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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22화 (32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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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단 한사람의 의지가 세계를 압도한다' 입니까..... 좋은 말입니다, 능파."

전장으로 향하던 요연이 방주 전역을 울리는 외침을 듣곤 기분 좋은 반응을 뽑아냈다. 마음을 뒤흔드는 멋진 한마디라고, 요연은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얼마나 힘이 되어주는지 능파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말이겠지만 그런 이해득실 차원의 이야기를 생각하더라도 진심이 들어 있다는 것은 요연도 알 수 있었다. 능파만큼이나 이 작전에서 마음 쓰고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이 작전, 짠 것은 분명 요 였지만 그것을 실행하고 전황을 파악해 변형시키는 것은 전부 능파의 몫이었다.

작전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능파는 그 외침에 요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다. 요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 따위는 가누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명한 것이다.

"후후, 그렇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호지는.... 바보니까 모르겠군요."

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요의 탓인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좋은 머리가 거의 퇴하 한 것이 호지였다.

슈의 경우에는 그나마 알아챌 가능성이 컸지만 슈도 지금 당장은 이런 상황에 휩쓸려 거기까지 생각할 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전장의 광기는 그만큼이나 거대하고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요연은 휩쓸리지 않았다. 강하기 때문이라거나, 특별히 익숙하다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가슴 안에 품어두었던 모든 응어리가 전부 실타래 풀리듯 사라져 버렸기 때문인지, 요연은 성장해 있었다.

요와 관계 된 일만 아니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요연은 휘둘리지 않는다. 그것이 만일 '케이슨'이 상대라고 해도 말이다.

파아앗!!!

강렬한 기파, 피부가 뜯겨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위압감이다. 비키지 않으면 부숴서 길을 열겠다는 의미가 전해져온다.

"드디어 왔습니까."

전열이 서서히 갈라진다. 아까의 기파로 겁을 먹었다거나, 그런 것과는 달랐다. 그들은 알고 있던 것이다.

케이슨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요연이라는 것을.

요연이 앞으로 나섰다. 정장을 개량해서 만든 전투복의 위로 걸쳐지는 사신검의 검갑들이다. 싸워서 베어넘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간만에 보는구나, 요연."

"이쪽도 마찬가집니다, 할아버지."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깜짝 놀란 케이슨이다. 양손에 들고 있는 쌍검을 든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장난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몸짓이지만 요연은 여전히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했다.

"잊지 못한 것 같구나. 과거를..."

"예. 잊을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호오?"

잊는다고 해서 잊혀질 과거는 요연에게 없었다. 슬픈 기억도, 행복한 기억도 그녀에게 있어선 모두 소중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전부 요하고 만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니까. 단 하나도 버릴 수가 없었다. 버릴 생각도 없었다. 그 때문에 괴로워한 적도 있지만 그건 이제 옛말.

모두 안고 나아간다. 그것이 요연의 결심이다.

"꽤나 성장한 모양이다."

"물론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요애와 함께였으니까요."

그를 보고 있다보면 없던 용기도 생겨난다.

누구보다도 약했지만 누구보다도 앞에 나섰다. 힘이 없고 있고를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육왕이라던가 하는 직책에 얽매이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필요할 때는 자존심조차 무시하며 직책을 이용하지만 그의 본질은 더더욱 높았다.

인간, 마. 그 두가지의 경계를 무시하는 재능이, 요에게 존재하며 모두를 끌어들였다. 모두를 강하게 만들었다.

질 수 없다. 져서는 안된다. 그 은혜에 보답하지 못 하게 되는 것만큼이나 추악하고 미안한 일이 어디있을까.

"당신은 제가 상대합니다, 할아버지."

"날 이긴다고? 가(假) 황룡이, 진(眞) 황룡을?"

이길 수 없다고 둘러서 말하는 케이슨이다. 황룡의 힘을 잃었으나 기백마저 잃은 것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요연도 밀리지 않고 그 기백에 대응했다. 현재의 황룡인만큼 그 기백은 케이슨 못지 않게 강력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황룡 대 황룡의 싸움이 아닙니다."

스릉!

동시에 뽑혀나오는 사신검, 허공을 부유하며 그 위험한 예기를 자랑한다. 케이슨의 위협과는 다른, 요연만의 위협이다.

실질적인 기백은 없지만 응축된 무형의 힘이 상대방을 옭아맨다. 그녀가 창조하고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본능적인 무력의 증명.

피이잉!!

청룡검의 사출, 케이슨의 좌수검이 빠르게 검을 쳐올렸다. 튕겨나가는 청룡검의 위로 내려앉은 요연이 나지막히 말했다.

"요연 대 할아버지의 싸움입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와 당신의 싸움이란 말입니다."

피비빙!

