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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79화 (27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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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이

챠이를 따라 그 방을 나오고 문을 닫았다. 묵직하지도 않으면서 느릿느릿 닫히면서 문의 틈세로 운의 얼굴이 보인다. 자괴감이 어린 얼굴, 불쌍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챠이의 행동을 존중해줄 생각이었지만 그런 결단이라면 솔직히 나로서는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싶었다.

가장 큰 첫번째 이유는 '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슈가 배신자일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전략적으로 생각해보면 포섭이었고 그것이 안된다면 살해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생각만 포함시켰을 경우.

내 감성은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다. 그렇게 답을 내놓았다.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틀린 답이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나는 일전에 적이라면 친인이라도 베어내겠다고 공고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것이 제대로 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그런 생각을 지닌 자는 '비정상'이다.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두번째 이유는 챠이이기 때문.

단심검주는 내 나름의 조사(랄까, 우연한 기회로 안 것이지만)로 '육성되어 왔다'는 것을 알아냈다. 칠흑검주나 사신검주(황룡의 개입이 있었으니)도 그렇지만 다른 점이라면 카타스트로피가 아닌 자들이 그리 했다는 것이 특이했다.

하지만 그랬기에 챠이는 그래선 안되었다. 확실히 그것은 나에게 실리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챠이는 더욱 인형처럼 변해갈 터. 장기적으로 챠이에게는 독이 된다.

"챠이."

목적지를 모르는 탓에 내 뒤를 따르고 있는 그가 멈춰선 듯, 발소리가 멎었다. 피냄새와 함께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만이 고요하게 종유동의 물소리에 섞여들었다. 발 밑으로 피와 섞여가는 종유동의 물이 보였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지?"

"....저는, 단심검주니까요. 단심검주이기에 그리 하였습니다."

챠이다운 말이고, 챠이다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왕으로서는 그리 용납할만한 대사가 아니었기에 그의 앞에 다가섰다.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신장, 위축되지는 않았다.

챠이도 마음 고생이 심할 것이다. 그건 보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쉬운 길을 냅두고 그런 길을 가려는 챠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왕으로서 간단한 질책을 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챠이, 이 악물어."

뻐억.

마력을 담지 않은 순수한 주먹이 챠이의 얼굴에 꽂힌다. 전신이 무기나 다름 없게 단련된 챠이답게 쓰러지지도, 미동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당황과 놀람만이 그의 얼굴에 가득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폐, 폐하. 어째서...?"

"어째서 때렸는지, 그것을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라. 난 답을 내주지 않을테니까."

유다가 나에게 자신의 친우들이 어떤 심정으로 자신을 대했느냐를 물었을 때도, 나는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않았다. 힌트는 주었지만, 그뿐인거다.

내가 말해준다면 챠이는 분명히 그 답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심검주이기 때문이지 챠이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답을 내놓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챠이가 스스로 찾고 판단을 내려야 진정한 챠이의 답이 되니까.

나라는 핑계를 대는 녀석에게, 볼 일 은 없다.

"가자."

차박차박, 하고 신발의 밑쪽을 적시는 물길을 지나 새로운 문의 안으로 향했다. 뒤쪽을 힐끔거리자 볼을 쓰다듬으며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따라오는 챠이가 보였다. 안쓰럽기도 하고, 왜 모를까 하는 한심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째 동생 같아서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흰색의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모여 있는 나의 친우들이 보였다. 가운데 솟아있는 하얀 말뚝에다가 요리조리 조작을 하고는 있지만 목적지에 대해서 모르니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아, 할아버지 오셨어요?"

어떻게 됬나요, 라고 눈빛만으로 덧붙인다. 나는 뭐라 답할까 생각하다가 그저 난처하게 웃기만 했다.

대답에 대해서는 뭐라 해줄 말이 없으니까. 나 나름의 생각해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저 바보에게 통할 것 같지만은 않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네?"

"데려간다는 사람이 우릴 내팽겨치고 딴 남자랑 외유를 나갔으니까요."

".... 난 남자랑 바람나기 싫다."

어디서 남자를 호모로 만들어? 게다가.....

양손을 벌리고 그대로 능파를 끌어안았다. 내 품의 능파가 어린애 다운 비명을 지르며 내 얼굴을 올려다 본다.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것이 퍽 귀엽다.

"이렇게 멋진 여자도 많은데."

"흐, 흥. 그럼 여자가 좋은거군요?"

당황하는 체로 하는 말치곤 정말로 능파다운 말이지만 그것이 또 귀여워서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떨어지려고 버둥대는 능파의 힘이 조금씩 약해졌다. 그렇게 끌어안고 볼을 부비적거리고 있자니 등에서 찰싹하고 따가운 소리가 났다.

