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생의 육아일기-316화 (316/340)

0316 / 0340 ----------------------------------------------

최종편!

삐빗.

"에, 사라졌어?"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능파의 새된 비명이, 눈 앞에 떠오른 녹색 홀로그램이 그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불패와 불사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무슨 대화(소야가 요를 좋아한다는 대목에서 능파는 까무러칠 뻔 했지만)를 나누는가 싶더니 서로를 공격하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둘 다 죽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뭐랄까, 힘과 힘의 겹침이 일어나면서 시공간이 뒤틀리다보니 '새로운 세계'로 떨어진 것 같았다. 불사의 힘과 소야의 힘을 합쳐서 본다면 그리 걱정되는 일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였다.

'귀찮게 됬어요.....'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불사는 둘'이다. 무력자체는 함께 사라져버린 소야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터. 영왕의 군세가 패배할 것이라 점치고 있는 능파에게 있어서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그 특정할 수 없는 판단에 능파는 골머리를 싸맸다.

불사, 불패가 사라졌다. 전세는 호전이면서, 악화이기도 하다. 치우회측 비장의 무기가 사라지긴 했으나 적의 가장 큰 패 또한 무너졌다. 이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적들에게는 또 다른 불사가 남아있다.

이것을 막을 수가 없다. 영왕의 군세가 아무리 불사를 상대하기 위해 훈련해 왔더라도, 기본적인 그릇 넓이가 달랐다. 바다를 상대하기 위해 사람들이 컵으로 물을 퍼낸 것이나 다름 없다. 시간 벌이는 될지도 모르지만 금세 바닥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영왕은 죽는다'.

그것이 예언, 예정되었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승리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불사와 불패가 이곳에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건곤일척...이죠'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것으로 이 전쟁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인간의 몸과 신의 몸, 그쪽도 기본 스펙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약화시켰다.

가능성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불패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승리 가능성은 이미 '0'이다.

"괜찮은가요, 능파?"

옆에서 방주의 시스템을 조절하던 소누가 능파의 낯빛을 걱정하며 다가왔다. 관제탑의 중심부인 방은 하얗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하얀 능파의 얼굴이 창백해져가져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능파는 손을 휘저어 보이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렇게 행동하는 능파에게서 소누가 언뜻 '그것'을 보았다. 의지가 드러나 보이는 철혈의 눈빛이었다.

사실상, 능파의 계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사를 상대하기 위한 '암즈 포트'도 아직 꺼내지 않았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계책인 그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소누,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 적들의 이진은 거의 반파.... 사실상 전투불능이에요. 아마 더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하겠지만 조금씩 죽여가고 있어요."

"....? 아아. '그것' 때문인가요.... 정말 아쉽군요."

그것. 불사와 불패가 사라진 마지막의 충돌을 말함이다. 그 충격파는 핵폭탄 수십개분의 여파를 방주위에 남겨두고 말았다.

진짜 핵폭탄이 아닌지라 방사능 피해는 없었지만 충격파만으로도 적들은 대부분이 전멸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상식을 초월한 힘 덕분에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 기상이변까지 생겨나고 말았다. 그래봤자 시간 끌기의 허수아비지만, 그 압도적인 힘은 여전히 놀라운 것이다.

"아군의 피해는요?"

능파는 물었지만, 사실 답을 알고 있었다.

아군도 피해를 입었겠지만, 영왕의 주술이 있으니 당당하게 부활했을 것이다. 즉, 영왕의 군세가 아닌 마수군단만 신경 쓰면 된다.

그쪽의 피해는 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충격파는 단순한 것, 어지간히 약한 소마(小魔)가 아니라면 피해는 적을 것이다.

"에,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에요. 영군(靈軍)들은 금세 부활했고 마수군단은 조금 다친 것 외에는 별 이상이 없답니다."

"역시 그런가요..... 좀 있으면 세번째가 올 거에요. 그녀석들이 등장하면 보고해 주세요. 그리고, 백색아성?"

칭호로 부르는 능파다. 양 옆에 있는 기둥에 손을 쑤셔박고 방어벽을 최대출력으로 전개하는 우가 땀을 흘리며 돌아본다.

"뭐, 뭔데....?"

말하는 것도 힘든지 말을 흐리는 우. 냉정한 능파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할말만을 건넸다.

"아군에게 걸려있는 '프로텍트'를 지워요. 대신 영왕이 있는 왕속특무정병의 프로텍트를 대대적으로 강화시키고요."

".....? 그런 짓을 했다간....."

영왕은 분명히 강해지지만, 이진(二陣)이 밀려난다. 일진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사실 독립행동, 이진이 뚫리는 순간 적들은 이 관제탑까지 밀려들어온다.

방벽이라곤 그저 기본적인 것 밖에 없는 관제탑으로서는 적을 쉽게 허용할 수 밖에 없다. 그건 곧, 적군에게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우회의 두번째 두뇌인 능파가 그걸 모르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한 것은 여전히 있다.

"걱정말아요. 밀릴 일은 없죠. 전체적인 전력으로는, 불사만 뺀다면 이쪽이 압도하고 있어요. 뚫릴 일은 없다구요. 다만......"

"다만?"

"옴팔로스는 문제죠. 그것들이 얼마나 이 전투에 관여 하느냐..... 아니, 옴팔로스가 얼마만큼이나 완성도를 가지느냐. 그것이 중요할거에요."

