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01. 귀환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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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흑룡의 던전[SSS]을 조건부 완료하였습니다.
조건부 완료.
완벽하게 클리어하지는 했지만 일부 조건을 충족해 클리어가 됐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던전을 깼다고?”
순간 진우는 헛웃음이 났다.
1년 전에 들어왔지만 퀘스트 완료 조건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천명의 병사들을 희생시켰는데 느닷없이 퀘스트가 깨졌다니.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조건부 완료는 또 무슨 소리야.”
진우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퀘스트 창을 터치했다.
그 순간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연계 퀘스트, 흑룡의 길이 진행됩니다.
“뭐, 뭐야?”
진우는 손가락으로 흑룡의 길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고 흑룡의 길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흑룡의 길[SSS]
1인 퀘스트. 귀속. 강제 발동.
당신은 흑룡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봉인된 흑룡을 깨우세요.
“봉인된 흑룡을 깨우라니? 아까 깨어난 건 그럼 뭔데?”
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밑으로 상세 조건이 떠올랐다.
흑룡의 파편을 모으시오.
흑룡의 파편(0/9)
“흑룡의 파편? 이걸 다 모으면 흑룡이 깨어나는 건가? 젠장할. 흑룡을 쓰러트리지 못해서 내가 흑룡에게 잠식당한 건가?”
진우는 자신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파악했다.
정체 모를 블랙 게이트에 들어왔고 1년을 헤맨 끝에 흑룡의 둥지를 열어 흑룡과 싸우다가 쓰러졌는데 난데없이 퀘스트가 조건부 완료되고 새로운 귀속 퀘스트가 나타났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던 진우는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몸 상태부터 파악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늘 B였던 상태창이 S로 바뀌어 있었다.
이름 : 이진우
등급 : S
칭호 : 흑룡의 둥지 최종 생존자[S], 흑룡의 선택을 받은 자[S]
[기본 스탯]
근력 : 117(+100) 체력 : 113(+100)
민첩 : 123(+100) 정신력 : 112(+100)
[스킬]
흑룡기[S]
진우는 당황했다.
A등급이 되기 위해 그토록 발버둥을 쳤는데 갑작스럽게 S등급이라니.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오류인가?”
상태창을 다시 살피던 진우는 기본 스탯이 100씩 올라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본 스탯은 말 그대로 처음 플레이어로 각성했을 때 주어지는 스탯이었다.
총 스탯이 같더라도 기본 스탯이 높을수록 훨씬 더 강한 효과를 내는데 유럽의 헤라클레스라 불리는 플레이어의 기본 근력이 50이라고 해서 헛웃음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단숨에 그 2배가 되어 버리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진우는 다시 업적창을 열었다.
-흑룡의 둥지 최종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칭호 등급 S, 성장형.
모든 기본 스탯 +100
“헐, 모든 기본 스탯을 100이나?”
진우가 다시 그 밑의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흑룡의 전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칭호 등급 S, 성장형
흑룡기[S]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던전 진입 시 모든 스탯과 공격력, 방어력, 회복력, 면역력이 100퍼센트 증가합니다.
* 비슷한 효과를 지니는 하위 스킬은 자동 흡수됩니다.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진우는 당황해하며 스크롤을 넘겼다. 그러다가 확인하지 않은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히든 퀘스트 흑룡의 둥지[SSS]를 조건부 완료했습니다.
최초 완료자 보상으로 다음과 같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흑룡의 귀물 세트
흑룡의 갑주[S], 흑룡의 투갑[S], 흑룡의 팔찌[S] ×2, 흑룡의 목걸이[S]
-칭호, 흑룡의 둥지 최종 생존자[S]가 부여됩니다.
-칭호, 흑룡의 전인[S]이 부여됩니다.
-연계 퀘스트 흑룡의 길[SSS]이 부여됩니다.
-흑룡의 은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흑룡의 은혜? 이건 또 뭐야?”