파리채에 맞는 파리의 기분을 몸으로 새긴 나는 능파를 놓고 등을 어루만졌다. 손이 잘 닿지 않아 이도저도 못 하는 것이 퍽 관리하기 힘들었다.

누군가 싶어서 돌아보니 슈가 울먹이는 눈으로 내 등짝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후려치고 있다. 짝, 하는 소리가 다시금 울리고 등짝이 아려오는게 느껴졌다.

"우, 느, 능파, 능파만....! 나도 있는데...."

"미안 슈! 그러니까 제발 치지만 말아!"

턱.

누님이 슈의 손을 붙잡았다. 표정은 부드럽지만 더이상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오오라가 되어 뻗쳐 나온다.

"자, 너희들의 신파극도 재밌기는 하지만 빨리 본래 목적을 듣고 싶으니까 말이지. 조금 자중해주겠어?"

"그냥 열받은 것 아니오, 아가.....크헉."

콰과광.

쓸데없는 소리를 한 자의 말로란 것은 저런 것일까. 엄청난 크기의 마력구를 위에서부터 쳐맞고 바닥에 얼굴을 대면시킨 소요를 누님이 들어올렸다. 한방에 기절한 것이 안타까운 것인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만, 누님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주먹. 그저 주먹이다. 한손으로 목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잔상이 남을정도로 빠르게 후려치는 그 손속은 매섭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려봤자 통하지 않겠지.

잠시간의 혼란이 사라지고 얼굴의 크기가 세배나 증폭한 소요가 휘청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자고 선도했다. 그 돌 같은 피부를 가진 소요가 쉽사리 저꼴이라니, 역시나 누님이다.

나는 우선 모두를 기둥이 있는 곳으로 밀어넣었다. 기둥 근처에 모여있는 모두를 확인하고 그들의 주변을 원이 되도록 걷자 내 발자국의 모습이 땅에 새겨졌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발자국, 점점 한 곳으로 모이더니 실체를 갖고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섯개의 기둥이 세워지고, 가운데에 있는 허리 춤까지 오는 기둥이 가라앉았다.

"욧차."

다섯개의 기둥 안에 들어서자 갑자기 땅이 바닥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잠시 당황한 듯,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흐와아아. 이런건 어쩌다 발견한거야?"

"아, 이거."

감탄하는 우에게 가지고 있던 초록색 책자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들고 읽는 우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진다. 당연한 반응에 조금 웃었다.

사실, 누님이 아닌 이상에야 저 책자를 보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방주가 만들어졌던 시대의 초고대 언어이니까. 누님이라도 어려울지 모르지만 누님은 잠시 읽으면 순식간에 언어자체를 파악할 사람이니까 일단 읽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는 건 나도 읽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일본어나 영어도 전부 호지가 강제주입을 실시해서 할 줄 아는 거였고.

"전에 함께 왔던 인형가지고 읽게 했거든. 그래서 알았지."

"오호라.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은 어디야? 상당히 오래 내려온 것 같은데."

"'자동서기의 방'. 다른 건 직접 봐."

바닥이 멈췄다.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온 바닥에서 모두 내리자 칙칙한 회색의 주변 환경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은하수. 진짜는 아니지만 자그마한 빛이 검은 천장에 촘촘히 박혀있는 것이 상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그런 중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석상. 갓난아기의 약 세배정도 되는 크기의 자그마한 꼬마아이 모양이었다.

그것에 다가가자 그 석상의 앞에 초록색의 판 모양 홀로그램이 생겨났다. 여러가지가 새겨져 있는데 그곳에는 '한국어'라고 쓰인 글도 있었다.

"너희들... 한국어면 되지? 아, 소요씨. 그래도 되죠?"

인어는 따로 언어가 있어보이지는 않으니까. 소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눌러 작동시켰다.

빠르게 전환되어가는 주변이 퍼즐조각처럼 흩어져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나도 본 적있는 간소한 형태의 도서관이었다.

딱히 방주와 같은 모델이 아니라 이곳을 온 사람의 뇌에서 정보를 뽑아 만든 것인지 도서관은 지상과 다를 바 없었다.

컴퓨터도 있고, 물론 책도 있다. 그리고 그 책은 세계의 모든 정보가 잡혀있던 '진실'들. 누구도 알지 못할 진실들과 누구나 아는 거짓의 진실 또한 그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자동서기.

우리는 지식의 근원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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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편은 되도록 빨리 연참을 갈기는 것으로 끝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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