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200)

오바마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구글과 같은 IT 기업과 함께 상생할 수 있을지 많은 분과 함께 고민 중입니다.”

“다행히 제 소식통이 틀리지 않았군요. 래리와 구글 역시 그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하더군요. 안 그런가요, 래리?”

모두의 시선이 래리 페이지에게 쏠렸다.

그는 겸연쩍은 미소를 보였다.

“네, 구글의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일을 하여 전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의 맞은편에 앉은 워싱턴포스트의 CEO 도널드 우드워드가 냉소를 보였다.

“흥! 말로만 그런 구호를 외치지 말고 실제로 행동으로 보여 주었으면 좋겠군요.”

“오. 도널드. 저희는 정말로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당신을 협상테이블로 불렀을 때 외면하였습니까? 덕분에 내 체면은 완전히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꼴이 말이 아니라고요!”

“저희도 내부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공식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더군요.”

“아쉬운 점?”

우드워드가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반문했다.

페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연합이라는 이름을 칭하고는 있지만, 전국에 있는 일간신문만 하더라도 천여 개가 넘습니다. 고작 70개 언론사가 그들 모두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더군요.”

“끄응.”

“두 번째는 기사를 제공했으니 돈을 달라고 말하는 데에서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뭐라고! 우리의 기사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순히 링크만 제공할 뿐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모두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어떻게 값을 매기라는 거죠?”

“그렇게 여러 매체의 기사를 공짜로 가져다가 전면에 제공하면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하여 연합에 속한 매체의 기사를 모두 뺀다면 괜찮으시겠습니까?”

“뭐?!”

우드워드는 설마 그가 명망 높은 워싱턴포스트를 구글 검색에서 빼겠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가장 우려하던 사태 아닌가. 해당 매체의 기사를 받지 않아도 기사를 무료로 제공할 언론사는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만찬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혹시라도 구글이 정말로 언론사의 뉴스를 전면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언론사의 트래픽은 현재의 절반 이하로 폭락하고 말 것이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가운데 나는 페이지를 향해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프라인의 우세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우.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만약 구글이 언론사의 기사를 검색 결과에서 제외한다면 그것은 모든 이의 손실로 이어질 것입니다. 자연히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와는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 되겠죠.”

내 말에 페이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왜 저희의 모토에 반한다는 거죠?”

“첫째.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기사를 구글 검색에서 얻을 수 없으니 손해입니다.”

“그리고요?”

“둘째. 언론에서도 힘들게 준비한 좋은 기사를 독자들에게 보여 줄 수 없으니 손해죠. 트래픽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요.”

“으흠. 또 있나요?”

“셋째. 구글에서도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니 책임을 회피한 것이 됩니다. 좋지 않은 일을 한 것이죠.”

내 말에 언론사 대표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페이지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그런 결론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군요.”

“좋은 기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동의합니다.”

“물론 뉴스 사용료에 대한 이야기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다만?”

“언론사와 플랫폼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야겠죠. 오늘 대통령께서도 그러려고 저희를 이 자리에 초대하신 게 아닐까요?”

나의 물음에 오바마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정말이지 미스터 우는 대단한 사람이군요. 맞습니다. 바로 그러려고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그러니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군요.”

만찬장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우드워드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구글과의 상생을 바랐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백악관 만찬은 오바마의 건배사로 마무리되었다.

“언론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 * *

만찬이 끝나고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페이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만남 즐거웠습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대표님.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대통령께 감사해야겠군요.”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끝나고 선약이 있으십니까?”

“선약이요? 아뇨. 뉴욕에는 내일 돌아가려 했습니다만.”

“다행이군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잠깐 차 한 잔 어떠신가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만나기 어렵다는 IT 분야의 거물이.

지금 내게 만남을 청하고 있었다.

백악관을 나온 우리는 그 앞에 위치한 워싱턴 기념탑으로 이동했다.

미국 영화.

특히 SF 영화에서 워싱턴 기념탑은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영화에서는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 위풍당당하군.’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거대한 오벨리스크 모양의 워싱턴 기념탑만이 홀로 고고함을 뽐내고 있었다.

“여기 와 보신 적 있습니까?”

“아뇨. 워싱턴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것은 과거 에펠탑이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고층 빌딩이 너무 많죠.”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그런지 엄청 높아 보이는군요.”

나는 워싱턴 기념탑의 맨 위쪽 끄트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피라미드 모양을 한 끄트머리는 마치 우주와 교감을 나누고 있는 듯 하늘을 향해 보이지 않는 광선을 쏘는 것처럼 느껴졌다.

래리 페이지가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 탑이 한때는 세계 최고로 높은 건축물이었다가 지금은 아닌 것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네, 인터넷 기술(IT)이 몰고 오는 변화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렇습니다. 디지털 데이터 양은 대략 2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결과죠.”

“엄청나군요.”

“이미 과거 2,000년 동안 인류가 축적한 정보량의 10배 이상이 최근 5년 동안의 디지털 데이터로 생성되었습니다. 눈 뜨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꼴이죠. 인간의 힘만으로는 따라가기 벅찬 게 사실입니다.”

