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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299화 (29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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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미치겠네. 혹시나 했지만 역시 그거냐."

신성시 된 돌, 옴팔로스로 만들어진 골렘 '옴팔로스'는 분명히 챠이의 특공에 의해 무너졌다. 그 뒤로 챠이는 잠시 도망쳐서 휴식을 취해야 하긴 했지만 결국 이쪽이 이득을 보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옴팔로스가 죽었을 때 케이슨의 담담한 반응을 보고 알아채기는 했지만, 설마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양산. 한마디로 말해서 찍어내는 것이다. 신성시 되는 돌, 옴팔로스 자체가 본디 여러개이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위력면에서는 팔대간부 수준에 미치지는 못할 터, 대응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따닥,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재질을 알 수 없는 하얀 탁자가 맑은 소리를 냈다. 맑은 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자 머리를 벅벅 긁고 방을 나왔다.

오늘은 최종전이 가까워져서 인지 모두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위로받고 싶어도, 그럴 수조차 없었다.

퍼억!

허리에 강렬한 통각을 느끼면서 바닥으로 웅크렸다. 불의의 기습에 허리가 뜯겨나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파. 훌쩍."

특유의 늘어지는 목소리다. 나무늘보조차도 숨 넘어갈 것만 같은 여아(女兒)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검은 망토 같은 것을 억지로 로브로 늘인 것 같은 보자기를 두른 것 같은 작달막한 꼬마아이가 있었다.

자린. 뱀파이어들의 어린 여왕. 아직 팔대간부 수준에 올랐던 기레만큼은 아니지만, 미래가 촉망받는 아이다. 다만 저 성격탓에 남과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의문.

자린이 날 알아보고 손을 말투마냥 느릿느릿 휘두르며 당황했다. 도망치려는 듯, 발을 놀리지만 그녀의 뒷덜미를 하얀 손이 붙잡는다. 손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날 본 것 같은 그녀는 깜짝 놀라며 자린처럼 당황했다.

이린. 천리안이란 칭호를 가진 나의 친구이자, 세현이 목숨을 걸고 살려낸 예언의 대상이었다.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요. 음, 저어...."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우물거리지만 말하지 못 한다. 방주에 오고 나서부터 이 아이와 대화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스스로도 날 꺼리기도 했지만, 나도 무의식 중에 그녀를 꺼렸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세현이 저렇게 된 것은 네놈 탓이다!'라고 외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난, 포기하지 않아. 생명을... 받았어.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아."

대뜸, 난데없이 날아온 말이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이쪽이 뭔가 제대로 된 말을 해줄 생각이었는데 돌려받았달까.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내 허리춤에 있는 자린의 움직임이 묘해졌다. 게마냥 슬금슬금 움직이며 내 뒤로 돌아서는 것이, 어지간히도 린이 싫은 것 같았다.

아, 그러고보면 둘 다 '린'이구나. 어쩌면 이름과 함께 캐릭터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둘 다 뭐하는거야?"

"숨바꼭질?"

린의 대답에 나는 단번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알겠지만 그 둘의 정체를 알면 그런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자린은 뱀파이어다. 그것도 0세대의, 아마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뱀파이어일 것이다. 그에 반해 이린은 탐색능력이 누님에 약간 못 미친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인이나 다름 없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무력 자체는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와 싸워도 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린(뱀파이어)쪽이 쫓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재밌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언데드 퀸."

이미 낡은 냄새가 흘러넘치는 저 칭호,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이곳에 단 한사람 밖에 없었다. 아니, 이곳에는 없었지만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 이름, 역시 내키지 않는걸요. 되도록이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길리안."

"하하, 죄송하지만 이쪽이 더 익숙해서."

"그리고 지금 상황은 제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헌데, 올라오셨군요."

듣자하니 길리안은 할 일이 있다면서 방주에 오르는 것을 미뤄왔던 인물 중 하나였다. 삼대 대마법사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슈에게 힘을 넘기고 그는 일반 마법사 수준으로 전락, 위험할텐데도 한사코 거부했던 것이다.

나로선 장인어른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이 누군가에게 다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계속 권유했었다만...

뒷머리만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가던 중에 잠시만난 것인 듯, 그가 가볍게 인사하며 떠나간다. 나도 그에게서 신경을 때놓고 자린과 이린을 보았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그녀들답게 당황하는 반응도 비슷했다.

