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285화 (28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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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능파vs 요연, 호지, 슈-

콰과과과과광!!!!!

문이 일격에 박살나 벽에 처박혔다. 벽은 마치 생물인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부서져버린 문의 조각을 집어삼켰다. 뒤로 돌아보니 뜯겨나간 문 대신 새로운 문이 마치 인간의 상처 위에 생기는 딱지처럼 새로운 문이 생겨났다.

여전히 느끼는 거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기능.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힘이다.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다.

그녀들은 저것을 대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머리 끝까지 솟아오른 분노는 주체할 길이 없었다.

"어쩌겠습니까? 함께갈까요, 아니면......"

흩어져서 따로 싸우겠느냐. 그것을 묻고 있는 요연이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호지들이다. 함께 지내온 세월은 짧았지만, 그만큼 밀도 있는 삶을 살아왔다. 대답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흩어져야지! 내 손으로 먼저 작살을 내주겠어!"

지팡이인 것이 분명한 금삼비녀를 철퇴처럼 휘둘러 벽을 부숴먹는 호지다. 강력한 힘에 의해 회복되어가던 벽이 다시금 부서져 나갔다.

요의 앞에서 아이처럼 굴던 그녀는 없었다. 지금은 그야말로 도깨비들의 지존, 귀신조차 겁먹고 달아나게할 이종의 여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킥킥킥, 하고 웃으면서 자신의 키에 약 세배에 달하는 지팡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부서놓는 호지의 옆에서, 슈도 묵빛의 검을 빼어들었다. 빛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검인데도, 굉장한 오오라가 빛이 되어 뿜어져 나온다.

유다가 쓰던 검이었지만 원래는 슈가 주인이었다. 그렇기에 본 주인인 슈가 이어받아선지 굉장한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휘익, 쩌어엉!

사선으로 그어지는 검광, 필살의 일격이 섬세하게 뻗어나간다. 가녀린 팔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력적인 검세가 벽을 파괴했다.

"나도, 봐줄 생각은 없으니까...!"

요연은 짐작했다. 능파가 잡히면 더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그것은 능파 또한 예상했을텐데, 어째서 이런 일을 벌였을까. 그러한 생각도 들었지만 요연은 더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잡지도 않은 검들이 허공을 날았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검이 한곳에 꽂히고 찢는 그 위용은 어검술의 비의. 검극(劍極)을 원하는 자들에게 통과점과도 같은 무예다.

"기다리십시오, 능파. 몸을 여섯조각으로 등분해 드리겠습니다."

큭큭큭, 하고 웃는다.

호지와 슈뿐만이 아니라 그녀에게도 자잘한 이성은 이미 날아간지 오래였다. 오갈데 없는 분노만이 검에 실려서 여느때보다도 파괴적이고 패도적인 검예만이 남았다.

위이잉.

방주의 벽이 세개의 문을 만든다. 그녀들의 숫자에 맞춘 것처럼 똑같은 수의 문, 어딜봐도 함정의 기색이 완연하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런 것을 신경 쓸 소냐, 각자의 앞에 놓여진 문을 박살내버리고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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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폭주가 절찬 방영되는 홀로그램 판자를 보며 웃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랄까, 그거 나다.

그녀들의 화를 돋군 능파는 어디로 가버렸고 심심할테니 보고 있으라며 건네준 이 판자에는 꽤나 재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 쭉 보고 있었다. 내가 앉아있는 탑의 옥상에서 하늘이나 보며 있는 것보다는 꽤나 유쾌한 상황이었다.

"능파녀석,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괴롭혔길래."

능파가 이 일을 벌인 이유는,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나도 바보는 아니고, 능파가 하는 행동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저녀석들을 그렇게 분노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호지들의 모습은 보통이 아니었다.

지금 건들면 능파건 뭐건, 어쩌면 나라도 참살 당할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나서도 말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저렇게 되면 뒷수습이 상당히 힘들텐데.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의지박약의 노인처럼 드러누웠다.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이 여러가지 모습을 하며 나의 상상력을 마음껏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조용한 바람소리, 맑은 바람, 따스한 햇살. 낮잠자기에는 지금만큼 적당한 때가 없다. 바닥의 차가운 느낌도, 지금은 썩 괜찮았다.

푸른 기운을 만끽하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너무나도 조용해서, 눈이 사르르 감기는 감각조차도 기분 좋았다.

콰아아앙!!

나의 정적을 깨부수며 탑의 밑둥이 터져나갔다. 청백색의 폭염이 탑 밖을 뻗쳐나가면서 일그러져간다.

"뭐, 뭐야!?"

"뭐긴 뭡니까. 당신 부인들의 폭주죠."

내 혼잣말에 끼어드는 목소리, 풍기는 분위기.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이런 말투를 행하는 자는 둘이지만, 한 사람은 저 아래에서 저 폭염을 만들고 있을테니 남는 사람은 하나다.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유운이냐. 몸은 괜찮고?"

