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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10화 (31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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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운천의 얼굴에서 차츰 '웃음'이 사라져간다. 천년에 달하는 시간을 살아왔지만, 긴장감은 그조차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죽음이란 것과 거리를 두었던 영생자였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한 전투에서는 다른 때보다도 경직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예언에서 필사(必死)라는 답이 나왔다면 더더욱.

허나, 운천은 망설이진 않았다. 물러날 곳도 없었고, 이곳에서 물러난다면 최후의 최후에 만들어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성급해지면 곤란하다. 하지만, 조금씩 앞을 바라고 있는 자신을 보며 운천은 쓰게 자조했다.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성급해지지 말자."

너무 성급해지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작전이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끝까지 어긋나고 만다.

하지만, 탄약이 문제다. 그 타이밍이 될 때까지, 탄약이 버텨줄 것인가. 아니, 버틴다 치더라도 저 방벽을 뚫고 난 뒤에도 전투는 있다. 운천은 문제가 없었지만 탄약이 떨어진 DS라면 근거리 사출용 블레이드 정도 밖에 남는 것이 없다.

그 상태로 팔대간부가 있을지도 모르는 무덤에서 승부? 미친짓이 따로 없다. 무덤이란 이름 답게 정말로 뼈를 묻게 될 것이다.

때어놓는다, 가 가장 좋은 방법. 하지만 숭례문이 말을 들으려 할리가 없다. 운천의 힘으로 지키는 것도 역부족.

쿠구궁......

그것은, 작은 움직임. 개미가 한발자국 내딛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한발자국을 내딛은 상대는 한낱 미물은 상대가 되지 않는 '무덤'. 지금까지 어떠한 전조도 보이지 않으며 정지해 있던 초대형 병기가 드디어 태동한 것이다.

무신 유운천이 기다렸던 때가, 드디어 나타났다.

"숭례문들은 들으라. 돌파진 제 46패턴을 실행한다!"

작지만 웅혼한 목소리,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열심히 무덤에게 탄약을 쏘아대던 DS 수십기가 사격을 정지하고 한 곳에 뭉친다.

운천을 최전방에 내세운 돌격. 사실상 운천이 걸터앉은 루카의 DS가 돌격조의 꼭짓점.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돌파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자. 숭례문도들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부우우우우!!!!

수십기의 DS들이 뒤에서 날뛰는 탄약의 보조를 받으며 무덤의 방벽에 도달했다. 초록빛의 육각형이 빛나면서 자신의 방어력을 자랑한다.

뛰어넘을 수 없는 위용, 압도. 하지만 운천들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뚫어보이겠다는 의지가 그들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루카. 왕은 본디 싸우지 않아."

[....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말로 싸우는 것은 왕의 부하란 말이다."

허리춤의 누더기 천에 걸쳐져 있는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광을 받아서 반사되는 빛이 공간을 도려내는 것만 같은 예기를 발한다.

장식적인 가드와 인상적인 손잡이의 형태, 붉은 색채. 누가봐도 탐낼만한 신병(神兵). 이상적인 검의 형태가 그곳에 있다.

살아있는 자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욕망에 불을 지피는 힘이다. 보는 것조차 위험하고, 만지는 것은 더욱 위험할 것 같다. 자격이 없는 자가 잡는다면 아마 두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제천검(濟天劍). 요에게서 받은 검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검들보다 몇배는 나아. 이거라면 지금은 실전된 '일검(一劍)'을 쓸 수도 있어. 돌파는 무리가 아닐거다."

하늘을 건너게 하는 검. 하늘이란 것은 곧 천명(天命), 운명. 죽음의 운명을 뛰어넘어야 하는 몇몇에게 있어선 부적삼아서라도 지니고 싶을 검이다. 물론, 검으로서의 위력 또한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검. 그것은 운천의 선조인 검제가 군대를 쓸어버렸다고 하는 전설의 일격. 실전되었다기보다 일검의 위력을 감내할 무기가 마땅치 않아서 쓸 수 없었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한다.

돌파자체는 가능하다. 남은 불안요소는 단지 장기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정도일까, 하지만 용병일을 하다보면 상황을 따질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일을 걱정할 운천이 아니다.

파아앗!

지척에 다다른 방벽, 운천의 팔이 뒤로 젖혀진다. 단련되었다고는 보기 힘든 마력의 집합이 둘러지고, 절대적인 패검(覇劍)의 기세가 솟는다. 검을 겨누는 그의 뒤에 검제의 환영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베여라."

너무나도 담담한 단정, 거대한 참격에 방벽이 부서져나간다. 육각형을 이루던 초록빛 장벽이 무너져 내리고 그 틈새로 루카와 운천이 파고들었다.

