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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11화 (31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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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폭연에 휩싸인 불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죽지 않는 자, 상처 받지 않는 자로 이름 있는 그녀가 살거죽을 약간 태운체 허공을 부상해 있었다.

누구 때문에? 다름 아닌 앤트로아의 세명의 자식들 때문이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불사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사는 '예상외의 사태'에 확실한 데미지를 입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꺼내든 것은 폭뢰. 허공을 떠다니는 부유폭뢰다. 불패의 힘이 잔뜩 압축된 그것을 터뜨림으로서 앤트로아의 무인기동병기는 그녀에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타아앙!

"큭..."

옆에서 날아드는 입자포, 앤트로아의 자식 중 하나인 혼소가 쏜 것이다. 붉은 색의 슬림한 기체가 쏘아내는 입자포는 위력은 크지 않았지만 저격중심의 기체인지라 멀리, 곧게, 그리고 관통력을 실은체 뻗어나간다.

그 포격이 관자놀이에 적중하며 불사의 시야와 청각을 어지럽혔다. 데미지는 없지만, 후폭풍이 강렬했다.

쾅!! 콰앙!!! 콰과광!!!!

입자포의 잔향이 주변의 폭뢰를 기폭시킨다. 폭발범위를 극소화 시켜둔 폭뢰들은 불사의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가며 불사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내 예상대로~~~!!!! 불사라도 이건 통할 거라 생각했죠.... 쿡쿡쿡. 불사도 별 것 아니네요~~~?]

어린 나이의 능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광소가 아라바다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다. 감정의 절정, 지금 껏 겪어본 적 없는 지략가로서의 최대 기쁨에 흠뻑 젖어있었다. 놓기 힘든, 마약과도 같은 쾌락이었다.

불사를 상대로 압도한다,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압도하고 있는 이유에는 몇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불사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제약을 두었다. 무엇을 하겠느냐, 그렇게 물으며 이쪽의 동태를 살피며 자신의 힘을 발휘하지 않은 것. 그렇다면 능파에게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틈은 있었다.

둘째는, 그녀가 지략가라는 것. 이 부분은 이해하지 못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 상황까지 몰리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지략이라는 건, '계획을 간파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작전을 예측하고, 넘어선다. 그것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순간 상대방을 궁지에 몰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약점도 있죠. 이쪽도 리스크를 감수해야겠지만... 불사에게 데미지를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싸.'

확실히 말해서, 그 작전은 이쪽으로서도 위험했다. 자칫하다간 앤트로아의 자식들이 살아나오지 못할지도 몰랐다. 불사의 손에 죽기 때문이 아니라, 작전에 의해.

지략가의 약점. 그것은 바로 '우연'이었다. 강점이 계획을 간파하는 지략이라면, 약점 또한 지략. 무너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무계획으로 나서면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계획인 것은 안되고 계획을 섞어서 상대방의 지략을 끌어들인다. 그거면 충분하다.

폭뢰. 앤트로아들의 공격이 날면 주변에 떠다니는 폭뢰는 자연히 터지게 된다. 의도하건, 하지 않건. 그것만으로도 불사를 막는 것은 충분하다. 아라바다들이 움직이면서 폭약에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폭약의 범위를 작게 해두었으니 괜찮다.

문제는 불사가 마음을 바꿔 먹고 대범위 일격을 갈기는 것. 이것은 문제가 있지만, 잠시동안은 괜찮을 것이다.

'광소 했어도.... 그건 자존심을 자극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폭뢰도 최대한 근처로 전송했으니 폭발시켰다간 자신도 데미지가 크겠죠... 잠시동안은, 지켜보도록 하죠.'

능파는 수십가지의 패턴을 연속적으로 기체들에게 입력하며 이쪽의 계획을 시시각각 변경시켰다. 천변만화하는 공격들은 불사의 행동에 더더욱 큰 제약을 걸 것이다.

탕, 파바바바바바방! 투두둥!!

공세가 변화한다. 탄환에서 에너지포로, 입자포로 바뀌고 근접전에서 주먹을 날렸다. 기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투법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능파가 입력하지 않은 '자유공격'란의 행동. 아라바다, 혼소, 마지막의 뎀. 그 세기체는 자신의 특성조차 무시하며 공격한다.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이 불사의 행동에 미묘한 잡음을 넣는다.

그런 샹황이 능파에게 '승리'라는 헛된 가능성을 낳기 시작했다. 하지만 능파는 냉정했다. 압도하고 있어도, 순식간에 뒤집힐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공세로 바꾼다면, 단번에 무너진다.

"이......."

폭약들의 향연, 피하지 못 하고 얻어맞기만 하던 불사의 행동에 이상함이 관측되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작고 미미한 것이었기 때문에 능파의 대응은 한순간 늦었다.

