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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
모든 것이 끝났다.
카타스트로피라 불리는 불사측과 치우회라 불리는 불패측의 전투는 약 이틀 밤낮으로 지속된 끝에 결국 카타스트로피의 패배로 끝이 났다. 많은 인원이 죽은 전쟁이지만 전쟁의 규모에 비하면 아주 적은 피해로, 끝이 난 거다.
카타스트로피는 그야말로 대단원(=카타스트로피)에 어울리는 최후로 끝을 맞았다는 것 같다. 최후로 남아 있던 불사는 결국 육왕의 공세를 이기지 못 하고 파멸, 대미(大尾)를 장식 했던 육왕은 그 때의 격전으로 인한 상처가 커서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치우회 쪽은 그렇게 선언했다.
"..는게, 말이 되냐앗!!!"
나는 절규하면서 배개를 그대로 유운에게 던져버렸다.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는 소매로 잘도 돌아다니며 웃는 모습이 썩 때리기 좋게 보였다.
카타스트로피와의 전쟁이 끝난지 어언 두달. 나는 꼬박 한달을 잠들어 있었고 나머지 반달을 재활에 전념했으며 나머지 반달은 호의호식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처첩들을 밀어내고 유운이 신문지를 내민 것이다.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적힌, 그런 신문말이다.
"하지만 말해주지 않았잖습니까? 불사를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
유운의 언사에 나는 고개를 돌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말하기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그 점을 간파했느냐는 거다.
묘하게 잘 알아맞추는 녀석이었다.
유운의 말대로 내가 화가 난 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 했다던가 전쟁의 피해가 적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불사의 죽음. '그'의 활약이 어째서 나의 공적으로 처리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 같은 녀석이 그런 대단한 공적을 올릴 수 있을 턱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건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영웅시 되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헌데,
"슈는 알고 있지 않아? 마지막에 칠흑의 검을 던져준 걸 보면 알고 있을텐데."
유운은 물론이고 사정을 모르는 호지, 요연, 능파가 슈를 사납게 쏘아봤다. 여러가지 연유로 이유를 말하지 못한 것 같은 슈는 손으로 장풍을 쏘아낼 기세를 보이며 마구 휘저었다. 그런 것들 사이에서 슈가 훌쩍였다.
"하,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는걸. 거의 꼬박 요에게 붙어 있기도 했고..... 어, 어쩔 수 없는거야. 응, 그렇고 말고."
"그럴리가 있어욧!?"
"하지만 나도 자세한 건 모르는걸!"
능파가 슈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잡이로 흔들며 슈를 울렸다. 슈는 반항하려 했지만 요연에 호지까지 합세하자 이내 완전히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런 상황인지라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슈를 대신하여 내가 입을 열었다.
"글쎄....그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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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을 맞기 직전 날아온 칠흑의 검을 잡았다. 하지만 나에겐 그 이상의 행동을 취할만큼의 여력도, 능력도 없었다.
세상이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모든 것이 끝났다.
최후의 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유다의 검 이어받을만한 가치가 없었다. 아무리 여기까지 왔어도 최후에는 이꼴이었다.
잡아버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손에 든 '세상을 죽이는 어둠처럼 새까만 검'을 결국,
떨어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
매우 그리운 감각. 나와 함께하기로한 나의 있을 수 없는 퀸.
최후의 퀴닝.
내 주변이 돌연 시커멓게 물들면서 서서히 인간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형태는 결국 나의 앞에 있는 칠흑의 검을 쥐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쥐는 그 동작에 망설임과 어색함은 묻어 있지 않았다.
일평생을 함께 해 온 것만 같은 모습에 나는 그리움마저 느껴야만 했다. 설마 이런 순간에 볼 수 있을거라 상상도 봇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유다....!"
난 그의 이름을 결국 입에 담았다.
"쓸데없는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지 마라. 지금은 전투 중이다."
검은 색으로 파직거리는 업술의 오오라를 전신에 두른체 불사의 포격을 베어낸 유다는 죽었을 때나 다름 없는 여전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야 실감이 났다. 옛날의 사진이 가득 담긴 앨범을 보면서 그리움을 느꼈던 감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감정이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언어란 이름의 대화법은 너무나 싸구려였다.
"간만에 만났건만, 다시 이별이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이해하고 있었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난 것이 아니라 그저 어떠한 일로 인해 다시 나타났을 뿐이라는 것쯤.
하지만 만난 것으로 되었다.
그가 내 생존을 위해 다시 나타나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요. 기억해라. 칠흑검주가 갖는 뜻은 '왕의 최강검'이 아니라, '왕의 운명을 뒤집어놓는 자'라는 걸."