진우가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터무니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흑룡의 은혜[SS]
흑룡의 둥지에서 죽은 이를 흑룡기(S)를 통해 되살릴 수 있습니다.
“······뭐? 살릴 수 있다고?”
순간 진우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지만 이어진 글을 보고 기쁨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 단 사망한 지 24시간 이내의 대상만 가능합니다.
“하, 제기랄······. 하나같이 엿 같네.”
진우는 순간 기운이 쭉 빠졌다.
“모두를 살릴 수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 모두에게 무사히 살아 돌아가자고 말했었다.
그런데 고작 24시간 안에 죽은 이를 살릴 수 있다니.
마치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그때 진우의 눈에 저만치 쓰러진 세 사람을 봤다.
최대근 중사, 김철수 중사, 행보관인 임백호 상사.
만약 이 세 사람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지난 전투 때 목숨을 잃었다.
“······그래. 저 세 사람만이라도 어디야.”
진우는 이내 실망감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임백호 상사에게 다가가 손을 가져갔다.
띠링!
흑룡의 은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흑룡기(S)를 이용해서 대상을 소생시키겠습니까?
“살린다.”
진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대상을 지정했습니다. 이 대상은 소생 이후 당신에게 종속됩니다.
“뭐? 종속?”
생각지도 못한 알림창을 확인한 진우가 깜짝 놀라며 뻗었던 손을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진우의 손에서 나간 검은 기운은 임백호 상사를 잡아먹을 듯 집어 삼켜버렸다.
3
-흑룡의 은혜를 통한 소생이 진행됩니다. 소생률 2%··· 5%···10%······.
알람창의 퍼센티지를 따라 시커먼 기운이 최대근 중사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대근 중사의 몸 상태는 심각했다.
가슴은 이미 갈라져 있었고 오른쪽 다리와 왼팔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게다가 그의 안면은 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그런데 흑룡기가 들어가자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새살이 돋더니 본래의 몸으로 빠르게 되돌아갔다.
그렇게 실체화 100%가 되었을 때 최대근의 몸은 언제 그런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재생이 되었다.
-소생이 완료되었습니다.
알람과 함께 최대근 중사의 몸이 들썩이더니 숨을 토해냈다.
“커억!”
정신을 차린 최대근 중사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최대근 중사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사후 세계로 인도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이 너무나 낯이 익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게 바로 자신이 죽었던 그 던전이었다.
“설마······ 행보관님이 살리신 건가?”
그때 옆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야! 최대근! 깨어났으면 빨리 일어나.”
“김철수?”
최대근 중사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보다 먼저 바닥에 나뒹굴었던 김철수 중사가 멀쩡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너 안 다쳤어?”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고.”
김철수 중사의 채근에 최대근 중사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김철수 이 새끼. 너 안 다쳤는데 일부러 자빠졌지? 어쩐지 몬스터들이 다 나에게 몰려들더니.”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럼 너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애처럼 징징거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
“빌어먹을. 그럼 좀 일으켜 주던가!”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너 혼자 못 일어나?”
최대근 중사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부상당한 동료는 챙겨주는 게 전우애거늘. 혼자만 멀쩡한 것도 얄미운데 짐짝 취급을 하니까 울컥 하고 감정이 치밀었다.
“야이, X발아! 나 아까 전투중에 팔다리 잘린 거 몰라?”
“뭐가 잘렸다고?”
“팔다리!”
“그럼 그건 뭔데?”
“뭐? 어? 어어?”
발끈하며 몸을 일으켰던 최대근 중사가 뒤늦게 눈을 치떴다. 원래 없어야 할 오른쪽 팔의 감각이 살아 있었다.
“팔다리가 뭐 어쨌다고?”
최대근 중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던 김철수 중사가 더 짓궂게 놀려댔다. 하지만 최대근 중사는 김철수 중사의 비아냥거림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뭐야? 이거 행보관님이 고치신 거야? 헐, 다리도?”
최대근 중사가 다시 잘려나간 왼쪽 다리에 힘을 주었다. 단순히 잘린 다리를 붙이기만 한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이 제대로 느껴지는 게 완벽하게 치료가 된 모양이었다.