그의 말대로 IT 발달에 따라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정보가 너무 많아짐으로써 과거와 달리 정보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단순히 정보를 가공해서 좋은 기사를 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넘치는 게 데이터이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구글에서도 검색보다는 추천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추천이요?”

“네, 대표님 말처럼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사용자가 원하는 걸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군요. 내가 원하는 검색 결과가 나와야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을 테니까요.”

페이지는 씩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과는 말이 잘 통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니, 구글은 항상 사용자가 좋은 정보를 제공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야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고 혁신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네, 거기에 언론과 저널리즘의 역할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수호자입니다. 좋은 언론사와 좋은 기사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런 기사의 검색이 잘될수록 인류에 보탬이 될 테니까요. 그렇게 만드는 게 저희의 사명이죠.”

“기사 검색이 잘되게 하려면 언어에 대한 이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페이지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보통 분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질리도록 들었습니다만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죠.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언어의 발달이니까요.”

“그렇지만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그 언어에 대한 이해가 가장 큰 난제 아니겠습니까?”

“하하. 정말이지 제 머릿속을 꿰뚫어 보고 계시는 것 같군요. 네. 언어를 이해하는 게 컴퓨터 공학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컴퓨터는 생각보다 바보라서 인간의 언어를 무척 어려워하거든요. 실제로도 복잡한 게 사실이고요.”

우리는 워싱턴 기념탑을 한 바퀴 돌며 천천히 주변을 걸어 나갔다.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반려견을 꼭 안고 있는 아이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페이지는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간은 저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성인 여성이 개와 아이를 찍고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기계는 어떨까요? 아쉽지만 개를 개라고 인식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개를 안고 있는 아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의 거대한 오브젝트로 인식할지도 모르죠.”

“이미지 인식을 이야기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기계에게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이미지 인식과 앞에 이야기했던 언어 이해입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죠.”

분명 데이터는 빛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계가 이해할 수 없는 비정량적 데이터였다.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고 기계학습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오프라인에서도 AI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역시 AI 개발에 조직의 미래를 두고 있죠.”

“네. 한국의 대표 게임사와 함께 AI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정보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인류가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AI의 도움이 절대적이겠죠.”

“그래서 말입니다만.”

페이지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앞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도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네? 구글과요?”

나는 페이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네. 구글은 언론과의 상생을 희망합니다. 누군가와는 다르게 말이죠.”

“저희가 게임사와 함께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건 맞지만 구글에 비한다면 많이 부족할 겁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저희와 함께하는 게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AI 개발은 저희의 비전이자 숙원 사업입니다. 오프라인이라면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제안 고맙습니다. 저희도 고민이 많은 분야라 구글과 함께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후후. 승낙으로 알겠습니다.”

그와 헤어진 나는 숙소로 돌아와 한국에 있는 이덕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6시 23분이었다.

전화를 받은 이덕오의 목소리가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습이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아니 형님! 이 새벽에 무슨 일이세요?

“덕오야. 구글에서 우리와 함께 AI를 개발하고 싶다고 한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아니?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DC 소프트에도 알려 주고 어떻게 팀을 꾸릴지.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를 해야 할지 지금부터 잘 좀 생각해 봐.”

-네네. 물론이죠. 완전 대박인데요? 구글이라면 AI 분야에서는 세계 최첨단 기업이잖아요? 안 그래도 요즘 막혀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한다면 바로 해결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요!

“홍보팀에도 이야기해서 MOU 건에 대해 보도 자료 준비하라고 하고. 대충 야마는 이게 좋을 것 같다.”

-어떤?

“정보의 홍수에서 AI가 인류를 구원한다.”

* * *

<오프라인-DC 소프트, 구글과 AI 개발 MOU 맺어>

<정보의 홍수에서 AI 기술만이 인류의 고민 해결 가능……. 세계 최고 AI 개발업체 간의 협력으로 기대감 물씬>

<오프라인 이덕오 CTO “구글과의 협력은 AI 기술 개발에 부스터가 될 것”>

오프라인과 DC 소프트.

그리고 구글의 AI 개발 MOU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최고의 언론사와 게임 개발사.

그리고 전 세계 최고의 포털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는 소식에 IT 종사자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 이거 공고 봤어? 오프라인에서 AI 개발 인력 뽑던데, 나 바로 지원함>

<나도나도! Never도 좋은 회사지만 구글과 협력한 오프라인만 하겠어? 제발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다>

<헐. Never에 계신 분들은 그냥 거기 계시면 안 될까요? 나 같은 사람은 서류에서 광탈할 듯 ㅠㅠ>

MOU 소식을 알린 지 오래지 않아.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DC 소프트의 정선호 회장이 직접 나를 찾아왔다.

회사에는 개인실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그와의 만남은 장기 렌트를 한 내 숙소에서 이뤄졌다.

“오랜만입니다, 정 회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도대체 이건 뭘 어떻게 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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