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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90화 (29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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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난 상황을 정리되기가 무섭게 사지를 포박한 그녀들이 내 몸을 나눠먹을 기세로 꼬옥 끌어안는다. 나름 위로랍시고 그러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평소에 하는 짓이랑 별 다를 것이 없어서 그저 그랬다.

이 짐덩이들을 들고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 도중에 유운이 내게 시선을 던졌다. 말을 걸지는 않고 그저 보기만 한다.

호모라고 오해 받기 십상인 행동이지만 그에게 여자친구(얼굴에 증거가!)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그의 눈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적인 것과 정반대 되는, 욕망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태도의 초월자가 갖는 눈이었다. 기뻐서 날뛰던 사람도, 슬퍼서 울고 있는 사람도 그저 바라보게만 하는, 그런 태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그릇이 느껴졌다. 수없이 많은 세월을 지났음에도 최초에 마수와 인간의 혼합세계를 열었던 왕조의 후손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경험은 물론이고 그가 가진 힘에 내가 대적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육왕."

육왕. 운명이 나에게 내려준 나의 칭호다. 보통은 '당신'이라고 칭하는 유운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사적인 일과 정반대에 있는 것. 공적인 일을 할 때나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해 할 틈은 없었다. 생각을 끊어놓는 것처럼 절묘하게 유운이 입을 연 것이다.

"소누에게 부탁했던 일을, 거의 끝냈습니다."

그 한마디만으로도 나는 모든 걸 이해했다. 그의 굳은 반응도, 하고 있는 말의 진의도.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리가 없다. 세월의 힘에 바랬을 기억이건만 유운의 말로 더욱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그래. 다른 자들은?"

가볍게 답하며 다음 질문을 날리자 유운은 손으로 꼽는 것 같더니 옆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텅빈, 산소와 질소가 주된 것으로 이루어진 공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영혼. 유운의 칭호는 영왕, 영혼들의 제왕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들 중에서도 적성이 없으면 볼 수 없는 영혼들을 보고 그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부린다. 더 나아가서 살아있는 자들과 함께 행동하게 하며 시대를 초월한 최강의 군대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영왕의 진정한 힘이고, 인연이었다.

유운은 대화가 끝난 듯 나를 보고 말했다.

"대부분이 모인 모양입니다. 안 온 자들의 대부분은 협력파이고, 소수로 이쪽에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하니 우리의 행사에 무리는 없을테죠."

"그건 다행이네. 소누는 먼저 기다리고 있고?"

"백색아성이 함께 그곳에 버티고 있습니다. 빨리 가야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겠죠."

솔직히 소누 혼자만 있다면 살해당할 위협이 있었는데 우가 같이 있다면 안심이다. 방어에만 치중한 그 능력은 무기로서는 적합하지 않지만 여차하면 요연 같은 초월자의 일격도 막아낼 수 있는 굉장한 방패다.

누님이나 유다, 동방삭, 불패 같은 괴물들이 가볍게 뚫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미 초월도 한참을 초월한 자들이니 예외다.

"요, 무슨 소리야?"

그러고보니 슈들이 내 사지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되도록이면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게 파장이 적을 것 같아서 숨겨뒀는데, 알려지만 곤란하다.

그녀들이 쉽게 떠벌릴 것 같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의 일. 알려지면 혼란수준이 아니라 '나라가 붕괴할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여파를 만들 힘이, 나와 유운이 하는 일에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남을 잘 배려하는 슈는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호지는 내 바짓자락을 물고 늘어질 기세로 잡아당기면서 계속 물어본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바지가 찢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해요 엄마. 남자 바지를 벗기려고 하다니, 음란하긴."

"아, 아냐!"

당황해서 대답을 하며 순식간에 놓는다. 밤에는 다리를 얽어오면서 지금은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한 모양이었다.

능파가 한쪽 눈을 찡긋하는 것이, 날 위해 그런 모양. 마주 찡긋해 보이며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희미하게 능파의 눈빛이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심안이다. 소누의 호위인 치지의 심안과는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춰 멋대로 정보를 빼내는 질 나쁜 마도 기예다. 압도적인 실력차가 있는 상대에게만 쓸 수 있는 기술이지만, 마음을 연 상대라면 실력차에 상관 없이 마음 껏 뽑아갈 수 있다. 그 때문에 호지가 내 마음을 여러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그것에서 그쳤다.

