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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15화 (31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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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자신조차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것이 온다. 그것을 느꼈던 적은, 불패 고소야에게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상상도 못할 끔찍한 것이, 자신과 동류의 괴물이 방주의 방벽을 관통하며 이곳으로 전진해오고 있었다.

"저녀석이야?"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물음이 허공에 퍼진다. 허공이 신에 물음을 받아 의미 없는 진동으로 화답한다. 소야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그녀의 얼굴에 깃든 것은, 분노.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오른, 용암조차 불태워버릴 것 같은 절세의 분노다. 세계의 일부로서, 신의 영역에 닿아있는 유일의 인간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분노가, 그곳에 있었다.

불사, 불사다.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을 죽이기 위해 작전을 짰다는 빌어먹을 여자가 눈 앞에 있었다.

죽이고, 죽이고, 죽여서 불태워버리지 않으면 이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불패라는 것 이전에, 불사는 건드려선 안되는 사람을 건드리고 말았다.

"흐응, 네가 불사냐?"

수백미터에 이르는 검푸른 포격이 불사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에너지의 격류가 불사의 머리맡에서 터진다. 인외의 존재라 하더라도 소멸을 면치 못 하는 파멸의 일격이, 불사의 손에 가로 막혀버린다.

하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통했건 안 그랬건,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동생을 죽이시겠다고?"

그녀의 동생, 그것만이 중요하다.

자신을 적대해도 상관 없다. 자신을 파멸시키려 쫓아오더라도 상관 없다. 다른 녀석들이 어떻게 되건 소야에게 상관없다.

오로지. 동생인 고요에게만 피해가 없으면 된다. 세상을 멸망시켜도, 사람을 처참하게 죽여서 빨랫판에 비벼도 그녀에게는 의미는 없는 것이다.

세계의 진리라도, 운명이라도 뒤집는다. 세계의 힘이 필요하다면 끌어다 쓸 것이고, 죽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을 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진리란 곧 자신의 동생인 고요였다.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음속을 가볍게 넘고 아광속으로 돌입하는 소야의 도약, 수천미터나 거리를 두고 있던 불사의 앞에 빛과 같은 속도로 도달했다.

놀라는 기색도 없는 불사와 눈을 마주치고, 위협한다.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분노를 살기로 폭사시켰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살기가 향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를 부숴버릴 수 있는 그것의 앞에서도, 불사는 여유로웠다.

그것이 불사이기에.

"내 동생을 죽이겠다면,"

말을 끊는 소야가 주먹을 들어올린다. 불사가 거울처럼 같은 자세로 주먹을 들었다. 손에 응축되는 마력이 공간은 물론이고 시간조차 일그러뜨렸다.

"신이라 해도 박살을 내버리겠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서로의 일격이 마주쳤다. 핵폭탄의 폭발력을 가볍게 뛰어넘는 불사와 불패의 주먹이 부딫히면서 강렬한 섬광과 함께 주변을 휩쓸었다. 몇백미터나 아래에 있는 전장이 주먹의 충격파를 맞아 순식간에 초토화가 된다.

이해불능, 존재불능의 일격이 이곳에서 펼쳐졌다.

터지고, 터지고, 터진다. 주먹과 발이 연달아 격식없이 부딫이면서 사람의 귀를 멀게 하는 폭음으로 전장을 뒤덮는다.

남의 전투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쓰는 순간 머리통에 주먹자국이 남는다.

일격에 목숨을 잃을 위력적인 공격들. 허나, 피하지 않는다. 그것을 몸으로 받아내며 서로에게 서로를 증명하 듯이 주먹을 뻗는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참격이나 다름 없는 다리 후리기가 마주친다. 튕겨나가는 일격, 불사가 소야와 거리를 벌리며 잠시 동태를 살폈다.

"호오. 과연, 세계의 핵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나와 동수로 치기에 부족함이 없어."

"흐으음. 미안하지만 넌 생각 이하인걸? 동생이 살짝 까다로워하던 '문제'도 이미 풀려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소야의 대답에 불사가 눈을 살짝 치떴다.

3초도 채 안되는 공방만으로도 소야는 불사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끌어내 버렸다. 아무리 세계의 핵을 가졌다지만 인간이 바탕,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불사가 웃었다. 희미하지만, 지금까지 저평가받은 그녀가 짓기에는 너무나도 부드러운 미소였다.

"그래, 그 문제가 뭘까."

고저가 없는 목소리, 이미 질문이 아니다. 알고 있으니 답하라, 그런 말이었다. 소야는 그 말을 고깝게 듣지 않고 대답했다.

"너에 대한 목격정보."

불사에 대해선 다들 이렇게 말한다.

'목격정보가 갈린다. 그러니까 아마 모습은 굉장히 자유롭게 변할거다.'

하긴 그녀정도의 힘이라면 모습을 바꾸는 건 쉬울 것이다. 하지만, 목격정보는 하나 같이 두개의 차이가 있었다.

첫번째는 현재 소야가 상대하고 있는 모습. 즉, 여성의 모습이다. 호문쿨루스를 다루던 마법사가 요와 붙으면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주며 말했던 목격정보이다.

