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8/200)

그 모습을 본 올랑드가 의아한 듯 물었다.

“우세진 대표님은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네?”

모두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내 생각을 밝혔다.

“과연 테러리스트만을 잡는다고 사건이 해결될까요?”

“그게 무슨?”

“제 말은 이번 사건의 근원인 IS를 소탕하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내 입에서 IS라는 단어가 나오자 회의실은 약간의 웅성거림으로 소란스러웠다.

아직 유럽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테러리스트를 잡는 건 쉬운 일이었지만.

자신들의 영토가 아니라 중동에 점조직으로 존재하는 IS를 토벌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내게 말했다.

“미스터 우. 미국 역시 오래전부터 IS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우두머리인 알바그다디의 은신처를 찾지 못해 토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무척이나 비밀스럽고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죠.”

“저는 IS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지 않고서는 오늘과 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라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제 복수심이 아니라 IS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저의 정보원들이 보내준 정보를 취합한 결과입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알고 있기에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내가 너무나도 확고하게 의사를 밝히자 지도자들은 당황했다.

‘단순히 애도와 연대 의사를 표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이었을 테지. IS 토벌에 대해서는 별달리 생각해 둔 바가 없었을 테고.’

그러나 모처럼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인 모인 이 자리에서.

IS 토벌에 대해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받아 둘 필요가 있었다.

희생자들에 대한 복수와 앞으로의 테러를 막는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오프라인이 한 번 IS의 타깃이 된 이상 녀석들은 끝까지 우리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덩치가 더 커지기 전에 싹을 밟아 둘 필요가 있어.’

IS가 본격적으로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무렵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중에서도 메이저라 부를 만한 조직은 아니었기에 이들을 소탕하려면 지금이 적기였다.

나는 강하게 이들을 설득했다.

“이번 총격 사건은 자유와 평등, 우애를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의 자존심을 짓밟은 테러였습니다. 그뿐입니까? 오프라인은 언론사입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초석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공격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도발이자 위협입니다. 저는 IS가 더 커지기 전에 이들을 일망타진해야 할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입니다.”

내게 부채감을 가지고 있던 올랑드와 오바마는 내 말에 즉각 동조했다.

“프랑스는 IS 토벌에 찬성하겠습니다.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우세진 대표의 이야기는 그냥 흘려듣기 어렵군요.”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협조해 주시는 국가에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IS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이 내게 동조하자 이후는 수월했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었다.

* * *

테러 이후 오프라인에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원금이 쏟아졌다.

애도금, 기부금, 후원금, 지원금 등.

제각각 그 이름을 달랐지만, 이번 테러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라는 점은 같았다.

나는 최루리와 함께 거처를 영국으로 옮기고 지원금을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썼다.

<제보란 - IS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상관없습니다. 제보가 채택되면 그 가치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드립니다>

1.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의 거처 및 주요 정보 - 오십만 달러

2. IS 주둔지에 대한 정보 - 십만 달러

3. 테러 계획에 대한 정보 - 일만 달러

4. 간부들의 거처 및 주요 정보 - 일만 달러

5. 기타 정보 - 가치에 따라 천 달러 ~ 일만 달러

사례의 금액이 커서였을까.

IS 제보란을 만들자마자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대부분은 별 의미 없는 내용이었지만 중동 쪽에서 보낸 제보는 꽤 신빙성이 높은 고급 정보가 많았다.

오프라인의 영국 지사장인 이채선은 고르고 고른 정보로 리스트를 만들어 내게 보여 주었다.

“대표님. 자신을 알바그다디의 애첩이라고 자칭한 자가 알바그다디가 묵고 있는 숙소 및 활동 영역에 대해 상세하게 제보를 보내왔습니다.”

“제보한 지역이 어디입니까?”

“이라크입니다.”

“미국 수사 기관에서 현재 알바그다디의 거주지로 추정하는 지역과 동일하군요!”

“네. 현재 IS 토벌에 찬성한 각 국가의 수사 기관에 이를 공유하였고, 이들 또한 제보의 신빙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채선과 제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최루리가 급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다.

“대표님! 오프라인 사무실을 습격한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사살이요?!”

“네, 파리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프랑스 경찰 특공대에 전원 사살당했다고 합니다.”

“제길! 죽을 때까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는데. 죽어 버리다니!!”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최루리에게 지시했다.

“관련해서 빨리 기사 쓰고, 오프라인 입장문도 함께 만들어 주세요.”

“뭐라고 쓰면 좋을까요?”

“테러리스트들이 죽었지만, 오프라인은 끝까지 그 근원을 파헤칠 거라고. 절대로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거라고.”

