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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숨긴 귀환자-2화 (2/177)

〈 2화 〉 01. 귀환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01. 귀환

1

전투가 끝이 났다.

진우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악, 하악······.”

힘겹게 숨을 몰아쉬던 진우가 떨리던 손으로 건빵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그대로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가득 채운 약통이었다. 그런데 정작 입 안에 들어오는 약은 몇 개 없었다.

“크으으······.”

진우는 빈 약통을 던져버리고 약을 아그작아그작 씹었다.

국방부에서 각성 병사들을 위해 자체 제작한 이 약의 효과는 대단했다.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이 약을 먹으면 일순간 정신이 돌아올 정도였다.

진우도 약효가 퍼지자 길게 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 온몸을 파고들던 고통이 살짝 누그러지는 기분이었다.

“하아, 하아······.”

진우는 그 상태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피로 물든 손을 움직여 조심스럽게 가슴을 어루만졌다.

예상대로 심장 윗부분에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이 휑하니 뚫려있었다.

상처 안으로 손을 넣으면 심장이 만져질 것 같았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 건데.

이 정도 치명상이라면 힐러인 임백호 상사도 어쩌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그렇지 않아도 지긋지긋했는데.”

진우는 질끈 눈을 감았다.

솔직히 이대로 끝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1년간 던전에 들어 온 후 지금까지 진우와 병사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그나마 동료들이라도 있을 때에는 서로서로 격려하며 기운이라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천 명에 달하던 병사들이 전부 죽어버린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때 저만치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대장······.”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임백호 상사였다. 진우가 황급하게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해, 행보관님! 살아계셨습니까?”

진우가 눈을 움직여 임백호 상사를 바라봤다. 방금 전 몬스터에게 당한 것인지 허리 밑에 휑한 상태였다.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이쪽으로 힘겹게 기어오고 있었다.

“행보관님. 고생하지 마십시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진통제 덕분에 내뱉는 말은 또렷했지만 진우는 이미 자포자기 한 상태였다.

하지만 임백호 상사는 미련하게 진우를 향해 계속 기어왔다.

“행보관님······.”

임백호 상사의 안쓰러운 몸부림을 보던 진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저 멀리 시선을 돌렸는데 최대근 중사와 김철수 중사로 보이는 몸뚱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두 사람은 죽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진우가 애써 울컥함을 참았다. 그 사이 기어코 자신에게 기어온 임백호 상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장······.”

진우가 임백호 상사의 피로 물들어진 손을 움켜잡았다.

“행보관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행보관님, 우리 버틸 만큼 버텼습니다. 그러니 여기까지 합시다.”

“대장······.”

진우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큰 바위에 등을 기댔다. 그리곤 애써 입가를 찢으며 말했다.

“행보관님. 우리······ 할 만큼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넷 중에 둘은 죽었고 둘은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노릇이었다.

하지만 임백호 상사는 기어코 진우의 가슴팍 위로 손을 올렸다.

“대장······이대로는 개죽음입니다. 누구 하나라도······ 살아서 알려야하지 않습니까.”

“해, 행보관님 뭐하시는 겁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진우가 있는 힘껏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모두 소진한 상태라 뿌리칠 수가 없었다.

“대장. 꼭 살아서······ 탈출하십시오. 그리고 부탁······. 내 딸······ 알죠? 살아서······ 내 딸에게······ 꼭 전해 줘야 합니다.”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임백호 상사가 마지막 마나를 쥐어짜내 최종 스킬을 시전했다.

-소생!

스킬 소생은 자신의 생명력을 모두 불태워 한 명을 살려내는 임백호 상사가 가진 최고의 치료 마법이었다.

그걸 진우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임백호 상사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안 됩니다. 행보관님 하지 마십시오, 하지 마요. 하지 마!”

진우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임백호 상사의 몸속에 있는 모든 기운은 진우에게로 흘러들어간 상태였다.

