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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06화 (306/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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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방주의 중심에 있는 관제탑에서 삼진의 진두지휘를 하던 능파가 돌연 눈살을 찌푸렸다. 적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일까 싶어 능파의 앞에 만들어진 녹색의 홀로그램을 보았다.

현재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투들을 간략하게 표현한, 일종의 레이더. 능파의 뒤에서 기묘한 전선들을 머리에 꽂고, 가면을 착용한체로 누워 있는 린의 탐색능력을 활용한 기예이다. 이것을 이용해 능파는 전투 중인 삼진의 수 없이 많은 인명을 구해냈다. 아무리 능파가 방주의 백업을 받고 있더라도 불가능한 기예가, 그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홀로그램의 안에선 푸른 점들이 붉은 점들보다 적기는 했지만 대열을 흐트러지지 않게하며 잘 싸우고 있었다. 능파로서는 저런 표정을 지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단 소리. 이해할 수 없었기에 질문했다.

"능파야.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불사가 나타났어요. 지금 DS 두기가 산탄식 대뢰포를 쓰고 대파(大破). 아마 전선의 복귀는 불가능하겠죠. 대장기가 섞여 있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요. 그들의 생사는 불명이고, 아마 생존은 힘들거에요. 게다가.... 공간동결도 걸려있네요. 작전이 틀어지겠어요."

불사. 그것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능파는 담담하게 입에 담았다. 백업을 총괄하는 소누나 방어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 우도 그것을 들었는지 안색이 나빠졌다.

불사가 나타난지 얼마나 되었을까. 기껏해야 몇 십초일 것이다. 하지만 삼진의 주력병기라고 할 수 있는 DS가, 그것도 유능한 군인이었던 발터가 박살이 났다는 건 아무래도 당초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불사가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삼진은 퇴각이다. 하지만 그 퇴각은 그냥 퇴각이 아니라 '잔탄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퇴각'하는 것이 전제다. 그렇게 함으로서 레플리카들을 줄여놓고, 불사의 힘을 빼놓는 것(아주 미약하겠지만, 그것도 승부의 갈림길이 된다)이, 이측의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쪽은 불사를 얕보고 있었다.

공간동결. 설마하니, 그녀도 마법을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아주 못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적절하게 쓸 줄은.

"할아버지라면 어쩌시겠어요? 그대로 전투? 아니면.... 퇴각?"

대답하지 못 했다. 어느쪽이든 지금은 선택하기가 난해했다.

전투는 미친 짓이다. 불사에게 숫자는 의미가 없다. 아마 몇십초도 안되어서 순식간에 증발해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퇴각도 불가하다.

너무 많이 남겼다. 불사가 너무 이르게 등장했다는 것 때문에, 대뢰를 꺼내는 시각이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최소한 현재 레플리카의 숫자를 반으로 줄여놓는 것이 대전제인데, 그것마저 실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대로 퇴각하게 되면 이진인 영왕의 군세가 굉장히 싸우기 힘들어질 것이고, 삼진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유운과 소화, 검제, 마종의 특수부대도 움직이기 힘들어질 것은 자명한 이치.

"......퇴각.....할 수 밖에."

"그럴 수 밖에 없겠죠. 할아버지라면,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단, 완전 퇴각은 안된다. 제 24 포위진으로."

"알고 있어요."

능파의 손이 양 옆의 기둥에 파고 들었다. 전선 같은 선이 손목 안으로 파고들어 신경계에 접속을 시작했다.

삼진을 전부 사용하지 못 한다는 판단이 나왔을 때부터 생각해둔 작전은, 조금 위험성이 높았다. 크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당초의 예상대로라면 삼진은 퇴각한 뒤에 전투에는 절대로 개입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전력을 다했을테고, 워낙에 장비자체가 소모적(탄환이라던가)인 것들이라 장시간의 전투는 불가능했다. 길어야 세시간정도. 그런 그들에게 계속적인 전투를 시키게 되면 그 한계에 다다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것은 능파에게 맡겨둘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

"응?"

"해전으로 나갈 수는.... 역시 안되겠죠?"

"아아. 안돼. 져버려."

아쉽다는 듯이 능파가 한숨을 쉰다. 나 또한 같은 기분이 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불사를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은 힘뿐만이 아니었다.

장소적 여건. 해전을 하게 된다면 이쪽은 질 수 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누님과 불사가 붙을텐데, 해전이 되게 된다면 불사에게 '제한'을 걸 수가 없어진다.

제한이란 곧, 방주의 역백업. 방주 내에서의 전투로 끌어들인다면 불사의 능력치는 확실하게 깎을 수 있다. 방주도 신의 힘 중 하나이니 크게 밀리지는 않을 터. 유운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확률은 5할로 상승한다.

