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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31화 (3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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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뚜벅, 뚜벅, 뚜벅.

"....드디어 왔나."

문을 등에 대고 멍하니 있자니 발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에서 유일하게 맡겨진 배역이 없는 배우인, 전(前) 육왕인 나, 고요가 앉아서 발소리를 들었다.

내가 있는 곳은 방주의 심장부. 즉, 방주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의 조각이 들어 있는 곳. 무한동력을 발현시키는 장소였다. 이곳의 기능이 마비되는 순간 방주는 무너져버리니, 그만큼 중요한 곳이 없다. 그렇게 중요한만큼 이 심장부는 방주의 가장 안쪽에 배치되어 있었고,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그런 상태에서, 나를 제외하면 이 전투에서 배역이 없는 인간이 없는데도 여기에 누군가가 온다는 것은 방어진이 뚤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뚫은 사람이 누구고, 어떻게 뚫렸는지는 상관이 없다. 뚫었으니, 온 거다. 그리고 그 뚫은 상대를 막는 것이 나의 몫. 그것이 누구라도 나는 막아야만 한다.

그래, 그것이.

"슈, 너라도 말이지."

이지를 상실한 듯, 텅빈 눈동자가 부각되어 보인다. 짧은 금발에 웨이브가 들어가 더욱 귀엽게 보이지만 살기라는 악세서리를 걸친 그녀에게서 귀여움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등에 멘 칠흑의 검이 더 귀여울 지경이었다.

자박자박 걸어오는 슈다. 검을 잡으려 하지만, 수전증인 것처럼 덜덜 떨리는 탓인지 금세 손을 놓고 파이팅 포즈를 잡았다.

그녀만의 특별한, 복싱스타일이다. 시간의 마법이라는 것자체가 본디 다른 마법과 섞이지 않으면 거의 쓰기 힘든만큼 슈는 기타마법에 대해서 최고라고 해도 될만큼의 적성과 노력을 보였다.

아마, 강할 것이다.

"슈. 나는.... 슬프다."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난 모른다. 그저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슈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죄였다.

"나는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네가 이렇게 된다는 것쯤은.... 말이야."

누님은 확언했다. 이제 아무도 배신자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없다고. 철썩같이 믿어버렸던 것이다.

슈라는 강패(剛牌)를, 카타스트로피가 쉽사리 내버릴 것들이 아니다. 무언가가 있으니 놔준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되어버렸다.

내 죄다.

전부 내 잘못이다.

이 세상에 완벽이라는 것은 없는데. 누님이라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텐데도 그것에 너무 의존해버렸다.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그러니까...."

광진 사식, 발동이다.

신체의 중심에서부터 뻗어나가는 번개의 줄기다. 몸의 내부를 헤집어놓는 번개의 흉터는 서서히 내 몸을 인간 이상의 존재로 탈바꿈시켰다.

"널, 내 손으로 구해주겠다."

내 죄라면, 내가 받아들여주겠다. 남에게 맡길 수는 없다. 내 손으로, 내가, 나이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다.

"와라!"

파아아앗!!!

슈의 희미한 동작과 동시에 몸을 날려왔다. 마치 유성처럼 잔영을 끌고 오는 대쉬, 광진 사식을 쓰고 있는데도 전혀 느리게 보이지 않았다.

파아아아앙!!!

빗나가는 라이트. 하지만 그저 주먹을 휘두른 것만으로도 대기가 요동치며 비명을 질렀다. 압도적인 위력에 혀가 내둘러졌다.

그렇다고는 하나, 맞아줄 수는 없는 일.

카앙!!

검끝이 갈려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슈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의도적인 밀어내기, 슈가 발을 끌면서 다시 돌격할 자세를 잡는다.

바다에서의 싸움과는 다르게 초근접 백병전을 구사하는 슈의 싸움방식은 상대하기 힘들었다. 이쪽도 손을 사용하는 초근접전을 즐기지만, 그 쪽에서 밀리니 답이 없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빠악, 카가각, 따다다닥!!

순식간에 서로에게 육박하면서 터지는 소리다. 순식간에 교환된 몇번의 공격 속에서, 두어번의 공격을 얻어맞았다.

"크....세네, 역시."

혈문신 강화, 철의 형까지 썼는데도 여과없이 데미지가 들어왔다. 없었다면 아마 몸에 바람 구멍 하나 정도는 무료로 개통되었을 것이다.

사식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속도도 따라잡히고 있으니.... 그렇다면!'

광진 오식의 찰나로 전환한다. 뇌신의 기운이 순식간에 잠잠해지면서 세상의 빛이 잦아들어간다. 그것과 동시에 느려져 가는 슈의 움직임.

이 정도라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파앙, 파앙, 파앙!

찰나의 특성상 펼쳐지는 초광속의 발차기가 단숨에 슈의 몸통에 꽂힌다. 데미지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특징적인 연타로 싸움의 승세를 볼 수 있었다.

"목표는, 그게 아니지만!"

혈문신 추의 형. 뇌신이 가진 전추의 묵직함이 주먹에서 되살아난다. 빠르며 강력한 번개의 무력이 주먹에 내려졌다.