마음을 연 사람이 대상이라면, '제어'할 수 있다. 소위 마인드 컨트롤이라 불리는 기술을 응용하면 일부는 감추고 일부는 드러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광진의 힘 덕분에 그것이 용이했다.

능파라고 해도 알아낼 수는 없다.

"....."

"....뭐?"

능파가 입을 오물거리는 것만 보였기에 되물었지만 이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저 입술만을 달싹이며 나에게 자신의 말을 전달하려 하고 있었다.

'두번째와 첫번째, 네번째와 첫번째'. 그 단어들만이 연달아 입술이 그려냈다. 나는 물론이고 그걸 보는 슈나 호지의 얼굴도 도통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그랬기에 같은 얼굴을 해보이자 능파가 '바닥'을 발로 찍었다.

꿍, 하는 소리가 내 정신을 각성시킨다. 본디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그런 의도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굉장하구나, 능파야."

"별 말씀을요."

"너에게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힌트라고 할만한 것은 나와 유운의 대화와 상황뿐이다. 나라도 알아내는 것은 힘들 터인데 능파는 쉽사리 알아내고 말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호지만이 발을 동동 구르며 내 바짓단을 뜯어버릴 것처럼 잡아당기지만, 대답은 해줄 수 없다. 이들 중에서 가장 입이 가벼워 보이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호지다.

"아, 호지에겐 말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벌이는 일에는 '대장'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 도깨비들의 왕인 호지도 예외로 두기에는 어렵다.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요애!"

요연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길래 추궁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 반응을 보면 그런 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전, 참았습니다. 요애가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해가 될리는 없고 비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호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는 알았다. 하지만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그럼 왜 능파 때는 가만히 있었어? 네 말대로라면 능파도 가로 막아야 하지 않나?"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능파의 경우에는 스스로 알아낸 것이고, 평소에도 요애의 보좌를 맡아온 아이지 않습니까. 능파가 알고 있다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지는 입도 가볍고, 행동도 방정맞습니다. 알려줄 필요가 없어요. 게다가......"

시선을 내리는 그녀의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더이상 말을 시키면 지금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다. 나는 물론이고 능파도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지를 생각할 때 요연이 덧붙였다.

"따돌려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미, 미안해.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가슴팍으로 끌어들여 등을 토닥여주자 히끅 거리던 요연이 차츰 잠드는 것처럼 진정 되어 갔다. 폭발물 처리반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해체하고 난 뒤의 기분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슬쩍, 유운을 보았다. 요연이 저렇게 말하기는 했고 나도 말해준다는 듯이 받아주기는 했지만 이건 나 혼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유운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괜찮을테죠. 성녀파는 가신인 백색아성을 이미 끌어들였고, 저의 경우에는 본인이 귀찮다고 했으니 상관 없을 겁니다. 그곳의 두명은 삼검주 중 두명, 입관의 자격은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이유도 없이 말린 게 되지 않았으면 되었다. 하지만 안도하기도 전에 유운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헌데...."

"뭔가 하자라도 있나?"

"아니오, 딱 한명 자격이 없는 인물이 있으니까요."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이해 했다. 이들 중에서 자격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사람은, 능파 뿐이다.

나의 대리이기도 하면서 굉장한 실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인정해주는 사람은 치우회의 정원들 뿐이다. 남들이 보면 어린애가 나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있을 녀석들도 그렇게 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능파를 데려갈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앞에서 말하기에는 조금 그런 것. 손을 저으면서 호지들을 뒤로 물렸다. 유운의 귓가에 입을 대자 주변의 공기가 변한다. 유령들이 누구도 듣지 못 하게 벽을 친 것이다.

"능파는 내 다음 대의 왕이다."

그 한마디를 말했다. 유운은 눈을 크게 뜨고 날 보다가 능파를 보았다. 능파에게 들리지는 않았을텐데도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능파는 내 뒤를 이을 자가 된다. 2대째의 육왕이 바로 능파다. 그런 자에게 자격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알았습니다. 그럼, 갈까요?"

유운이 텅 비어버린 한쪽 팔을 나부끼며 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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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특별편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두번째와 첫번째, 네번째와 첫번째가 뭔 소리냐고 묻는 분이 있겠지만 그거, 나라 입니다.

ㄴ이 두번째 ㅏ가 첫번째. 후자는 ㄹ이 네번째 ㅏ는 첫번째로 같습니다.

합치면 나라라는 글자가 되지요.

유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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