두번째는 '검은 구'. 한 때 불사와 싸웠다던 검제와 마종의 목격정보다. 참고로 말하자면, 시바는 그 양측을 다봤으며 소야가 독자적으로 얻은 정보로도 그 두가지 모습 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방주에서 시행하는 이 작전자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작전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사를 상대하는데 소야와 영왕이 투입된다? 이미 한쪽의 파멸을 예상한 작전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영왕 또한 살리는 것이 목표, 목표와 전투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작전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불사는 '두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런, 역시 그거였나. 내 모습을 팔대간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가벼운 여자인데. 쉽사리 자신을 드러내면 곤란하지. 의도했겠지만."

"호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있나?"

"물론이야."

소야가 손가락을 흔들며 웃어보인다. 마치 자신의 장난감이 매우 굉장하다고 자랑하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내 동생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거참, 멋진 대답이군."

불사의 비웃음이나 다름 없는 대답에 소야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차피 죽여버릴 녀석이었으니까, 동생을 비웃어도 별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 '죽기 전에 무슨 말이든 못 할까' 싶은 정도의 감정만이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동생이 그렇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이 판단 내렸기 때문이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확실히 동생인 요는 스스로 그 답을 도출했다. 하지만 소야는 처음으로 만난 팔대간부, 시바를 만나고 확신하게 되었다.

시바가 그 목격정보를 스스로 규합해서 자신만의 가설을 세우고 있었으니까. 소야가 하는 것은 덧셈뺄셈에서 답을 도출하는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우득, 우드득.

뼛소리가 잔혹할정도로 공기를 진동시킨다. 뒷골목에서 주먹질을 전문으로 하는 자들이나 할법한 위협이지만, 겉만은 아름다운 여성인 소야가 하니 위협이라곤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허나, 그것이 그저 보기에만이라는 것을 불사는 모르지 않았다.

불패 고소야의 진짜 능력은 자신에게 닿아있는 것, 자칫 방심했다간 그대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불사에게도 '공멸(共滅)'이라는 목표가 있는 이상 쉽게 쓰러지면 곤란하다.

"내 동생을 위해 죽어줄래?"

"지극하기 짝이 없는 동생 사랑이로군. 이미 가족에게 하는 사랑 같지가 않은데? 혹시, 동생을 이성으로서 사랑하고 있나?"

"물론이지. 왜, 떫냐?"

당당한 대답에 도리어 당황한 건 불사였다. 설마하니 진실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설사 진실이더라도 이런 곳에서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진실이라니까 저 동생을 향한 과잉반응이 이해가 된다.

그녀의 행동에는 이유가 '없다'. 목적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목적을 찾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존재하고, 그냥 움직일 뿐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행동과 삶이란 건 그저 보고 듣는 것에 불과했다. 그것에 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하지만 동생이, 전(前) 육왕이 관련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그냥 보면서 '이렇게 됬으면 좋겠다' 싶을 때나 슬쩍 손을 뻗던 소야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변한다.

아마 동생이 세계정복을 해달라면 할 것이, 바로 그녀다. 비정상적이라고는 했지만 그것도 남자로 보고 있을 줄은.

동생인데다가, 여덟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거..... 걸물이군. 세계의 핵을 가졌던 인물들 중에서 제대로 된 인물은 없었지만......"

전대의 '불패'를 언급하는 불사다. 불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과거를 회상하는, 멋진 악우와 함께 했던 시절을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선도, 악도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뿐. 굳이 말하자면 자신만의 정의가 있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불패'들은' 하나같이 순수했다. 지금의 소야도, 세간의 시선은 삐뚤어져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너무나도 순수한 것이다.

그것을, 무너뜨려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불사이기에.

"자, 놀아보자.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도 전쟁에 미안한 일이지."

불사의 말에 소야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마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이런 제안, 그녀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제안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주시하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마치 거울로 자신을 보는 것처럼 같은 타이밍으로 뒤로 팔을 당기고, 마력을 끌어모았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대기가 소용돌이치면서 시공이 뒤틀린다. 서로의 주먹에 어리는 힘들이 더더욱 강맹해지면서 세계에 '비틀림'을 낳는다.

세계조차 빨아들일 것만 같은 힘의 흡착, 전세계의 힘이 빨려드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위험이란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피싯, 촥!

마력을 끌어모으던 소야의 팔에서 피가 터졌다.

'과부하'다. 아무리 세계의 핵을 갖고 있더라도 인간이 태초부터 가지고 있는 그릇의 양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뭐, 상관 없지만."

그래도 모은다.

불사도 앤트로아가 가진 세명의 자식이 내놓은 공격 탓에 자신의 힘을 견딜 수 없는지 소야처럼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모은다.

의지가 부족하면 패배라는 두 글자 밖에 남지 않는다.

서로의 힘이 한계치를 돌파하고, 주먹에 집결된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서로에게로 내질렀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앗!!!!!!!!!"

겹치는 기합성이,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전쟁에 새로운 파국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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