최루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나는 오프라인이다’의 영향으로 유럽 내에서 오프라인의 인지도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홈페이지에 유입되는 트래픽이 늘었고, 우리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는 오프라인 유럽 지사들을 관장하는 지사장들을 한자리에 모으고는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죽은 이들을 발판삼아 인지도를 높인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만 이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대표님! 지금 유럽 직원들 모두 평소보다 더 많이 기사를 쓰고 있고, 동료들의 죽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 영국 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는 좋은 기사로 보답하는 것만이. 남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요.”

다만 부하들을 모두 잃은 최루리는 슬픈 얼굴로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한 달간 잠시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이를 거절했다.

“저는 대표님 옆에서.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IS의 최후를요.”

그녀도 이번 사건의 근원인 IS에 대한 원망이 뼛속까지 사무친 게 틀림없었다.

“좋습니다. 모두 수고들 해 주시고, IS 제보란은 유럽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모든 직원들 역시 수시로 체크하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IS를 박멸하는 그날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네, 대표님!”

* * *

2월.

영국은 겨울을 지나 조금씩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IS 제보 게시판을 오픈한 지 이제 일주일이 막 지났지만.

제보 건수는 무려 8백여 건을 돌파했다.

박창후는 그 수치를 들여다보며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역시 돈의 힘이 최고네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정의를 위한 일이지, 그게 무슨 돈의 힘이에요?”

“흠흠. 뭐 그렇지만 사례금이 보통이 아니니.”

최루리에게 면박을 당한 박창후는 무안한지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딴청을 피웠다.

내가 그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스마트폰 화면에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떴다.

나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우세진입니다.”

-미스터 우. 알바그다디를 찾아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이라크에 있는 그의 거처를 알아내었고, 현지 시각으로 내일 새벽 4시. 습격할 예정입니다.

“이 정보를 저한테 알려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미스터 우에게는 미리 언질을 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혹시 다른 언론 쪽에도 해당 정보를 뿌리셨는지요?”

-그럴 리가요! 그의 은신처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헛수고할 순 없죠.

“저희가 기사를 내면 어쩌려고요.”

-하하.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기 바라는 건, 저나 미스터 우나 똑같지 않습니까. 그러지 않으시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암요.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 *

나는 3명의 유럽 지역 지사장들과 새벽 2시까지 사무실에 남았다.

다른 직원들은 이미 퇴근한 가운데 사무실에는 적막감만이 가득했다.

우리는 대형 TV에 컴퓨터를 연결한 채 말없이 TV 속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30분째.

갑자기 화면이 바뀌자 박창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 질렀다.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막 가운데에 지어진 듯한 한 가옥이 나오더니.

무차별적인 폭격이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풍경이었다.

‘헬기에서 지상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 건가?’

이윽고 몇몇 대원들이 폭격이 떨어진 가옥 주변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화면이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가옥을 향해 돌진하는 1인칭 시점으로 변했다.

“앗. 시점이 바뀌었어요! 이거 아까 가옥 안으로 들어간 군인들 시점인 것 같은데요? 오! 이제 소리도 나온다!”

박창후가 말했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묵묵히 TV를 지켜보았다.

절로 손에 땀이 났다.

마치 한 편의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카메라는 야간 투시경을 사용한 듯 온통 초록 세상이었다.

그렇지만 물체의 구분은 대낮처럼 뚜렷했다.

이들은 이미 가옥 안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지 제집 드러날 듯 편하게 이동했다.

타당타당!

어디선가 총성이 들려왔고, 군인들이 어지러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가 최종적으로 부엌으로 모였다.

우리와 시점을 공유하는 군인이 손동작을 하자 뒤에서 다른 군인이 나와 냉장고를 밀었다.

스르륵.

그러자 냉장고 뒤로 비밀 동굴이 나타났다.

“와! 쩐다! 저게 다 뭐야!”

“박 지사장님! 좀 조용히 좀 해 봐요!”

박창후는 최루리의 말에 깨갱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동굴 안으로 가장 먼저 들어간 건 군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견들이 짖는 소리가 동굴 내에 울려 퍼졌다.

군인들이 빠르게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카메라는 드디어.

IS의 창시자이자 우두머리인.

알바그다디를 비추었다.

그는 잠을 자고 있었는지 잠옷 차림에 초췌한 모습이었다.

군견들이 그를 보며 크게 짖는 가운데.

미군이 외쳤다.

“당신은 포위되었다! 당신의 추종자들과 아내 역시 사살되거나 체포되었다. 저항하지 않고 투항한다면 목숨은 보장하겠다!”

그러나 알바그다디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너무나 당황해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는지.

씩씩대며 자신이 입고 있던 조끼에 손을 올렸다.

군인은 크게 소리치며 뒤로 빠졌다.

“모두 후퇴해!!”

퍼퍼버벙!!!!

순간 엄청난 굉음이 울리더니.

동굴이 무너졌다.

다행히 군견과 군인들은 모두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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