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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육아일기-334화 (33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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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세계는 물론이고 불사의 신체조차 건장하게 버티고 있었다. 소야는 그 사실에 담담하게 대응했다.

세상에 금이 갈만한 일격이었다?

불사라도 위험했을 일격이었다?

그런 건 여기 있는 자신과 불사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말이다. 불사나 자신이나 세계의 룰 따윈 이미 넘어서버린 존재에 불과했다. 그것이 설령 힘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그녀들이 그녀들로 있을 수 있다면.

그녀들은 항상 세계의 정점에 있을 것이다.

"그런가... 진짜 싸움은 여기부터로군."

불사의 한숨 섞인 말에 소야는 그저 말 없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푸념 따위, 들어줄 시간은 없었다. 소야는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지를 단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서, 그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불사를 짓뭉개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필요하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그 아이는 자신에게 큰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았다. 설혹 자신이 죽더라도 금세 퇴색될 것이다. 이쪽으로선 슬픈 일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오히려 득이었다.

"그래, 그거면 된거야....!!!"

한껏 끌어모은 마력을 그대로 터뜨렸다. 전방위, 무차별적으로 흩어지는 마력의 탄환들의 비를 뚫고 불사가 소야의 눈 앞까지 도달했다. 서로의 장기인 박투의 접근전이 펼쳐졌다.

순식간에 뒤바뀌는 공방이다. 소야의 힘이 이번에는 불사에게 정확히 적중하고, 데미지를 남기고 있었다.

소야의 힘, 불사의 힘.

그 두가지가 호각을 이룬다. 압도적인 패력을 자랑하는 소야의 마력과 세계의 위에 군림했단 늙은 괴물의 힘이 만들어내는 역장이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았다. 서로의 몸에 데미지가 축적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수준이 되었다.

호각 이상의 공방. 인간, 인외의 존재조차도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신들의 전쟁이 펼쳐지며 세상을 오시하고 있었다.

툭, 뚜둑.

소야의 뺨에, 불사의 이마에 핏방울이 흘렀다. 서로가 굉장한 타격을 주고, 받으며 둘 다 뭐라 형용키 힘든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치......"

불리했다. 전투가 길어질 수록, 격해질 수록 소야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해지고 있었다.

근본적인 스펙의 차이였다.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의 문제는 확실히 처리했지만 늘릴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소야가 견딜 수 있는 데미지 한계다.

소야가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었다고는 하나 본 바탕은 인간이었다. 질량이 가질 수 있는 힘의 한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공방, 스피드를 끌어올린 것만 해도 이미 소야가 할 수 있는 이상의 힘을 끌어낸 것, 아무리 소야가 잘났어도 데미지 한계를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동생이 그렇게 좋아?"

생각치도 못한 말이 불사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소야의 대응이 한순간 물렁해지며, 불사의 공격을 배에 허용하고 말았다.

늦어져버린 대응, 허용한 일격의 타격감이 컸다. 소야가 두르고 있는 술식이 모조리 깨져나가면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 역시 진짜인가? 대충 찔러본건데 말이야."

"개, 소리...!"

타격이 컸다. 가뜩이나 밀리고 있는 상황, 이런 방심이라니.

최악이다. 설마 자신이 이런 상황에서 그런 위험한 짓거릴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불사의 불쾌한 웃음소리가 높아졌다.

"동생에게 기묘한 감정을 품었다, 이건가? 친인인데?"

"잘못...된거냐?"

소야가 후들거리는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배의 상처도, 지금까지 맞아왔던 모든 공격들의 데미지도.

잊어버렸다.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설령 팔이 날아가도, 죽음에 이르러도 물러나지 않고 싸워왔다.

그런데 자신이 물러난다?

져버린다?

웃기는 소리다. 비웃음 당해도 별 수 없다. 이런 곳에서 무너져서야 누가 불패라고 불러줄까, 누가 동생의 누님으로서 합당한 자격이 갖춰졌다고 해줄까. 여기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자신의 마음도, 숨길 생각은 없다.