순간 강한 빛이 터지며 진우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바닥에 떨어진 진우의 육체는 이미 모든 상처가 깨끗하게 치유 된 상태였다.

진우가 다급하게 정신을 차린 후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옆에 쓰러져 있는 임백호 상사를 흔들었다.

“행보관님, 행보관님!”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이미 임백호 상사의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왜? 도대체 왜! 다들 내가 뭐라고······. 왜 전부 나에게 이러냐 말이야.”

진우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었다.

그때 뜬금없이 시스템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일부 조건을 충족해 히든 퀘스트 흑룡의 둥지(SSS)가 발동됩니다.

순간 주변이 우르릉 하며 흔들렸다.

진우가 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때 또 한 번 진우의 귓가로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흑룡이 현신(現身)했습니다.

마치 CG처럼 검은 구름이 모여들었다.

그 검은 구름이 점점 똬리를 틀 더니 용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용의 두 눈이 붉게 빛나고.

잠시 후 앳된 음성이 들려왔다.

-뭐야? 네가 날 깨웠어?

“누구냐!”

진우가 다급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어둠 너머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먼저 물었잖아.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 다시 물을 게, 네가 날 깨웠어?

“······.”

진우는 대답 대신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천명의 사망자? 흑룡의 현신?’

정확하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비롯해 천 명의 부대원들이 모두 희생당하고서야 나타난 흑룡이 결코 곱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농간인 것 같아 진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눈이 뒤집힌 진우가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죽어!”

진우가 이를 악물며 어둠을 향해 덤벼들었다. 순간 진우의 스킬들이 발동했다.

-스킬 군대체질[A]이 발동합니다. 군사 지역 내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스킬 분노는 나의 힘[A]이 발동합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후앗!

진우의 검이 날카롭게 어둠을 벴다. 하지만 검에 베인 연기는 진우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흑룡은 자신을 공격하는 인간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뭐야? 왜 나한테 칼을 휘두르는 거야?

“시끄러! 죽어 죽으라고!”

진우가 계속 덤벼들자 흑룡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구속!

흑룡의 붉은 눈이 번쩍이자 땅 속에서 검은 형태의 쇠사슬이 불쑥 솟아오르며 진우를 묶었다.

“크윽!”

진우가 몸부림을 쳤지만 쇠사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건 너 같은 인간이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흑룡이 보란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게 자극이 됐을까.

진우가 이를 악물면서 온몸에 힘을 줬다.

“으아아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결 된 쇠사슬이 뚝, 끊어졌다.

“크으으! 이 개자식!”

진우는 다시 흑룡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 모습을 본 흑룡이 당황했다.

-뭐야? 이게 왜 끊어졌지? 내가 너무 오래 잠을 잤나? 구속!

붉은 눈이 또 한 번 반짝였다. 이번에는 두 개의 쇠사슬이 땅속에서 올라와 진우를 묶었다.

-이건 절대로 못 풀 걸.

“으아아아아악!”

진우는 아까보다 더 힘을 줬다. 이마에 핏발이 섰고,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그러자 쇠사슬이 또 다시 끊어졌다.

-뭐, 뭐야?

흑룡은 깜짝 놀랐다.

구속구 하나는 운 좋게 끊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개의 구속구를 끊어내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도 인간이 말이다.

-너 뭐야? 인간이 아니야?

“닥치라고 했다, 죽어!”

-뭐야, 너 어떻게 내 구속을 끊었어? 어떻게?

진우의 검을 피하며 흑룡이 계속해서 떠들었다. 그럼에도 진우가 멈추지 않자, 결국 이번에는 세 개의 사슬을 꺼내 진우를 묶었다.

“으아아아악!”

진우가 발버둥을 쳐 봤지만 이번에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붉은 눈이 진우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진우를 스캔하듯 위아래로 훑던 흑룡이 다시 코웃음을 쳤다.