"쓰레기들이이이이이이!!!!!!!!!!!!!!!!!!!!!!"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폭발. 불사의 몸에서 튀어나온 빛의 폭발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튀어나오면서 주변을 휩쓸었다. 공간마저 뒤흔드는 위력, 범위압축식 폭뢰가 동시에 터져나간다. 이 세계 안에서 점멸해 가는 폭뢰가 사라져가는 것을 보며 능파는 드디어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사가, 공세로 나온 것이다. 폭뢰로 인한 피해를 감수하기로 마음 먹은 상태라면 반드시 진다. 이길 수 없는 것 이전에 도망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투콰앙!

눈깜짝할 세에 뎀의 팔한쪽이 뜯겨나갔다.

코어부분이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할 상황, 하지만 불사의 속도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들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폭뢰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이상 그녀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막을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삐빗.

[어?]

외부스피커를 타고 흘러가는 능파의 의문, 아라바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DS들 중에서도 특별히 거대한 몸체가 바람처럼 움직인다.

쿠앗!

장갑이 열리며 수백의 포신이 불사에게 겨누어졌다. 피하지 못할 궤도, 뎀을 마무리하려던 불사의 시선이 아라바다를 향한다.

텅, 꽈아아앙!!!!

삐...비빗....

대응할 틈은 없었디. 허공을 격하고 달려든 불사의 움직임은 기계라고 해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라바다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몸체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어주는 것뿐.

기체의 몸에 틀어박힌 불사의 손이 더욱 깊숙히 파고들었다. 조금만 더 들어간다면 코어에 닿는다. 그렇게 되면, 부서지고 만다. 지성을 가진 기체 중의 기체가, 사라진다.

이 세상의 신, 불사가 선언한다.

"이대로, 사라져라. 인간을 바라보던 기계."

[헛소리. 당신의 말을 부정합니다.]

아라바다만이 아니었다. 혼소, 뎀이 동시에 내놓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대째의 육왕인 능파의 것이 아니었다.

[당신들보다는 낫습니다. 이들에게는....우리에게는 순수함이 있으니까.]

불사를 당적하던 무인기동병기의 어머니, 앤트로아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린다. 시스템 되었기에 가질 수 있는,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이기에.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기에. 이길 수 없는 존재라도 앤트로아는 나선다.

그저 목소리뿐이라도. 한순간의 틈을 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기에.

"...뭐가 나은 건지는 궁금한데. 뭐지?"

[인간, 그 시대의 진인이라 불리던 존재를 노예취급 해왔습니다. 그들은 지성체 였을 터, 그런 괴로움은 쥐어주어선 안됩니다.]

"큭큭, 크크크크크크...... 이거 등신이 따로 없군."

폭언.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그렇다면 지성체가 아니라면 괴로움을 줘도 되나?"

[.....]

"대답할 수 없지? 그럴 수 밖에. 너희들이 말하는 선(善)은 겨우 그 정도야. 만인을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죽이고 잡아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식물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

대답할 수 없었다. 대답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은 현존하는 세계의 인식을, 예를, 개념을 뿌리채 뒤흔들어놓는 말.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세계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세계의 일부인 난 알 수 있어. 그것이 바로 옳은 길이니까 말이지. 얽매이고 싶지 않아도, 아무리 부정해도 피해갈 수 없어...."

쿠구궁....

불사의 말을 끊어버리듯, 무덤이 움직였다. 미미한 움직임이지만 서서히 거대해져 가는 움직임이었다. 시야를 메우는 크기,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불사의 시선이 다시 아라바다들을 향했다.

"사라져라, 위선자들. 너희들의 헛소리에는 신물이 난다."

[위선자면 안되나요?]

능파가 끼어든다. 이해는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불사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확실히 위선자일지도 모르죠, 자기만족이에요. 하지만.... 그런 걸 빼놓으면 이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 있나요?]

"나도 위선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위선덩어리죠. 세상의 미래를 연다는 명목으로 그저 파괴하고 싶을 뿐 아닌가요? 뭐, 진실이건 아니건 위선이 있으니 세상도 재밌는 걸지도 모른다구요.]

"재밌는 견해인데."

예, 아니오를 떠난 순수한 놀람, 불사의 눈에 처음으로 감탄이 깃들었다. 마음 속 깊은 곳부터 우러나오는 감탄은, 분명히 불사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대의 육왕이라고 했던가, 죽음이 내정된 자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영겁의 세월동안 불사는 느낀 적 없던 감정을 갖게 되었다.

죽기에 아깝다, 그런 생각을.

언젠가는 죽게된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라져버릴 것이라면,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칠흑속에서 기계들을 운용하며 순간이나마 자신을 압도한 여자는 정신적으로도 윗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사가 뒤로 돌았다. 열 받았던 것은 이미 식은지 오래다. DS를 파괴하고 싶던 욕구도 사라져서 이제는 잿더미만이 남았다.

쑥.

아라바다의 코어를 2밀리미터 앞둔 상황에서 불사는 손을 거뒀다.

"재밌는 꼬마, 살아남아라."

운명이 앞길을 막아도.

불사라는 최악의 존재가 눈 앞에 있더라도.

"살아남는다면 미래도 괜찮게 변할지도 모르지."

불사는 그 말만을 남기고 무덤쪽으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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