"동생을 좋아한다. 그래, 일반적인 남매애와는 달라. 그게 뭐가 잘못된거냐."

동생은 자신에게 있어서 최초였다. 동생이 없었다면 아마 이 자리에 있는 것조차 불가능 했을 터이다.

세상에 지루함을 느꼈다. 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지 이룰 수 있었고 방해하는 것은 모조리 부숴버릴 수 있었다.

심심한 세상이었다. 자극이 필요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저 그렇게, 심심하세 돌아가고 있었다. 소야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도 소야는 살아있었다.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그리고 결국 무언가가 나타났다.

동생이, 태어났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그랬다. 세상의 곳곳에서 행해지던 일이, 여기에서도 일어나고 있을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그 아이가 자신의 등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조금 더 살아가고 싶었다. 동생에게 미움 받아보고 싶었다, 사랑 받고 싶었다. 공존할 수 없는 그 상반된 감정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렇기에 동생은 자신의 최초.

살아있는 의미다.

"좋아한다는 것에.... 거짓말을 씌울까 보냐...!"

그렇기에 좋아했다.

그렇기에 사랑했다.

이루어질 수 없어도, 자신을 절대로 사랑의 눈으로 봐주지 않아도. 그 마음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 마음에 거짓 따위는 없다.

"변태가 따로 없군!"

"내 그 딴 걸 알까보냐!!!"

서로의 주먹이 맞부딫혔다. 핵을 터뜨린 것 같은 폭발이 그곳을 기점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소리를 초월했다. 공간마저, 시간마저 초월했다.

상상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전쟁이, 겨우 두 사람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소야가 튕겨나갔다. 초반의 피해, 그리고 방심했던 탓에 먹었던 일격이 마블링 되어 소야의 몸을 서서히 전투불능으로 만들어갔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소야가 물러날리 없다는 걸 잘 아는 불사가, 돌격해왔다.

파악!

불사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감싸듯이 맞대응한다.

전력을 쏟아부은 일격들의 마주침, 세계가 차츰 차츰 무너져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드는 힘의 역장과는 달랐다.

쩌적, 쩌어엉!!

세계가 깨져나갔다. 방주의 허공으로 되돌아온 그녀들이다. 불사의 힘이, 먼저 돌아오면서 일격이 준비되었다.

소야의 힘은, 늦었다. 돌아오고 있었지만 불사의 힘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잘가라 불패애애애애애애애!!!!!!!!!!!"

힘의 격류가 소야를 짓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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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오오오!!"

검제의 대검이 군세를 몰살시킬 기백을 품고 불사를 내려쳤다. 약 3미터의 지름을 가진 구형의 불사는 그 힘에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검제를 향해 마력의 포격을 쏘아냈다. 시커먼 뱀이 꿈틀거리는 것만 같은 일격에 검제의 반신이 뜯겨나간다.

촤아아악!!

얼굴까지 날아간 검제다. 하지만 영왕이 존재하는 한 검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날아갔던 반신이 연기처럼 복구되기 시작했다.

"흥, 여전히 괴물 같은 놈일세. 검제. 데미지는 어떻게 됬는가?"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입혔으면 기뻐서 웃어재꼈겠지!"

마종의 질문에 거칠게 대답하는 검제다. 전장에서 이런 사담을 나눌 둘이 아니었건만, 그들은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부서지지 않았다. 검제와 마종, 그리고 왕속특무정병들의 필살기를 매초마다 맞고 있는데도 데미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에 반해 불사는 달랐다.

공격할 때마다 왕속특무정병은 물론이고 삼신장인 자신들조차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다행히도 왕의 피해가 없어서 금세 부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가라는 보장이 없다. 막을 수 없는 공격에 영왕이 죽는다면,

끝이다.

겨우겨우 시간을 버는 것이 한계인데 이꼴이라는 건, 이미 승패는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터.

"으랴랴랴랴랴랴랴랴!!!!!"