-허, 뭐야? 고작 이 정도 실력으로 나에게 덤볐던 거야?

현재 진우의 플레이어 등급은 B였다.

군대에서 4년. 그리고 이곳 블랙 게이트에서 1년.

총 5년간 치열하게 싸워 온 덕분에 수많은 실전경험을 쌓았지만 플레이어 등급은 여전히 B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B등급 플레이어는 강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졌을 때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흑룡이 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흑룡이 대답을 요구했지만 진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어떻게든 구속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그때 다시 세 개의 쇠사슬이 끊어질 기미를 보였다.

-으악! 뭐야······.

당황한 흑룡이 곧바로 기운을 올렸고 구속에서 벗어나려던 진우를 다섯 개의 쇠사슬로 묶었다.

“크아아아! 죽어!”

진우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제발 진정해. 너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는 거야?

“크으으으! 그걸 몰라서 물어?”

-나 지금까지 봉인해 있다가 네가 날 깨운 거야. 그런데 왜 네가 나에게 뭐라고 해?

“뭐? 봉인? 개소리 하지 마!”

말이 통하지 않는 진우를 보며 흑룡이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됐어. 내가 인간 따위랑 무슨 대화를 해. 그보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흑룡이 붉은 눈으로 진우를 빤히 바라봤다. 그 순간 진우의 두 눈동자로 붉은 기운이 서렸다.

-으악, 뭐야! 너였어?

“크으으으······.”

-어이가 없네. 내가 지난 천 년 동안 찾았는데 이제야 나타나다니!

흑룡은 오랜 친구라도 만난 것처럼 해맑게 떠들어댔다. 그러다가 다시 어둠의 사슬이 끊어질 기미가 보이자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순간 어둠의 사슬에 다시 기운이 들어갔다.

“크으윽······.”

-그만해. 멍청아. 난 너의 적이 아니야.

흑룡이 만류했지만 진우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상태를 본 흑룡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그 말과 함께 어둠이 진우를 집어 삼켰고.

“커억!”

어둠을 흡수한 진우가 눈을 뒤집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그때 정신을 잃은 진우의 귓가로 알람소리가 울렸다.

띠링!

-히든 퀘스트 흑룡의 던전[SSS]을 조건부 완료하였습니다.

2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흑룡이 내뿜은 어둠에 잠식당한 순간 진우는 죽은 병사들에게 사죄했다.

무려 천 명의 병사들이 매일같이 죽어 나갔다.

어떤 날에는 한 명. 어떤 날에는 스무 명.

단 하루도 모두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잠을 자지 못했다.

“대장. 나중에 던전을 나가면 저희 가족들 좀 챙겨 주세요.”

“대장. 저 대장만 믿고 있는 거 알죠?”

“미안해요. 대장. 그런데 대장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어느 순간부터 병사들은 진우를 붙잡고 사정을 했다.

처음에는 나약한 소리 말라고, 다 같이 살아 나갈 수 있다고 혼을 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우도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약속한 겁니다?”

“그래.”

그렇게 진우는 천 명의 병사들의 무게를 짊어졌다. 아직 어리고 던전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대장으로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죽게 됐다.

‘다들 미안하다.’

진우는 이제 다 끝났다고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소용돌이가 치더니 축 늘어진 진우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뭐야?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자신의 죽음을 방해하는 것 같은 움직임에 진우는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주변에 가득했던 짙은 어둠이 사라지고 시야가 밝아졌다.

“뭐야?”

진우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놀랍게도 조금 전 흑룡과 싸웠던 바로 그 장소였다.

“뭐지? 꿈이라도 꾼 건가?”

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분명 검은 기운이 자신의 몸을 집어 삼켰는데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그 녀석은?”

진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흑룡을 찾았다.

하지만 던전 어디에도 붉은 눈을 번뜩이는 검은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진우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퀘스트 창을 켰다.

전투 중에는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꺼 놓았던 알림창에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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