뒤따르던 백호, 주작, 현무의 힘을 품은 검이 거대한 톱날이 되어 케이슨을 세방향에서부터 옭아매듯 공격을 감행했다. 허나 수많은 전장을 나섰으며 한 때 치우회의 최강전력이라고 불리던 이름은 버리지 않았는지 기묘한 발놀림으로 그 합격을 피해냈다.

파직, 파아아앗!!!

한순간 뇌전이 번뜩인다 싶었더니 순식간에 올려쳐지는 반월의 검기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뇌성의 힘이 놀라울정도로 예리하게 요연의 앞으로 당도했다.

사신검 중 가장 검 답지 않은 검, 현무검이 방패가 되어 요연의 손에 쥐어졌다.

"합!"

파아앙!!!

기합과 함께 튕겨나가는 검력, 요연의 몸이 뒤로 쏠린다. 케이슨이 내뿜는 검의 위력은 요연으로서도 받아내기 힘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요연은 일부러 완전히 받아내지 않고 뒤로 몸을 빼냈다.

"흠. 과연, 방금 것을 받아낼정도로 강해졌는가. 심장병 때문에 울먹거리던 꼬마아이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아."

"그렇다면, 힘을 보이십시오. 이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광진. 요의 독문무공이며 그의 모든 무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기술을, 케이슨은 쓸 수 있다고 요연은 들었다. 정련되지 않은 형태라고는 하나 그 힘의 증폭율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요연은 모르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면 요연도 케이슨을 죽일 수 있다. 오래걸리지도 않는다. 한 10합정도면 목을 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광진의 치명적인 약점, 그 틈을 건드릴 생각 또한 없다.

케이슨은 자신의 대적자, 그의 모든 것을 받아내고 무너뜨리지 않으면 의미는 없었다. 단숨에 베어넘겨선 과거를 끝맺을 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케이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린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것도 좋겠지."

휘익.

가볍게 회전하는 좌수검, 난잡하게 요동치던 케이슨의 기세가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케이슨이라는 그 자체가 블랙홀과 같은 인력으로 기세를 빨아들인 듯한 느낌이었다.

파지직!!

피부위로 뇌전이 내달린다. 요에게서 볼 수 있는 광진에 비해 번개가 굉장히 뚜렷했다. 상대방을 압박하던 그 기세가 번개로 형상화한 것만 같았다.

"....저급합니다. 역시, 요애와 같은 수준을 바라는 건 불가능했던 모양이군요."

요의 광진은 저것보다 고요하지만 묵직했다.

"내것은 그저 '스위치'만 들어있는 광진이다. '진짜에 가장 근접한' 놈의 광진과는 달라."

"진짜에... 근접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요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요연은 지나가는 어투로 들은 적이 있었다. 당사자인 요는 아니었지만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능파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광진은 사막의 전투를 겪음으로서 뇌공의 광진에 이르렀다'고.

처음에는 막연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케이슨의 말을 들으면 다르다고 하는 것과 상통한다.

케이슨이 웃었다.

"광진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는 너에겐... 그것도 놀라운 비술이겠지.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이 보면 조잡한 가짜에 지나지 않아."

'아', 하고 끝맺는 말과 동시에 요연의 앞에 케이슨이 솟아나듯이 진각을 밟았다. 요연의 주작검이 불꽃의 날개가 되어 힘차게 날갯짓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뇌력이 깃든 참격을 불꽃의 날개가 끊어냈다. 두개의 참격이 맞부딫히면서 주변에 불꽃과 번개가 섞인 기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땅이 뒤집히고 공간을 물결친다. 묵직한 일격에 요연은 잠시 주춤거리지만, 케이슨은 멈추지 않고 검격을 뻗어냈다.

어렸을 적에 만났던 친인의 정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는 참격의 연환이다. 빠르면서 상대방의 급소만을 노리는 일격필살의 검이 순식간에 요연의 검세를 파고든다.

쩌정!

이기어검의 극치, 손에 들고 있는 검이 닿지 않는 영역을 부유하는 청룡검으로 막아냈다. 케이슨의 검을 상대하고 있는 백호검을 놓아버리고 청룡검으로 갈아타는 요연, 그대로 검을 밀어낸다.

파아앗!!

대기를 가르는 참섬, 케이슨이 뒤로 물러난다. 놓아버린 백호검이 화살처럼 케이슨을 쫓았다. 검이 백색의 빛줄기가 되어 케이슨의 숨통을 노렸다.

채애애앵!!!

번개를 내리꽂는 것과 같은 위압감을 보이는 검이 백호검을 튕겨냈다. 케이슨이 의외라는 듯이 웃는다.

"굉장해, 놀라울 정도다. 단련했다고 해도 크게 시간을 들이지는 못 했을텐데..."

"간장종지만한 그 목숨, 걸어야할 겁니다."

".... 광진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 했었지?"

갑자기 뒤집어지는 화제다. 요연은 대답하지 않고 검을 고쳐쥐었다. 케이슨은 그저 묵묵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저 흉내지만... 보여주지."

그렇게 말한 케이슨은 '검을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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