청동의 사자탈을 쓴 소화가 거검을 휘둘렀다. 검력에 실린 군신의 기가 검제의 일검과 같은 정련도를 가지면서 쏘아져 나갔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소리, 왕속특무정병과 삼신장의 움직임을 멎게하는 공격이었다. 아군이 많으면 많을 수록 강해지는 군신의 기는 소화의 무력을 삼신장 이상으로 만들어놓았다.

허나, 그래도 불사에게 데미지는 없었다. 공격이 아무리 강해도 불사는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괴물이네 진.....꺄아아!"

소화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가는 포격, 유운의 왼팔이 소화의 허리춤을 붙들었다. 삼신장 중 하나인 혈루의 힘이 내려져 있는 유운에게 회피는 그럭저럭 가능했다. 하지만, 유운도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혈루라는 삼신장의 힘을 강령한 상태다. 아니, 사실 강령이라기보단 개방에 가깝다. 어쨌든 그 힘은 현재 유운이 견뎌낼 수 없는 것, 발동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런 장기전인만큼, 심적피로와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조심해."

"아, 응. 그런데 괜찮아?"

가장 옆에서 보고 있었던만큼, 소화도 유운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전세가 좋지 않고, 겨우 버티는 것이 한계.

소화도 피로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유운만큼이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겉에 상처는 없지만 얼굴에 보이는 고통만으로도 유운은 이미 졸도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와라, 삼신장."

검제와 마종이 유운의 옆에 섰다. 이미 죽어버린 둘이다. 피로의 기색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희미하게, 조금씩 용기를 갉아먹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유운이 아니다. 이미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소집했다.

"최후의 한수를 건다. 이게 실패하면, 아마.....시간을 끄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거다."

유운은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놈의 큰 공격을 피한다. 그 다음 소화가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불사에게 먹여야 해. 되겠어?"

"응. 물론이지."

"그 다음에는 나를 포함한 삼신장이 소화의 일격이 작렬한 곳에 전력투구. 그것으로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타이밍을 바꿔 반복한다. 알았지?"

단순하고, 작전이라고 부르기에도 힘든 명령이었다. 하지만 단순한만큼의 위력은 보장할 수 있다. 최후의 승부를 걸기에는 적절하다.

투아아아앗!

마치 하늘의 인도인 것처럼, 불사가 거대한 일격을 준비했다. 삼신장, 유운, 소화가 흩어지면서 포격의 영역을 피해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발사되는 포격, 그 틈바구니로 소화가 방패를 내려놓으며 거검에 모든 것을 실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발사되는 거검의 포격이, 일직선으로 불사와 격돌했다. 날아오르는 삼신장과 유운의 공격이 그곳에 섞여들어가고, 소리마저 초월하는 엄청난 일격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갈긴 일격이, 상처하나 남기지 못 했다.

"큭..."

유운에게로 겨눠지는 포격, 순식간에 도약해온 검제가 유운을 땅쪽으로 걷어찼다. 포격에 휩쓸려 재생이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러운 검제를 보며 유운은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더이상 남아 읶지 않았다.

불사의 포격은, 벌써 유운을 겨누고 있었다. 피할틈은 없었다.

"빌어먹....!"

유운의 악바친 소리마저 살라먹는 포격의 굉음이 방주의 전역을 강타했다.

"합!"

강한 기합성과 함께 나타나는 마종이다. 순식간에 견고한 성벽들이 세워지면서 유운을 보호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었는지 순식간에 무너져 유운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으랴앗!"

콰아아아아아아!!

거검을 버리고 방패에만 힘을 집중한 소화가 유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종뿐만이 아니라 왕속특무정병의 모든 힘이 이번 포격을 막아내는데 전념하고 있었다.

"비켜! 그러다간...!"

"영겁의 세월, 지켜주겠다며?"

소화의 말에 유운은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소화를 받아들일 때 했던 말. 자신의 인생에서 최초로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그 말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지켜주겠어! 왕에게 보호받는 장군님이 어디 있냐고! 내 진심을, 얕보지 말란 말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의지, 마력, 몸.

그 모든 것을 받쳐 방패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녀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거포의 기세는 약해지지 않았다.

군신은 최후에, 방패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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