유운은 일전에 방주를 가동시키자마자 약 열흘간의 수면에 빠졌다. 유운정도의 녀석이 어떻게 그 꼴이 되었는지는 잘 몰랐지만, 방주의 힘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방주의 기능이 여러가지에 쓰여서 그렇지 방주도 분명 불패, 불사와 같은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 일반적인 힘으로는 깨울 수가 없다. 게다가 유운만의 힘으로는 부족했는지 소화마저 개입했다.

소화의 이능인 군신의 기는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강하게 만드는 비기다. 유운과의 상성은 최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운이 반쯤 죽었다 싶을정도가 되었다. 앞으로도 써먹을 곳이 많은데 이런대서 쓰러지면 곤란하다.

유운이 나부끼는 한쪽 소매를 잡고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옛날 일을 회상하는 것인지, 맑은 눈은 탁해져 있었다.

"그렇군요. 너무 욕심부리지 않았다면 제 팔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도대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그런 대답이 나오는건지 궁금하다."

난 저 팔에 대해서는 눈물만큼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일전에 둘이서 치우회를 방문했을 때 물어보기는 했지만 '오만했기에 자신에게 천벌이 내렸다'고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 할 수 있다.

유운은 어렸을 적에 방주를 가동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힘에 부쳤고, 결국 팔이 잘려나가는 것으로 힘을 다해버린거다. 소화에게 듣기론 처음 봤을 때부터 외팔이였다는 것 같으니 아마도 꽤 어릴 때... 초등학생의 무렵일 것이다.

문득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죽는다는 예언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때때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무서웠을 것이다.

그에게는, 소중한 것이 아직 세상에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후후. 꽤나, 재밌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래의 상황."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유운의 말, 나도 무거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적당히 대화가 연결될 것 같은 말을 꺼냈다.

"그것도 그런걸. 녀석들이 뭘하고 있을까 살펴볼까나."

내려놓았던 홀로그램 판자를 들어보았다. 모서리를 살짝 쓰다듬자, 능파가 만들어낸 포좌와 그것을 박살내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이 나왔다.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다. 여자에게 내숭은 적던 많던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누님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너무 갭이 너무 크지만).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악귀, 나찰에 못지 않다. 여자의 내숭이란 것은 저런 모습에서 내가 항상 보아오던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일까, 놀라운 일이다.

"흐음. 제가 분명 여홍과 표를 보내뒀을텐데.... 금세 뚫린 모양이군요."

"어어억?! 너도 능파편이었냐?"

"딱히 편은 아니지만, 재밌지 않습니까. 아마 저런 모습의 여자들에게 단박에 무너진 모양이지만. 아, 덧붙이자면 검제와 마종은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랬다간 이길 수 없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안심이다. 마종과 검제만 제외된다면 호지와 요연, 슈정도의 전력으로도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서 돌연 백색의 밧줄 같은 것이 내려왔다. 내 목에 감겨오는 그것의 이름은 백능파, 나의 손녀되는 아이다.

"능파냐. 내 딸하고 친구들에게 뭔 짓을 한거야?"

"그냥 폭주하도록 장난 좀 쳐봤죠. 설마 저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예상외라는 듯한 능파의 얼굴에는 정말로 다급함이 어려 있었다. 확실히 저만큼 변모해서 달려드는 건 이쪽으로서도 의외다.

자칫하면 사단이 날 것 같으니 내가 개입하는 것도 생각해둬야 할 것 같았다.

콰아앙!

바닥을 부숴버리는 참격이 하늘 속으로 사라져간다. 먼지구름속에서 튀어나온 세명의 그림자, 하지만 분노가 섞여 있는 탓에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먼지가 사라져가고, 그녀들은 날 보았는지 황급히 얼굴을 문질러 표정을 지웠다. 하지만 목에 감겨 있는 능파를 보자마자 살기도 지우지 않고 다가온다.

"요애, 목에 있는 능파를 넘겨주십시오."

"응, 요. 능파를 줘."

"아빠, 능파를 넘겨주지 않으면 미워할꺼야!"

억지로 웃는 것이 더욱 기괴해서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설명은 해야 하기에 잠시 헛기침을 했다.

능파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단순한 걱정 때문이었다.

최종전을 앞두고 그녀들의 신경은 서릿발마냥 곤두서 있었다. 나를 대할 때는 분명히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지만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알아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설사 알더라도 내 도움을 바랄지조차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보고만 있어야 했다. 말해줄 때까지 그저,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능파가 나선 것이다. 나처럼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화를 폭발시키면 당장의 고민은 잊을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해주자 모두는 감동 먹은 것처럼 찡한 표정을 지었다.

"능파... 그런 생각까지...."

"조금, 어설펐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랬구나..."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들을 보고 능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눈이 기광을 토했다. 보는 것조차 무서운 상황에 유운마저 등을 돌렸다. 내 목에서 강제로 풀려나는 능파가 나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난 외면했다.

하늘이 파란 것이, 낮잠자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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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연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연참을 들고 온 작가입니다. 단번에 다섯편은 역시 비축분의 피해가 크군요. 그래도 47편정도 남아있습니다만.

어쨌건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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