“행보관님! 쏴랑함다!”
이 모든 게 힐러인 임백호 상사의 덕이라고 생각한 최대근 중사가 김철수 중사의 옆에서 웃고 있는 임백호 상사를 향해 쌍하트를 날렸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아, 대장. 제가 말 했잖아요. 쟤 살리지 말자고. 왜 살려서는······.”
진우가 피식 웃었다.
“너희는 죽다가 살아난 주제에 아직까지 이러고 싶냐.”
“대장, 대장 따라다니는 건 저하고 행보관님이면 충분하다니까요. 최대근 저 녀석은 힘 쓰는 거 빼고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얘는 그냥 다시 보내시죠.”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최대근 중사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뭐야, 그럼 대장이 날 살린 거야?”
“그럼? 행보관님이 뭐가 예쁘다고 널 살리시겠냐?”
그 때 임백호 상사가 다가와 손을 뻗었다.
“최 중사. 계속 그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 빨리 일어나기나 해.”
“아, 네에······.”
최대근 중사가 임백호 상사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었다. 몸 전체가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좋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최대근. 내가 뭐라고 그랬어. 군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뭐부터 확인하라고 그랬어?”
“아, 맞다. 알람창!”
최대근 중사가 냉큼 손가락을 움직여 알람창을 열었다.
플레이어들은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반응하기 위해 알람창을 띄워 놓는다지만 군대에서는 전투 중에 알람창을 꺼 놓으라고 가르쳤다.
알람창을 켜자 중간 쯤에 시뻘건 메시지가 최대근 중사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사망하였습니다.
“와이씨. 내가 죽었다고 뜨는데.”
“그래서 플레이어라고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원래라면 못 볼 메시지인데.”
최대근 중사가 입맛을 다시며 그 다음 메세지를 확인했다.
흑룡의 은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흑룡기를 통해 소생이 이루어졌습니다.
-소생률 5퍼센트.
-소생률 10퍼센트.
(중략)
-소생률 95퍼센트.
-소생률 100퍼센트.
소생이 완료되었습니다.
“흑룡의 은혜는 뭐고 흑룡기는 뭐야?”
최대근 중사의 시선이 김철수 중사에게 향했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턱짓으로 진우를 가리켰다.
“대장? 그럼 대장이 던전을 클리어 한 거야?”
“오우, 최대근. 죽다 살아나더니 눈치가 빨라졌는데?”
“야이씨. 내가 던전 짬밥이 몇 년인데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아? 흑룡 어쩌고 하는 것도 결국 대장이 던전을 깨고 나서 얻은 거잖아. 그렇죠 대장?”
최대근 중사의 시선이 다시 진우에게 향했다.
진우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일단 이리와 앉아라.”
진우 주위로 세 사람이 다가와 앉았다. 그 중 최대근 중사는 죽다 살아났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호들갑을 떨었다.
“오오, 대장. 뭡니까. 던전을 깬 거에요? 어떻게요?”
진우가 바로 정색하며 대답했다.
“스읍,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
진우는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그들이 죽고 난 이후의 일들을 차례차례 얘기를 해 줬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던전의 클리어 조건이 천명의 죽음이었습니까?”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조건부 완료라고 떴으니까.”
“와, 젠장! 완전 엿 같네.”
“그럼 우리가 천 명인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아. 다만 그럴 거라 짐작은 되지만.”
“가만! 그런데 대장은 어떻게 살았어요? 우리 천 명이 들어온 거 아니었어요?”
최대근 중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면박을 주었다.
“이 멍청아, 병사가 천 명이고 대장은 인솔자로 들어온 거잖아.”
“아, 그럼 천 한 명?”
“그래.”
“와, 대장 운도 좋네.”
최대근 중사가 씨익 웃으며 진우를 봤다. 그러자 김철수 중사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 만약에 우리 대장까지 껴서 천 명이었다면 우린 다 개죽음이었어.”