힘 없이 떨어져나가는 날 붙잡은 누님의 모습을 확인하며, 불사를 향해 나아가는 유다를 보며 난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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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이야기지."
몇몇은 못 믿겠다는 얼굴을 하고 능파와 유운은 왠지 알 것 같다는 얼굴을 했다.
"흐응. 그러고보면 유다의 힘 자체는 세상을 반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였죠. 의지만 살아있다면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에요. 칠흑의 검도 있었고 거기에 유운의 비술까지 깔린 마당이니까 다시 나타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았...."
능파의 입을 살포시 막았다. 능파가 뭔 짓이냐는 듯이 날 노려보았지만 딱히 악의를 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의문은 담았다.
"능파, 유다는 기적을 만든거야. 그거면 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것도.... 그렇네요."
나름 수긍하고 넘어간 것 같아서 안심하고 있자니 요연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눈빛에서 희미하나마 애정을 느낀 나는 일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내고는 숨을 이상하게 들이켰다.
그건, 무지막지한 약속. 솔직히 죽을지도 모른다니까 감정에 북 받쳐서 한거지 두번 다시 할 약속이 아니었다.
전쟁이 끝나면, 프로포즈한다.
사망 플래그도 아니고 그 딴 말을 지껄인 걸 보면 나도 참 굉장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모두가 숙연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상상하는 것도 무섭다.
"요애."
"아, 응. 알아. 하고 싶은 말 정도는."
내가 당황한다는 건 처음 보는건지 호지와 슈, 유운가 경악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꽤나 자주 봐온 능파나 자신이 한 말의 여파 정도는 알고 있을 요연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입에 담을 수 있을까. 상처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상황에, 이 상황을 만든 것이 나라는 사실이 더욱 괴로울 뿐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더욱 슬퍼하게 될 거다.
"음, 크흠. 슈, 요연, 호지. 그리고.... 능파."
차례로 한명씩 부르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의아한 눈을 한 슈와 호지, 이해한다는 눈빛을 한 요연, 이미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능파까지. 모두의 얼굴에는 각각의 특색이 있었고 매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미워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다.
"전쟁의 전에... 했던 이야기, 해야겠다."
잠시간의 소란이 일고, 침묵으로 바뀌었다. 단 한명, 답을 알고 있는 능파만이 의기양양한 얼굴이지만 지금은 그저 쓰게 웃었다.
"난.....능파가 좋다."
사심도, 취향도 들어가 있지 않은 나의 순수한 마음. 누가 뭐라고 해도 바뀌지 않을 나의 단단한 의지와도 같다.
좋아하고 있었다. 좋아한다.
그 누구보다도 나의 좋은 이해자였고 누구보다도 나와 함께 있어주려고 했다. 필요할 때 그저 같이 있어준다는 것이 그렇게 기쁜 것이라고는, 마음에 남는 것이라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알 것 같았다.
사람이란 건 같이 있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날 미워한다고 하더라도.
눈을 감았다.
도저히 마주 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납득 못할 결과는 아니군요."
의외라면 의외의 대답에 난 눈을 떴다. 요연의 부드러운 표정이, 거절 당했을텐데도 슬픈 기색을 볼 수 없는 그녀의 얼굴에 난 놀라고 말았다.
"막연히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별로 감흥이 들지 않는군요. 전 솔직히 예상하고 있던 바, 전에 있던 그 회합에서의 약속을.... 지켜주시길 빌겠습니다."
"회합?"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에 능파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도대체 무슨 회합을 가졌던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능파가 얼굴을 구기다니, 그것도 상대방의 술책에 걸려서 라는 느낌이라니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나랑 체스를 둘 때도 그런 표정은 보기 드물었는데.
"....맘대로 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능파가 밀렸다. 이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황하고 있을 때 슈도 능파쪽으로 다가갔다.
"나, 나도...."
"슈는 또 왜요!?"
"하지만.... 약속인걸. 게다가, 원래 날 겨냥했던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나마 남아있던 승리자의 미소가 능파의 얼굴에서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리고는 홱 나를 쏘아보았다. 언뜻 살기까지 느껴지는 눈동자에 나는 시선을 피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지금 능파에게 물어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잠시 침묵이 생겼다. 당연한 상황이랄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해를 했기 때문에 들려오리라고 예상했는데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상황을 살피려고 호지를 보았다. 멍하다거나 딴 짓을 하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석고상과 나란히 두어도 뭐가 생명체인지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가만히 있다.
"호, 지야....?"
이상하다 싶어서 불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