쩌저저저적.

얼음이 얼어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빠르게 수복되어가는 장벽, 빠르게 접근하는 DS다. 하지만 그들은 삽시간에 장벽 밖으로 튕겨나가버렸다.

[문주.....!]

운천. 그의 손에서 쏘아진 마력의 탄환은 주변 대기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수복되는 장벽, 운천의 충격파. 선택지가 남지 않은 DS들은 장벽 밖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것 밖에 없다. 숭례문도들의 생존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운천은 지금 절대적으로 효율을 따지는 요가 이 상황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해보았다. 나오는 생각은 극과 극, 호된 질책이거나 별 수 없다면서 따로 말하지 않는 것.

'쓸데없는 생각이지.....'

지금 중요한 것은 혼자서 어떻게 무덤의 동력로를 파괴할까 하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일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는 없다.

[자, 그럼 가죠.]

....루카조차 뒤로 빼낼 수 있었다면 말이다.

루카는 운천의 발 아래에 있었으니 충격파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운천과 함께 루카도 들어왔으니 같이 있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운천으로서는 가장 뒤로 보내버리고 싶었던 인물이 같이 들어왔으니 골치를 썩였다.

루카는, 고든을 죽였다. 같은 고아원의 동기이며 가장 친했던 친구였던 남자를, 운천을 위해 죽인 것이다. 상처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운천 본인으로서는 그런 일은 바라지 않았지만 지나간 일, 그렇다면 루카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시간이다. 조금씩 어그러진 마음을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루카, 돌아갈 생각은 없나."

[없습니다. 지금 물러나면 고든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고든의 목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더더욱.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였다.

운천의 개조로 만들어진 군복에 걸린 무장. 원시적인 활, 검, 창에서부터 현재적인 로켓런쳐와 총화기들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린다. 자폭공격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무장, 무덤 안에 남아있던 것인지 날개가 달린 레플리카가 조금씩 숫자를 불려간다.

"뒤떨어지지마라."

운천이 허공을 밟으면서 경고했다. 루카의 눈에 보이는 운천의 등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굉장히 넓었다.

저 넓은 것이야말로, 루카가 보아왔던 것. 어렸을 적부터 우상으로 삼아온 최강자의 등이었다. 설령 영왕이라는 절대자보다 약하더라도, 불패라는 존재에게 버러지 취급을 당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잊혀지더라도.

루카에게 있어선, 숭례문에 있는 모두에게 있어선 누구보다도 강한 남자다. 그렇기에 루카는 고든을 죽이면서까지 운천을 살렸다.

'나아가자.'

마음을 다 잡은 루카의 DS가 총기를 들어올렸다. 최대한 자제해 왔던 발포, 루카의 탄환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럭저럭 중간은 된 상태였다.

난데없이 운천이 총신에 내려앉았다.

"잠깐. 쓸데없이 낭비하지마라.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돌파다."

운천이 들고 있는 제천검을 오른쪽으로 넘기고, 다른 손에 창을 쥔다. 붉게 달아오르는 창날이 순식간에 공기를 원자단위까지 분해시킨다.

운천의 창이 달려드는 레플리카 대군의 중심에 겨누어졌다. 죽이기 위해서라기 보단,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적을 부서버리기 위해서.

투콰아아아아앙!!!

팽창하는 창의 힘이 순식간에 DS와 운천의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굉장한 열, 레플리카들의 살이 녹아내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잡병들에게 시간을 주지마! 이대로 끝까지 간다!"

[알겠습니다!]

DS가 총이 아닌 손등의 에너지 블레이드 두정을 꺼내들었다. 기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만들어지는 블레이드가 무차별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레플리카들의 몸을 헤집는다. 공격이 닿지 않는 자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촤자자자자자자자자자!!!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검과 창을 들고 있는 운천의 팔은 이미 수백개로 나누어진 야차와도 같다. 팔이 한번 움직였다고 생각하면 수십기가 잘려나가고, 꿰뚫린다.

거칠 것이 없다. 그들의 돌파를 막는다는 것은 레플리카들에게는 불가능한 것. 하지만 운천은 알고 있었다. 레플리카들이 나와 있는 의미를.

레플리카는 단순한 미끼다. 알면서도 걸리지 않을 수 없는, 치사한 미끼. 물지 않으면 승산조차 없는 그런 미끼말이다.

운천을 지치게 한다, 그 뿐이다. 아무리 운천이라도 힘이 빠지면 의미는 없다.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그것은 설사 문도들이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운천들을 고립시키면 승리는 당연하게도 카타스트로피. 그것을 모르는 운천이 아니었다.

"....해봐."

운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가로새겨졌다. 잔혹하기까지 한 미소에 루카는 무언가가 일어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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