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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18화 (31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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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아음속.

음속에 버금 가는 속도로 챠이가 공간을 가르며 짓쳐들었다. 핏빛으로 빛나는 두개의 장도가 기괴막측한 궤도로 움직이며 허공에 참흔(斬痕)을 남겼다.

쩌정!

서리가 내려 있는 철구가, 가볍게 받아낸다. 5미터에 육박하는 그 체구를 가지고도 챠이의 신속에 달한 움직임을 쳐냈다. 상대적으로 얇은 챠이의 단심검이 뒤로 멀찍이 튕겨나간다. 강렬한 진동이 챠이의 손을 타고 챠이의 몸을 마비시켰다.

빠르고, 강하다. 속도만으로도 챠이를 따라잡는데도 힘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챠이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외로...!'

위험했다. 겨우 첫번째 충돌에서 프리아가와 자신의 격차를 깨닫고 말았다. 이런 실력으로는 시간벌이가 겨우다.

이런 녀석이, 4위라고 했다. 예상대로라면 위에는 아수라왕과 시바, 베헤모스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한명은 배신했으니 남은 인원은 셋인데 그 셋은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괴물 중의 괴물들이다. 호지나 엔트로아만으로 상대가 될리 없다.

왕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왕은 팔대간부의 실력을 그저 삼검주와 동렬로 보고 있었다.

"칫...!"

떠어어어엉!!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둔격. 순간적인 기지로 두개의 장도를 검폭이 넓은 광도검으로 바꾸어 막아낸다. 하지만 거대한 크기와 어울리지 않는 스피드를 잘 살린 공격에 챠이의 몸이 몇십미터나 뒤로 날아갔다.

탁, 타닥.

폭포와 같은 힘의 격류, 막아내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몸을 뒤로 날려 충격을 줄였음에도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각은 그저 흘려넘길 수준이 아니다.

"생각외로 약하다. 그라드와 기레를 단신으로 막아내던 그 실력은 어디로 갔지? 옴팔로스를 일격에 분해하던 그 힘은 어디에 있나?"

"글쎄.... 왕에게, 맡겨두고 왔을지도 모르지...!"

촤아악!

하나로 뭉쳐진 대검이 붉은 경력을 쏟아냈다. 적색의 반월이 프리아가의 목을 노리고 대기를 자르며 나아갔다. 하지만, 프리아가가 손등을 들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챠이의 참격은 가볍게 막혀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 있을리가 없다.

"왕은, 단 한번도 일어서지 않은 적이 없다...!"

존경받아 마땅한 그 남자는, 죽음에서조차 일어나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저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만으로도 포기한다는 건.

왕을 볼 자격도 없는 것이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왕에게 배운 것은 그저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팔 한쪽이 날아가더라도, 다리가 불타더라도.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이 단심검주의 의지다.

만검(萬劍), 현현(現現).

수백종의 무기가 허공에 도열한다.

왕을 향한 충의의 마음은 아무리 나누어도 약해지지 않는다는 그 의지가 발현된 단심검주 최대의 기예. 런던에서 그라드와 기레를 막았던 챠이의 최대 비술인 그 비기다.

초반부터 내놓을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하지 않으면 눈 앞의 남자는 막을 수 없다. 충의를 모조리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뼈를 깎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치링, 치링!

수백에 달하는 검들이 허공을 비산하며 프리아가의 전방위를 점하며 쏟아져 내렸다. 검의, 병장기의 폭우가 프리아가의 거구를 휩쓸며 그 움직임을 봉인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긴봉에 달린 철구가 거칠게 회전하지만 검은 많았다. 분명 철구는 수백에 달하는 검들을 쳐내지만 단심검의 숫자는 더욱 많았다.

"사박사리."

프리아가가 잠시 만검에 휩쓸리는 동안, 챠이가 여덟개의 검을 뽑아냈다. 각자가 다른 형태를 취한 검에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챠이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박!

