으면 좋을 정도다.

"흐음. 뭔가 이해가 가지만, 그것은 도리에 맞지 않... 컥!"

뒤통수를 쳐맞은 소요가 원탁에 머릴 박았다. 화가 난 것은 아닌지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지만 다시금 도자기처럼 유려하게 뻗은 손에 의해 머리를 쳐박았다.

"자, 물고기. 내가 동생이 말하면 뭐라 대답하랬지?"

"하, 한낱 미물에게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셔서 무한한 영광이옵니다....라고 시켰소."

소요에게 맹렬히 미안해졌다. 무슨 빚을 졌는지는 몰라도 저렇게 자존심마저 깔아뭉개질 이유는 없을텐데.

손짓만으로 누님을 말리고 소요를 보았다. 누님에게 그런 꼴을 당한 것치고는 꽤나 순수한 웃음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소요가 하고 싶어하는 말은 잘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이상 할 수 있는건 없어요. 아니, 있기는 한데....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요연을 슬쩍 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터라 나의 그런 행동은 모두가 보았다. 요연의 표정이 궁금함을 띄었다.

만일, 요연이 케이슨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전에 나에게 베어내겠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연의 눈빛이 금색으로 빛난다. 황룡의 의지, 강력하기 짝이 없다. 억지로라도 열겠다는 의지가 눈 앞에 보인다.

"알았어. 그럼 일단 우는 이 내용을 대충 유운에게 전달해 줘. 나머지 몇몇은 내가 데리고 갈테니까."

"오케이."

모두가 일어서자 원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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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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