머리를 노리는 레프트 훅이다. 가로로 꺾어지는 주먹을 전추의 주먹으로 맞상대했다. 내 손이 우그러지는 것을 느끼면서 겨우 겨우 튕겨내고, 멀쩡한 손을 들어 슈의 머리를 잡았다.

광진 오식. '거인'으로 전환이다. 잠잠하던 뇌전의 유수가, 폭류로 바뀐다.

사막에서 조종당하던 능파를 돌려놓았던 한 수다. 태어나기전부터 걸려있던 주술이 광진 육식에 의해 풀렸으니, 갑작스런 조종이라면 오식으로도 될지 모른다.

슈가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반쯤 쓰러지려는 슈에게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체 다가갔다.

"슈? 돌아왔...."

휘이익!

코 끝을 스치는 라이트 어퍼. 머리가 그대로 뜯겨나가는 환영이 보일지경이었다.

"요, 요..... 지, 그그그그금, 난 무슨 짓, 으....."

정신은 돌아왔으나 육체의 제어는 어떻게 되지 않은 듯, 혼란스러워 보이는 슈다. 다행히도 슈의 정신이 육체에도 간섭해서 전투력은 약해진 모양이지만 제대로 바꾸려면 내부부터 광진을 때려박는 수 밖에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랬다간 잘못하면 죽어버린다.

아무리 칠흑검주의 칭호를 가진 슈라도 의미는 없다. 요연 같은 특이체질이 아닌 이상에야 내부의 공격을 받고 멀쩡하기는 힘들었다.

"....믿는다, 슈."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그것 외에는 해볼 도리가 없다.

방주. 그것의 회복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어떻게든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했던 그녀석의 죽음도 먼 미래나마 유지시켰지 않은가?

가능하다.

가능 할 것이다.

가능해야만 한다.

몸을 스스로 뒤틀며 괴로워 하는 슈를 공격하기 위해, 난 양손을 모아 합장하듯이 자세를 잡았다. 양손을 기점으로 끓어오르는 뇌전이 기괴막측한 형태로 움직였다.

기괴막측. 그렇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자로 잰듯 뻗어 있는 황금빛의 번개가 기계 같을정도의 정밀도를 보이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광진 오식. 찰나, 거인 융합."

두개로 양분된 오식을 하나로 메꾼다. 지금 껏 내 몸뚱이를 위해 둘로 나누었던 기예가, 둘로 합쳐지고 있었다.

몸 안에서 폭탄을 터뜨린다면 이런 기분일까. 옛날에 요연의 몸 안을 분진폭발로 분탕질 했던 것이 미안해질정도의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다. 통각의 격류가 전신을 마비시킬 것처럼 회전하면서 돌아다녔다.

광진 육식 때의 고통에 비견갈 정도다. 이것의 윗줄을 쓰게 된다면, 난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는 고통.

하지만,

"슈가 겪을 고통에 비하면....!!"

광진 오식 찰나와 거인의 융합기예.

혈문신의 육형 조화.

금강검(金剛劍).

지금 내가 꺼낼 수 있는 최강의 삼패 중 하나. 위력과 정화의 측면에서 이것을 따라올 자는 어디에도 없다.

"크하, 하악....."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탈진이다. 만약에 슈가 저런 몰골이 아니었다면 필시 팔한 쪽은 뜯겨나갔을 터, 육체가 이성을 제압하기 전에 전개해야만 한다.

스파크가 전혀 일지 않는, 완벽한 금색의 검이 내 왼팔과 동화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베였다고 착각할 위력의 검세가 한 곳에 모여있었다.

도약. 거인의 힘과 찰나의 광속이 합쳐진 몸은 그야말로 빛이 되어 슈의 앞까지 도달했다. 정지해버린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외롭게 움직이는 번개의 검이, 슈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다가드는 검이 결국,

슈의 몸을 관통했다. 배와 등이 연결된 것 같은 모습이 눈에 아플정도로 비쳐들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핏물들이 비산하고 있었다.

번쩌어억!

광진의 뇌기가 관통한다. 내부로의 감전, 마력적인 것이고 정화의 일격이니만큼 실제 번개정도의 위력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편이 낫다.

"아, 아아아.... 요, 야....?"

"슈!"

이지를 상실하는 것이 당연할텐데도,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데미지인데도 슈는 깨어 있었다. 최후의 힘을 짜내는 것처럼.

"나, 고민했어...."

흐느낌에 섞여나오는 말은, 회한이면서 기쁨. 내가 미쳐 알아주지 못 했던 한 소녀의 마음이었다.

"카타스트로피에 있었으니까, 한번은 싸웠으니까...! 내 마음이 진실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어... 이번에 아빠에게 이런 꼴까지 되서 더더욱...!"

차츰 힘이 들어가는 목소리에, 난 슈의 몸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체온이 내려가고 있었다.

회광반조.

죽기 전에 발하는 최후의 빛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슈의 손이 내 뺨을 훑었다. 흘러내리는 슈의 눈물과, 떨어지는 나의 눈물이 섞여 구슬 같이 변해갔다.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그 한마디를 입에 담지 못한 체, 슈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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