다만, 위험요소는 있었다.

그 불사가 우리의 작전을 모를리가 없다는 점. 아니, 오히려 신의 힘이기 때문에 이쪽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승률은 3할 미만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고 만다. 게다가 해전은 유운의 군대가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배를 타더라도 평지를 달리는 것과 비슷한 기동력을 갖춰야 하는데, 가능할 턱이 없다.

톡톡, 손가락으로 볼을 치며 생각에 잠겼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짜증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도저히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 짜증이 솟았다.

"어머."

내 짜증을 단칼에 잘라버리는 듯한 능파의 목소리가, 적막한 관제탑을 울렸다. 뭔가해서 홀로그램을 들여다 보았다.

"이, 이게 뭐야...?"

포격. 포격이다. 대뢰의 열배는 될 것 같은 크기의 엄청난 포격이 그 광대한 넓이를 자랑하며 일직선으로 레플리카를 쓸어버리고 불사에게 일격을 먹였다.

"능파! 아쥴과 리바이어던, 소요에게!"

"알았어요."

뭔지는 모른다. 누님이 나타나서 갈긴 건지는 모르지만 저만한 포격을 바다에 내리꽂았으니 해류가 일그러져도 보통 일그러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작전을 위해 바다에 준비해둔 기뢰 같은 것이 송두리째 날아간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디. 지금은 해저에 있는 마수들을 구할 시간이었다.

해저로 향한 레이더가 빛을 깜빡거린다. 다행히도 해저마수군단은 포격과는 거리가 있는 곳에 있었는지 피해는 없어보였다. 해류의 움직임도 크게 틀어지기는 했지만 우사의 힘 덕분에 완만히 넘길 수 있었다.

"능파, 아까의 자줏빛 포격은? 누님은 아니겠지?"

자줏빛이라면, 누님은 아니다. 누님이라면 흑색의 포격으로 갈겼을 것이다. 기습이라면 모름지기 전력을 다해 맞춰야 하니까.

내 예상대로 능파는 누님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고모 할머니는 아니에요. 이건..... '아라바다'네요. 현재 '제로돌파' 개방이에요."

아라바다. 그것은 분명히 앤트로아가 가지고 있는 무인기동병기 중 하나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20미터를 넘어가는, DS에서도 보기 힘든 초대형의 병기로 앤트로아 본인과 같이 자아를 가진 인간형의 기체였다.

그 기체가 가진 화력은, 앤트로아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같은 기계로서 조물주가 조물보다 못 하다는 것은 이상했지만 방주에 있는 시스템과 누님의 보조, 게다가 '기계장치의 대마법사'라는 것이 있으니 이상하지는 않았다.

기계란 본디 인간의 힘으로는 '이룰 수 있으나 빠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앤트로아도 아라바다의 화력을 갖출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런 것을 고려해볼 때 사용자보다 강하게 설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제로돌파는 뭐야? 들어본 적 없는데."

무슨 상태를 나타내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이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저만한 위력은 내가 알고 있는 아라바다가 낼 수 있을만한 힘이 아니었다.

아라바다는 확실히 화력중시로, 공격력만큼은 다른 둘과 합쳐도 으뜸이지만 동방삭조차 날려버릴만한 위력은 분명히 이상한 곳이 있었다.

능파는 싱긋 웃어보였다.

"앤트로아가 할아버지를 따르긴 했지만, 그건 누군가의 '명령'이 있어서...였죠. 그 명령을 내린 사람이면서, 불사가 잠시나마 휘청거리게 할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아아, 누님이구나. 하긴, 누님 밖에 없겠지."

이 세상의 어느 누구가 불사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을까. 어떠한 존재가 세계의 의지를 한순간이나마 주춤거리게 할 수 있을까.

세계의 보조가 없다면, 신이라 칭송받아 마땅한 존재가 뒤에 있지 않다면. 인간의 지혜를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가 있어야.

그렇지 않고서는 단연코 없다. 그래, 단 '한 남자'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제로돌파'지? 임계점 돌파라면 이해 하겠지만...."

"앤트로아에게 듣자하니 무인기동병기에게는 전부 ABO의 이름을 주었더군요. 플러스와 마이너스. 그 단서를 덧붙이면 그 괴악한 취미도 이해할 수 있겠죠."

능파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혈액형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마이너스니까, 제로돌파.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실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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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이군요. 최후의 술책이......."

쓰러져 있었다. 웨이브가 들어간 짧은 금발의 소녀, 슈드나이 랑페르제가 지금 당장 갈아입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한 차림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남자'는 웃었다. 모든 장치는 끝났다. 그는 이제 기다리는 것으로 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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