프리아가를 중심으로 여덟방위에 단심검이 꽂혔다. 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붉은 원형의 진식이 겹치고 겹치면서 기묘한 파형을 그려낸다.

"고보."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

검들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한다. 프리아가의 움직임으로도 따라가지 못 하는 검들은 이미 물질이라고 보기 힘든 모습이 되어 있었다.

"다마효."

순식간에 솟구쳐 오르는 병기, 전신에 검상이 남은 프리아가가 당황한다. 한번이라도 더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린 챠이를,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걸로 끝나지는 않겠지."

척.

단심검들이 허공에서 프리아가에게 겨눠졌다. 이미 에너지체로 변해 있는 단심검들의 무한한 탄환이 프리아가를 향해 그 살의를 뿜어대고 있었다.

챠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을 시작으로 유성우처럼 떨어져가는 단심검들의 비가 프리아가에게로 내려꽂혔다.

"허나, 죽어버려라."

투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폭음이 아니다. 대기와 공간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 이미 비명이나 다름 없는 소리가 전장을 메꾸어간다. 엄청난 마력량이 프리아가를 불태우면서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다는 걸 챠이는 알고 있었다.

프리아가가 그렇게 큰 기술에 눈 멀뚱히 뜨고 당해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설혹 당했다고 하더라도 견뎌냈으리라.

그게, 프리아가다.

단심검주의 대적자(對敵者)다.

후득, 후드득.

검들이 얼음조각들과 함께 흘러내렸다. 붉은 비의 창살속에서 보이는 것은 자그마한 빙산의 일각, 그 안에 감추어진 프리아가의 광안(光眼)이었다.

"흐음. 역시 이걸로는 죽지 않는건가?"

알고 있지만 물었다. 프리아가를 뒤덮는 얼음이 그의 포효에 섞여 일시에 터져나갔다.

산탄총처럼 퍼지는 얼음조각들을 손등으로 툭툭 쳐내던 챠이의 앞으로 당도하는 프리아가, 거칠게 내리꽂히는 철구의 공격을 흘리며 챠이가 뒤로 물러난다.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왕을 지킨다는 이름에, 걸맞지 않으면 아니된단 말이다아아아아아!!!!!"

냉정하고, 차가운 반응으로만 일관하던 프리아가의 외침에 챠이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상대측도 본심으로 나올테니, 이쪽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떠어엉!!

순식간에 10미터 가까이 크기를 부풀린 대검이 프리아가의 철구와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음을 낳았다. 폭탄을 떨군 것이 아닐까 싶은 소리가 미쳐 다 사라지기도 전에 철구의 움직임이 난폭해지며 세차게 휘둘러졌다.

떠어어엉! 캉! 퍼버벙!!!

다시 맞부딫히는 첫번째의 참격과 추가로 날아드는 일격을 막아내는 두번째 폭음. 땅을 뒤집으면서 공격해오는 세번째 공격이 연달아 터진다.

마주 상대하기 힘든 괴력을 대하면서도 챠이는 밀리지 않고 맞대응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따다당!

철구에 달린 빙정(氷釘)이 챠이의 참격을 걷어내며 그 여파를 챠이의 배에 찔러넣는다. 공격범위라는 근본적인 차이를 이겨내지 못한 챠이가 피를 한움큼 뱉어내며 튕겨나갔다.

"크헉...... 하, 하지만!"

버텨낸다. 버텨내야만 한다. 겨우 이까짓 상처로, 겨우 몇번의 공격을 교환한 것으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왕을 볼 면목이 없다.

부우웅!!!

뱃고동소리 같은 파동을 울리며 철구가 내려온다. 거대화 된 대검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철구를 맞받아쳤다.

쩌어어어어어어엉!!!!!!