챠이에게 죽어버린 옴팔로스가 아닌, 새로이 양산된 옴팔로스 군단을 말하는 것이다. 존재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 '있다'는 것 외에는 거의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능파는 옴팔로스란 것들이 두려웠다. 지략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예상외의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자신의 그릇된 판단이 전황을 뒤집을 계기가 된다는 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임은, 확실할 것이다.

"흐음. 그것들은 컬러나이츠가 맡기로 했었지?"

"예. 저의 예상이 조금만 부합해도 아마 이기지는 못 하겠죠.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대비는 해놨어요."

뚜벅뚜벅.

"...어디가?"

말을 끝내고 관제탑의 관제실에서 나가는 능파에게 소누가 질문한다. 능파는 잠시 발을 멈췄다. 시간을 멈춘 것이 아닐까 싶은 정적을 조성하던 능파가 양 옆으로 팔을 들어올렸다.

치링, 치링!

두개의 검, 사진참사검과 사인참사검이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그의 양손에 내려앉는다. 장식적인 그 쌍검은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붕, 붕.

가볍게 휘두르는 양손, 능파가 등에 교차시키듯 걸며 한마디를 짤막하게 남겼다.

"AF....'암즈 포트'로."

암즈 포트. 문자 그대로 '무기들이 가득한 초대형 이동식 포대'다. 전장 1000미터가 넘어가는 사상 최강의 병기로, DS들과는 겪이 다른 화력을 자랑한다.

특히 방주에 존재하는 '암즈 포트', 철완(鐵腕)에게는 대형 포구가 존재한다. 그 위력은, 불사와 불패의 일격에 맞먹을 정도. 불사와 맞붙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기습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능파가 밖으로 나왔다. 종유동을 본 뜬 복도가 황망하게 펼쳐져 있다. 한발자국 내딛자 바닥에 약간 차오른 물이 파문을 일으켰다.

능파의 작달막한 발이 일으키는 파문치고는 거대한 파도가 종유동의 전역을 휩쓸었다.

쿠아아아앗!!!

몰아치는 물방울들이 이윽고 하나의 '알'을 만들고, 능파는 그곳에 몸을 뉘였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파란이 일어났다.

공간이 비틀렸다. 심하게 일그러지고, 망가진다.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세계에 남는 것은 푸른 종유동 따위가 아니었다.

금속빛으로 가득한 어느 밀실. 여러 색의 빛이 점등하고 수많은 화면이 내부를 밝힌다. 그 중심에서 돌아가는 기묘한 적색의 광물.

암즈 포트, 철완. 그곳의 최대 핵심부.

"후우우우우......"

적색의 광물이 회전한다. 그것의 뒤에 놓인 의자에 몸을 맡긴 능파가 팔걸이의 끝에 있는, 손바닥을 넣으면 딱 맞을 것 같은 장식물에 손을 얹었다.

우우우우우웅!!!!!

기묘한 진동이 일어난다. 암즈 포트의 제대로 된 가동이 시작된 것이다.

[능파! 세번째 군세가...!]

"드디어인가요."

[최전방에 검은 구체가, 그 뒤로 베헤모스, 프리아가, 케이슨, 아수라왕이 뒤 따르고 있어. 게다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숫자의 레플리카가.....어?]

"....뭐죠?"

[중간 중간에 이상한 것이.... 인간 크기의 적인데 푸른 전포를 입고 푸른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푸른색 전포와 가면. 생각나는 것은 없다. 하지만, 능파에게 짐작가는 것은 있었다.

옴팔로스다. 옴팔로스만큼의 크기가 아닌 것은 아마 총체적인 질량을 줄여 전투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리라.

거기까지는 예상범위 내다.

중요한 것은 수.

"몇이죠?"

[넷...아니, 다섯이야.]

다섯. 마침 컬러나이츠가 열명으로, 딱 좋은 숫자다. 정확히 두명씩 분배하면 되리라. 게다가 그들의 실력이라면 둘만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숨을 들이켰다. 전장에서 고양되는 공기를 마신 것만으로도 몸이 전율한다. 제대로 된 전쟁, 그것에 참가하는 능파의 머리는 현재 최고조에 이르러 있었다.

"아, 아아."

방주의 전역에 울리는 능파의 목소리. 방주에 있는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자, 드디어 이 전쟁도 막바지입니다. 아군 여러분, 힘내주세요."

응원의 말? 그렇지 않다.

선언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도록 하죠. 예언? 천명? 그딴 건 개나 줘버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 최후에 남는 것은 신이 아니야!"

존재는 처음 뿐이다. 그 뒤부터는 그저 하대다. 하지만, 그 말을 그 누구도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긴다! 이겨서 살아남는다! 운명 따위, 뒤집어 보여라. 세계의 의지라 하더라도 우리의 의지를 뒤집을 순 없어. 방해하면 죽여라! 가로막는다면 부숴버려라! 단 한사람의 의지가, 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라!"

드디어 선언한다. 설령 가로막는 것이 신이라 하더라도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그곳에 있다. 부술 수 없는 무적의 적을 상대로 하기에는 위험한 자에게, 능파는 당당히 말한다.

방주에 묶여있던 전사의 영혼이 일시에 분출되는 것을 느끼던 능파는 그대로 암즈 포트의 가동에 열을 올렸다.

최종장의 최후.

드디어 시작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