"혹시 시간이 남는다면 같이 가지 않을래?"

"어....딜....요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말로 하는 대답보다 더욱 멋진 것이 사람에게 주어져 있었다. 린들의 반응이 기묘해졌다.

그녀들을 이끌고 간 곳은 어느 메디컬 룸. 침대가 여럿 놓여 있는 병실 같은 곳이 아니라 녹색빛 액체가 가득차 있는 캡슐들이 늘어서 있는 연구소 같은 곳이었다.

대부분이 비어있는 캡슐 중 단 하나 누군가가 들어 있었다. 그 누군가를 아는 린이 숨을 멈췄다. 분명 자의에 의한 것일텐데도 그것은 타의로 한 행동처럼 강제력이 있었다.

"어때....?"

"최악."

날카로운 질시가 나에게 쏟아졌다. 언뜻 살의마저 느껴지는 말이지만, 그녀의 시선은 캡슐을 향해있었다. 그저 하염없이 그 모습만을 바라보며, 마치 홀려있는 모습과 흡사했다.

하얀색의 수의를 입고 나뭇잎을 빻아만든 것 같은 액체 속에 잠들어 있는 세현을 보며, 난 그저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렇게 평온한 표정인데, 저렇게 살아있는데 깨어나지도 못 하고 잠들어 있을 수 밖에 없다니. 해학적인 것도 정도가 있다.

팔백년 뒤. 말로는 쉽지만, 그것을 체감하게 될 세현은 어떤 기분일지 난 알 수가 없었다. 상상해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저 오만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난 세현이 쓰러지기 전에 했던 부탁조차 지키지 못 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그냥 무서웠기 때문에 무시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린."

두 여자아이가 날 돌아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뒷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한사람을 부른 것인데 두 사람이 본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자린. 아니.... 이린도 들어."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그녀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난 세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회한도, 무엇도 담기지 않은 말이 입을 통해 나왔다.

"언젠가, 이녀석이 깨어나는 날에 이녀석을 위해 일해줬으면 좋겠어."

이전에, 세현을 향한 미안한 감정은 잊었다. 정말로 새까맣게 잊어서, 세현을 떠올릴 때도 어쩔 수 없었으니 별 수 없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서기가, 은함까마귀가 팔백년 뒤의 미래를 예지했다.

위험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신들이, 도망갔던 신들의 습격이 시작되는 것. 그것을 위해 세현이 싸워야 한다고, 예언 되었다.

"하....지...만, 도오오.....움이 될....까...요오오....? 싫....어...할...지도.... 모르는...데."

과연 뱀파이어랄까, 외모와는 다른 두뇌 회전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고, 나 또한 생각해두었던 바였다.

세현은 착하다. 같은 또래 아이들과는 정반대의 소년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 바로 세현. 하지만 약속까지 지키지 못 했고, 또 다른 싸움에 밀어넣는다면 그가 그냥 겸허히 받아들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분노. 상상에 불과하지만 예지나 다름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 때, 아무도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망가질 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때를 위한 버팀목을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자린. 해줄 수 있겠지?"

"물.....론....이...요오오....."

숨 넘어갈 것 같은 대답, 하지만 그 대답은 날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린 옆의 린(인간이다)의 반응은 조금 이상했다. 골몰하는 것 같은 것이, 퍽 어울리지 않다.

"그런데, 난 왜? 난...팔백년 뒤까지 살 수 없어."

"알아. 하지만 너의 '파악'을 쓴다면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걸 기점으로 노력해 달라는 이야기야."

"사람의 내부까지 스캔한 적은 없는데....."

"괜찮아.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고, 방주의 능력을 쓰거나 조금 단련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가면을 써본 적은 없잖아?"

내 기억이 맞다면 천리안의 가면은 아직 유운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디 천리안은 성녀파의 물건이라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보관능력은 없었다. 게다가 린은 아직 그걸 쓸만큼 능력이 성숙하지 않아서 가지고 있어봤자 휘둘러질 뿐.

그러고보면 이제 린에게도 가면을 줄 때가 됬을지도 모른다. 근래의 단련으로 꽤나 강해진 것도 같으니까.

"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린도 이제 준비해야지."

"알았어."

"예에에..."

나는 생각했다.

역시 둘을 나눌만한 명칭이 하나쯤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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