두번의 참격, 하지만 울리는 소리는 한번이다. 2층 높이의 대검이 상상도 못할 속도로 움직이며 프리아가의 철구를 속박하듯이 공격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

폭음의 숫자는 셀 수 없다. '그저 휘두를 뿐'이다. 챠이는 자신의 공격이 프리아가에게 닿는지, 닿지 않는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깨닫고 만 탓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막는 것이다."

쩌엉!

튕겨나가는 왼팔의 대검, 그 빈자리를 메우는 오른손의 대검과 허공을 비산하는 만검들이 폭풍우쳤다. 프리아가의 철구가 아까보다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빙정들이 붙은 철구가 수없이 많은 단심검들의 진로를 틀어놓았다.

몰아치는 바람속에서 챠이는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철구를 쳐냈다.

그것은, 의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프리아가를 뒤로 보내지 않겠다는 철혈의 의지. 그것이 챠이의 몸을 지탱했다.

발이 땅에 묻혀가도. 저 일격, 일격들을 전신으로 받아내 뼈마디가 부러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폐하에게는 그 누구도 보내지 못 한다..!"

이 남자를 보낸다면 반드시 돌아가실 것이다. 그는 강하지만, 프리아가에 비할만한 실력은 절대로 아니었다.

자신이 물러나면 왕은 죽는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것일까?'

자신의 왕은, 육왕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략가였다. 그 위용에 대해서는 '예언'에서도 언급된 바가 있었으나 사막에서의 그 충격적인 만남은 '꼭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했다. 하지만 런던에서, 그 지략을 보였다.

혈혈단신으로 적진의 최대 심장부에 쳐들어가서 정보를 빼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적의 진지 자체를 무너뜨렸다.

자신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고, 아마 살아생전의 유다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왕에게는 그것을 성공시킬 조건이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 조건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실행시킬 대담함과 운이 있지 않다면 분명 실패할 작전이었다.

프리아가의 힘을, 직접 맞부딫혀 보았던 왕이 몰랐다?

더더욱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난 여기에서 무너져야 하는건가?'

죽어야 한다는 말 따위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왕을 위해서 죽겠다고 생각한 적은 분명 있었지만 왕이 그것을 바란다고 말한 적은 없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의 죽음 또한 생각해둔 바라면 아마도 프리아가가 자신을 넘어서는 한이 있더라도 왕의 안전에는 아무런 탈이 없다.

'....하지만, 그게 뭐?'

혼란스러워 해도 의미는 없었다. 자신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을 충실히 하면 된다.

챠이는 왕이 바라는 것을 행하는 자였기에, 그런 대답을 마음속에 세울 수 있었다. 그저 인형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이다.

검이 깨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무슨.....!?"

쩌적, 쩌저정!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검의 파괴가, 프리아가의 철구를 받아낼 때마다 가속화 되고 있었다. 놀라울정도의 속도로 안에서부터 깨져나갔다.

파키이잉!!!

애처로울정도로 아름다운 소리가 나면서 결국 깨져나가는 단심검이다. 검이 다 받아내지 못한 힘을 고스란히 받아낸 챠이가 뒤로 한바탕 굴렀다.

"...단심검은 깨지지 않는 불파(不破)의 검이라 들었거늘....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군."

챠이는 대답하지 못 했다.

단심검은 충의를 상징하는 검이다. 그 검이 부러진다는 것은 상대방을 당적하기에는 '자신의 충의가 모자르기 때문'인 것을 뜻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눈 앞의 대상에게, 자신의 충의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증명된 것이나 다름 없다.

계속 싸운다면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이 꺾인다고 하여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한번 부러져버린 이상 계속해서 부러질 것이다. 부러지면 부러질 수록 더더욱 자신의 충의를 시험당할 것이다.

"내....가? 이 정도라고?"

모른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 것인지조차.

잊어버렸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왕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도 부러지고 말았다.

어째서?

부우우우우!!

철구가, 냉혹한 빛을 흩뿌리며 챠이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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